<내 상태창 2개 - 215화>
올림푸스 기습 (3)
“습격, 습격이다!”
“영혼신…… 영혼신이야!”
일곱 분신이 모조리 빛을 내뿜는다.
평소와는 달리 SP가 무한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각각 천억.
단기전에서 적을 쓸어버리기에는 충분한 수치다.
“아폴론 님의 태양의 힘이다……!”
“적을 제압하라!”
“소울 배리어.”
올림푸스 소속 신들이 일제히 무기를 소환하고 날아든다.
나름 소울 배리어를 쓰며 분신을 공격하려던 신 군단.
“크으으…….”
“닿지도 못하고…….”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영기발출을 담지 않았기에 죽지는 않았지만, 한둘씩 영체가 봉인되어서 작은 봉인석이 되어 땅으로 떨어진다.
짧은 시간에 힘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자, 저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계속 들이치자. 저자도 힘이 무한정하지는 않을 거야……!”
“아니, 빨리 제우스에게 귀의해야 한다…… 저자에게 대항할 수 없어.”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적.
하지만 태양신의 권능은 그렇게 여유 시간을 많이 주지 않았다.
“크…… 크윽…….”
“역시 안 돼. 흑뢰로 뛰어들어!”
빛에 가까웠던 이들부터 완전히 타올라 봉인석이 되자, 결국 흑뢰가 되자고 분위기가 기운다.
그럴 수는 없지.
더 빨리 조져 버리자.
“이렇게 강할 수가……!”
흑뢰에 닿으려던 올림푸스의 신이 그 한마디를 끝으로 사라진다.
제우스에게 투신한 이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거의 완전하게 틀어막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
역시 이 권능, 강해.
특히 나보다 약한 적의 학살에 최적화된 권능이다.
[다 부서지는군…….]
“쟤들도 나름 신이라, 건물까지 안 부수기는 힘들어. 그리고 검은 신전은 없어지는 게 낫지 않냐?”
[……그렇소. 건물은 새로 지으면 될 터. 다만 어디에 대신이 구금되어 있을지 모르니, 그건 염두에 두시오.]
“당연하지. 안 그래도 건물 부수면서 찾고 있어.”
완전히 녹아내리는 검은 신전.
다만 그 안의 중심에 있던 흑뢰는 태양신의 권능에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빛이 닿아도, 그저 가볍게 튕겨 내는 흑뢰.
땅에서 신전 꼭대기까지 올라오는, 10여 미터의 거대한 번개는 고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건 강하네.”
[제우스의 진정한 힘이 담겼으니.]
“네가 흑뢰를 쓸 때보다도 강해 보인다. 저게 반격을 취하면 분신은 그대로 죽겠어.”
내가 그 말을 꺼내자마자, 흑뢰가 번뜩인다.
“소울 배리어.”
분신을 공격하는 건가 싶어, 일제히 소울 배리어를 가동한다.
하지만 흑뢰의 목표는 내 분신이 아니었다.
[바닥! 땅바닥을 보시오.]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신들의 봉인석.
거기에 접촉하고 있었다.
이런. 저걸 삼켜 버릴 작정인가?
“끌어들여.”
일곱 분신에게 빛을 거두면서 봉인석 회수를 명한다.
빛에 휘감겨 끌려오는 봉인석.
필연적으로 봉인석을 집어삼키려는 흑뢰와는 부딪치게 된다.
지지지지직.
흑뢰가 잡은 봉인석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짧은 교환에서, 힘의 격차를 제대로 실감했다.
아. 이건 도저히 못 끌고 가는구나.
지금 SP도 천억밖에 없어서, 잡힌 건 도저히 못 푼다.
하지만 흑뢰가 미처 잡지 못했던 봉인석의 경우에는 달랐다.
내가 끌어당기는 걸 그저 구경만 하는 흑뢰.
봉인석을 쥔 힘의 반만 발휘해도. 내가 끌어당기는 걸 죄다 뺏을 거 같은데.
그냥 자기가 포착한 봉인석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회수하자.
“가방 생성.”
가방을 만들어 봉인석을 담는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의 봉인석이 주머니에 담긴다.
