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96화>
각성자, 양성하다 (1)
레바테인을 부수고 땅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결사대를 꾸려 멸망의 검을 제거하는 동안, 아스가르드에서는 흑뢰와의 전투로 한창이었다.
“영혼신의 사도, 정말로 강하군.”
토르에게 시달렸던 오딘이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어느새 전장 화면이 떠 있었다.
“지금 각지에서 올라오는 보고에 의하면, 갑자기 사도들이 강해져서 적을 몰아친다고 하네. SP가 더 확충돼서 그런 건가?”
“뭐 그것도 있고, 스킬도 강해졌을 거야. 좀 얻은 소득이 있어서.”
멸혼구에서 영혼을 빼내는 과정에서 영혼 계열의 스킬을 체화했으니.
사도들은 나처럼 스킬을 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스킬 효율이 많이 올라갔을 것이다.
“하하. 주신. 그럼 먼저 가서 흑뢰를 때려잡도록 하지.”
번개로 변해서 사라지는 토르.
그에 반해 프레이야는 허락이라도 얻는다.
“저도 주신께서 주신 힘, 빨리 써 보고 싶어요. 가 봐도 될까요?”
“어. 갔다 와.”
두 신이 출격하자, 그 뒤를 따르는 아스가르드의 정예들.
오딘과 로키, 아르테미스를 제외하고는 이제 모두 사라진 상태.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 오케아노스의 지도를 연다.
흑뢰의 진군을 막았던 트라이아나의 힘은 사라져, 이제 다시 적이 진입하고 있는 상태.
레바테인을 없앴지만, 흑뢰의 진군은 계속 현재 진행형이었다.
이들만으로는 힘들 텐데…….
무슨 생각이지?
일단 지금은 내가 할 일을 하자.
“로키. 다른 신계에 연락은 어떻게 됐어?”
“네가 직접 가겠다고 하니 불교 측과 힌두교 측은 바로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근데 도교 쪽은 좀 애매한 반응이야.”
“왜? 분신만 두겠다는데.”
“글쎄…… 일단은 알겠다고 하는데, 또 잠시 시간이 걸릴 거 같다고도 하고.”
시간이 걸려?
포탈 여는데 뭔 시간이 걸려.
이 자식들…… 뭔가 개운치 않은데?
“그놈들 이상하네. 도교측도 배신한 거 아냐? 너희 측 신들도 거기 가 있잖아. 뭐래?”
“파견 나간 신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자기들이 협의해 볼 테니 기다려 달라고 하더군.”
“알았어. 일단 다른 두 신계에 분신을 놔두고 올 테니, 거기부터 포탈을 열어 줘.”
“그래. 그렇게 해.”
로키가 타 신계와 연락을 하는 동안, 오딘이 나에게 다가왔다.
“영혼신, 정말 고맙네. 자네의 도움 덕에 아스가르드가 살 수 있었어.”
“아직 살았다고 안심하긴 이릅니다. 흑뢰도 계속 쳐들어오고, 아레스도 남아 있고 제우스도 창조주로서 군림하니.”
“그래도 급한 불은 껐지. 내가 이번 일이 끝나면 꼭 보답하겠네. 자네는 우리의 은인이야.”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오딘.
지금 태도를 보면 어떤 보답이라도 줄 것만 같다.
근데 뭐, 받을 건 딱히 없을 텐데…….
애초에 SP도 못 갚고 있는 아스가르드인데 말이야.
[김지호. 미쳤어. 네 스킬은 정말 미쳤다고!]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오는 토르.
셀프로 찍은 자신의 영상을 첨부한 채였다.
[크하하하!]
토르가 거대한 망치, 묠니르를 내던지자 그대로 흩어지는 흑뢰.
각기 신의 모습을 하고 있던 검은 번개는 망치의 한 방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다 무력하게 소멸되고 있었다.
[이 성가신 놈들이 한 방에 뒈지다니. 거기에 잡으면 SP도 들어와!]
SP도 들어와?
흑뢰를 제거하면 원래 SP 잘 안 줬는데.
스킬이 진화하면서, 그놈들 것도 흡수하게 바뀐 건가?
[이거 완전 신나는데? 나만 하니 아쉽네!]
신나서 흑뢰 깨부수러 나가는 토르.
대신이 내 영혼 스킬 장착하니 완전 천하무쌍이구나.
그 모습을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오딘. 그럼, 보답 대신 대신들 좀 더 빌려주시죠.”
“대신을?”
“네. 토르가 지금 흑뢰를 완전히 쓸어버리고 있는데, 전력이 추가되면 더 좋지 않겠어요?”
내가 오딘에게 토르가 무쌍 찍는 영상을 보여 주자, 이를 흥미 깊게 보는 오딘.
“그렇군…… 정말 강해졌어.”
“제가 오케아노스의 길을 잠시 막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도 끝나서 흑뢰가 본격적으로 몰아칠 겁니다. 토르와 프레이야가 잘해 주고는 있지만,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할 거예요.”
