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213화 (213/240)

<내 상태창 2개 - 213화>

올림푸스 기습 (1)

[제우스상밖에 없소?]

초조한 기색으로 나에게 물어보는 아레스.

파르테논 신전 안을 더 스캔해 보지만, 있는 건 저게 다다.

“어. 저 제우스상밖에 없다.”

[헤라나, 아테나의 상은……?]

“그런 건 없는데?”

[……그럴 수가. 영혼신, 분신을 보내서 살펴보시오. 그 힘,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건 어렵지 않지.

분신 하나를 생성해서 파르테논 신전 안으로 집어넣는다.

분신과 감각을 일시적으로 공유하니, 몸이 지릿지릿해오는 게 느껴졌다.

신전 안에는 이미 막대한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인간이 들어갔으면 그대로 몸이 타오를 수준.

아니, 영력의 힘도 들어간 전기라 그냥 가루가 되어 소멸되었을 것이다.

“소울 배리어.”

배리어를 친 채 쑥쑥 나아간다.

목표는 제우스 상.

거만하게 앉아 있는 제우스의 모습이 보인다.

왼손에는 독수리가 새겨진 지팡이를 들고 있었으며, 오른손에는 날개 달린 작은 여신상이 놓여 있었다.

“참, 크긴 크군. 이런 게 있다는 게 왜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는지…….”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럴 것이오.]

그럼 모를 수도 있겠군.

그리스 아테네의 하늘 위에 뇌전의 소용돌이가 친 후, 시민들은 모두 대피를 했으니까.

도시에 아무도 없는데 저런 게 생겼는지 어떻게 알겠어.

[그것보다, 힘은 어디로 향하오? 뇌전의 방향 말이오.]

“하늘 위로. 그리고…… 파르테논 신전을 완전히 감싸려고 하는군.”

[제우스 상의 옆쪽에 따로 뭉치거나 하지는 않소?]

“그런 건 없어. 일단 신전을 장악하고, 하늘 위로 영력을 보내고 있군.”

[그런가…….]

이를 끝으로 말이 없는 아레스.

생각하게 놔두고, 나는 제우스 상을 한번 공격해 본다.

그래.

이번에 새로 얻은 힘.

“아스트라페.”

영기발출을 담아, 아스트라페를 쏘아 냈다.

콰르르르르!

분신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색찬란한 뇌전.

제우스상을 이루는 흰 전기와는 완연히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지지지직!

[아스트라페? 아스트라페라니!]

갑자기 눈을 번쩍이는 제우스상.

거대한 몸을 일으키더니, 오른손에 있던 여신상을 내던지고 아스트라페를 잡는다.

치지지지직.

녀석의 손아귀에 잡힌 아스트라페.

하지만 SSS급 공격 스킬로 업그레이드된 데다, 막대한 영력을 담으니 쉽게 제압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제우스상의 새하얀 전기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 가는 아스트라페.

곧 제우스상의 오른팔이 청록빛으로 물들어 가더니…….

뚝.

전기 팔이 통째로 뜯기며, 바닥에 떨어진다.

그러자 소임을 다했다는 듯이 사라지는 아스트라페.

이 녀석, 쓸 만하네.

[진정한 주인에게로 돌아오라, 아스트라페!]

오른팔이 떨어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왼손을 나에게로 뻗는 제우스상.

쥐고 있던 전기 지팡이가 분신에게로 날아든다.

[영혼신. 아스트라페를 빼앗기지 않도록 신경 쓰시오.]

“이거 스킬로 변했는데?”

[그런가? 어쨌든 조심하시오. 그라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

침묵을 지키더니, 이 광경을 보고 나에게 충고를 던지는 아레스.

그래.

마음 같아서는 제우스를 자기 무기인 아스트라페로 죽이고 싶었지만, 아스트라페가 제우스를 ‘분석’하기 위해 받아온 것임을 잊지 말자.

“가라.”

휘리리릭.

제우스의 지팡이를 휘감는 촉수.

꽤 강력한 공격이지만, 이 정도면 그냥 대신급 수준이다.

아레스가 나에게 날렸던 방어 무시 공격에 비하면 데미지가 0에 가까운 정도.

“이건 약한데?”

지팡이를 제압하면서, 빛을 발한다.

파르테논 신전을 완전히 감싸는 태양신의 권능.

신전에 가득 흐르던 전류가 영기가 담긴 빛에 완전히 제압되며, 가닥가닥 끊겨 나간다.

뭐 이렇게 약해?

약한 건 제우스상도 마찬가지.

전기로 몸을 유지하고 있던 제우스상이 빛에 닿아,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크으윽……!]

“너 왜 이렇게 약해?”

제우스상이 본체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레스가 내 공격을 숭숭 뚫던 것에 비하면 너무 무력했다.

빛에 잠긴 제우스상을 파편화하고, 나눠 분석한다.

창조주의 것이라 분석이 힘들 줄 알았건만…….

웬걸?

너무 손쉽게 분석되는 제우스상.