크기가 큰 편은 아니라, 책가방 정도의 크기에도 다 들어가긴 했지만…….
개수가 어마어마하군.
“여기에는 대신이 있는 거 같지는 않군.”
[그래 보이오. 아니면 이미 흑뢰에 들어갔던가.]
“검은 신전은 죄다 이런 흑뢰가 있는 건가?”
[다는 아니지만, 꽤 많은 신전에 있을 것이오.]
“흠. 그럼 그냥 전부 쓸어버려야겠다.”
어차피 제우스의 자원이 될 거.
그냥 태양신의 권능을 완전히 발휘해서 다 쓸어버려야겠다.
[SP가 부족하지 않겠소?]
“부족하면 원격으로 꽂아 주지. 뭐.”
[그런 것도 가능하오……?]
“내가 SP 거래소 주인이거든? 당연히 가능하지. 제우스한테 잡힐까 봐 한도만 설정해 놓은 거지, 보급은 가능해.”
[허.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했군.]
아레스가 그리 한탄하는 사이, 태양빛 폭격은 계속되었다.
검은 신전을 남김없이 불태우고, 반항하는 이들은 모두 봉인석으로 만들어 버린다.
흑뢰가 봉인석 회수를 하지 못하게 빛을 다시 거둬들이고, 또다시 뿜고를 반복.
단 10명의 분신으로 인해, 올림푸스 전역이 초토화되어 가고 있었다.
“이 봉인석이 문제군.”
[왜 그러오?]
“인벤토리에 들어가질 않으니까.”
차곡차곡 쌓여 가는 봉인석.
너무 개수가 많으니 처치 곤란이다.
흑뢰가 먹으면 안 되니 들고 날라야 하는데.
[그냥 분신 하나는 귀환시키면 되지 않소? 봉인석 다 들고.]
“귀환이 될까? 제우스의 영역인데.”
쳐들어갈 때는 트라이아나가 필요했지만, 귀환 때는 헤임달의 귀환을 써도 되겠지.
하지만 제우스가 창조주의 힘으로 막고 있으면 귀환길은 막힌 거나 다름없다.
[트라이아나로 아무 막힘없이 들어오지 않았소? 지금 한번 실험해 보시오.]
그래. 밑져 봐야 본전이지.
한 녀석에게 봉인석을 모조리 몰아주고, 헤임달의 귀환을 쓴다.
빛으로 변해 사라지는 분신.
금방 내 곁에 도착해서, 봉인석을 건네준다.
전혀 막질 않았네.
“그래. 잘했어. 넌 역소환이다.”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지는 김지호 9호.
봉인석을 보니 참 많기도 하다.
이거, 어떻게 정리를 해야겠는데.
본신으로 봉인석을 유심히 지켜보니, 분신 때와는 달리 길이 보인다.
봉인석의 공간이 너무 비효율적으로 만들어져 있어, 어찌어찌 압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드드득.
[뭐, 뭐 하려는 것이오. 봉인석을 부수려고?]
“아니 너무 봉인석이 비효율적이라서.”
영혼신이라서 가능한 일.
봉인석을 한데 모아, 완전히 뭉쳐 놓는다.
대신 아레스의 것은 원래 크기가 적당하지만, S급과 SS급 신들은 저렇게 봉인석이 클 필요가 없어.
천이 넘는 신들을 한데 모아 놓자 크기가 내 주먹만 해진다.
[저들은…… 괜찮은 것이오?]
“괜찮아, 괜찮아. 비효율적인 공간을 줄였을 뿐 봉인석과 완전히 똑같으니까.”
[그럼 다행이오만.]
앞으로는 이렇게 압축시켜 놓으면 되겠네.
9명으로 줄어든 올림푸스의 분신을 움직여서 초토화를 지속한다.
자기 세계가 펑펑 터져 나가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제우스.
그동안 검은 신전을 깡그리 정리하면서, 신들을 봉인해 봉인석을 챙긴다.
“니네 원래 이렇게 많았냐? 왜 숫자가 줄질 않아.”
[……이제 더 나오진 않을 거요.]
“근데 이렇게까지 파괴했는데 제우스는 왜 가만히 있지?”
