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200화 (200/240)

<내 상태창 2개 - 200화>

대신 승급 (2)

헤라?

제우스의 아내 헤라를 의미하는 건가.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X 표시.

면밀히 살펴봐도, 처음에는 분석이 되지 않았다.

이런 적은 흑뢰를 볼 때 빼고는 없었는데.

창조주가 관여한 건가?

방패의 수복 과정을 생각해 본다.

[헤파이스토스의 만능 키트를 사용하였습니다.]

[아이기스의 방패가 다시 활성화됩니다.]

헤파이스토스의 만능 키트…….

SP 상점에서 팔고 있는 물건이었지.

상점창을 열어, 한 개 추가 구매해 봤다.

“흠…….”

아이템 창에서 작은 망치를 꺼냈다.

둘을 비교해서 분석하니, 곧 미세한 실선이 드러났다.

붉은색의 실선.

나와 아테나의 방패와 연결된 채, 어디론가 뻗어 나가고 있다.

“저 선은 추적해 보고…….”

내가 그리 말하자 내 몸에서 빛 한 줄기가 튀어나와, 이를 따라갔다.

순식간에 날아가는 빛.

저 선 탐색은 빛에 맡기고, 다시 방패를 살펴봤다.

아테나의 방패에 연결된 실의 지점은 앞쪽.

방패 앞을 둘러보니, 미세하게 파고들 여지가 있었다.

손톱에 영기를 담아, 슬쩍 긁어 봤다.

지직.

잠시 그 부분에 전류가 흐르더니, 곧 방패 전체로 퍼져 나갔다.

이 전류…….

제우스의 힘 같은데?

사각. 사각.

조심스레 더 긁자, 전기가 몇 번 번뜩이더니 사라져 간다.

그러더니 X 표시도 곧 스르르 없어진다.

X 표시가 사라지자, 메시지가 드러난다.

마치 이에 가려져 있었다는 듯이.

[…… 저번에 통신을 보낸 대로, 아레스는 총공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올림푸스의 신들은 대부분 참전이 확정되었으며, 힘을 힌두교와 도교 쪽으로 집중시킬 모양입니다.]

뭐?

이런…….

헤라가 지금까지 메시지를 막은 건가?

헤파이스토스의 만능 키트에 자신의 힘을 불어넣어서?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의아하다.

그녀는 대신일 텐데.

대신급의 은폐면 내가 중급신 때 발견이 가능했을 거다.

아니, 그래.

은폐가 너무 뛰어나서 내가 발견하지 못했다고 치자.

그래도 구조도 잘 파악이 안 되던 건 의아하군.

제우스가 만든 흑뢰처럼 말이야.

창조주가 만든 건가……?

일단 메시지를 계속 본다.

[하지만 아레스의 진정한 목적은 그게 아닙니다. 그는 인류를 완전히 없애려 하고 있습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곳은 지구입니다.]

지구?

인류를 멸한다니.

인간의 믿음에서 바탕이 된 게 신.

인간이 다 사라지면, 저놈들의 존재의 근간도 사라지는 건데…….

제우스는 SP 거래소만 있으면 된다고 했지.

그걸 믿는 건가?

[제우스는 인류 멸절에는 힘을 빌려 주지 않을 겁니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으니까요. 하나 사라진 신들, 헤라, 아프로디테, 디오니소스…… 이들이 마음에 걸립니다. 언제나 만전을 기해 주세요.]

그러면서 끊어지는 메시지.

하. 기가 차군.

진정한 목적이 인류 말살이라니.

내가 인류에게서 막대한 SP를 서포트받으니, 이를 싹 다 죽여 버리겠다는 건가.

진짜 막 나가네.

“지구에 분신을 파견하고, 제우스의 신도에게 주의를.”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아레스라면 뒤가 없이 달려들 수도 있지.

일단 내 분신을 지구에 파견하고, 신들에게도 주의를 당부했다.

[저들이 지구도 노린단 말씀입니까?]

[알겠습니다. 저희가 틈틈이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포교하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었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튀어나오면 되겠군.