혼돈의 신기나 창조주의 힘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저 예전에 지니고 있었던 ‘뇌신’ 스킬의 확장, 업그레이드판 같았다.

“별거 없네…… 일단 사라져라.”

지지직- 지지직-

내 말에 거대했던 제우스상이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약하네. 저 상, 정체가 뭐지?”

분신 하나만으로도 쉽게 제압한 제우스상.

분신이 내 힘을 최대로 이끌어 내지 못하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잠깐. 제우스상이 있던 곳의 바닥을 확대해 보시오.]

뭐가 있나?

아레스의 말에 화면을 확대하며, 나는 분신으로 바닥을 바라봤다.

제우스상이 사라지면서도 바닥엔 몇 가닥의 전기 줄기가 남아 있었다.

그 남은 전류가 뭉치더니, 작은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저건……?”

[잠깐 기다려 보시오.]

뭐 또 살아나는 건가 싶어 짓이기려고 하니, 나를 말리는 아레스.

목소리에는 희미한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강력한 영력은 느껴지지 않으니 나도 팔짱을 끼고 구경했다.

처음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리스풍 신전.

파르테논 신전과 비슷한 모양새의 신전 모형이 사람 크기로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하나씩 생성되기 시작하는 인간의 형상.

아니, 인간이라기보다는 신이겠군.

처음 등장한 이의 모습이 제우스니.

그리고 그 옆에서 올라오기 시작하는 신의 형상.

[오오……!]

제우스의 옆에 딱 붙어 있는 여인이 두 번째로 올라왔으며, 저번에 본 적이 있는 아테나가 세 번째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폴론, 아레스가 올라오고, 아르테미스, 헤르메스도 형상화됐다.

그렇게 하나하나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신의 숫자는 열둘.

올림푸스 12신의 모습과 같았다.

[그래. 잊지 않으신 건가. 아버지 제우스이시여……!]

그 모습을 보고 환희하는 아레스.

이 자식, 갑자기 제우스를 찬양하는 걸 보니 괜히 보여 줬나 싶네?

다시 없애버릴까, 저거?

지지지지직-

그 때, 12주신 뒤에서 푸른 전기가 뭉쳤다.

그러더니 급격하게 퍼져, 커져 가는 전기.

금방 거대한 형상을 이룬다.

“저거 또다시 살아났네.”

[아니……?]

12주신 뒤에 커다란 단이 올라서고, 커다란 옥좌가 생겨난다.

그리고 옥좌 위에 앉아있는 거대한 전격의 제우스.

아까 나와 잠시 다투었던 제우스상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조금 전 없앴는데 다시 살아난 격이네.

근데 아까는 제우스 상의 앞에 12주신들은 없었는데……?

지지지직.

자리에 앉아있던 제우스상이 움직인다.

거대한 발을 그대로 들어, 12주신이 서 있던 땅을 그대로 짓밟는다.

한 번에, 신 하나씩.

처음 밟은 것은 맨 끝에 서있던 신.

술잔을 들고 있는 신이 발과 닿자, 그대로 제우스의 발치를 따라 흡수된다.

[아니……!]

쿵. 쿵.

움직임은 계속됐다.

외곽의 신부터 하나씩 잡아 가는 제우스의 발.

이름도 모르는 남신, 여신이 하나둘 사라지더니, 비교적 가운데에 있었던 헤르메스와 아르테미스도 곧 밟혀 사라졌다.

[우리를 짓밟고, 웃고 계시다니…….]

12주신을 짓밟고 있는 제우스 상의 얼굴은 기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웃는 듯하면서도, 한쪽 얼굴은 경직된 표정.

그런 얼굴로 모든 신을 짓밟고, 이제 단 둘만이 남았다.

제우스와 바로 그 옆에 있는 여신.

저 여신은 아마 헤라겠지?

지금까지는 신나게 짓밟더니, 잠깐 주춤하는 제우스상.

하지만 곧 기괴한 미소를 다시 짓더니, 헤라를 그대로 짓밟아 버린다.

[어머님…….]

지지지지직.

다른 신들과는 달리 한 번 밟아서 사라지지 않는 헤라.

쿵. 쿵. 쿵.

하지만 두 번, 세 번 제우스가 밟아 나가니 결국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흡수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제우스는 제우스상에 스스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거대한 제우스상이 짓밟은 덕분에, 배경으로 남았던 그리스 신전도 죄다 그에게 흡수된 상태.

이렇게 바닥의 모두가 흡수되자, 처음 내가 봤던 제우스상으로 완전히 돌아간다.

이 거대한 파르테논 신전 안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처음으로 되돌아갔네.”

[결국 모두를 짓밟으셨군요. 이곳에서마저. 그게 아버지의 뜻입니까……?]

봉인석에서 비통하게 이야기를 하던 아레스.

“야. 대체 뭐야, 저게? 이제 슬슬 이야기 좀 해 주지 그래.”

[알겠소.]

내 질문에 바로 답하는 아레스.

