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99화 (199/240)

<내 상태창 2개 - 199화>

대신 승급 (1)

[대신으로 승급하시겠습니까?]

목표 액수가 채워지자마자 뜨는 심플한 메시지.

바로 예를 눌렀다.

[영혼신으로서 대신의 직위에 오릅니다.]

[영혼신으로서 대신의 직위에 도달합니다. 시스템의 제약에서 상당 부분 벗어납니다.]

여느 때처럼 태양빛으로 흑뢰를 없애며 메시지를 본다.

평소와는 달리, 메시지 창이 점차로 흐릿해지고 있었다.

[SP 거래소에 가해진 제약이 사라집니다.]

[‘스킬’로 묶어 두었던 시스템의 제약이 사라져, 영혼 스킬이 완전해집니다.]

[자아가 끝없이 확장합니다…….]

[인류의 SP를 모두 파악합니다.]

[지구 인간의 영혼을 관장합니다.]

세상에 먹힌다.

아니. 세상을 내가 먹고 있다.

영력을 가진 모든 인간이 한 번에 수도 없이 들어왔다가 나간다.

그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다.

완연한 절대자의 느낌.

SP에 관해서는 완벽히 조작을 할 수 있다.

“아직도 제우스를 믿는 이가 있었구나.”

70억 인구의 의식 중, 특히 신앙에 대해서는 더욱 자세히 파악이 가능하다.

아직도 비밀 결사대처럼 숨어서 제우스를 신봉하는 이도 꽤 되는구나.

지금 파악되는 숫자만 해도 약 3천만.

이를, 수정해 본다.

믿는 신을 나로 바꿔 볼까?

이를 위해서는 의식을 완전히 개변시켜야 한다.

육체가, 뇌가 기억하는 정보부터 영혼에 각인된 깊은 신앙까지.

“흠.”

바꿀 수는 있지만, 쓸데없이 SP가 많이 드는군.

한 사람당 100에서 최대 10000정도의 SP가 들어간다.

육체마저 간섭해야 해서 드는 SP의 낭비.

3천만을 다 바꾸면 수백억의 SP가 들어갈 터.

이 방법밖에 없다면 그 정도 SP도 아깝지 않게 쓰겠지만…….

다른 방법도 있지.

“SP의 통로를 바꾼다.”

제우스는 그냥 그대로 믿게 둔 채, 그들이 봉헌하는 SP만 나에게로 돌린다.

길을 변형하는 작업이 오히려 쉽다.

의식이 끝도 없이 확장하여, 한 번에 만 명씩 변경 작업을 진행한다.

십만 명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 일 분.

너무 느리다.

좀 더 빠르게.

더 빠르게 가능할 거다.

의식을 더욱 넓히고 보다 더 효율적으로 정신을 바꾼다.

잡념은 사라지도록. 마치 기계처럼…….

변형. 변형을 계속 가한다.

“하하하!”

제우스의 신도는 여전히 그를 믿는다.

하지만 그들이 바치는 SP는 모두 나에게 돌아온다.

SP를 중간에 빼돌리니, 이것도 나름 재미있군.

물론 SP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말이야.

그렇게 변형에 변형을 계속 가한다.

신앙의 끝.

그 종착점을 바꾸는 노가다와도 같은 행위.

……이를 계속해서 하다 보니, 지루하다.

겨우 1, 2분이 더 지났는데.

60만을 바꿨는데.

갑자기 너무 많은 이를 바꿨기 때문일까?

대신 승급 후, 너무나 넓어진 내 의식.

마음먹으면 70억 인구의 영혼에도 간섭할 수 있는 스케일.

이게 너무 갑자기 찾아오니, 나 ‘김지호’라는 의식이 마치 내 안에서 먼지 같은 비중이 되는 것 같다.

이런. ‘나’를 지켜야 하는데.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의식을 끝없이 넓히니, ‘내’가 사라지는 거 같다.

“근데 내가…… 이걸 왜 굳이 일일이 하고 있지?”

3분이 지나자 그런 의문에 휩싸였다.