그럼 이건 됐고…… 헤파이스토스의 만능 키트를 바라본다.

방패와 합쳐서 미약한 기운이 어디론가 뻗어 갔지.

그거, 추격은 다 됐나?

픽.

아까 내가 보낸 빛을 찾아보니, 이미 사그라지고 있었다.

빛이 마지막으로 멈춘 곳은…….

오케아노스에서 지구와 가장 가까운 한 신계.

느낌이 뭐가 있을 거 같아.

“저기 가 봐.”

분신 하나를 소환해서 포세이돈의 창을 주어 보냈다.

트라이아나를 소환해서 탑승하더니 사라지는 내 분신.

내가 뚫어 놓은 길로 잘 가고 있네.

[아르테미스. 네가 추천한 헤파이스토스의 만능 키트. 원래 팔던 거야?]

[어? 어. 잠깐. 지금 흑뢰 한참 없애고 있는데…… 너 대신 되더니, 스킬 장난 아니네. 다들 지금 완전 신난 상태야. 만능 키트? 그건 예전부터 헤파이스토스의 주력 상품이었는데.]

천진난만하게 대답하는 아르테미스.

아무것도 모르고 추천해 준 건가?

하긴. 얘가 뭘 알겠어.

[그거 때문에 아테나한테서 메시지가 안 왔거든.]

[아테나한테서 메시지? 그런 것도 받았어?]

이제는 딱히 숨길 일도 아니기에 이야기해 준다.

그러자 금방 내가 있는 곳으로 질주해 오는 아르테미스.

얘도 대신이라 그런지 빠르긴 빨라.

“아니, 아테나랑도 손잡고 있었다니. 진작 이야기해 주지!”

“뭐, 이런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잖아.”

“쳇. 그래도…… 지금은 왜 말해 준 거야?”

입을 삐쭉이던 아르테미스.

금방 표정을 풀고 나에게 반문한다.

“헤라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헤라? 뭐…… 그냥 세상에 알려진 그대로의 여신인데. 아름답기론 올림푸스에서도 손꼽히지만, 남편 잘못 만나서 바람둥이 제우스 바가지 긁는 가정의 여신.”

뭐 제우스가 바람피우고 헤라가 바가지 긁는 게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요 스토리긴 하지.

헤라클레스도 헤라 때문에 개고생했잖아.

“근데…… 제우스가 기독교 측에 진 후엔 좀 사이가 회복되었었지. 바람피워서 애 낳아도 그다지 터치를 안 하더라. 전력 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갑자기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 물어본다.

“그래? 그렇게 낳은 애들은 어디 있는데?”

“뭐…… 특수 부대 만든다고 데려갔는데. 그 이후엔 본 적이 없네. 그쪽 애들에게까진 관심이 없어서.”

“그래…….”

엘프리안이 그랬지.

애를 출산하면, 이를 잡아먹었다고.

그거…… 설마 예전부터 한 건 아닌가?

“뭐 짚이는 점이라도 있어?”

“아. 예전에 엘프리안이라고 케브리안의 대신에게 들었거든.”

제우스가 애 잡아먹은 이야기를 해 주자 구역질이 난다는 듯이 표정을 찡그리는 아르테미스.

“윽. 상상했어…….”

“뭐, 역한 이야기지.”

“하지만…… 제우스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헤라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야. 그녀는 가정의 신이거든. 그녀가 애 잡아먹는 걸 알았으면, 절대 눈감아 주지 않았을걸? 몇 번이고 공론화가 되었을 거야.”

“흠. 그래?”

“갓난아이를 그렇게 한다는 건, 가정의 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야. 바람피우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지. 애 없이 가정이 어떻게 성립되겠어?”

그런가.

제우스 놈이라면 틀림없이 자식 잡아먹었을 것 같았는데…….

“흠…… 뭐 그건 그렇다 치자. 그럼 X에 헤라는 무슨 뜻일까.”

“글쎄…… 잘 모르겠네.”

“이 만능 키트랑은 무슨 연관이고?”

“으음…… 아! 헤파이스토스는 헤라 아들이거든. 그거랑 연관이 있으려나?”

