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203화>
SP로 압도하다 (1)
SP의 수입, 지출 고민 없이.
잔고도 고민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펑펑 써 버린다.
뒷일 생각하지 않고 마구 지르는데, 통장 잔고는 기스만 살짝 난 수준.
하지만 SP를 그렇게 마구 쓰고 있어도 상황 자체는 좋은 편은 아니었다.
신을 투입하고 나도 분신을 보냈지만, 세계는 넓고 쓰러지는 인간들은 많았다.
영혼을 육체에 붙들어 놓고 있는 것도 숫자가 지금 억이 넘어가는 거 같은데…….
더 이상 늘어나면 한계다.
어디 붙들어 놓으면 좋을 텐데…….
“아.”
그때 아버지의 영혼을 봉인해 두던 영혼구에 생각이 미쳤다.
평화로운 시기가 되면 다시 봉인을 풀려고 했던 영혼구.
일단 그 안에 인간의 혼을 넣어 두면 어떨까?
“영혼구 생성.”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SS급일 때도 생성해 냈던 영혼구.
SSS급인 지금은 식은 죽 먹기다.
“분신도 모두 생성 들어가고…….”
인간 강제 각성을 위해 전 세계로 출동시킨 내 분신들.
가는 길에 영혼구를 생성하고, 주위의 영혼을 빨아들이라 시킨다.
수용 인원은 영혼구 하나당 일만 명 정도.
분신을 만들면 본체보다 효율이 안 좋아서 SP가 몇십, 몇백만 정도 좀 소모되긴 하지만, 그거야 뭐 껌값이니.
수천 명의 김지호가 인간을 각성시키고, 영혼구를 만들어 쓰러진 인간의 영혼을 회수한다.
쓰러진 인간의 육체까지는 챙길 여력이 없어, 일단 혼만 위주로 보호.
영혼구에 차곡차곡 혼을 넣어 두자, 그리스의 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속도는 확실히 줄었다.
분신과 사도신, 인간의 혼 컨트롤까지.
혼자 집에 앉아서 전 세계를 운영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 메시지가 여럿 도착했다.
[주신이시여. 강제 각성을 시도했지만, 다른 종교를 믿는 이에게서는 SP 소모가 극심하게 들었습니다. 효율이 너무 안 좋습니다만…….]
“괜찮아. 그냥 질러. 얼마든지 백업 가능하니까.”
[주신을 사탄으로 규정하는 기독교 신자들은 강렬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악마의 무리들을 어떻게 믿느냐며…….]
“아오, 씨. 지 죽는 거 살려 준다는데 배가 불렀어, 아주. 반발하는 거 무시하고 그냥 각성시켜.”
하여간 미카엘 자식은 도움이 안 되네.
짜증이 팍 나는 순간, 하데스가 이야기했던 게 생각났다.
-그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디 SP를 팡팡 써 보시지요. 가격만 맞으면, 저희도 얼마든지 용병으로 참여할 테니까요. 킬킬킬…….
좋아.
녀석들이 올림푸스랑은 직접적으로 적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천국 쪽이랑은 그런 계약이 없겠지.
“하데스.”
[킬킬. 금방 또 뵙는군요.]
통신을 연결하자마자 간신배처럼 양손을 비비적거리는 하데스.
내가 무슨 말을 하러 통신을 연결했는지 이미 아는 눈초리였다.
그런 그에게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
“용병 참전 말이야. 올림푸스 직접 침공하고 이런 건 안 되지?”
[그건 불가능합니다. 조약도 조약이지만,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개죽음? 제우스가 창조주라 그런 건가.”
[예. 아무 준비 없이 창조주의 영역에 들어섰다간, 그대로 사망이지요.]
쳇.
이건 기대도 안 했다.
“그럼, 미카엘 치는 건 어때?”
[미카엘 말입니까? 야훼의 새로운 에덴을 공격하는 건 아니죠?]
“어. 창조주 둘을 적으로 돌릴 여유는 없으니까. 지구에서 자꾸 짜증 나게 하는 미카엘만 좀 쫓아낼까 하는데.”
[킬킬킬. 그렇지만, 미카엘은 야훼가 총애하는 대천사이자 SSS급 대신. 저희로서도 상당히 까다로운 적이죠. 게다가, 그의 뒤에 있는 창조주와도 적대할 수 있는데…….]
“그래서 가능해, 불가능해?”
[킬킬킬. 그 녀석이라면 저희 다른 혼돈의 군주도 좀 껴야 할 것 같은데…… 액수가 좀 나올 거 같은데…….]
자꾸 뜸을 들이는 하데스.
아. 귀찮게 하네.
“그래서 얼마?”
[저희 혼돈의 군주 한 명당 50조 어떻습니까? 그 정도면 다른 녀석들도 참전할 겁니다. 아, 이 가격은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라…….]
“겨우 그거? 일 빨리 끝내면 한 명당 100조 줄 테니 미카엘네 무리 싹 다 쓸어버려.”
