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98화>
각성자, 양성하다 (3)
지구에 온 김에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켜 본다.
“아직은 미카엘 관련 기사는 없네.”
미카엘이 선전 포고를 했지만, 아직 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긴 방금 나한테 선전 포고를 한 만큼, 시간이 필요하겠지.
대신…….
[민족의 시조 환웅, 김지호를 자신의 주신으로 인정하며 믿음을 호소하다.]
[아마테라스, 김지호를 섬김으로서 일본 열도를 혼란에 빠뜨리다.]
[불교계, 김지호를 신으로 인정하다.]
[힌두교에서도 이어지는 인정. 신왕 인드라가 ‘그는 나의 충실한 협력자. 그를 신으로 믿는다면 각성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
[도교에서도 퍼지는 김지호의 이름.]
순식간에 퍼지는 나의 이름.
리플에는 갑론을박이 한참이었다.
-갑자기 신들이 왜 이래?
-사도신…… 이면 부하가 된 거지? 환웅과 아마테라스를 모두 부하로 삼다니. 한일 합병한 거야?
-일본 놈들 멘붕한 거 봤냐? ㅋㅋㅋㅋㅋㅋ 넷우익들 저건 아마테라스가 아닐 거라고 현실 부정하던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신님이라고 추앙하더니 ㅋㅋㅋㅋㅋ-그런데 환웅이나 아마테라스나 사실 아시아권이지, 전세계에선 존재감 미미하잖아? 근데 잘나가는 메이저 종교들은 왜 갑자기 다 김지호를 신으로 인정했대.
-ㄴ 다 인정하긴 무슨. 하나님은 인정하지 않으셨다.
-ㄴ 어 그러네? 기독교는 별말 없네.
-ㄴ 가톨릭도, 이슬람도 별다른 입장을 표하지 않고 있음.
리플을 보니 확실히 아직은 사탄으로 낙인 찍질 않았군.
김지호로 도배된 기사들을 이리저리 클릭하고 있자니, 흥미로운 뉴스 영상이 눈에 띄었다.
[김지호를 믿으면 각성한다?]
-신들이 갑자기 김지호 신을 홍보하면서 하는 말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지호를 믿으면 각성자가 된다.’
-신을 믿기만 해도 각성자가 된다니, 참 믿기지 않은 말입니다. 그래서 취재진이 실험에 들어갔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김지호’의 사진입니다.
뉴스 영상을 보다 보니 갑자기 내 얼굴이 뜬다.
내가 보기에는 괜찮게 생겼지만, 인터넷에 뜨는 신들의 얼굴에 비하면 한 마리의 오징어에 불과한 외모.
화면이 바뀌며 드러난 장소는 책상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방 안.
취재진이 책상 위에 내 사진을 마치 영정처럼 올려놓는다.
-제가 실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평소 이름이 같아, 저는 그를 신으로 믿지 않았습니다.
자막에 ?이지호 기자-라고 뜬 사내.
나랑 이름이 똑같아서 신으로 믿질 않은 거구나.
삐쩍 마른 안경남이 책상 앞으로 쭈뼛쭈뼛 걸어가더니, 내 사진에 갑자기 엎드려 절을 한다.
-김지호 신을 믿습니다!
으.
저러니까 내가 죽은 거 같잖아?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지만, 뭐 어쩌나 보려고 영상을 계속 바라본다.
쿵. 쿵.
-믿습니다. 믿습니다……?
이마를 땅바닥에 쿵쿵 박을 정도로 열성적으로 절하던 이지호.
갑자기 절을 하다 멈추더니, 놀란 기색으로 카메라를 바라본다.
-됐어요…….
-뭐?
-각성! 됐다고요!
그러자 흔들리는 카메라.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곧 영상이 종료가 된다.
-시청자 여러분. 이것은 결코 저희가 조작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이지호 기자는 헌터 사무국에서 각성자 인증을 받기 위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지호 기자의 인증이 끝나면 후속 보도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뭐…….
간단하게 각성하네.
그 영상 아래에는 리플이 엄청나게 달려 있었다.
-인증이 없으면 뭐다?
-ㄴ 조작이지. 저게 말이 되냐?
-ㄴ ㄴㄴ, 저거 진짜야. 나도 각성함.
-ㄴ 김지호충 꺼져.
-ㄴ ㅂㅅ. 헌터 사무국 가 봐라. 지금 인증받으려고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갑론을박이 한참인 인터넷 세계.
그래도 뭐 믿는 게 대수라고, 실험해 볼 사람은 많을 것 같았다.
흠…… 이들을 어떻게 더 각성을 빠르게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그래. 사도의 정원이 사라지고 신계가 되었으니까…….
”시스템 창을 열어 본다.
그러자 새로 생겨난 ‘신계’창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누른다.
[‘신계’창을 불러옵니다.]
[신계가 지구와 융합된 상태입니다. 융합된 정보를 가져옵니다…….]
