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212화 (212/240)

<내 상태창 2개 - 212화>

영검 진화 (3)

SSS급에 오른 이후, 무한정한 SP를 얻으면서 난 강해졌다.

동급의 대신과 비교했을 때 솔직히 적수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

제우스 한 놈 빼고는 지금 당장은 걱정이 안 되는 수준이다.

그래.

제우스 한 놈.

그놈이 문제다.

EX등급이라 그렇게 센 건가 싶었지만…….

야훼가 그렇지 않다고 알려주었지.

그가 센 건, 혼돈의 EX급 신기를 얻었기 때문이겠지.

“그 녀석. 그건 어떻게 얻은 거지.”

질서 진영이었던 올림푸스의 최고신이, 혼돈의 신기를 얻은 것도 의아하지만…….

야훼도 아직 1/3밖에 완성시키지 못한 질서 신기를 어떻게 벌써 얻었는지도 의문이다.

녀석은 시간을 무한정 돌리는 과정에서 EX등급이 됐지만, EX등급 신기를 완성한 건 아니잖아.

EX등급 되어 가지고 신나서 지구에 번개 뿌렸다가, SP 페널티 받고 올림푸스에서 짜져 있었던 거 아니었나?

“누가 줬나? 그걸 줄 애들은 혼돈밖에 없는데.”

혼돈의 신기니까, 혼돈이 줬겠지?

근데 이 새끼들이 애초에 지구 쳐들어온 이유가 제우스의 지구 무한 회귀 때문이었잖아.

거참.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문득 지구를 침공한 혼돈의 군주들에 대해 생각이 미친다.

하데스, 헤라클레스를 제외하고는 제우스의 거수기나 다름없던 녀석들.

‘웃는 얼굴의 악마’인가, 그놈은 완전 제우스 편이었지.

그 녀석들이 혼돈 신기를 건네준 걸까?

“아니, 대신급인 혼돈의 군주가 혼돈 신기를 건네주는 건 어불성설. 그보다 윗선의 재가가 없으면 안 된다.”

그들의 윗선이라면…….

창조주의 왼팔?

EX급도 뛰어넘는다는 초월급 신.

영혼신이자 SP 상점의 주인.

그 녀석이 준 건가……?

근데 녀석이 개입한 거라면, SP 거래소 지분을 팔 때 경매장 장소를 제공하고 편의를 봐준 게 이상하다.

그때 얻은 어마어마한 SP로 지구의 위기를 많이 넘겼거든.

제우스 편이면 그런 걸 하지 못하게 막았을 텐데.

이리저리 생각을 해 보다가, 그만두었다.

“에라이. 시발. 피아 구분이 안 되네. 일단은 이번 권능부터 챙기자.”

중립 신기의 권능, ‘성장’.

설명은 심플하다.

[성장]

[기본 권능]

[모든 방면의 능력을 성장시킵니다. SSS급 이상의 신부터 권능이 적용됩니다. SSS급일 경우, 한 가지 방면의 능력을 ‘집중 성장’시킬 수 있으며, EX등급일 경우 네 가지 방면의 능력을 ‘집중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경험을 축적하십시오. 사용자가 겪는 모든 경험이 숙련치로 쌓여, 성장을 촉진시킵니다.]

[성장이 일정 수준에 다다랐을 경우, 다음 권능 ‘진화’를 개방할 수 있습니다.]

성장 다음은 진화.

쌈박한 공격 스킬은 없는 건가.

그래도 질서의 복종보다는 쓸 만해 보이지만…….

“집중 성장.”

설명에 나온 대로, 집중 성장을 한번 사용해 본다.

그러자 나타나는 메시지.

[집중 성장의 대상을 지정해 주십시오.]

대상을 설정하라고?

흠. 뭘 하지?

[가장 취약한 부분의 보완을 위해, 추천을 받으시겠습니까?]

내 고민을 해결해주려는 듯이 추가로 뜨는 메시지.

예를 누르니 바로 조언이 나온다.

[영혼신 ‘김지호’의 영체를 스캔합니다…….]

[사용자의 ‘의식’이 가장 취약합니다. 의식 수준이 낮아, 영체의 잠재력을 1%도 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억지로 의식의 확장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의식의 억제를 풀고, 자아를 개방시키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건 이미 알고 있다. 자식아.

[근데 대체 왜 그러고 사십니까?]

잉?

뭐야. 잘못 봤나.

메시지가 갑자기 반박한 거 같았는데…….

[사용자의 눈은 정상입니다.]

헐.

뭐야, 이 자식.

지금까지의 시스템 창과는 뭔가 다른데?

나랑 대화가 가능해?

[사용자의 의식 수준은 심각합니다. 영체 수준과 너무 유리되어 있습니다. 인간을 포기하고, 개방하십시오.]

자꾸 개방하라고 독촉하는 시스템 창.

방법은 나도 안다.

지금처럼 10조씩 받고 있던 SP를 훨씬 많이 쑤셔 넣기만 해도 된다.

SP를 한 100조, 천조 넣으면 그 SP의 홍수에 휩싸여, 의식이 강제로 개변될 것이다.

