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204화 (204/240)

<내 상태창 2개 - 204화>

SP로 압도하다 (2)

부와 권력을 가진 세계의 지도자들.

자본주의의 정점에 선, 70억 인구 중에서도 특출 난 이들.

돈만 있으면 모든 걸 다 살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이들도 가질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젊음.

그리고 죽음.

아무리 현대 의학이 발달해도 일정 수준 이상은 되돌릴 수 없는 인간의 운명과도 같은…… 노화.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 낸 한 기업가는 자기 전 재산을 다 줄 테니, 젊음을 사고 싶다고 했지.

그 말을 한 이는 결국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사망했지만.

하나 각성자가 되면 다르다.

F급만 되어도 건강해지고, 등급이 오를수록 노화가 멈출 뿐만 아니라 젊어진다.

A급이 되면 반신이 되어서 수백 년을 넘게 살 수 있으며, S급이 되면 하급신이 되어 영생을 누리게 된다.

권력자들에게 이것보다 좋은 유혹은 없을 터.

모두들 나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였다.

먼저 원하는 이들이 오히려 많았지.

물론 소수의 신실한 자들, 의심이 많은 자들이 있긴 했지만…….

그런 이들은 아예 뿌리부터 개조시키면 된다.

시간이 급해서 설득하는 거지, 저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는 건 아니지.

나의 적, 천사들의 신자들은 아예 신앙을 개변시키고…….

나와 동맹 관계에 있는 타 종교의 이들과는 그 윗선과 협상을 했다.

“아수라.”

[오. 무슨 일인가. 김지호. 지구가 난리 났던데…….]

“불교 대신들 명단 좀 불러 봐. 100억씩 SP 지원해 주지. 대신 신자들에게 날 좀 믿으라고 해 봐.”

[……뭐? 장난치지 말게. 100억?]

“장난인지 아닌지는 내 사도신들에게 물어봐. 넌 나랑 안면이 있으니, 특히 천억을 줄게.”

[저, 잠시만 기다려 보십시오.]

갑자기 존댓말을 시작하는 아수라.

녀석의 이런 모습, 낯설다.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통신창에 새 얼굴이 떴다.

아름답고 성스러운 여인의 얼굴을 한 신.

관세음보살인가.

[영혼신이시여. 방금 하신 말씀이 사실입니까?]

“예. 제가 창조주들에게서 큰 거래를 성공적으로 끝마쳤습니다. 올림푸스의 싹을 자르기 위해, 여러분들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100…… 억이라니.]

“불교를 신실하게 믿는 이들에게 믿음을 버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큰 대가를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대신들에게는 특히 천억씩 더 지원하도록 하지요. 올림푸스가 멸하면, 그들도 다시 돌려 드리겠습니다.”

완전히 퍼 주는 제안.

옆에 있는 아수라가 세 머리를 열심히 끄덕이며, 관세음보살에게 무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딱 봐도 느낌이 ‘빨리 받아들이세요.’라고 하는 거 같군.

그래도 불교계를 맡은 대신이라 그런지, 차분하게 말을 이어 가는 관세음보살.

손은 흥분으로 살짝 떨리고 있었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말도록 하자.

[……신자들을 데리고 무슨 일을 하려 하십니까?]

“모조리 C급 이상으로 강제 각성시켜서, 저들의 술독을 무효화시킬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엄청나게 SP가 낭비될 텐데…….]

“천억, 백억씩 지원하는 건 낭비가 아니겠습니까? 이미 제 SP는 무한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단지 제우스를 완전히 파멸시키고 싶을 따름입니다.”

[어마어마한 거래를 성공시킨 모양이군요…….]

잠깐 생각하더니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 불교계.

시스템의 서약을 통해서 계약 조건을 확실히 하자고 명시한다.

“좋아요. 그럼 내가 준 SP가 만약 제우스 쪽에게로 넘어가면, 그대로 증발한다는 조항까지 삽입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그렇게 계약을 맺자, 바로 그 자리에서 SP를 팍팍 쏜다.

관세음보살과 아수라는 특별히 천억씩.

나머지는 리스트 받는 대로 백억씩 쏴 준다.

물밀 듯이 몰려오는 SP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불교의 신들.

[정말…… 이었군요.]

[김지호…… 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수라는 그냥 하던 대로 편하게 말하고. 관세음보살이시여. 신자들에게 등급 올려 줄 테니까 잠깐만 믿으라고 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이렇게 SP로 불교계를 설득하고, 힌두계의 인드라에게도 연락한다.

불교계와 똑같은 제안을 하니까, 고개를 갸웃하는 인드라.

[음? 김지호 너. 미친 것 같지는 않은데…… 의학의 신을 파견해 볼까?]