생각해 보면 인류의 배신자나 다름없는 이들.

제우스에게 SP를 바치는 것 자체가 인류에게 있어서 중죄다.

그들이 주는 SP, 수입이 막힌 제우스에게야 좋을지 몰라도, 내 입장에서는 그다지 많은 액수도 아니고.

“…… 굳이 이럴 것도 없이, 죽일까?”

그래.

가장 쉬운 건 그들의 영혼을 약탈하는 것.

10억의 조건은 이미 내가 대신이 되었으니 필요 없다.

인류가 얼마나 살아남든, 이제 내 알 바 아니지.

영혼 약탈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

‘김지호’가 거대한 의식에 먹히지 않을 방법.

3천만의 인류…… 무슨 대수…….

“김지호……?”

그때, 아르테미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눈앞에서 흰 손을 좌우로 흔들고 있는 달의 여신.

그 모습을 보자 정신이 화들짝 들었다.

“후. 무슨 생각을…….”

조금 전 의식의 흐름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그래.

귀찮았다.

SP 루트를 3천만이나 바꾸는 게 귀찮아서, 그냥 죽이려 했다.

의식이 먹힐까 봐 그런 게 크지만, 귀찮은 것도 아주 많은 몫을 했지…….

제우스를 믿는다지만.

그래도 그들이 세뇌를 당해서 제우스를 믿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너무 손쉽게 죽음의 단추를 누를 뻔했다.

이래서야 그냥 다른 쓰레기 신들이랑 별다를 바가 없잖아……?

“뭔 일 있어? 너 근데 기세가 엄청난데…….”

아르테미스의 말에 좀 전의 일은 일단 묻어 두고 대답했다.

“한 차례 더 올라섰어. 나도 이제 대신이다.”

“……진짜 지금까지는 대신이 아니었던 거야? 무슨 중급신 주제에 대신보다 세냐?”

“난 영혼신이잖아.”

“하…… 그래. 그 잘난 클래스니까, 이제 창조주와도 상대할 수 있겠네? 제우스랑?”

아르테미스가 하늘을 손으로 가리킨다.

“흑뢰…….”

검은 번개가 되어 제우스의 주구로 타락한 신.

창조주가 되어서 만들어 낸 작품.

그걸 보자 궁금증이 피어났다.

이것도 지금 내 힘으로 되돌릴 수 있나?

없애는 거야 쉽지만, 창조주의 작품을 원래대로 돌리는 거야말로 창조주와 상대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흑뢰를 파악해 본다.

영혼 분해를 굳이 하지 않아도 바로 눈에 들어오는 구조.

구조 자체는 심플하다.

창조주의 힘이 담긴 번개에 신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집어넣은 구조.

번개 안에서 신의 영혼은 스스로 불타올라 연료가 되고, 결국에는 소멸한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선, 흑뢰 속에 있는 신의 영혼을 모조리 봉합해 끄집어내면 될 뿐.

프로토콜은 간단하니 바로 실행한다.

“나와라.”

의지를 담자, 곧바로 신언이 발현한다.

흑뢰가 그대로 찢어지고, 그 안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신의 영혼.

그런데…….

지지지직.

얼마 나오지 않아 스스로 소멸하는 신의 영혼 조각.

영혼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배력이 강한 나인데, 흑뢰에선 벗어나질 못한다.

너무 빠르게 흑뢰를 부숴서 그런가?

하늘 위에 깔린 검은 번개를 향해 이리저리 실험을 해 본다.

약하게도 부숴 보고, 단번에 소멸시켜 보고, 아예 구멍만 내 보고…….

하지만 그 무슨 짓을 해도 흑뢰에서 꺼낸 영혼은 스스로 소멸했다.

신의 영혼 조각이라도 모아만 놓으면 살릴 수 있는데…….

이건 좀 골치가 아프군.

“창조주가 만든 것은 다른가?”

야훼가 만들었던 멸혼구는 그래도 중급신 때도 봉인을 풀었는데…….