어째 이야기를 들어도 딱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없어 보이는군.

하지만 대신에 들어서면서 예지 능력이 조금 더 발전한 것일까.

뭔가 감이 왔다.

헤라에 대해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감이.

“좀 조사해 봐.”

“조사? 나 올림푸스에 끈 떨어진 거 몰라?”

“오디세우스랑 한번 추리해 봐. 녀석은 정보가 좀 있겠지.”

“오디세우스랑? 쳇. 알았어. 이런 건 아폴론이 잘하는데…….”

아폴론?

그러고 보면 녀석의 영혼석, 봉인이 50%까지 풀어졌었지.

지금은 어떨까.

[아폴론의 영혼 조각 ? 봉인 80% 해제 상태]

[소유자가 대신이 되어 영혼 조각이 힘을 스스로 회복하는 중입니다.]

[SP를 소모하여 더욱 빨리 봉인을 해제하시겠습니다?]

한번 확인차 보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어느새 80%야?

금방 올랐네.

SP는 얼마나 소모되나 눌러 보자…….

[1%당 5억 SP가 필요합니다.]

5억?

결국 풀려면 100억이 필요한 거잖아.

하. 무슨 놈의 SP가 이리 많이 들어?

“오. 영혼신님. 대신이 되셨으니 영혼 조각은 금방 복구하시는…….”

두 손을 모으며 나에게 어설프게 존대를 쓰는 아르테미스.

그녀의 기대를 가볍게 부숴 버린다.

“백억 든대.”

“뭐……? 백억? 그렇게 많이 들어?”

“그래. 원래 50%였는데 영혼신 된 후로 80%로 회복했어. 스스로도 회복한다니 좀 기다려 봐. 내가 SP 좀 더 확보하면 살려 볼 테니깐.”

“……알겠어. 그럼 오디세우스와 정보 수집 좀 하고 있을게.”

아르테미스가 아쉬움에 고개를 약간 떨군 채 돌아간다.

이거 참.

대신이 돼도 SP가 아쉬운 건 여전하구나.

그래. SP 거래소 제한이 사라졌다니, 그거나 좀 알아보자.

“거래소 매니저 소환.”

내 말에 바로 튀어나오는 황금 돼지.

허공을 떠다니던 황금 돼지는 날 보자마자 땅바닥에 내려와 넙죽 엎드렸다.

“주인님. 대신 각성…… 감축, 감축드립니다! 꿀꿀.”

“호오. 매니저라 알 수 있나 봐.”

“예. 시스템이 주인님을 완전한 SP 거래소의 주인으로 인정했다고 메시지가 떴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벌어들이는 게 있겠지?

“그래서…… 이제 제약이 없습니다. 꿀꿀.”

“그럼 지급 준비율이니 뭐니 하는 것도 다 사라진 거야?”

“예. 예금 한도, 대출 한도도 다 사라졌습니다. 얼마든지 받아서, 얼마든지 빌려줘도 됩니다. 꿀꿀.”

지급 준비율뿐만이 아니라 한도가 모조리 사라졌어?

지금은 500조였나?

그게 사라지다니.

수익이 얼마나 날지 예상이 가지 않는데…….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SP 거래소가 미치는 거리가 어마어마해졌습니다.”

“그건 대신이 되었으니 그럴 법하지. 얼마나 늘었는데?”

“기존이 1이라면, 지금은 100…… 아니 그 이상입니다! 꿀꿀! 지금 끊임없이 들어오는 예금, 대출 요청에 정신이 없을 지경입니다……!”

꿀꿀거리면서 환희에 물든 황금 돼지.

공중에서 몇 번이고 공중제비를 돈다.

이 녀석, 이런 재주도 있었나?

“앗…… 제가 이 무슨 추태를…… 꿀꿀…….”

“그거, 규모가 너무 커졌는데. 혼자 할 수 있겠어?”

“아. 그에 관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변하는 황금돼지.

“제가 가진 지분, 0.1%로 낮추려고 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왜. 1%였잖아?”