그렇게 …… 만 뜨는 시스템 창.
뭐 곧 창이 뜨겠거니 했는데, 그저 계속 …… 만 뜬다.
이거, 갑자기 옛날에 똥컴을 쓰던 기억이 나네.
상태창을 띄워 놓은 채로 기사를 몇 개 더 봤는데도, 계속 로딩이 멈추지를 않는다.
“아니. 이거 언제 끝나?”
이 소리가 안 나올 수 없는 상황.
창조주마저도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위대한 시스템이 이깟 로딩으로 버벅거리냐?
[SSS급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대신에게만 허용된 정보가 다수 포함되어, 필터링 중입니다.]
[필요한 정보만을 찾아보시겠습니까?]
필요한 정보라.
지금 가장 급한 건 사람들의 각성이지.
이렇게 말해도 찾아지나?
“인간을 더 쉽게 각성시킬 방법을 찾아 줘.”
[현재 ‘신의 권위’를 통해 인간의 각성을 돕고 있는 중입니다. ‘신의 권위’를 업그레이드하겠습니까?]
신의 권위.
날 신으로 믿으면 각성을 쉽게 해 주는 능력인가?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비용은 일억.
비용이 좀 들긴 하지만,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SSS급이니 투자하기로 했다.
1억 다음은 2억, 그다음은 3억…….
합쳐 6억을 쏟아붓자 추가 메시지가 뜬다.
[지구에 대한 지배력이 부족하여 더 업그레이드할 수 없습니다. 지배력을 늘리십시오.]
“지배력은 어떻게 늘려?”
내 질문에 답하는 시스템.
[신의 이름을 인간에게 확실히 각인시키고, 그들을 각성시킵시오.]
이거, 결국 지금 하는 일을 계속 열심히 하라는 거네.
신의 권위를 3단계 업그레이드했으니, 속도는 아까보다 빨라지겠지.
“앞으로는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괜히 몸이 근질근질하다.
이대로 가만히 대기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더욱더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 본다.
그러자 아스가르드에서 흑뢰와 다투고 있는 사도신들이 생각났다.
그들 중에는 존재감 없는 신들도 많았지만, 관우같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신들도 꽤 있었지.
그들이 직접 포교에 나서면 더 빠르지 않을까?
“교대하자.”
그래서 고안한 방법은 사도신을 하루에 반씩 교대하는 것.
사도신 반은 지구로 돌아가고, 난 아스가르드로 다시 돌아가 그들의 빈자리를 채운다.
[사도신 반을 포교하는 데 쓰겠다고? 그들 때문에 지금 겨우 버티는 실정인데…….]
“내가 녀석들 몫은 해.”
처음에는 내 제안을 그다지 반기지 않던 로키.
하지만 입장상 내 제안을 거절할 수 없는 만큼, 알겠다면서 포탈을 열어 준다.
“주신의 위대함을 홍보하면 되는 것입니까?”
“일단은 나라는 신이 있다는 걸 알게만 해 줘.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 위주로 포교해.”
“알겠습니다. 저희가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가, 포교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영혼 중개로 일일 SP를 받긴 했지만, 그래도 그간 힘에 부쳤던 걸까.
다들 얼굴이 밝아진 채 지구로 돌아갔다.
“흑뢰가 주로 쳐들어오는 경로는 세 군데야. 네 사도들은 비프로스트 근처를 방어해 줬지.”
“비프로스트?”
“아스가르드의 무지개다리야. 그 하늘에서 흑뢰가 내려오고 있지.”
로키의 안내를 받아 비프로스트로 향했다.
마치 절벽처럼 밑으로 향해 있는 무지개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다리의 끝은 우주처럼 어두운 공간에 떨어져 있었다.
“거긴 아무것도 없어. 그것보다 위를 봐 봐.”
내가 밑을 바라보자 로키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콰르르르.
그러자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검은 벼락.
땅에서 뭉쳐, 사람의 형태를 이룬다.
“제압해라!”
이를 처리하러 달려가는 내 사도신들.
다들 미리 진을 친 채, 능숙하게 다구리를 놓고 있었다.
“지금은 다들 손발이 잘 맞아서 쉽게 방어했는데…… 반이 빠지면 좀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라니까. 내가 다 커버해 줄 테니까.”
흑뢰로 인해 태양빛이 가려져 있는 하늘.
예전에는 빛이 가려지면 힘을 쓰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르지.
“태양신의 권능.”
어둠이 가로막는다면 이를 모조리 불사르면 되지.
빛을 퍼뜨려, 흑뢰를 없애 버린다.
예전보다 강력한 태양신의 권능에 감히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흐트러지는 흑뢰.
이제는 사라지면서도 소량의 SP가 흡수되니, 이를 바탕으로 더욱 가열차게 공격을 개시한다.
흑뢰로 가득했던 하늘이 금방 맑아졌다.
