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97화 (197/240)

<내 상태창 2개 - 197화>

각성자, 양성하다 (2)

“소식은 들었다, 김지호.”

나를 맞이하는 삼두육비의 거인, 아수라.

아수라도가 아닌 불교의 신계로 포탈을 탔는데, 아수라가 마중을 나왔군.

뭐 아수라도도 불교 신계에 속한 곳이니…….

구면인 아수라로 날 마중 나오게 한 건가.

“미카엘이 배반하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구나.”

“그러니까. 갑자기 튀어나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이렇게 되면 두 명의 창조주를 상대하는 셈이 되는데…… 아니, 기독교 측은 에덴을 꾸리는 데 총력을 다할 테니 그러진 않을 수도 있겠군.”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을 것 같아. 하지만 사람을 빼내려고 시도는 계속할 거야.”

이번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분신을 아수라에게 건네줬다.

내 분신을 아래의 두 손으로 들어 안은 아수라.

“분신은 받겠다만…… 분신에 바로 강림이 가능한가? 다른 신계인데도.”

“어. 가능해.”

“대단하군…… 그럼 내가 옆에 끼고 있겠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부르지. 아, 그리고 로키에게 들었는데…… 임시로 네 사도화를 하고 있다던데, 거기에 나도 껴 줄 수 있겠나?”

아수라를 사도로?

뭐, 그가 사도가 된다면 든든하지.

“그래. 근데 주신의 허가는 난 거야?”

“이미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을 대신하여, 관세음보살께서 허하셨다.”

“그래. 그럼 잘 부탁하마.”

[대신 ‘아수라’가 사도신이 되었습니다.]

사도가 되자마자 그의 양팔이 새하얀빛으로 빛난다.

바로 영기발출을 쓰는군.

“오오. 영기를 발출하는 힘. 이렇게나 강하구나. 네 권역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르다.”

“내가 또 좀 업그레이드되었거든. 제우스 놈 없앨 때까지 잘 부탁하지. 아, 그리고…… 혹시 이건 가능할까?”

아수라에게 김지호 신에 대해 불교 신자에게 널리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난색을 보이는 아수라.

“흠. 그건 좀…… 그렇지 않은가? 자네. 인간에서 신이 된 보기 드문 사례로 유명하던데. 굳이 우리가 홍보할 필요가 있겠어?”

“뭐 신앙을 빼앗으려고 하는 게 아니야. 그냥 협력자로서 김지호라는 신이 있다, 이 정도만 설명해도 돼. 날 믿으면 각성이 아주 용이해진다고 그랬거든. 너희도 각성자가 많으면, SP 획득량이 증가하잖아?”

“그래? 그건 흥미롭군. 내가 관세음보살께 말씀드려 보겠다.”

확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감지덕지로군.

“그래. 잘 부탁한다.”

“나야말로. 김지호.”

악수를 청하는 아수라.

그의 한 손과 악수를 나눈 후, 아스가르드로 돌아간다.

“자 다음은 인드라의 초대다.”

가자마자 포탈을 열어 주는 로키.

인드라면…….

예전에 신왕의 서약 스킬을 줬던 신이었지.

시스템을 통해 계약을 맺을 때 쏠쏠히 사용하고 있는 스킬.

그가 힌두교의 주신인가?

포탈을 타고 가자, 펼쳐진 것은 구름 위의 세상.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흰 코끼리다.

보통 코끼리보다 훨씬 큰데다가 세 머리가 붙어 있어, 마치 산 같은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오. 왔는가.”

그 코끼리 위에서 휙 내려오는 한 인영.

검은 피부에 빡빡머리를 한 남자, 인드라다.

“오랜만이네.”

“이야기는 로키에게 들었다. 분신이라…… 올림푸스가 여기로 쳐들어올 거라고 보는 건가?”

“혹시나 해서. 다른 대신계에도 설치하고 있어.”

“뭐, 조심하는 게 좋겠지. 그럼 네 분신은 아이라바타 위에 태우고 있으마.”

내가 건네는 분신을 받아 코끼리 위로 이동시키는 인드라.

아이라바타가 저 코끼린가 보네.

어쨌든, 이 세계에서의 일은 끝났군.