[나도 의문이오. 이렇게까지 방치할 성격은 아닌데.]
중심부의 흰 신전을 제외한 모든 곳을 초토화시켰다.
봉인석도 많이 튀어나와서, 두 번이나 귀환시켜서 봉인석을 재조합했다.
워낙 숫자가 많아서 봉인석 숫자는 어느새 5개.
천 명당 한 개로 봉인했으니, 오천에 달하는 신을 봉인한 셈이다.
그 중 대신은 없고, 하급, 중급신이 전부였지만.
“결국은 흰 신전에 있나?”
올림푸스의 하늘에서 대지를 둘러본다.
검은 신전은 모조리 파괴되고, 그 자리에는 땅에서 솟아나는 흑뢰만 자리했다.
남은 건 중심부의 흰색 신전.
[올림푸스의 중심부. 제우스의 궁전이 있지. 그곳은 아테나가 지키고 있을 것이오.]
“흠. 아테나…….”
그러고 보면, 그녀에게 메시지가 안 온 지 꽤 되었네.
그때는 헤파이스토스의 수리 키트를 사용하니, 헤라의 힘이 깃들어서 X 표시가 났었지.
지금은 그런 게 없을 테니…….
“아이기스의 방패.”
아이기스의 방패를 소환해 본다.
메시지가 있는지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딱히 메시지는 없었다.
[아이기스를 왜 보시오?]
“뭐. 확인해 볼 게 있어서.”
별 메시지가 없네.
흠. 아테나도 실종된 건가?
[아니? 방패에서…….]
아이기스를 역소환하려는 찰나.
방패에서 서서히 메시지가 생성되기 시작한다.
[영혼신. 제우스의 궁전으로 와서 나와 싸워요. 힘을 아끼지 말고.]
갑자기 싸우자는 아테나.
이걸 마지막으로 메시지는 끝을 맺는다.
[당신…… 지금까지 아테나와 협력한 것이오?]
“응? 넌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추측은 했을 뿐. 물증은 없었지.]
“이상하네. 아테나의 방패에 온 메시지를 막은 힘이 있었는데, 거기에 헤라라고 쓰여 있었거든. 헤라 쪽이 알면 너도 알 줄 알았는데…….”
[어머님이? 그런…….]
“뭐. 진짜 몰라?”
[정말 모르오.]
전혀 영문을 몰라 하는군.
아레스 이거. 중요한 정보는 별로 없어 보이는데?
아폴론도 그렇고 아레스도 그렇고, 핵심 정보는 잘 모르는 거 같다.
“사실 아테나가 완전히 내 편인지는 모르겠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설명을 안 해 줬으니까.”
[아테나는 음험하지.]
신화 속에서 아테나한테 맨날 당하고 살아서 그런가.
아레스가 그리 말했다.
“그래도 더 이상 뒤져 볼 곳도 없고. 중앙 신전은 가야겠지.”
7명 남은 분신.
SP를 천억까지 다시 충전한 채,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갑자기 제우스라도 튀어나오면 자폭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채.
“태양신의 권능.”
7명의 내 분신이 빛을 발하며 제우스의 궁전을 사방에서 포위한다.
하늘 위에서 압박해 들어오는 빛.
지금은 빛에 닿으면 바로 불타오르던 신전이었지만, 이번 건 달랐다.
화르르르르.
겉은 타오른다.
석고 기둥이 불살라지자, 그 자리에 남는 흑뢰.
겉모습은 기만이었다는 듯, 토대와 구조는 검은 번개로 형성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여기가 복마전이었어.”
[……저럴 줄은 몰랐소.]
“그럼 여기에 유폐되어 있을 수도 있겠군…….”
휙!
갑자기 날아오는 창.
창에는 검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피하기에는 너무 빠른 공격.
“소울 배리어.”
배리어를 재빨리 쳐 보지만…….
순식간에 타오르는 보호막.
일점이 뚫리기 시작하며, 분신의 SP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예전에 아레스가 행했던 공격은 그래도 나중에 적응되서 좀 막았는데.
아테나 건 그 때와 비슷하지만, 더 막기가 힘드네.