“줄 때 받아라. 너는 그래도 신계의 왕이니, 천억 주지.”

[지금 억으로 말한 거 맞지? 만을 잘못 들은 게 아니고?]

“불교계에 물어봐. 거기 지금 파티 중이니까.”

내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른 곳에 통신을 연결해 보는 인드라.

곧 사실 확인이 끝났는지, 얼굴이 대번에 밝아진다.

[영혼신님. 제가 잠시 결례를 범했습니다.]

“하던 대로 해라, 그냥.”

[하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제안이라서 말이지. 아, 근데 그 조건…… 좀 다르게 수정 가능한가?]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는 10억씩 주고, 나만 3천억쯤 주면 안 될까? 우린 그 정도로도 충분해.]

옆에 아무도 없어서 그런가.

나에게 그렇게 딜을 거는 인드라.

탐욕으로 눈이 번들거린다.

대신이 되어도 욕심 많은 건 인간이랑 똑같네.

“적당히 욕심내라. 나중에 일 성공하면 성공 보수로 더 주지.”

[쳇. 알겠다.]

자기도 너무 욕심을 낸 걸 안 건지, 더 요구하지는 않는 인드라.

나에게 대신 리스트를 넘겨주며, 의아한 듯이 물어본다.

[근데 이 계약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혹시나 배신자가 있으면, SP를 빼돌릴 수도 있는데. 그냥 나에게 맡기는 게 낫지 않아?]

“나 영혼신이야. 다 대비가 되어 있지.”

[뭐 그렇게 확신한다면야…… 알겠다.]

SP를 그에게 보내며 가볍게 대답한다.

먹튀당할 걱정?

그럴 일은 없다.

“확실히 신이 명하니, 금방 태도를 바꾸는군.”

두 신계를 설득하자 인류의 지도계층을 설득하는 일은 더욱 쉬워졌다.

자신이 믿는 신이 날 믿으라고 애걸복걸하니 개종하는 지도자들.

기독교, 이슬람 쪽의 신실한 이들은 아직 완고하지만…….

그 외에는 이미 다 전향한 상태.

젊음과 영생의 유혹 앞에 자유로운 이는 드물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인류의 머리 대부분을 손에 얻는다.

이 정도면 나, 세계 정복한 건가?

“흠. 도교 쪽은 신자가 그리 강성은 아니었지만…….”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던 공산당 체제의 중국.

각성자가 생기고 나서부터 믿음을 가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성향이 현실적이고 신앙심이 깊은 편은 아니었다.

지도층은 더해서, 옥황상제 대신 날 믿으면 A급으로 각성시켜 준다고 하니까 다들 좋아서 전향하기 바빴다.

오히려 어떤 이는 자기만 A급으로 만들어 달라고, 같은 공산당 지도자들을 견제할 정도였지.

그런 건 내 마음이라고 단발에 거절했지만.

“그래도 올림푸스를 견제할 겸, 도와주자.”

도교 놈들.

내 분신 취급이 별로 안 좋긴 했지만…….

그래도 SP를 지원해 볼 필요는 있겠지.

“옥황상제님. 통신 가능하십니까?”

[예. 물론이지요.]

내 통신에 바로 답을 하는 옥황상제.

내 SP 지원 이야기에 바로 반색한다.

[백억, 천억이라니…… 조건은 정말 그게 답니까?]

“예. 이번 사태가 끝날 때까지만, 신자들에게 절 믿어달라고 하시죠.”

지도자는 벌써 포섭이 다 되어 가는 상태였기에, 일반 신자도 노린다.

신이 나서서 설득하면, 더 각성이 쉬워지겠지.

[그 조건이라면…… 당연히 하겠습니다!]

“예. 대신 계약시, SP가 제우스 쪽으로 넘어간다면 그대로 증발한다는 내용을 삽입하도록 하지요.”

[아. 예. 그렇죠…… 혹시 배신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당연히 그런 조건을 넣어야겠지요.]

바로 수긍하는 옥황상제.

그와 계약을 맺고, 리스트에 있는 대신에게 SP를 전송한다.

이렇게 세 신계를 도와주니 10조 인출한 게 또 금방 바닥이 드러나고 있었다.

뭐…… 그럼 또 꺼내면 되지.

“또다시 10조 챙기고.”

공작을 계속 진행한다.

세계 지도자들을 D, C등급까지 초고속으로 각성시키고, SP를 뿌리고…….

그 작업이 끝나면 그 아래 등급의 사람들도 SP를 퍼부어 초고속으로 각성시킨다.

그렇게 낮밤이 바뀌고.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에도 한시도 쉬지 않고,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을 때.

이변이 발생했다.

[계약 조건에 위배되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계약 조건에 위배되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계약 조건에 위배되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시스템에 갑자기 주르륵 뜨기 시작하는 메시지.