나를 주저리주저리 설득하려는 하데스.
그의 말을 끊고 원하는 금액의 두 배를 부른다.
겨우 50조 가지고 시간 아깝게 말씨름 할 필요 없지.
[어…… 정말 괜찮습니까?]
“너 옆에서 내가 얼마 벌었는지 보고도 그래?”
[그걸 고려해서 부른 겁니다만. 킬킬…….]
손을 비비적거리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하데스.
[그럼 제가 바로 혼돈의 군주들에게 연락을 돌리겠습니다. 정확한 타깃은 어떻게 됩니까?]
“지구의 천사들 모조리 다. 인간은 건들지 말고.”
[킬킬킬. 알겠습니다…… 3일 안에 바로 처리하도록 하지요. 그때 미카엘의 목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이 자식.
상당히 까다로운 적이라고 밑밥 깔더니, 3일이면 되는 거였어?
어쨌든 미카엘 쪽은 이 정도면 방지가 되겠군.
[저, 김지호 님. 저, 이 SP는 대체…… 잘못 전송된 거 아닌가요?]
[야. 뭐야 이거? 반납해야 하는 거 아냐?]
강시아에게서 통신이 들어온다.
화면 속에는 강시아와 이진성을 비롯한 여러 길드원들이 앉아 있었다.
아. 사도신들에게 SP를 뿌리는 와중, 이들에게도 SP가 갔나 보네.
“지금 올림푸스 놈들 때문에…….”
올림푸스의 공작에 대항하고자 인류를 강제 각성시킨다고 이야기하니 황당해하는 이진성.
[야. 그게 말이 돼? 70억 인류를 어떻게 다 각성시켜?]
[맞아요. 너무 낭비 같아요.]
“나. 2.4경 있다.”
[뭐? 경? 경이 뭐야.]
[저…… 혹시, 만, 억, 조, 경 할 때 경인가요?]
설마 하며 물어보는 강시아.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준다.
[헛…… 야…… 그게 말이 돼?]
“안 그러면 내가 이렇게 SP를 뿌리겠냐? 참고로 신들은 SS급은 100억, SSS급은 1000억씩 뿌렸다. 너희들한테는 얼마 갔어?”
[B급은 백만. C급은 10만까지 갔어.]
“흠. 그럼 술에 대한 매혹은 안 걸려?”
[응. 아직 D급까지는 괜찮은 거 같은데. E, F급은 자제력 차이야. 어떤 사람들은 참는데, 어떤 이들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마시더라. 그래도 정신을 잃지는 않고 있어.]
일단 D까지는 안심인가?
[지금 각지에서 김지호 님이 나타났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어요. 이것도 혹시 올림푸스의 공작인가요? 한 마디 말도 없이 쓰러진 사람에게 다가가 구슬을 대고, 사람들의 머리를 만진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만…….]
그러며 강시아가 재생하는 영상.
길거리에서 술 먹고 쓰러진 사람에게 다가가 영혼구로 영혼을 흡수하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행인들에게 다가가 머리를 일일이 쥐고 있었다.
그러자 차례차례 각성하는 사람들.
영문을 몰라해하는 이에게는 한마디 설명 없이, 영혼을 회수하고 강제 각성을 시도한다.
영상만 보면 무감정한 로봇 같은데.
사람들이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광속으로 일을 수행하니, 두려움을 느낄 만도 했다.
“아니. 그거 내가 보낸 거야. 상황히 급박해서 사방에 분신을 보냈지. 사람들의 영혼이 올림푸스에 안 빨려 들어가게 회수하고, 술 먹고 쓰러지지 않게 강제 각성 중이야.”
[아. 그렇군요. 그럼 저희가 그리 발표를 하겠습니다.]
[근데 저 분신, 꼭 네 얼굴로 다녀야 하나? 다들 좀 경계하고 무서워하는 거 같은데.]
“흠…… 그럼 이렇게 바꿔 볼까.”
굳이 인간형일 필요는 없지.
빛의 권능도 있겠다…….
그래.
성스러운 느낌을 가득 담아, 사람들이 경계하지 않도록.
그렇게 형태를 바꿔 보니, 빛이 마치 축구공처럼 뭉쳐 둥둥 떠 있는 모습으로 변했다.
이 모습을 보여 주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둘.
[그 정도면 아까보다 훨씬 낫네.]
[빛의 느낌이 포근하고 자애로워 보여요. 다른 신의 신자라도, 경계심이 덜할 것 같아요.]
“그래. 길드 차원에서 발표 좀 해 줘.”
[예. 그리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계의 지도자들이 김지호 님께 접촉하고 싶어 합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번 술 사태 때문입니다만…….]
“그 녀석들. 내 사도가 되고 싶어 하는 이가 많던데.”
세계의 지도자.
정치인, 기업가, 그리고 최근 새로운 권력층으로 부각하고 있는 고위 헌터들이 이에 속한다.
