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95화>
신계 창설 (2)
[신계 타입을 설정하여 주십시오.]
신계 타입?
신계에도 타입이 있나.
나는 대신계, 중소신계밖에 모르는데 그런 건 아닐 거 같고.
타입 설정을 눌러 보자 내용이 떴다.
[나만의 신계 창설]
[나만의 신계를 창설합니다. 신계의 절대신이 되어 사도신들을 통치합니다. 사용자의 SP 수입에 한해서 세계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기나긴 설명이 아래 딸려 나오기 시작한다.
나만의 신계.
이건 사도의 정원이 업그레이드된 느낌과 비슷하다.
여기서는 내가 최고의 주신이고, 명을 하면 모두가 말을 들어야 한다는 내용.
신계의 조성과 변형은 언제든지 가능하고, 사도신은 모두 절대복종하는 세계다.
뭐, 신계 창설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런 것이 되지 않을까 예상은 했었지.
지금까지 수없이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신계들도 다들 이런 형식이었으니까.
근데 이런 타입 말고 다른 타입은 뭐지?
[모행성과의 융합]
[영혼신의 모행성인 ‘지구’와 신계를 융합합니다.
모행성에 신계를 뿌리내리며, 영혼신의 본 종족이었던 ‘인류’의 영체를 강화합니다.
지구에 지배력을 일부 가지는 대신, 모행성이 파멸할 경우 신계는 사라집니다.
모행성에 대한 타 신계의 지배력이 약화됩니다.
사도의 정원이 사라지며, 모든 사도신은 지구에 머물게 됩니다.]
그러면서 모행성과의 융합 시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이 나타난다.
[인류의 영체가 강화되어 1일 SP 거래량이 0.2로 증가합니다.]
[자연 각성자가 생길 확률이 늘어나며, 김지호 신을 믿을 경우 각성이 아주 용이해집니다.]
SP를 내가 더 투자할 경우, 인류가 이 상태에서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하. 이건…….”
나만의 신계가 세부 조건은 나에게 너무 좋았다.
소속신들은 나에게 절대복종하고, 나만의 세계가 생기며 그들의 능력도 발휘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추가 효과가 있어서, 나를 강화시키는 데는 이게 좋았다.
그에 반해 모행성과의 융합, 이거는 내가 SP를 투자해야 한다는 문구가 많았다.
거의 지구 발전 프로젝트 급으로 투자해야 할 곳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흐. 영체 강화가 너무 좋잖아.”
내가 지구에서 중개로 벌어들이는 SP의 양은 하루에 4억이 조금 넘는다.
인간의 1일 SP 거래량이 0.1에, 거래의 비효율로 인해 0.05가 날아가는 걸 내가 중개로 먹어서 이런 수치가 나온 것이다.
70억 인구로 치면 3.5억이 되어야겠지만, 인간이 아닌 각성자는 SP 거래량이 1 이상이라 4억이 조금 넘게 먹을 수 있었던 것.
근데 이렇게 인간의 영체 SP 거래량이 0.2로 증가한다면…….
“거의 수익이 두 배가 뛰는 격이지.”
거기에 SSS급으로 상승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도 충족이 가능하다.
모행성에서 달성해야 하는 조건이 바로 일일 SP 수입 10억이었지.
신계를 지구에 합치면, 이 조건이 거의 충족되는 거야.
나머지는 각성자만 더 양산해 버리면 되겠지.
SSS급…….
대신이 되어야 해.
지금 중급신인데도 대신들과 잘 싸우는 정도니, 내가 대신급이 되면 창조주들과도 싸울 수 있을 터.
나만의 신계에서 최고신 노릇, 딱히 필요도 없고.
뭐 내가 거창한 걸 위해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니까.
살기 위해 아등바등 버텨온 거지.
“나의 신계, 모행성과 융합하겠다.”
[모행성과의 융합을 선택하셨습니다.]
[영혼신 김지호의 신계가 모행성 ‘지구’와 융합합니다.]
[영혼신의 본 종족이었던 인류의 영체가 강화됩니다.]
[창조주를 포함, 다른 신들의 지구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됩니다…….]
그래.