조건 위배라면…….

SP를 빼돌린다는 이야기인가?

3개의 신계에 배신자가 있었군.

“며칠이 지났다고 행동 개시냐?”

아스가르드의 경우에, 발두르가 첩자였지.

그쪽도 있었는데 이들이라고 없을까 해서 넣었던 계약 조항.

SP가 증발할 걸 뻔히 알면서도, 전송을 시작하는 대신들이다.

제우스를 믿는 것일까?

시스템의 제약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는 창조주.

그에게 SP를 전송해서 100억 중 일부라도 챙기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서 이리 보내려고 하는 거겠지.

하지만…….

내가 그 점을 모르겠어?

“거래 정지.”

그들에게 준 SP도 모두 원래는 나에게 속한 것.

SSS급 영혼신의 지배하에 있던 SP다.

내가 넘겨줬다고, 바로 녀석들이 돈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게 아니지.

아직, 그 SP는 내 지배하에 있다.

불순한 의도로 쓰지 않았다면, 어떻게 쓰든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엇. 왜…… 안 움직여?]

[전송이 안 된다!]

[영체도 말을 듣지 않아……!]

제우스에게 SP를 다 털렸던 대신들.

그들이 봉인 해제 후 열심히 SP를 모아 봤자, 100억에는 털끝만큼도 미치지 못하지.

그들이 지니고 있는 수천만, 수억의 SP로는 100억 SP에 도저히 대항할 수 없다.

“계약 위반을 했으니, 대가를 치르렴.”

나의 SP를 좋다구나 하고 받았던 대신들.

그중 제우스와 결탁한 이들을 지배한다.

지배하여, 오감을 공유한다.

그중에서도 시각과 청각을 위주로.

불교 신계.

신계의 문을 열고, 올림푸스를 받아들이려는 대신의 감각이 공유된다.

양팔을 하늘 위로 들고 있는 대신.

맑은 하늘의 한쪽이 시커메지면서, 그 안에서 커다란 검은색 포탈이 생성된다.

열 수는 있지만, 닫을 수는 없는 포탈.

지구를 혼란시키면서, 포섭한 배신자를 통해 대신계 침공 포탈을 여는 양동 작전인가.

닫아지지 않는다면…….

“뛰어들어, 자폭해라.”

[아. 아니 내 영체가……!]

배신자가 된 대신을 그 안에 돌진시킨다.

100억 SP는 폭탄이 된다.

기껏해야 본래 소유는 몇 억밖에 없던 대신.

나의 지배에 저항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포탈 안으로 뛰어든다.

[네, 네놈…… 뭐 하는 짓이냐……?]

[으아아아아!]

새하얗게 빛나는 영체.

100억 SP를 돌리고 돌려,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다.

배신자의 몸을 빌린 자폭 공격.

콰콰콰콰콰쾅!

“저 정도면 경계가 되었겠지. 힌두계. 이쪽도 마찬가지고…….”

힌두의 신계도 배신자를 포탈에 처넣어 폭발시킨다.

이런다고 적이 모두 죽지는 않겠지만, 각 대신계에 경고는 되었겠지.

그리고…….

“여기는 복마전이었구먼.”

불교계는 2명.

힌두계는 4명.

각기 자신의 신계를 배신한 대신의 숫자다.

하나 도교는…….

거의 대부분.

수장 옥황상제부터가 SP를 제우스에게 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 이럴 리는 없다. SSS급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애송이인데…… 그 분께서 주신 권능이라면 충분히 계약을 무시하고 SP를 옮길 수 있거늘……!”

당황하는 옥황상제.

하지만 그의 영체는 완전히 나의 수중에 들어와 움직이지 않는다.

그의 입을 빌어 묻는다.

“옥황상제. 내가 영혼신임을 잊었느냐?”

“너, 무, 무슨 짓을…… 내 입으로 어떻게…….”

“그 많은 SP를 퍼 주는데, 안전 장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느냐?”

“윽…… 하지만 창조주께서 주신 힘이라면……!”

이중인격자처럼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옥황상제.

그 주변의 대신들은 이미 몸이 새하얗게 물든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저벅. 저벅.

“옥황상제여. 협력 감사드리오…… 그대의 협력, 잊지 않을 것…… 엇!?”

궁 안으로 들어오는 아레스.

그의 뒤에는 수하들이 부대를 이루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다.

호오.

여기가 본진인가?

“아, 아레스. 도와주시오!”

황급히 입을 열어 보는 옥황상제.

그래도 대신계의 주인이라 그런지, 천억이나 받아 놓고도 내 지배에서 살짝 벗어나 입을 연다.

흠. 시간을 더 끌면 안 되겠군.

바로 명령한다.

“폭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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