뭔가 심경에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

[여기는 원래 제우스가 창조주가 되면, 새로운 올림푸스로 만들려고 했던 장소. 제우스 상을 중심으로, 모두가 새로운 영체로 태어나 올림푸스 신계를 지구상에 직접 일구고자 했소.]

“저거로? 애들 장난 같은데.”

[지금이야 영혼신을 상대하는 게 더 중요하니, 제대로 준비를 못한 것일 뿐. 그래도 우리의 계획대로라면, 파르테논 신전 안에 신들의 형상이 다섯 이상은 생성되어야 했소. 그대도 보다시피, 처음에는 형상이 만들어졌지만…….]

“짓밟았지.”

[그래. 그러기 싫은 거요. 정말 우리도 배제하려고 드는군. 아니, 다른 신이라면 모를까, 어머니까지…….]

헤라마저 짓밟았던 제우스.

그걸 본 후 마음이 변한 건가?

[신들의 형상이 세워진다고 해도 제우스의 계획에 우리가 속할지 미지수였는데, 아예 제 발로 짓밟아 버리다니…… 그의 플랜에 이제 올림푸스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

“아폴론 잡아먹었을 때부터 뭐. 애초에 그런 놈이었지.”

[……그때만 하더라도,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이라고 애써 자신을 설득했었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오.]

“그래. 좋은 마음가짐이다. 그럼 너도 제우스를 잡는 데 힘을 보태지 그래? 봉인 풀어줄까?”

[아니, 나는 이 상태로 괜찮소. 그럼 제우스와의 서약이 끊길 테니까.]

“제우스와의 서약이 뭐지?”

[어머니 헤라가 주관한 서약이오. 완전한 내용은 어머니만이 알고 있지.]

헤라가?

아레스, 이 녀석.

아폴론이랑 비슷한 급으로 아는 사실이 적은 건가?

[우리도 완전히 파악할 수 없게 되어 있소. 서약 내용이 발설되면 안 되니, 서약의 대리인인 어머니만이 알 수 있게 말이지.]

“뭐 그런…… 사기 계약 당하기 딱 좋은데.”

[어머니와 아버지를 어찌 의심하겠소?]

“그거야 네 엄마 아빠인 거고. 다른 신들은 안 그럴 거 같은데.”

[어머니 헤라께서는 올림푸스에서 신망이 깊으시오. 다들 그런 의심을 할 리가 없지. 다만, 기본적으로는 이런 내용이었소. 우리는 제우스에게 충성을 다하고 헌신하는 대신, 제우스는 우리에게 새로운 올림푸스를 창조해 줘야 하오. 이 때문에 제우스는 창조주가 되더라도 우리 주신을 죽일 수 없지. 그의 손으로는.]

“아폴론은 잡혔는데.”

[그가 아스가르드를 공격하여, 제우스에게 헌신하겠다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사형당했지.]

“그래? 근데 그까짓 거, 창조해 주면 되지 않나? 왜 너희들을 먼저 처리하려고 하지?”

[그거야 다 당신 때문 아니겠소.]

한숨을 푹 쉬며 나에게 말하는 아레스.

[SP 수급이 끊기고, 당신은 지속적으로 강해졌지. SP수급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제우스도 우리와의 서약을 충분히 지킬 만한 능력이 있었소. 하지만 수입이 끊기니, SP가 소모되는 서약은 방해만 된 거지.]

“새로운 올림푸스를 창조한다는 서약…… 그게 왜 SP가 소모되지? 나랑 결판을 짓고 하면 되잖아.”

[나도 그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창조주가 되면 그 때부터 계속 신계 창설을 착수하기로 했을 것이오. SP는 서약에 의해 나가는 것이지. 애초에 당신이 올림푸스의 걸림돌이 될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으니까.]

올림푸스의 신들은 제우스에게 완전한 충성을 바치고, 그 대가로 제우스는 창조주가 된 후 새로운 올림푸스를 만들어 준다.

이 계약은 창조주가 되는 즉시 진행되는 거고.

“그래서 이 서약 때문에 SP가 딸리게 되니까, 다른 올림푸스 신들을 하나둘씩 핑계를 대서 죽이기 시작한 건가? 헤르메스나 아폴론처럼?”

[그렇소…… 문제가 없게 교묘하게 파고들었지. 너무 많은 신이 사라지자, 어머니께서는 서약을 아버지께서 어겼다고 하며 아버지와 독대하셨지. 그리고는 그날 이후로 행방불명이 되셨소.]

“흠. 사라졌다니, 올림푸스 신들은 뭐 죄다 사라지네. 다들 어디로 간 거야? 제우스한테 모두 먹혔나?”

[아니, 그래도 서약상 강제로 다 그러지는 못했을 것이오. 그들이 구금된 곳, 추측 가는 바가 있다만…….]

“어딘데?”

[올림푸스 안이요.]

“올림푸스 안이면 못 가잖아. 어딘지도 모르고.”

[어딘지는 내가 알고 있소.]

갑자기 빛을 번쩍이는 봉인석.

[영혼신, 가 보시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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