올림푸스고 천국이고, 간섭 좀 고만해라.
여긴 내 거점으로 만들 테니까.
[사도의 정원이 지구와 융합합니다.]
[현재 사도의 정원에 머무는 사도신들이 기거할 위치를 선택해 주십시오. 선택하지 않을 경우, 지구에 랜덤하게 배치됩니다.]
“아르테미스. 신전 건설 다 했나? 신들 살 만해?”
“신전? 뭐…… 아직 더 공사할 게 남아 있긴 하지만, 살 수는 있어. 물론 내가 보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네 닭장 같은 집보다는 나아.”
“닭장이라니 자식이…… 어쨌든, 좋아. 그럼 그리로 배치한다.”
중소신계에서 전장터에 안 내민다고 하고 편입했던 신들.
각자 자기 신계를 봉인하고 대장 격만 나에게 왔으니, 뭐 내 신전에 충분히 살 만하겠지.
내가 내 신전을 떠올리자, 시스템이 저절로 위치를 찾아 준다.
[‘김지호의 신전’에 사도신들이 배치됩니다.]
[다른 사도신들의 귀환 거점도 ‘김지호의 신전’으로 하겠습니까?]
이에 동의하자 메시지가 한동안 올라오지 않는다.
이거로 끝인가?
뭔가 심플하네.
“어? 뭐야. 왜 신계가 지구에 있어?”
“이 메시지는 뭐지? 귀환 거점이 네 신전이라고?”
“이런 게 가능한가요?”
내 사도신이 된 아르테미스와 토르, 프레이야가 각기 물어본다.
그들에게 대략적으로 설명을 끝내자, 감탄하는 세 신들.
“그러니까 영혼 중개 효율이 두 배 오른다는 거지?”
“그럼 SP도 두 배란 거고?”
“그럼 아르테미스님이 말씀해 주셨던 거에서 두 배……? 와아아. 저, 지호 님을 평생 모시고 싶어지는데요……?”
금방이라도 나에게 뛰어들 것 같은 프레이야.
다들 환장하는 게 무리도 아니다.
갑자기 SP 수입이 두 배로 뛴 격이니.
“이 사실, 사도에게도 모두 알려. 거기에 지구에 거주하게 된 신들에게는 포교도 하라고 해.”
아르테미스의 조언에 귀가 솔깃한다.
“포교하라고?”
“그래. 너만 믿으면 각성하기 쉽다며. 빨리 각성자들을 대거 양성해서 SP 좀 얻어 보자.”
“중소신계의 주신들이라면, 지금이야 쇠퇴했지만 옛날엔 다들 한가락 하던 신들이에요. 인간들 설득하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그래. 김지호. 빨리 그렇게 하자! 아니, 내가 통신을 돌릴까? 아니다. 그냥 내가 지구로 내려가?”
흥분하는 토르.
인간이 각성하면 수입이 더 늘어난다고 하니 자기가 포교할 기세다.
“토르! 무슨 짓인가. SP에 눈이 멀어 대신이 체통도 버리다니. 아스가르드의 위신을 깎지 말게.”
오딘의 꾸짖음에 토르가 잠시 주춤하다, 오히려 역정을 낸다.
“뭐? SP에 눈이 멀어? 위신을 깎아? 이게 다 영감이 제우스한테 사기당해서 그런데!”
“크흠…… 그 이야기를 왜 지금 꺼내나?”
“나를 그렇게 매도하는데 당연히 꺼내지. 영감. 조심해. 이러다가 수틀리면 확. 그냥 김지호 쪽으로 붙는 수가 있어.”
“어허!”
“영감은 말야. 그렇게 일을 시켜 놓고 결국 남은 게 뭐야? 빚더미잖아! 내가 진짜 얼마나 아스가르드를 위해 뛰어 왔는데…… 한데 이번 주신은 아무 조건 없이 SP를 퍼 준다고. 이게 비교가 돼? 어?”
“이…… 이놈이…….”
아주 대놓고 막 나가는 토르.
오딘은 이를 보고 할 말을 잃어 그저 혀를 찰 뿐이었다.
와.
빚더미가 된 원한이 이리 심했나?
그래도 예전 최고 주신인데…….