SSS급으로 각성하며 70억 인류의 영체를 둘러보았을 때, 그들의 마음도 슬쩍 엿볼 수 있었지.
부와 권력을 쥔 이들.
각성을 하면 젊어지고, 건강해지니 모두 이미 각성을 한 상태다.
그리하여 믿는 종교가 있고, 수호신도 모신 상태.
하지만 나 김지호가 주는 이득이 기존의 수호신보다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 알려진데다가.
하급신들마저 목을 매니 다들 드러내 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수호신으로 날 모시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아. 예…… 다들 은근히 김지호 님의 사도 자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자리가 없다고 할까요?]
“아니, 다 받아 버리지. 녀석들에겐 내가 바로 제안을 하도록 할게.”
신계를 창설한 이후, 한계가 끝없이 넓어진 사도 자리.
그 자리에 인간 지도자들 좀 넣어도 티도 안 나지.
뭐, 문제가 있다면…….
지금 세계 지도자쯤 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은 다들 소속이 있다는 것.
불교, 힌두교, 도교 등 연합 세력을 구축했으니 이들 소속은 바로 빼 오기가 그랬다.
하지만…….
천사들의 관할은 다르지.
[트람프여.]
“엇. 누, 누구냐!”
[나는 대신 김지호.]
미합중국의 대통령부터 개종시킨다.
미국의 대통령이어서 모든 신계가 심혈을 기울여 영입하려고 했고, 결국 기독교 측으로 간 트람프.
하나 던전 갈 시간이 없어서 그런가, E급 정도의 수준에서 머물러 있었다.
“사, 사탄?”
[너는 내가 사탄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을 텐데.]
“무슨 소리…….”
[후후. 나는 네 마음을 속속들이 읽을 수 있다. 지금 손짓 한 번으로 널 죽일 수도 있지.]
말문을 잃는 트람프.
그와 감각을 공유한다.
그러자 드러난 것은 지하 공간.
벙커 안인가?
여러 참모와 장군들이 모여 있고, 수없이 많은 모니터가 띄워져 있다.
현재 비상사태에 대해 모니터링 중인 미국의 수뇌부.
그들 중에는 은근히 내 사도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을 믿고 있는지, 트람프는 내 말을 그저 실현 불가능한 협박으로 생각했다.
‘지금 내가 벙커에 있는데 어떻게 날 죽인다고? 천사도 지켜 주는데…….’
수뇌부를 호위하는 이들 중, 천사의 기운도 있군.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은 천사인 이들.
미국 대통령이라면 중요성이 높으니, 천사까지 파견했나 보다.
[인간은 주저앉을 것이며, 천사는 타오를지어다.]
쿵!
“엇!?”
“왜 몸이……!”
자기도 모르게 주저앉고 영문을 몰라 하는 사람들.
경호원들이 일제히 총을 꺼내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내 힘을 이기지는 못한다.
“아아아악!”
“이 힘…… 은……!”
“신이시여……!”
그리고 5명의 사람은 새하얀 불꽃에 휘말려 불타오른다.
완전히 불꽃에 잠기기 전, 새하얀 날개를 펼치면서.
인간으로 분장한 천사들.
S급도 안 되는 이라, 너무도 손쉽게 제거가 가능했다.
이를 본 트람프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이 정도면 내 말을 믿겠느냐?]
“흐, 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트람프.
다혈질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금방 침착해지는군.
그래도 미국의 대통령이라 이건가?
“제게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내 사도가 되어라. 네가 원하는 것과 일치하지.]
“……수호신을 버리라는 겁니까?”
[그래. 신을 버리고 신이 되어라. 영생불사를 원하지 않았더냐?]
트람프가 말문을 잃고 머리를 굴린다.
그를 믿을 수 있을까?
김지호의 사도들이 파격적인 대우를 받긴 했는데…….
그렇다고 그 정도 대우를 받는다고 신이 될 수는 없어.
게다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버리면, 신벌이 내려올 텐데…….
찰나의 시간에 여러 상념이 올라오는군.
이번엔 당근을 줘야겠어.
[일단 A급을 만들어 주지.]
“…….”
[1차적으로 SP 1천만까지 지원하겠다. 네 등급이 올라야 온전히 받겠지만, 등급도 계속 오를 수 있게 해 주지.]
“그게 그렇게 쉽게 될 일이었으면…… 제가 E등급이겠습니까?”
[천국 쪽은 SP가 없어서 그러지 못했을 뿐. SP만 충분하면 가능한 일이다.]
“으음…….”
[대신 ‘김지호’가 사도직을 제안합니다. 그는 A급 각성자를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김지호’를 수호신으로 변경하시겠습니까?]
트람프의 감각을 공유하니, 이런 시스템 메시지도 뜨는군.
여전히 고민 중인 트람프.
하지만 그의 손가락이 ‘YES’로 움직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