“별일은 없지? 다른 신들은 사도신이 된 경우도 있었는데…….”

그냥 가기는 마음에 걸려서 아스가르드와 아수라의 케이스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호탕하게 대답하는 인드라.

“사도신? 괜찮다. 괜찮아. 봉인을 풀어 줬던 때의 내가 아니다. 천뢰天雷의 바즈라를 다시 쥔 이상, 올림푸스의 떨거지들은 충분히 상대할 만하지.”

그러며 오른손에서 무기를 꺼내드는 인드라.

황금색 손잡이에 양 끝이 날카로운 가시처럼 세 갈래로 갈라졌다 모여 있다.

그가 가볍게 힘을 주입하자 푸른 뇌전이 무기 끝에서 일렁였다.

“걱정 말고, 네가 할 일을 하게.”

이 녀석도 뇌신이구나.

신들의 왕은 대부분 태양 아니면 번개네.

어쨌든, 그에게도 홍보 부탁을 한다.

“김지호 신을 홍보해 달라고? 흠. 대가는?”

“영혼 중개 자리 한 개 더 추가해 주지. 너희 측에게도 나쁘진 않을 거야.”

“겨우 한 개? 5개는 줘야겠어.”

욕심은.

영혼 중개 자리 예전에는 하나하나 아끼면서 줬지만, 이제는 많이 남는 편.

귀찮게 줄다리기 하지 않고 그냥 수락한다.

“5개…… 알겠어. 대신 신왕의 계약을 해 줘. 지금부터 당장 모든 신전에 연락을 돌리도록 하고.”

“후후. 그 정도야 문제없지. 열과 성을 다해서 지원하겠다.”

철저하게 비즈니스로 인드라와 거래한 후, 이 세계를 떠난다.

중개 자리가 많으니 이런 거래도 괜찮군.

“벌써 돌고 왔어?”

“그래. 도교 쪽은 어때?”

“흠. 만나 보겠다고 하는데…… 영혼 중개 자리를 요구하네. 5개 정도를.”

자식들, 시간 질질 끌던 게 이거 때문이었나?

영혼 중개 자리, 차고 넘친다.

“그거 받고 3개 더 줄 테니 홍보도 해 달라 그래.”

“무슨 홍보?”

“사람들에게 나. 김지호도 믿으라고 말이야.”

“흐음…… 알겠어.”

통신을 하는 로키.

내 제안을 듣자, 도교 측에서 쑥덕거리더니 금방 대답이 나온다.

“알겠다네. 대신 10개로 해 달라고.”

“하. 이것들. 진짜 욕심 많네. 알겠으니 서약하라 그래.”

“알았어.”

내가 수락하자 바로 열리는 포탈.

그 안으로 분신 하나를 더 꺼낸 채 들어가자, 왕관을 쓴 사내가 나를 맞이했다.

“선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영혼신.”

“당신은 누굽니까?”

“저는 옥황상제로 불리고 있습니다.”

긴 수염을 기른 사내가 서서 나에게 정중히 인사한다.

겉보기에는 세 신계 중 가장 예의가 바른 모습.

“무리한 제안이었는데, 들어 줘서 고맙습니다. 영혼신.”

“10자리는 좀 너무 욕심이 과한 것 같더군요.”

“허허. 죄송합니다. 저희 세력이 워낙 대신계 가운데서는 가장 약한 편이라, 어떻게든 SP를 얻고 싶었습니다.”

“제일 약하다뇨?”

“지금 남은 대신계 중에서는 가장 세가 약하지요. 저희의 주요 기반은 중국인데, 그곳은 공산주의 국가로 신을 믿지를 않았으니…….”

한숨을 푹 쉬던 옥황상제.

내가 끼고 온 분신을 보자 두 눈에 이채를 띈다.

“그게 김지호 님의 분신입니까?”

“예.”

“무슨 일이 생길 시, 연락하면 이 분신으로 강림하시는 거지요? 제가 잘 보관해 두겠습니다.”

그러며 그와 포교에 대해서도 협의를 한다.

“포교는 쉬울 것 같습니다. 김지호 님의 이름은 중국에서 널리 알려져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이웃 나라 인간이 신이 되었으니.”