그건 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만든 게 아닌 거였나?

흑뢰의 분석은 확실히 쉽지가 않았다.

콰르르르!

내가 평소와는 달리 실험을 계속하자, 흑뢰가 기승을 부린다.

아무래도 태양신의 권능으로 깡그리 없애는 거랑은 속도가 다르니까.

“저기, 우리가 공격해?”

“아. 잠깐. 태양신의 권능.”

태양신의 권능도 얼마나 강해졌는지 볼까.

빛을 뿜어내고 이에 영기를 담는다.

지직…….

살짝 버티나 싶더니, 단번에 사라지는 흑뢰.

빛은 아스가르드의 하늘을 넘어서서, 오케아노스의 영역까지 뻗는다.

거기서 대기하던 흑뢰까지 모조리 불살라 버리는 태양의 권능.

체감상 적어도 5배…… 아니, 10배 이상 강해진 것 같다.

“상태창.”

SSS급이 된 김에 능력 확인 겸 상태창을 열어 봤다.

그러자 뜨라는 상태창은 안 뜨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스템의 제약에서 상당 부분 해방되셨습니다.]

[상태창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고 영혼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가용 SP는 143억입니다.]

뭐야…….

아예 없어?

영력 수치도 없고, SP만 뜨네?

애초엔 상태창이 두 개였는데, 한 개로 변했다가 이젠 아예 없네.

있다가 없으니까 뭔가 아쉬운 느낌이다.

“와. 진짜…… 흑뢰가 그냥 사라지네.”

내 옆에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아르테미스.

“여기는 더 이상 커버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 사도신들 데리고 다른 지역을 도와줘.”

“어……? 하지만 계속 내려올 텐데.”

“오케아노스의 저편까지, 모조리 쓸어버릴 거니까.”

“그게…… 가능한 거야?”

오케아노스의 지도를 띄워 본다.

그러자 공격 루트 한쪽의 적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실시간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침을 꼴깍 삼키는 아르테미스.

“이거면 아스가르드는 지킨 거네?”

“뭐, 흑뢰만 따진다면 그렇지.”

빛이 계속 퍼져 나가자, 세 루트 중 한 루트가 정리된다.

요 며칠간 끈질기게 공방전을 펼쳐도 없어지지 않았던 흑뢰의 군단.

그 세 갈래 중 하나가 너무나도 쉽게 평정된다.

“…… 널 상대할 수 있는 건 이제 제우스뿐이겠어.”

확실히.

중급신일 때는 아레스가 어떤 수를 쓸지, 좀 걱정이 되었지만…….

지금은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만 들 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SP를 좀 더 모으면, 내가 쳐들어가도 될 정도.

“그래도 방심은 하지 않아야지. 진정한 적은 제우스니까.”

“좋은 자세네. 근데, 이럴 거면 네가 나머지 길도 다 쓸어버리면 되잖아?”

“SP 소모가 없는 건 아니라서. 흑뢰를 통해 실험할 것도 있고…….”

SP가 얼마 남았는지 보니 10억이 넘게 소모되었다.

원래는 더 소모되었지만, 흑뢰에서 최대한 SP를 뽑아내니 그 정도 소모로 끝난 것.

나머지 두 길을 쓸어버린다고 해도 SP는 충분히 많이 남겠지만…….

일단은 SP를 킵해 둔다.

“난 흑뢰 가지고 실험을 해 볼 게 있으니, 아스가르드 애들 도와주러 가 봐.”

“알았어. 다녀올게.”

사도신들을 이끌고 사라지는 아르테미스.

그녀가 가는 동안, 세 가지 일을 모두 동시에 처리해 본다.

흑뢰의 연구, 제우스 신도의 SP 봉헌 루트 왜곡.

이 두 가지 일을 내 의식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처리하며, 동시에 각 신계에 놔두었던 아바타를 움직여본다.

일단은…….

“코끼리 위네.”

힌두의 신계에 있는 내 몸.

코끼리 위에 타고 있던 내 분신이 벌떡 일어선다.

감각은 그대로.

