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94화>
신계 창설 (1)
“김지호…… 뭘 한 거지? 그 구슬은 뭐야? 지금 대신계와 연락했는데…….”
“잠깐.”
나에게 물어보는 아르테미스.
SSS급의 남은 조건도 떠 있었지만…….
일단 지금은 보지 않았다.
아직 일이 끝나질 않았으니까.
“아버지, 어디 있는 겁니까.”
백 개의 영혼구를 만들었으나, 아버지의 영혼으로 특징지을 만한 것은 없다.
멸혼구는 텅텅 비었고, 영혼구 속에는 아버지의 혼이 보이질 않는다.
미카엘…….
설마 또 속였는가?
마음을 가라앉히며 영혼구를 다시 한번 돌아본다.
아까는 영혼을 빼내는 데 주력했지만, 영혼구에 들어온 이상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강화된 권능을 통해 집중해 보니…….
곧 실마리가 보였다.
“10개로 나뉘어 있군.”
영혼구 10개에 파편화되어 나뉘어 있는 아버지의 영혼.
아까는 다른 사람들의 혼에 파묻혀서 잘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이 10개의 영혼구에서 혼을 빼서, 합성한다면…….
다시 부활이 가능하신 건가?
하지만 구조를 계속해서 파악해 보니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수준에서는 안 된다.
파편화된 영혼을 합성하여 완전한 영혼으로 되돌리는 것.
영혼 합성의 원리를 통해 시도해 본다면…… 해 볼 법은 한 시도다.
하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등급으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
“인벤토리.”
일단은…… 보관해 두자.
대신의 반열에 오른다면, 그때는 가능할 테니.
인벤토리에 영혼 조각을 차곡차곡 넣다 보니, 한편에 있는 아폴론의 영혼 조각에 관심이 쏠렸다.
저번에 10% 봉인 해제를 봤었는데…….
지금은 어떻지?
[아폴론의 영혼 조각 ? 봉인 50% 해제 상태.]
50%?
어느새 이 정도까지 올라왔나 보군.
발두르의 빛의 권능도 흡수해서 그런가.
이거, 하데스가 100억 SP에 팔라고 했었지.
아르테미스를 분발시킬 용도로 팔지는 않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언제 필요할지 모르겠어.
일단은 보관해 두자.
인벤토리창을 끄고, 승급 조건 메시지를 확인한다.
[대신 승급 조건]
신계 창설.
모행성에서의 일일 SP 수입 10억 이상.
영혼 계열 스킬의 체화. ? 완료.
신계 창설은 어차피 하려고 했던 것.
대신 등급을 위해 필요하다면 이쪽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하나 모행성의 SP 수입 10억 이상은…….
이건 지금 당장은 답이 안 나오는데.
현재 영혼 중개로 지구에서 버는 SP가 4억 조금 넘으니까.
2배 이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흠. 일단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아르테미스. 다른 대신계와 연락했다고? 어떻게 되었다고 했지?”
“어. 기독교 계열 쪽은 아까 미카엘의 배신 여파로 다 연락이 되지 않아. 여기에는 기독교, 가톨릭, 이슬람교까지 모든 계열이 다 포함되어 있지.”
이 세 종교를 다 포함하면 세계 인구의 반에 이르지 않을까?
어마어마한 전력이 이탈한 거군…….
“그 외에 대신계를 유지하는 곳은 불교계와 힌두교, 도교, 그리고 우리뿐이지.”
“그거밖에 없어?”
“애초에 신자가 있어야 대신계가 유지되는 시스템이라. 대신계였다가 떨어진 신계가 얼마나 많은데? 도교도 내가 듣기론 간당간당하다고 해. 신자가 아무래도 적은 편이니.”
도교도?
어쨌든 연락해 볼 대신계는 세 군데로 추려지는군.
“그래서, 세 군데에 연락해 봤어?”
“어. 다들 뭐 아직 별 이상은 없다는데.”
“그래……?”
“그래. 각 대신계에 상주하고 있는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보고한 사실이야.”
상황을 정리해 본다.
아레스는 아폴론이 죽자 미카엘에게 급히 제안을 했다.
야훼가 만든 새로운 에덴에 지구의 신자를 데려갈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그리고 미카엘은 이를 수락했지.
그리하여 미카엘이 한 행동은 발두르를 꼬드겨 멸망의 검 레바테인을 만들게 한 것.
그는 레바테인을 강화하여 아스가르드를 멸할 기세로 공격했고, 아마 내가 없었으면 레바테인의 기세에 눌린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파멸했을 것이다.
내 태양의 권능이 그 위압을 상쇄한 덕에, 레바테인을 잘 공략할 수 있었지.