휙. 휙.
오딘이 고개를 흔들어, 제발 시선을 돌려 달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집안 망신을 보여 주기 싫은 건가.
“어? 애초에 말이야. 내가 주신이 될 수도 있었다고!”
계속 막 나가는 토르.
노인에게 대드는 양키 깡패 같아 썩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어서 그냥 시선을 돌렸다.
사도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야겠군.
그들도 세 대신처럼 귀환 지점에 관련한 메시지를 받았을 테니.
[이번 귀환 지점과 관련하여, 사도에게 고한다. 일단 먼저 감사를 표한다. 그대들 덕분에, 무사히 신계를 창설할 수 있었다.]
다음 메시지를 작성하려는 찰나.
성을 내던 토르가 화들짝 놀란다.
“진짜 거기에…… 어? 와!”
“SP 들어왔어. 하루가 지난 건가?”
“아르테미스 님. 진짜 그 말씀이 사실이었군요. 대단해요…… 이런 SP라니. 하아. 저 계속 김지호 님 곁에 있을래요.”
“……프레이야. 가슴 좀 일부러 덩실덩실 흔들지 말아줄래? 신계도 성공적으로 창설했으니, 네 신계로 빨랑 돌아가.”
“일부러 아닌데요. 놀라서 그렇게 흔들린 건데. 없어 봐서 모르시나?”
SP가 들어왔다고?
하루가 정말 길었군.
이 좋은 날에 쟤네들은 또 왜 싸워?
사도신들을 무시하고 SP가 들어온 양을 보니, 두 눈이 커진다.
9억.
종전에는 케브리안 등 다른 세계까지 포함해서 5억이었던 것이, 단번에 9억으로 뛰었다.
4억 1232만이 들어오던 지구에서, 거의 두 배 이상이 뛴 게 결정적이었다.
신계로 지정하자마자 두 배가 들어오다니…….
완전 꿀인데.
[우리의 신계는 지구와 융합되어 존재하게 되었다. 이의 결과로 인류의 영체는 더욱 강해졌고, 그 결과로 영혼 중개의 수입이 올라갔다. 지금 그대들의 SP를 보면 알 수 있겠지.]
사도신들의 환호가 들려온다.
마치 환청 같지만, 내가 주신이기에 들을 수 있는 그들의 목소리.
안 그래도 많이 주던 영혼 중개, 갑자기 하루아침에 두 배로 뛰었으니. 얼마나 좋겠어.
나도 지금 어안이 벙벙할 정돈데.
하지만 지구의 SP 수입 10억엔 아직 1억 넘게 모자라지.
이 수치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사람들의 각성이 필요해.
사도신들에게 더 일할 마음이 들게 해야겠어.
[하지만 이 수입이 다가 아니다. 인류가 나를 믿게 하라. 그들을 모두 각성자로 만들어라. 그럼 수입이 지금의 2배, 3배, 아니…… 최소 5배가 될 수 있다.]
그러자 더욱 커지는 환호.
SP에 미친 신들의 광란이 느껴진다.
내 사도신들의 태반은 SP의 고갈을 경험한 이들.
아르테미스, 토르, 프레이야 같은 경우야 금수저라지만 대부분의 신들은 봉인이 걱정되어 사도신으로 들어오지 않았던가.
이런 이들에게 SP 뽕만큼 먹히는 건 없다.
[인류를 각성시켜, 모두 떼부자가 되자. 모두 대신이 되자. 그대들은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다!]
***
“미카엘이 실패했는가. 승리의 길이 점점 사라져 가는군.”
금발의 곱슬 사내, 아레스가 안경을 매만진다.
‘천국 쪽을 끌어들였음에도, 승리의 수단이 7개밖에 되질 않는가.’
영혼신 김지호.
한낱 인간 출신에, 자질도 범용하기 그지없다.
모든 자질이 뛰어난 헤라클레스가 영혼 계열의 각성자였을 때는 혹시나 하는 상황에 그를 처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인간은 조종하기 쉬울 거라고 보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
평범한 이였지만, 운이 그를 따라 주는가?
영혼신은 번번이 위기를 빠져나왔고, 종국에는 태양신 아폴론까지 쓰러뜨렸다.