SP도 그대로고…….

힘도 실험은 안 하지만 본체와 비슷하게 쓸 거 같다.

“어이쿠. 뭐야? 김지호?”

내 옆에 누워 있던 인드라가 화들짝 놀란다.

뭐야. 이놈은 왜 내 아바타 옆에 있어?

그것도 누워서.

“야. 왜 여기 누워 있냐?”

“무슨 소리야. 내 코끼리 위에 내 맘대로 누워 있는 게 잘못이야?”

“근데 왜 내 몸 바로 옆에 누워 있는데?”

이 녀석 아바타로 인체 실험이라도 한 거 아냐?

“적이 혹시 쳐들어오면 바로 깨우기 위해 그런 거지. 우리 신계의 수호자를 옆에 둬야 할 것 아니냐.”

“흠. 그런가?”

아바타를 살펴보니 딱히 실험의 흔적은 없었다.

몸도 정상이고…….

어디 건드린 곳도 없는 거 같고, 잘 모셔 둔 것 같군.

그에 반해, 도교 쪽은…….

“여긴 어디냐…….”

눈을 뜨니까 상자 안에 몸이 봉인되어 있었다.

몸에 딱 맞는 걸 보니 관 같은데.

거기에 이마에 느껴지는 불쾌한 감촉.

쓱 쥐어 보니 노란 부적이 지지지직 거리며 슬쩍 반항한다.

“어딜.”

가볍게 떼어 내고 영체 형태로 관에서 튀어나온다.

그러자 주변 모습은 관 천지의 음산한 지하실.

힌두 신계에서는 나름 신왕의 옆에서 수호자로 대우받았는데, 여기선 대우가 처참하네.

“한번 점검해 봐야겠군…….”

아바타를 움직여, 힌두의 신계에서 신왕과 협력을 다시 다지며.

아바타를 움직여, 도교의 세계를 둘러본다.

여러 명의 몸이 다 내 것처럼 인식되면서 여러 세계를 동시에 관찰하고, 실험하고, SP 루트를 뒤바꾼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진행하며, 좀 익숙해지기를 기다리니…….

“할 만하네.”

대신이 되어서 그런가.

수없이 정보가 들어오는데도 나름 할 만하다.

처음에 제우스의 신도 루트를 바꿀 때만 해도 효율만 따지다가 완전히 내 인격이 깎여 나가는 것 같았는데.

어느 정도 나를 유지하면서 일을 진행하니 속도는 조금 느릴지언정 안정감이 들었다.

“두 신계는 이상이 없고…….”

힌두의 신계나 도교의 신계나 쓱 둘러봐도 이상은 없다.

도교 녀석들, 취급이 워낙 엉망이라서 뭐 있나 했는데.

딱히 별것 없네.

좀 더 둘러보다, 굳이 더 조종할 필요를 못 느껴 두 아바타의 움직임을 정지시켰다.

그럼 순찰은 끝났고, SP 거래소나 한번 점검을 해 볼까?

제약이 이것저것 많았는데, 이번에 확 풀린 거면 SP 좀 끌어다 쓸 수 있겠는데.

[주신이시여. 올림푸스의 협력자에게서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때 오디세우스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금 한참 지구에서 김지호 포교로 정신없던 오디세우스.

올림푸스의 협력자와 연락한다더니 별 소식이 없었는데, 드디어 왔네.

[방패를 아직도 복원하지 않았느냐고, 꼭 확인해 보라고 하십니다.]

방패?

방패에는 별것 없었는데…….

하루에 한 번은 확인했는데 말이지.

“아이기스.”

아이기스의 방패를 소환한다.

내 주위를 둥둥 떠다니는 원형 방패.

그 뒷면에는 원래 아테나가 보내는 메시지가 있었지만, 수리 후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게, 지금에서야 보인다.

하나 보이는 것은 아테나의 글귀가 아니었다.

그 대신, 핏빛의 X가 섬뜩하게 그어져 있었다.

X의 아래에는, 작게 영문으로…….

Hera라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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