“예. 각성이 용이하다는 점도 널리 알려 주십시오.”

“그러면 더욱 믿을 겁니다. 이익에 밝은 이들이니.”

오늘부터 바로 홍보에 들어가겠다는 옥황상제.

그에게 아수라처럼 사도신이 될 이가 없냐고 물어봤지만, 그건 단호하게 거절했다.

“저희 쪽 대신이 영혼신께 귀의하면, 돌아오질 않을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신왕의 서약을 맺을 텐데요.”

“돌아왔다가 다시 가려고 하면, 막을 방도가 없지요.”

이쪽 동네가 사정이 안 좋긴 안 좋은가 보군.

이렇게까지 나오니, 어쩔 수 없지.

분신만 놓고, 영혼 중개 10자리를 중개해 준 뒤 자리를 떴다.

“빨리 끝났군.”

다시 돌아온 아스가르드.

여러 분신과 함께 통신을 하고 있던 로키가 나를 반겼다.

“이제는 어떻게 할 참이야?”

“미카엘의 천사들을 응징해야지.”

지구에서 천사들이 사람들을 빼돌리는 문제.

열성 신자만 빼돌리는 거로 끝나면 모를까, 신자를 모두 데려간다면 1일 수입 10억 SP는 결코 달성하지 못할 거다.

그럼 SSS급은 물 건너가고, 혹여 아레스를 이긴다 한들 창조주 제우스는 이기지 못하겠지.

미카엘은 그냥 건드리지 않기를 바라는 거 같지만, 지금은 이놈들부터 먼저 제압해야 한다.

“내가 좀 조사를 해 봤는데, 기독교 쪽은 미카엘 측이, 이슬람 쪽은 가브리엘 측이 활동하고 있어. 지금은 한 차례 인간들을 에덴으로 보낸 후, 성지에서 힘을 다시 모으고 있는 거 같아.”

“성지라면…….”

“미카엘 측은 예루살렘, 가브리엘 측은 메카지. 굳이 자신들의 행적을 숨기지도 않더군. 우리가 올림푸스와의 전쟁 때문에, 전선을 넓히지 않을 거라고 보나 봐.”

예루살렘과 메카.

둘 중 하나를 택해야겠군.

일단 미카엘에게 한 방 먹었으니, 녀석부터 잡는다.

“예루살렘 땅 안에 있어?”

“아니, 상공에 머물고 있더군.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지만, 내 눈은 피할 수 없지.”

이 짧은 시간 동안 알아내다니, 확실히 정보력이 뛰어나네.

예루살렘의 상공이라…….

“지금 예루살렘은 낮이냐?”

내 말에 바로 눈을 번뜩이는 로키.

내 의도를 바로 파악한 모습이다.

“흠. 태양신의 권능을 사용하려고 하는 건가?”

“그래.”

“석양이 지고 있더군.”

“그럼 아직 늦지 않았네. 지구에 좀 내려가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불러.”

“하하. 그래. 아예 그쪽으로 포탈을 열어 줄게.”

로키가 열어 주는 포탈을 타고 들어간다.

여러 세계를 떠돌다가, 드디어 지구로 돌아가는군.

“아예 하늘 위로 보내 버렸네.”

석양이 지는 하늘.

땅에는 도시가 보이지만, 그쪽에는 신경을 끈다.

내가 어디까지나 집중해야 할 것은 천사들이니까.

“태양신의 권능.”

보다 빨리 천사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태양신의 권능을 사용한다.

그러자 석양과 동화되는 내 모든 감각.

그와 동시에 천사들의 위치도 하나하나 파악되기 시작한다.

[성 미카엘 대천사님. 싸움 중에 있는 저희를 보호하소서.]

[사탄의 악의와 간계에 대한 저희의 보호자가 되소서.]

예전에 어렴풋이 들었던 기도문을 읊고 있는 천사들.

그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늘을 가득 메워, 그들이 만약 실체화한다면 밤하늘도 대낮처럼 환히 밝힐 것 같다.

한데…….

생각보다 약하다.

S급 정도의 힘을 보여 주는 천사도 별로 없군.

다들 새로운 에덴으로 인간을 보낼 운반책인건가?