“그래. 네 공이 컸지. 그 위압감을 상쇄한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하지만 미카엘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네. 시간을 끈다…… 시간을 끌어서 어쩌려고 한 걸까.”
“지구를 침공한 것도 아니야. 다른 대신계도 멀쩡해. 그 시간 동안 뭘 하려는 거지? 김지호, 오케아노스의 지도를 열 수 있나?”
로키의 질문에 바로 지도를 열어 본다.
지도상에서는 아스가르드로 향하는 흑뢰 군단만 보일 뿐, 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어. 흑뢰 군단만 아스가르드로 계속 침공 중일 뿐이야.”
“그래? 무슨 생각인지 쉽게 파악이 되지 않는군.”
“흠 내부자였던 이에게 물어보지.”
사도의 정원에 있던 오디세우스를 소환한다.
이제는 목에서 상체의 일부분까지 재생된 오디세우스.
그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눈을 껌뻑거린다.
“주신이시여.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레바테인과 관련된 일을 간략히 설명하자, 곧 진지한 얼굴로 이를 경청하는 오디세우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그가 말한다.
“아레스가 영혼신께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뭔지 아십니까?”
“뭐지?”
“장기전입니다.”
장기전이라…….
“영혼신께서는 SP 수급이 저절로 되시지만, 올림푸스는 제우스의 방조 아래 기존에 쌓아 두었던 SP를 계속 소모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 너도 SP를 강탈당했다고 했지.”
“거기에 올림푸스에서 강력하기론 손에 꼽던 아폴론까지 쓰러뜨린 그 성장세…… 계속 시간을 주면 안 된다고 판단을 한 거죠.”
“그래서 미카엘에게 이권을 넘겨주면서까지 이번에 올인을 한 아레스다. 그가 이대로 행동을 멈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레스는 저희에게 다른 대신계의 정보를 모두 수집하라고 명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차기 목표는 타 대신계일지도 모르겠군요.”
다른 대신계.
아스가르드는 침공 중이니, 남은 건 불교, 힌두교, 도교.
이 세 신계에서 대비를 확실히 해야겠어.
이들의 방비, 아스가르드의 신들에게 맡기는 것은 부족해.
혹시 모르니…….
“로키. 레바테인이 사라졌으니, 흑뢰 정도는 대항할 수 있겠지?”
“흠…… 전력이 애매한데. 네가 빠지면 우리가 영기발출을 쓸 수 없는 거 아니야? 그럼 계속 밀려오는 흑뢰를 상대하기 곤란한데.”
“그래도 세 신계에 분신을 만들어야겠어.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튀어 갈 수 있게. 내 사도들은 수비를 도우라고 놔둘 테니, 세 신계에 연락해 문을 열어 달라고 그래.”
“그래. 그 문제도 대비해야 하니…… 알았다.”
로키가 통신으로 연락하는 사이, 일행을 둘러본다.
숨을 돌리며 재정비를 하는 아스가르드의 정예.
대신급도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확실히 대신계는 달라.
중소신계를 그렇게 흡수해도 대신 둘밖에 충원을 못했는데, 여기는 이렇게나 대신이 많으니…….
아!
신계 창설 문제, 쉽게 끝낼 수 있겠군?
“오딘. 부탁이 있다.”
“음? 무엇이든 말하라. 영혼신이여. 그대에게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그 어떤 제안이라도 괜찮지.”
“대신 둘만 사도로 빌려줘.”
“대신 둘을…… 사도로?”
의아해하는 오딘에게 신계 창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자 수염을 쓰다듬는 오딘.
선뜻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문제라면, 우리도 발 벗고 도와야겠지. 흠…… 김지호. 대신계가 창설되고 나면 되돌려 주는 건가?”
“흠. 신계 유지 시에도 대신이 다섯 필요하면, 다른 둘 구할 때까지는 있어 줘야겠는데. 내 사도가 되면, 내 영혼신의 스킬도 일부 공유가 돼. 사도가 된 신들이 아스가르드 방위에 뛰어들면 더 잘 싸울 거야.”
“맞아. 그랬지. 그럼…… 토르와 프레이야가 제격이로군. 둘 다 좀 부탁하네.”
“뭐? 나? 쩝. 그래. 해야겠지…….”
“저요? 아아…… 예…….”
두 신의 반응이 별로 신통치가 않은데?
그때 아르테미스가 메시지를 보내온다.
[저 둘은 아스가르드에서 상당한 입지를 쌓아 올렸던 신이잖아. 아스가르드 소속이 아니게 되면 입지가 애매해지니, 반응이 미적지근하지. 신앙으로 SP도 더 이상 못 받을 테고.]
[그래? 그럼 네가 지금 영혼 중개로 받는 SP보다 신앙 SP가 더 높아?]
[아니, 중개가 최곤데?]
[그럼 쟤들한테 네 수입 좀 말해 줘 봐.]