그러자 이를 보고 있던 로키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어…… 센데?”
“이 정도면 반의 몫은 하는 거겠지?”
“하하. 당연하지. 반 이상을 하는 거 같은데…… 여기는 혼자 맡으셔도 될 거 같아. 나머지 반은 우리가 좀 데려가도 될까?”
“그건 아니지. 내가 힘이 빠질 수도 있으니까. 나머지 반은 여기 냅두셔.”
“쳇…… 어쩔 수 없지. 그럼 위험할 때 좀 도와줘.”
“그래.”
나머지 사도 반은 예비대로 남겨 둔 채, 들어오는 흑뢰를 제거한다.
하루가 지나면 사도끼리 교환을 해 가며, 시간을 보낸 지 5일차.
1일 SP 수입은 서서히 늘고 있었다.
처음에는 9억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다음 날에는 9억 500만, 800만, 1000만…….
3일간 수익이 1천만 늘었지만, 성장세는 둔화된 상태.
이대로라면 한 달이 넘게 지나도 10억에 도달할까에 대해 의심스러운 속도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4일째.
사도신들이 하루 만에 교대를 한 채 돌아왔다.
“별다른 점은 없었습니까?”
“예. 주신의 명성은 이제 세계 각기에 퍼져…….”
“앞으로는 5일에 한 번씩 바꾸죠.”
“예. 알겠습니다.”
하루 만에 바꿔 가니까 뭔가 비효율적인 거 같아, 5일에 한 번씩 바꾸기로 했다.
그러자 좋아하는 사도신들.
하루에 한 번 왔다 갔다 하느니, 좀 오래 있는 게 포교하기도 낫겠지.
그동안 아레스의 침공이 있나, 미카엘의 발표가 있나 주의를 기울였지만, 딱히 별다른 건 없었다.
오케아노스의 지도에 뜬 흑뢰 부대도 양이 상당히 줄어든 상태.
이 정도면 흑뢰의 침공은 잘 막은 건가.
“태양신의 권능.”
여느 때처럼 빛을 뿌리자 사라지는 흑뢰.
이제는 거의 습관처럼 빛을 뿌리며, 신경은 오히려 다른 데에 집중한다.
지구의 동향, 각 대신계의 동향, 적의 움직임…….
이런 걸 읽어 보려 하지만, 딱히 들어오는 정보는 없었다.
녀석들. 이대로 그냥 나에게 시간을 줄 셈인가?
SP는 하루에 9억씩 들어오고 있어서, 이대로 시간 끌면 나만 유리한데.
그때, 갑자기 사도신들에게서 동시다발적으로 통신이 들어온다.
[주신이시여. 기독교 측에서 긴급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교황청에서 10차 십자군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대천사 미카엘께서, 주신을 사탄으로 규정했습니다.]
[주신이시여. 이슬람교에서 주신을 향해 성전을 선포했습니다. 시아파와 수니파를 가릴 것 없이 주신을 신의 적으로 규정했습니다.]
시간을 맞춘 듯이 들어오는 메시지.
세계의 종교 반이 드디어 나를 적으로 돌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사탄이라.”
햇빛으로 흑뢰를 없애며, 뉴스를 틀어 본다.
사탄으로 나를 규정하는 각 종교의 지도자들.
이슬람의 강경파 뿐 아니라, 세간에는 인격자로 이름 높았던 교황도 나를 앞다투어 비난한다.
특히 천국행을 막는 사탄으로서의 내 존재감을 깊게 각인시키며, 하느님을 위해 김지호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로써 모두에게 알려지나?”
하루 종일 내 뉴스만 나온다.
어떤 종교에서는 신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종교에서는 악의 축이 된 채.
하루아침에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으니, 기분이 새롭다.
지금까지는 신으로 잘 인정받고 있었는데, 이제는 ‘어쩐지 인간이 그럴 리가 없다. 역시 악마랑 손을 잡아서 그런다.’ 이러면서 악플이 무수히 달리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나를 옹호했던 다른 종교도 똑같이 욕을 먹고 있었다.
종교끼리의 분쟁도 점차 심해지는 상황.
하지만 그런 건 내 관심 밖이었다.
내 관심은 단지 1일 SP 수익, 그뿐.
그깟 욕이야 얼마든지 처먹어도 된다.
그리고 미카엘의 발표 이후, 들어온 SP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SP를 9억 4790만 얻습니다.]
단번에 3천만이 넘게 오른 SP 수입.
내가 그렇게 사도를 불러서 퍼뜨리려고 해도 느리게 오르던 SP 수입이 팍팍 올라간다.
그리고 그 이후로 4일 만에…….
[SP를 9억 5960만 얻습니다.]
[SP를 9억 7460만 얻습니다.]
[SP를 9억 9111만 얻습니다.]
[SP를 10억 120만 얻습니다.]
목표 액수가 금방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