김지호라는 자아는 한 톨만큼 남았다가 사라지고, 그 다음에는 나도 모르는 영혼신으로 거듭나겠지.

[김지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한 차원 위로의 진화입니다. 위대한 존재로 올라서는 것입니다.]

“꺼져, 새끼야. 난 이렇게 살고 싶거든? 김지호로 30년도 못 살았는데, 뭐 벌써 자아를 삭제하고 있냐. 닥치고 집중 성장 내 의식으로 돌려.”

[사용자의 의식 수준이 너무 낮습니다. 성장하는 데 한참 걸립니다. 그리고 집중 성장을 통해 의식을 성장시키면, 어차피 지금의 김지호가 아니게 됩니다.]

“나라고 언제까지 이런 자아로 살겠냐? 서서히 크면서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 가는 거지.”

[…….]

와.

메시지로 ‘…….’라고 치네, 이 새끼가.

“주인이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할 것이지, 뭐 이리 말이 많아. 너야말로 이상한데?”

[도구는 기왕이면 뛰어난 주인을 모시고 싶은 법입니다.]

“네가 집중 성장으로 뛰어난 주인으로 만들어 주면 되지.”

[쉬운 길이 있는데, 굳이 돌아갈 필요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따박따박 반박하는 시스템 창.

아. 질서 택할 걸 그랬나.

확 던져 버리고 싶네.

[집중 강화 대상을 ‘의식’으로 설정하시겠습니까? 이는 상당히 비효율적이며 시간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대적 제우스와의 전투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은 위기 순간에 SP를 모두 로딩시켜서 고차원의 존재로 강제 진화할 것입니다. 그래도 정말 집중 강화 대상을 ‘의식’으로 설정하시겠습니까? SP 활용, 영혼 스킬 등 강화할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도 말입니까?]

지금까지 시스템은 잘만 명을 따라 줬는데.

EX등급이라고 자아가 있어선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반박을 하는 거 봐라.

아오.

“나는 내가 가장 중요해. 이대로의 내가. 영혼신이 아닌 김지호로서의 내가. 됐냐? 진행시켜.”

고차원 존재가 되서 김지호라는 자아가 사라지면, 그다음에야 제우스를 이기든 말든 알 게 뭐냐.

내가 사라지는데.

나 ‘김지호’가 죽으면 끝이지. 시발.

나 죽으면 나를 둘러싼 세계가 멸망하는 건데, 그다음에 지구가 멸망하든 말든 뭔 상관이리.

난 이미 뒈졌는데.

자식새끼라도 있으면 모르겠다만, 그런 것도 아니고.

[알겠습니다…… 사용자의 집중 강화의 대상, ‘의식’으로 설정합니다.]

다행히 더 명을 거역할 생각은 없는지, 결국 말을 따르는 EX급 신기.

진작 이렇게 수월하게 나왔으면 좋았잖니.

[집중 강화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한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뭔데?”

[김지호 님의 의식이 담긴 영체를 만드십시오.]

“분신을 만들라는 거야?”

[분신은 의식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실체화된 채, 감각이 언제나 공유되는 영체를 만드십시오.]

흠…… 분신은 아무래도 ‘나’라는 느낌보다는 내 부하 같다는 느낌이 있지.

감각도 공유했다가 끊어 버릴 수 있고, 내 명에 기계적으로 따르니까.

그거보다 보다 나 같은 영체를 만들라는 건가?

흠…….

SP는 좀 들겠지만, 충분히 만들 수 있지.

“그래. 만들어 보자.”

감각 공유를 할 영체를 형성한다.

처음에는 쉬울 줄 알았는데, 막상 만들어 보니 이게 쉽지 않았다.

인형처럼 쓰다 버리는 분신과는 달리, 또 다른 나를 만드는 건…….

결국 대신이자 영혼신인 ‘김지호’의 영체 수준에 걸맞아야 했으니까

“흠. 이거…… SP 좀 들었네.”

결국 만들 수는 있었지만, 상당히 많은 SP가 들었다.

그래봤자 뭐 SP야 무한정하지만.

“만들었다. 이제 뭐 해?”

[그럼 이제 집 밖으로 나가십시오.]

“집 밖으로? 왜. 지금 영체 컨트롤하느라 바쁘구먼. 전 세계 인간의 영체를 조종하느라 힘들거든?”

영체가 제우스한테 넘어가지 않게 얼마나 세밀하게 조종을 하고 있는데…….

내가 밖에 나간다면, 아무래도 지금보단 효율이 줄어든다.

[그것은 이번에 만든 영체에 맡기면 됩니다. 분신을 통해서 얻은 경험은 의식 강화에 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밖에서 나가서 할 일을 찾아보십시오. 그래야 집중 강화의 효율이 높아집니다. 집 안에만 있으면 경험 자극이 낮아집니다.]

“그래?”

밖에서 활동을 해야 집중 강화가 효율적이라고?

딱히 내가 활동을 안 하는 건 아닌데.

조금 전도 미카엘 패 주고 왔고.

[그런 활동을 본체로 즐겨 하십시오. 분신만 이용하면, 경험 효율이 낮아집니다.]