“음. 그렇지만 너무 많은 대신이 아스가르드의 소속에서 떠나면, 대신계로의 유지가 힘들어지네.”
“뭐, 그럼 중급신도 괜찮아요. 제 사도처럼 강해지는 거니까.”
“아, 그래도 괜찮다면…… 알겠네. 대신 중에서도 일부는 데려오도록 하지.”
“김지호. 근데…… 미안하지만 그들도 이번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돌려준다고 해 줄 수 있겠어? 시스템으로.”
로키가 정말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한다.
“토르와 프레이야는 말은 저렇게 해도 아스가르드의 핵심이라 돌아오겠지만, 다른 중급신들은 네 사도신인 게 정말 좋을 거라서. 복귀를 안 할 거 같거든.”
내 사도가 되자마자 SP를 받고 좋아 날뛰던 토르와 프레이야.
그래도 그들은 아스가르드의 핵심에 있으니 다시 돌아오겠지만, 중급신들은 SP 중개 맛을 보면 헤어 나오지 못할 거라 판단하는 모양이다.
뭐, 나도 딱히 남의 신계 신들 하이재킹하고 싶지는 않고…….
“좋아. 그 정도야.”
“오오. 고마워. 이렇게 되면 이건 우리가 보답하는 게 아니라 빚을 지는 입장인데…… 뭐 필요한 건 없을까?”
“필요한 거라…….”
이들에게 SP를 받을 것도 아니고.
내가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아무래도 SSS등급으로의 승급.
이를 위해선 마지막 조건인 지구의 SP 수입 10억을 달성해야 한다.
지구의 수입이 8억이 넘게 되긴 했지만, 아직 2억가량이 남았다.
이를 늘리기 위해서 가능한 수단은…….
인구가 늘거나 각성자가 느는 거다.
이 중 인구가 느는 건 너무 머나먼 이야기다.
사람 한 명당 SP 0.1 주는 거니까, 20억이 더 늘어야 하는데…….
언제 20억이 늘고 있어.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인구가 줄지 않으면 다행이지.
세계적으로는 아닌가?
어쨌든, 그러면 남는 건 하나.
인류를 보다 더 많이 각성시켜야 한다.
마침 이를 도와줄 적당한 조건이 있었지.
[자연 각성자가 생길 확률이 늘어나며, 김지호 신을 믿을 경우 각성이 아주 용이해집니다.]
“로키. 그럼, 지구에 남아 있는 아스가르드의 신도들에게 나도 믿으라고 해.”
“음. 뭣? 그…… 신자를 데려가려고?”
“아. 신자를 데려가진 않을 거야. 아스가르드 신도 중 비각성자에게 나도 같이 믿으라고 해. 나 믿으면 각성이 아주 용이해진다고 했거든.”
“호오…… 그래?”
“어. 너희도 각성자 신도가 늘어나면 좋은 거 아니야?”
“그렇지. 그들은 일반인에 비해 더 많은 SP를 가져오지.”
“그래. 나도 지구에 각성자가 늘어야 SP 중개 소득이 늘어나거든. 그러니 네 신도들에게 그냥 김지호 신도 꼽사리로 믿어 주라고 해.”
“…… 그거로 될까?”
“믿져야 본전이지. 시도해 봐.”
“알았어. 통신할 곳이 계속 늘어나네…….”
투덜거리면서도 일을 진행하는 로키.
갑자기 그의 그림자가 바닥에서 퍼지더니, 나뉘어서 갈라진다.
그러더니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림자.
로키와 똑같은 모습을 한 분신이다.
“아스가르드의 스톡홀름 신전에 고한다. 앞으로 우리는…….”
“워싱턴 신전에 고한다.”
“서울 신전에 고한다.”
수십 개의 분신이 일제히 지구 산하 신전에 통신을 진행 중인 모습.
그러면서도 본체는 다른 대신계와의 통신을 유지한다.
“로키가 수고해 주는군. 영혼신. 그럼 나도 흑뢰를 없애러 가 보겠네.”
“그러시죠.”
오딘이 사라지자 괜히 활시위를 튕기던 아르테미스도 나에게 말한다.
“나도 갈까? 힘이 세졌다는데 궁금하네.”
“어. 너도 힘 좀 써 봐. 더 강해졌을걸?”
“알았어. 다 쓸어버리고 지구의 신전으로 가면 되는 거지?”
“그래. 나도 다른 신계에 분신 놔둔 후에 합류할게.”
아르테미스가 나에게 손을 흔들더니 휙 사라진다.
확실히 대신들이라 그런지 뭐 죄다 순식간이야.
“……그래? 안 그래도 김지호 신을 믿으라고 홍보하는 신들이 있다고? 믿으면 각성할 거라고?”
[예. 각 나라의 창조설화에 나오는 신들이 앞장서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일본에서도 아마테라스가 직접 TV에 나와 홍보를 해서, 사람들이 패닉에 빠져 있습니다.]