그렇게 1000억이 900억이 되자…….
[소울 배리어가 파괴됩니다.]
[재생이 불가능한 공격입니다.]
푹!
그대로 가슴에 꽂히는 창.
배리어를 단숨에 뚫은 공격.
단번에 죽겠거니 했는데, 분신은 소멸되지 않았다.
그 대신, 분신의 SP가 창에 그대로 흡수되기 시작한다.
이런……!
SP 흡수라니.
이런 공격은 당해 보질 않았는데.
이럼 9백억이 그냥 공짜로 들어가는 꼴이다.
“영혼신. SP만 믿고 분신으로 오다니…… 오만이 도가 넘었군요. 그 힘. 제우스께 바치길.”
아테나가 하늘에서 기척도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흑발을 묶은 채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아테나.
그녀의 양팔은 시커먼 흑뢰로 물들어 있었다.
“아테나도 제우스의 힘을 받아들인 건가.”
[그런 것 같소.]
“너보다 센 거 같은데?”
[무슨! 지금까지 올림푸스를 위해 전쟁에 나서지 않고 가만히 힘이나 모으고 있었으니 그렇겠지. 나는 전장에서 열심히 뛸 때, 참전 요청도 거부한 여자요. 올림푸스에 틀어박혀 힘을 쓰지 않았으니, 조금 세 보일 뿐……!]
“아. 알았어. 자식아.”
발끈하는 아레스.
아테나만 거론되면 감정적으로 변하네.
“참으로 약하군요. 영혼신. SP를 다룬다는 신이 형편없이 흡수당하고 말이에요.”
창 꽂인 분신에게 서서히 날아오는 아테나.
그녀의 오른팔에는 아이기스가 검은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렇게 접근해도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영혼신 주제에 SP도 형편없이 빼앗기고…… 제 무기는 창 한 자루밖에 없는데, 그거로도 충분하겠어요.”
그렇게 날아오는 와중에도 말을 멈추지 않는다.
음…….
저거.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지?
너 영혼신인데 SP 흡수 막을 수 있지 않냐.
나 무기는 창 한 자루밖에 없어.
왜 나 이동하는데 공격 안 해?
“이런 의미 맞지?”
[당연하지. 아테나는 싸울 때 말이 없소…… 그냥 주먹을 내리꽂지.]
창에 꽂힌 내 분신을 다시 살펴본다.
SP는 860억.
벌써 40억이 흡수된 상태다.
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40억밖에 흡수되지 않았다.
소울 배리어를 단숨에 뚫는 강력한 공격인데, 흡수는 더뎌.
영혼신의 분신이라 그런 건지…….
아테나가 사정 봐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면 굳이 SP 뺏길 필요가 없지.
“쳐라.”
나머지 분신에게 일제히 공격을 명하고, 창에 꽂힌 분신은 내가 직접 미세 컨트롤을 한다.
SP 흡수의 과정.
꽤나 잘 짜 놓긴 했지만…….
번데기 앞에 주름잡는 격이지.
바로 빠져나가는 SP를 틀어막고, 오히려 창에서 SP를 끌어 온다.
아테나의 창, 파괴의 능력은 발군이었지만 흡수 능력은 대신급을 살짝 상회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여섯은 태양의 힘과 아스트라페를 뿜으며 아테나를 압박했다.
그 공격을 모두 방패로 막으면서, 나에게 일갈하는 아테나.
“무기도 없는데, 비겁하군요. 영혼신!”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고, 표정은 어색하다.
흑뢰가 머문 아이기스.
그 강력한 방어력 때문에 전혀 밀릴 거 같지 않은데…….
“앗. 이런 힘이라니!”
갑자기 충격을 받은 듯, 제 스스로 멀리 튕겨 나간다.
아니, 끄덕도 없던 게…….
“……쟤 연기 너무 못하는데. 저거 제우스한테 들키는 거 아니야?”
[하. 더 이상은 보고 있기 힘들군…… 그래도 일단 추격을 해 보시오. 그녀 스스로 길을 안내하는 것 같으니.]
“그래. 가자.”
그렇게, 기묘한 추격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