“하지만 이 2호에게 맡기기가 좀 불안한데.”

[처음에는 제 2의 김지호에게 맡기니 효율이 떨어지겠지만, 사용자의 가용 SP가 늘어나면 오히려 지금보다 효율이 더 좋아질 것입니다.]

또 다른 김지호를 바라본다.

내가 ‘2호’로 지칭하는 김지호.

“뭘 봐?”

저 녀석이 말하는 게 보이는데, 또 내가 말하는 느낌이군.

분신도 감각이 공유되었지만, 약간 세밀한 차이는 있었는데…….

이건 완전히 똑같은데.

[두개의 완전한 영체를 운용하는 것 자체도 의식의 강화에 도움이 됩니다. 익숙해지면 영체를 하나씩 더 추가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시스템의 조언에 나나 분신 김지호나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느낌이 색달라.

정말 의식이 강화되는 느낌이다.

나도 집에만 틀어박혀서 영체 컨트롤하느니, 나가는 게 낫지.

“좋아. 그럼 나가 볼까. 영검. 성장 말고 무기로서는 어떤 장점이 있지?”

[제 디폴트 네임은 ‘중립’입니다.]

“거창하게 중립은 무슨…… 앞으론 그냥 영검이다. 질문에 대답해.”

[예. 저는 김지호 님의 영체에 완전히 흡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영체의 일부분으로 구성되어, 보다 SP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변환되었습니다.]

내 영체의 일부분이라고?

근데 느낌이 뭔가 싸늘하다.

“어. 근데?”

[하지만 김지호 님은 지금 자신의 힘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 힘의 사용으로 따지면, 예전과 변함이 없습니다.]

“……없어?”

[예.]

기본 권능 ‘성장’을 제외하고는 무기도 뭣도 아니네.

그럼 예전에 즐겨 쓰던 무기 하나만 사라진 거나 다름 없는 건가?

“야. 그럼 영검일 때의 효율도 안 나오는 거야?”

[영검의 효율은, 애초에 김지호 님의 SP가 1조가 넘었을 때부터 나오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가.

대신급은 사실 압살하니까.

마음만 먹으면 한 대신계도 금방 파괴하는 게 지금의 내 힘이다.

제우스한테 안 통하는 것이 문제지.

혼돈의 신기, 갑자기 그걸 왜 틀어잡아서.

영검 보내준 양반들이 혼돈의 신기는 선택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더니, 애초에 제우스가 선택해서 잡을 수도 없었잖아.

“영검. 너는 누가 널 보냈는지 몰라?”

[그 정보는 현재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한은 어떻게 풀리는데?”

[권능 ‘진화’를 얻게 될 시, 제한이 풀립니다.]

일단은 성장이 우선인가.

“야. 잘하고 있어.”

“너도 보고 있으면서 뭘.”

“그건 그렇지.”

2호와 말을 나누고, 아레스의 봉인석을 챙겨 집을 나섰다.

막상 나오니 갈 곳이 애매하군.

[이제부터 집중 강화에 들어갑니다…….]

영검도 이 메시지를 끝으로 말이 없다.

이제부터는 알아서 해라, 이거군.

“내 신전 쪽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작업을 하는 것 같고.”

신전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니, 어마어마한 영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인간의 눈에는 비치지 않는 영력의 빛이지만, A, B급 각성자 정도면 인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기는 굳이 갈 필요가 없겠군.

“그러고 보면, 그리스 하늘을 다시 점검해 봐야겠군.”

언론이나 분신의 눈으로만 파악했던 그리스 하늘.

뇌전의 소용돌이를 분석해서, 틀어막을 수 있으면 틀어막아야겠다.

“가자. 그리스로.”

영체가 번쩍이자, 주변의 풍경이 변화한다.

순간이동과도 같은 움직임.

SP를 10조 이상 소유하게 되면서, 이제 서울에서 그리스까지의 거리를 단번에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저건가?”

아테네 언덕에 지어져 있는 파르테논 신전.

훼손된 대신전 위에, 거대한 뇌전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었다.

저걸 보니…… 확실히 직접 보는 게 분석이 더 쉬워질 것 같네.

위이이잉.

본격적으로 분석을 하려던 찰나.

내 품 안에 두었던 아레스의 봉인석이 갑자기 진동했다.

뭐지?

[영…… 혼…… 신…….]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거는 아레스.

그동안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더니…….

갑자기 무슨 바람에 말문을 열었지?

[나를 신전 안으로 데려다 줄 수 있겠소?}

“그거는 좀. 널 어떻게 믿고?”

[그럼…… 신전 안의 풍경을 보여 주기라도 하시오.]

“신전 안을 보자.”

그러자 눈앞에 펼쳐지는 화면.

파르테논 신전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원래 이랬나.”

[그럴 리가.]

“뭐라도 찾아봐.”

그러자 화면이 주위를 쓱 돌더니, 어디론가로 이동한다.

그렇게 이동하여 끝에 위치한 것은…….

“이건…… 제우스상인가?”

완벽하게 비어 있는 파르테논 신전 안.

그 안 가장 깊숙한 곳에, 번개로 번뜩거리는 제우스의 동상이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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