“왜?”
[그야, 한국인을 믿으라고 홍보하니…….]
일본인 입장에서야 골 때리겠지.
일본 창세신화 주신이, 이웃나라 인간을 믿으라고 홍보하니까.
입장 바꿔서 환웅이 일본인을 찬양하고 있으면 진짜 기분 나쁠 거 같긴 해.
하지만 뭐 나 믿는다고 손해 보는 것도 아니고.
각성도 쉬워지고 좋잖아?
나는 SSS급 되기 쉬워지고.
사도신들도 영혼 중개로 얻는 SP가 늘어나고.
날 믿는 사람들은 각성자가 되기 쉬워지고.
민족감정을 잠시 젖혀 두고 생각하면, 모두가 윈윈인 거래다.
“김지호는 한국인이 아니야. 신이라고. 신! 그는 영혼신이라, 그를 믿으면 각성자가 금방 될 수 있다고 알려. 굳이 지금 신앙을 바꾸지 않아도, 그냥 그가 신이라고만 믿어도 된다고 그래. 이 일에 우리 아스가르드의 운명이 달려 있다!”
[그, 그 정도입니까…….]
“그래! 시간이 급하다. 신자들에게 빨리 교육시켜. 지금 광고하는 거 다 취소하고 김지호를 믿으라고 보내. 빨리!”
로키의 분신 중 하나가 열변을 토한다.
곧이어 나머지 분신들도 이를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건 그렇고, 내 사도신들.
행동 진짜 빠르네.
중소신계에서 흡수한 신들은 SP도 별로 없어서, 아스가르드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사도의 정원에 있었다가 그냥 졸지에 서울의 내 신전으로 모두 거처가 옮겨졌을 텐데…….
언제 아마테라스는 일본까지 가서 포교를 한 거야?
그쪽 동네 신이라 빨리 가는 법이라도 있나.
“휴우. 난리도 아니군.”
분신들이 침 튀기며 말하는 동안, 자신은 통신을 다 끝내고 나에게 다가온 로키.
그는 조금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든다.
“네가 흡수한 신계의 신들, 정말 열과 성으로 뛰는군. 신들이 이렇게 열심히 발로 뛰는 경우는 잘 없는데 말이야. 다들 시키는 데 익숙한 타입들이거든.”
“그도 그럴 법하지. 신이잖아.”
“근데 지금은 무슨 영업사원도 아니고…… 거참. 확실히 SP 중개가 좋긴 좋은가 봐.”
“SP 없어서 허덕이던 신들이라 그런 거 같다. 불로소득을 늘릴 수 있는 기회니까.”
“하. 불로소득이라. 그 말이 딱 맞군. 부럽다…….”
진심으로 부럽다는 눈으로 날 바라보던 로키.
그러다 고개를 흔들며, 본론으로 들어간다.
“불교 측에서 문을 열어 준다고 한다. 김지호, 그다음은 바로 힌두교에 갈 수 있게 조치했어.”
“좋아. 분신만 두고 오면 되겠군.”
“도교 측은 일단 내가 계속 설득을 해 볼 테니 일단 두 신계를 다녀와. 그리고 이건 아까 신전들과 연락하면서 들은 사항인데…….”
로키가 말을 하다 미간을 찌푸린다.
“기독교 신자 중 많은 수가 갑자기 실종돼서, 뉴스가 되고 있다고 하더군.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더니, 그들을 승천시켰다는 거야. 주께서 만드신 하느님의 나라로 인도한다고 하면서. 어떤 이들은 천사가 마중을 나왔다고 하는군.”
그러자 바로 미카엘이 떠올랐다.
다른 세계에서 자신의 세계를 창조 중인 창조주 야훼.
근데 영혼은 생성하기가 쉽지 않아서 데려가기 위해 제우스와 협상했다고 했지…….
근데 그냥 몰래 데려간 게 아니라, 이렇게 세상에 대놓고 보여 준 건가?
“미카엘이 한 거겠지?”
“그럴 거다. 이렇게 보란 듯이 행동한 게 마음에 걸려. 광고하듯이 말이야.”
미카엘은 배신했지만, 딱히 나를 적대하지 않는다고 했지.
그저 이주할 동안, 아레스와 잘 싸우면서 시간을 벌어 달라고 하면서.
하지만 그들 세력과 직접 싸우지 않더라도, 지구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 자체가 나에겐 손해다.
SSS등급까지 가는 길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 있어.
특히 이렇게 대놓고 광고하는 걸 보면…….
“미카엘이 사람들을 더 데려가려고 할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영혼만 쑥 가져갈 거면, 굳이 사람들이 보라고 효과를 보여 주지 않았겠지.”
“사람들이 더 빠져나가면 곤란한데…….”
“어. 이 문제, 심각하게 대처해야 할 것 같다. 일단은…… 두 세계를 다녀와.”
그러면서 나에게 포탈을 열어 주는 로키.
“내가 일단 정보를 수집해 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