이대로라면 위험할 것 같아, 전신의 권능, ‘승리의 길’을 발동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이길 가능성은 희박했다.
우주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영혼신이라는 클래스.
그 존재감이 이 정도였던가.
툭. 툭.
하얀 대리석 원형 테이블을 두드리던 아레스.
푸른색이었던 두 눈은 노랗게 빛이 나 있었다.
“길이…… 또 줄어드는군. 6개인가. 하지만, 가장 유력한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아레스, 처음에는 승리의 길이 73개라 그러지 않았어?”
“아테나.”
“날 왜 불렀지? 이럴 여유가 없을 텐데.”
원형 테이블 건너편에 아테나가 앉는다.
“너도 참전해라.”
“네 승리의 길에 내가 참전하는 미래가 나와 있어?”
“…….”
“말이 없는 걸 보니 역시 없나 보네.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아. 난 올림푸스를 지켜야 해. 공격은 네 몫이잖아?”
“올림푸스를 지키기 위해서는 영혼신을 지금 멸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 수 있어.”
“흥…… 우리가 살 수 있을까? 과연. 아버지 제우스의 생각은 어떨까.”
한쪽 입가를 일그러뜨리는 아테나.
“무슨 소리냐.”
“글쎄? 아버지의 눈과 귀는 어디에나 있지. 그걸 알면서 말하고 싶지는 않아.”
“아테나!”
“어쨌든, 그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할 거면 난 가겠어. 그것보다,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거야? 영혼신은 계속 크고 있는데, 하루빨리 전장으로 나가야 할 텐데?”
“그거라면, 오히려 괜찮다. 미카엘에게 문을 열어 준 이유가 있지.”
“미카엘에게? 설마…….”
“시간을 끌면 유리해지는 건 우리다.”
단호히 말하는 아레스.
그의 머릿속에는 가장 승률이 높은 승리의 길이 떠올라 있었다.
장기전을 요구하지만, 확실히 이기는 방법.
“미카엘에게 문을 열어 줬다는 거, 완전히 개방한 거야?”
“그래.”
“그쪽 신 믿는 사람은 지구의 반인데. 완전히 개방이라니. 너 설마…… 그 사람들을 다 데려가게 하려는 거야?”
아테나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레스.
“지금은 SP 문제인지. 신앙심이 깊은 사람만 데려가는 모양이지만. 그들의 낙원에 사람이 속속들이 들어간다면 활동 범위가 더 커지겠지.”
“아버지가 그런 걸 잘도 허락하셨네? 낙원으로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야훼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날 텐데.”
“그렇게 될 거다. 진짜 구원을 받아, 천국으로 가는 걸 눈으로 보았으니까.”
“안 그래도 거의 50%의 점유율을 자랑하던 야훼에 대한 믿음은 더욱 커지겠지. 지구 인구의 반 이상, 아니 70%가 넘게 지구를 떠날 거야. 그럼 아버지께서는 지구를 정복해도 SP를 얻기 힘드실 텐데.”
“아버지께서는 영혼신의 SP 거래소만 손에 넣으면 된다고 하신다. 지구 인구 따위, 90%도 줄 수 있다고 하시는군.”
지구의 인구가 사라지게 된다면?
영혼신의 SP 획득량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그의 SP 중개는 지구의 인간에게 대부분 기반한 것이니.
“영혼신의 SP 보급을 끊으면, 한 번에 들이친다. 그럼 승리할 수 있어.”
“흠…….”
“아테나. 이게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승리의 길’이다. 여기에 네가 가세한다면, 완전해 질 수 있어. 지금 당장 고민된다면…… 나중에라도 나를 도와다오. 음……?”
번쩍. 번쩍.
다시 아테나를 설득하려던 아레스의 눈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엇……? 아니…….”
당황하는 아레스.
안경을 매만지던 그의 얼굴이 점차로 딱딱해진다.
그 모습을 보고 아테나가 말한다.
“네 승리의 길, 설마 또 사라졌어?”
“……그래. 결국 네 말이 맞았군. 그가 또 답을 찾은 모양이다.”
아레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마지막 수단을 써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