아르테미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둘에게 수입을 메시지로 보내 주자 바로 얼굴이 활짝 피는 두 신.
“이 임무, 맡도록 하지. 아스가르드를 위하여.”
“잘 부탁드려요. 김지호 님. 호호…….”
진짜 그놈의 SP가 뭐라고 대신 태도가 이렇게 바뀌냐.
둘이 선뜻 하겠다고 나서자, 오딘도 한결 편해진 얼굴로 그들에게 다가선다.
“그럼 아스가르드와의 선을 끊도록 하지. 금방 다시 돌아오길 염원하겠네.”
“다시 돌아오기엔 너무 많은 SP일지도…….”
“……뭐? 무슨 소리인가? 토르.”
“아. 아니야. 영감. 빨리 해지해 봐. 흐흐.”
싱글벙글하면서 아스가르드 소속에서 퇴출당하는 토르와 프레이야.
이를 어이없게 지켜보던 로키가 나에게 말했다.
“하. 뭘로 꼬드긴 거지, 김지호?”
“SP지. SP.”
“하…… 대체 얼마나 주길래…… 내가 갈 걸 그랬나?”
“넌 아스가르드에 남아서 머리 역할을 해 줘야 하잖아.”
“쩝. 아쉽군. 그건 그렇고, 세 신계에 통신을 다시 걸어 조율하고 있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 그동안 저 검…… 한 번 보지 그래?”
로키가 멸혼구에 박혀 있었던 레바테인을 가리킨다.
지금은 멸혼구가 박살이 나서, 그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거검.
새하얀빛이 미약하게 맴돌고 있었다.
“레바테인은 아스가르드에 속하니 원칙적으론 중립의 신기이지만, 미카엘이 개입해서 만들었으니 질서 진영의 속성도 지니고 있을 거야. 질서의 신기가 필요하다며?”
“호오. 그래. 잘 말해 줬어.”
그럴 법하다.
포세이돈의 창 트라이아나를 그냥 부숴야 하나 싶었는데, 혹시 저 검이 질서의 속성을 띈다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어.
바로 레바테인에 다가가, 영검을 휘두른다.
이제는 영기발출을 굳이 외치지 않아도 저절로 발현되는 영기.
예전보다 매서운 기세로 거검을 그대로 강타한다.
지직. 지직.
새하얀 전기가 잠시 맴돌더니, 그대로 영검에 흡수되어가는 레바테인.
[영검이 레바테인을 흡수합니다…….]
[레바테인의 속성에 질서와 중립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질서 진영의 힘이 부족합니다. 질서 진영의 힘을 충족하십시오.]
[질서 진영의 힘을 충족할 시, 영검이 SSS단계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중립 진영의 힘이 여유로워, 영검이 일부 진화합니다.]
[영검의 힘이 사용자와 동화됩니다. 사용자의 영체 어디에서나 영검의 힘과 동일한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호오.”
SSS급으로 업그레이드가 안 돼서 아쉬워하고 있을 때, 나를 위로하듯이 뜬 메시지.
이거 꽤 쓸 만한데?
지금처럼 영검으로 해야 풀파워가 나는 게 아니라, 내 영체가 영검과 똑같은 출력을 낸다는 이야기니까.
강적이랑 싸울 때는 결국 최고 출력인 영검을 의지했는데, 이제는 촉수도 더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겠어.
“질서 진영의 신기였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래도 얻은 소득은 있었지.”
미카엘의 배반은 뼈아프지만…….
그래도 내 자신은 한 단계 더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영혼 계열 스킬도 안전히 몸으로 체화하고, 영검의 출력까지 영체와 융합되었으니.
이 정도면, 대신 급이라면 그 누구와 싸워도 자신이 있다.
그게 설령 전신 아레스라도.
“김지호. 계약 해지가 다 끝났네.”
그런 나에게 다가오는 오딘.
그 뒤를 토르와 프레이야가 따른다.
“내 자네를 믿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시스템의 서약을 통해 사도 계약을 해 줄 수 있겠는가?”
“아. 당연하죠. 대신 둘만 더 구하면, 가기 싫다고 해도 복귀시켜 주겠습니다.”
“하하. 고맙네. 그럼 어서 사도 계약을 진행하게나.”
시스템을 통해 서약을 끝내고, 두 대신을 사도로 충원한다.
아르테미스에게 SP 수입을 대체 얼마로 들었는지 밝은 표정으로 기꺼이 내 사도가 되는 둘.
거참…… 그렇게 좋나?
[대신 ‘토르’가 사도가 되었습니다.]
[대신 ‘프레이야’가 사도가 되었습니다.]
[신계 창설 조건을 모두 충족합니다.]
[사도의 정원이 신계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신계 타입을 선택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