그렇다면야…….

“사라져라.”

바로 없애 버려야지.

화르르륵!

석양빛에 영기가 담긴다.

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던 천사의 영체가 그대로 타오른다.

[아아아악!]

[빛에 영기가 담겼다.]

[이것은…… 태양신의 권능이다. 설마, 영혼신……?]

천사들의 비명이 들린다.

성스러운 목소리가 애처롭게 호소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감히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칼을 내던지고 무릎을 꿇을 것만 같다.

하지만 나에겐 그저 적.

내 뒤통수를 후려갈긴 배신자들일 뿐이다.

아버지의 영혼도 뿔뿔이 찢어 버린 채 봉인시켜 버린, 극악무도한 무리들.

너희가 먼저 선전포고했으니, 나도 똑같이 대해 주지.

더욱 힘을 가하자, 천사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타오른다.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전멸하는 천사들.

더 있나 사방에 빛을 뿜어 봤지만, 천사의 흔적은 더 이상 존재치 않았다.

“이거 너무 약한데?”

이게 천사들의 모든 전력은 아니겠고.

정말 운반책들만 모아 둔 건가?

“메카로 가자.”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예루살렘 정리한 김에 메카로 향했다.

빛과 동화되어 순식간에 날아가는 몸.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천사들의 무리가 보였다.

벌써 메카에 도착했나?

하긴, 예루살렘과 멀진 않지.

내 기준에서는.

“태양신의 권능.”

여기도 예루살렘 때와 마찬가지로 가볍게 학살한다.

빛에 닿자마자 사라지는 천사들.

목소리를 듣기도 싫어서, 소리도 나기 전에 강력한 출력으로 박살을 내버린다.

빛에 잠겨서 완전히 사라지는 천사들.

그들의 영체는 흩어지고, 다시금 나에게 흡수됐다.

흑뢰와는 달리 없앨 때마다 쏠쏠하게 SP를 줘서, 태양신의 권능을 집중적으로 썼음에도 그다지 손해를 보지는 않은 상황.

거기에…….

“하. 시원하다.”

두 성지의 천사들을 모조리 없애 버리자,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배신자 새끼들을 가볍게 조지니 후련하네.

미카엘은 못 잡았지만, 이 녀석들이라도 잡았으니 승천 속도가 늦어지겠지.

[대신 미카엘에게서 통신이 들어옵니다. 통신을 받으시겠습니까?]

갑자기 뜨는 메시지.

기분도 후련하겠다, 받아 준다.

[네놈. 뭐 하는 짓이냐……!]

화면에 뜬 미카엘의 얼굴, 흉악하다.

잔뜩 찡그려져 분노한 얼굴.

그 모습을 보니 후련한 기분이 더해져서 쾌감으로 변할 지경이다.

“뭐 하긴. 배신자 닭둘기들 쓸어버렸지.”

[감히 우리를 건드리다니. 내 그래도 봉인에서 풀어 준 것 때문에 끝까지 적대는 안 했거늘……!]

“적대를 안 하긴, 이 새끼야. 인간들 빼돌리려 하는 주제에. 너나 올림푸스나 둘 다 조져 버릴 거야. 이거나 쳐 드세요.”

내가 세 번째 손가락을 가볍게 올리자 눈을 부릅뜬 미카엘.

그러더니 금방 흥분을 가라앉히고,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다.

[네 선택에 후회는 없으렷다.]

“내가 제우스 새끼 때문에 에덴 동산까지 못 가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라.”

[모든 신자들에게 고할 것이다. 우리의 적대자, 사탄이 나타났다고. 묵시록의 붉은 용이 인간의 몸을 빌어 악신이 되었다고. 그 이름, 김지호라고 모두에게 알릴 것이다.]

뭐?

사탄? 묵시록의 붉은 용? 악신?

이걸 신자들에게 알린다고?

[전 인류의 반이 너의 적이 될 것이다. 어디 그 원한을 받아 보라.]

그리고 꺼지는 통신창.

이 자식, 그러니까 신자들한테 내가 사탄이라고 알린다는 거지?

흠…….

좋은데?

악신도 신.

전 세계 인구가 다 나를 신으로 믿게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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