“제가 가지기엔 너무 막대한 이권인 것 같습니다. 꿀꿀. 저는 제 분수를 압니다. 이 정도로 저에겐 충분한 SP입니다…… 꿀꿀.”

스스로 지분을 포기하다니.

나야 준다니까 좋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당황스럽네.

그래도 주는 건 사양하지 않는다.

“그래. 알겠어. 다시 준다면야 나야 좋지.”

“휴우. 정말 감사합니다. 꿀꿀. 그리고 제 동족 몇을 업무를 위해 고용해도 되겠습니까? 너무 크게 확장된 바람에 저 혼자서는 일 처리를 다 할 수가 없습니다. 꿀꿀.”

“그거야 당연하지. 네가 매니저니까.”

“예. 알겠습니다. 꿀꿀.”

스스로 지분을 0.1%로 낮추고, 자기가 그들에게 월급도 다 주겠다고 하는 황금돼지.

자식.

기특한데?

“그럼 지금부터 금 돼지, 은 돼지를 100마리, 1000마리씩 각각 고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규모는 일단 지금의 백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이는 일 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꿀꿀.”

“오오. 좋아. 기대하고 있겠어.”

“예. 그리고 SP 거래소의 거래 범위가 넓어지면서, 투자 제의도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다 차단할까요?”

황금 돼지가 당연하다는 듯이 물어본다.

이제 거래를 제약하던 한도도 다 사라졌으니, SP 거래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셈.

당연히 이 지분을 팔아넘길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아니. 잠깐. 네가 반납한 0.9%. 팔자.”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SSS급에 오르긴 했지만 지금 지닌 SP가 그리 많지 않아.

결전을 대비해서 군자금을 마련해 둬야겠어.

“0.9%를요……? 온 세상 신들의 관심이 모두 이리로 쏠릴 겁니다. 꿀꿀.”

“그래. SP 거래소의 한도가 사라진 이상, 그 가치는 어마어마하겠지. 이걸 모두 알려서 비싼 값에 팔자.”

“꿀꿀…… 그래도 너무 아깝습니다…… SP 거래소에 주인님이 셀프로 대출을 못 받는 게 아쉽군요.”

“그런 제약은 남아 있나 봐?”

“예. 이것은 SP 거래소의 기본적인 신용과도 관련된 문제라서 그렇습니다. 꿀꿀.”

셀프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군.

“지금 당장 SP가 필요하니까. 0.9%로 부족하면 조금 더 팔 수도 있어.”

“아닙니다. 꿀꿀. 제가 꼭 비싼 값에 판매하도록 하겠습니다. 전 우주의 신들이 다들 군침을 흘릴 겁니다. 아, 경매를 진행하시면 어떻겠습니까?”

“호오. 경매?”

“예. 꿀꿀. 최소 제한 등급을 창조주로 제한해서 받는 거지요. 제가 창조주들에게 사업 설명을 보내겠습니다.”

SP 거래소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그만큼 투자 가능한 창조주의 숫자도 늘어난 건가.

경매 좋네.

지금 나도 현재 가치가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안 가는데, 경매로 하면 가격도 쓸 만하게 나올 거 같아.

“그래. 진행해 봐.”

“예. 최소 1000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담담히 이야기하는 황금돼지.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나는 더 이상 담담해질 수 없었다.

“천조……?”

“예. 너무 쌉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는 되어야 많이 뛰어들겠지요.”

“……어. 그래. 최대한 빨리 진행해 줘.”

“꿀꿀. 알겠습니다!”

그러더니 사라지는 황금 돼지.

“천조…….”

천조면 얼마냐?

일 억을 만 번 더해야 일조니까…….

천만억?

백억 아까워서 아폴론의 영혼석을 봉인 해제하지 않았는데…….

허. 그렇게 아낄 필요가 전혀 없었구나.

그리고 이틀이 지나.

황금 돼지가 사업 계획서를 뿌리고 입찰을 받으려 하는 때.

나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제우스.

광오한 한 줄이었다.

[영혼신. 지분 0.9%를 준다면, 살려 주도록 하지.]

이 새끼, 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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