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92화 (192/240)

<내 상태창 2개 - 192화>

멸망의 검 레바테인 (2)

오딘이 손으로 원을 그리자, 우리 일행이 모두 공간 이동을 한다.

도착한 곳은 세계수의 위편.

우리는 모두 허공에 발을 딛고 떠 있었다.

“하늘을 봐.”

로키가 가리키는 하늘 위.

새하얀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인간의 눈이었다면, 보자마자 눈이 멀었겠지.

신의 영체라 그런지 그럭저럭 보이긴 보인다.

“김지호. 레바테인 전역을 막지 말고, 저기에만 힘을 집중할 수 있겠나?”

오딘이 가리키는 곳.

세계수의 하늘 위에 자리한 새하얀 불꽃.

다른 곳과는 달리 순백에 가까운 불길이 특징적이다.

핵심이라 그런가.

어마어마한 영력이 느껴진다.

“해 보죠.”

발두르의 빛의 힘.

처음에는 그냥 뿜어내기만 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해진 상태다.

빛을 한 점에 모아 하늘로 쏜다.

지지직. 지지지직.

“배리어?”

내 빛에 저항하는 새하얀 막.

그 형체가 배리어와 닮았다.

“빛이 닿는 곳 중심으로 공격하라!”

오딘의 명에 일제히 공격하는 아스가르드의 정예들.

번개를 내뿜는 토르를 위시해 각종 무기와 마법이 쏟아진다.

신의 권역에 들었기 때문에 그 공격 일체에는 영기가 깃들어 있었다.

화르르르.

대신의 집중포화 덕에 금방 뚫려 나가는 레바테인의 배리어.

보호막이 사라지고, 새하얀빛도 나의 빛에 밀려난다.

첫 시작이 좋군.

“생각보다 금방 뚫리는군. 진입하자!”

“예. 레바테인에 진입하겠습니다.”

모두가 하늘 위로 날아간다.

그러자 새하얀 불길과 마주하게 된 우리 일행.

“영혼 분해.”

영혼 분해를 써서 바라보니, 구조는 바깥의 불과 비슷했다.

다만 영력이 좀 더 많이 채워져 있을 뿐.

이 정도면 대신의 공격으로도 걷어 낼 수 있어.

“영기발출을 써서 공격해 주세요.”

“알겠네.”

배리어를 뚫듯이, 일제히 공격해 나가는 아스가르드의 신들.

다들 손발이 척척 맞아, 불길을 쉽게 걷어 내고 있었다.

불이 사라지면 또 올라가고, 사라지면 또 올라가고…….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영력의 농도가 점점 강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영력의 압력이 상당하군.”

“불을 걷기만 할 뿐이 아니라, 일행 보호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소울 배리어를 사용하지.”

“스킬 위에 사용하면 방어력이 더 강화됩니다. 그렇게 하세요.”

“오, 그런 방법이…… 알겠네. 발키리는 일행을 보호하라.”

“예. 주신이시여.”

발키리가 방패를 들고 일행을 보호한다.

그들의 덕에 나도 빛의 권능을 길 뚫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지지직. 지지지직.

꽤 높이 올라왔을 때쯤, 또다시 막히는 하늘.

새하얀 배리어가 또다시 우리를 가로막았다.

“또 배리어인가.”

“아까처럼 뚫지요.”

일사불란하게 배리어를 타격하는 아스가르드의 최정예.

아르테미스도 옆에서 활로 좀 도와주긴 하지만, 아스가르드 최정예가 공격 지분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콰콰콰쾅!

“생각보다 싱겁군.”

“김지호의 빛 덕분에 저 불길에 위압을 느끼지 않아서 그러네.”

“하긴, 처음 봤을 때는 정말 공포스러웠지요. 고맙다, 김지호.”

“신의 권역, 이 스킬도 대단하군요. 영기발출에 소울 배리어…… 써 보니 더 좋다는 걸 알겠습니다.”

“너 때문에 살았다. 진짜.”

손쉽게 배리어를 뚫고 나에게 공치사를 하는 아스가르드 신들.

이 양반들 갑자기 왜이래?

[거 참 아부 떨긴. 네 빛의 힘을 보고 잘 보여야겠다고 생각하나 봐. 하긴, 신의 권역도 그렇고…… 네 사도들도 그렇고. 대신계 하나 정도는 소멸시킬 만하지.]

하긴, 영혼 약탈자 스킬의 유무가 크긴 크니까.

그래도 참.

오딘한테 지령이라도 내려왔는지 신들이 번갈아 가면서 티 나게 듣기 좋은 소리를 하네.

오글거리는구먼.

가볍게 칭찬을 받고, 더 위로 올라간다.

“엇, 저기…… 빛무리가 보입니다.”

“형태는…… 어, 천사 같군요?”

날개가 달린 인간형의 빛.

순백의 영체에 두 날개가 마치 천사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싸움 중에 있는 저희를 보호하소서.]

[……의 악의와 간계에 대한 저희의 보호자가 되소서.]

경건한 음성이 귓가에 울려 퍼진다.

그와 동시에 일제히 날아들기 시작하는 빛의 천사.

그들의 돌진에 적의가 서려 있다.

“흠. 이들은 뭐지?”

“레바테인을 수호하는 천사 형태의 빛의 정령…… 금시초문이군요.”

“일단 요격합시다.”

“김지호. 그대는 길을 뚫는 데 집중해 주게.”

“그러죠.”

빛의 권능으로 계속 하늘의 길을 뚫으며, 날아오는 빛무리들을 지켜본다.

“사라져라.”

토르가 양손을 뻗자 푸른 벼락이 쏟아진다.

영기발출이 담긴 뇌전이 금방 적들을 뒤엎자 적이 단번에 흩어져 간다.

“약하군.”

[오, 주신이시여.]

[적을 감금하소서.]

[천상 군대의 영도자시여…….]

적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경건한 음성은 끊이질 않는다.

번쩍. 번쩍.

사라지는 만큼 다시 생성되는 빛의 천사.

[영혼을 멸망시키기 위하여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악을 지옥으로 모두 쫓아버리소서.]

똑같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빛의 천사들.

죽여도, 죽여도 바로 생성되어서 덤벼 오는데, 생각보다 성가시다.

“이놈들 대체 뭐지? 올림푸스랑은 관련 없지?”

아르테미스에게 묻는 로키.

아르테미스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몰라. 이런 녀석. 제우스가 만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올림푸스 소속에는 이런 존재는 없었어.”

“흑뢰의 변종인가? 다른 중소신계를 점령하며 만든?”

“그럴지도. 일단은 계속 재생하니, 길을 뚫도록 하지.”

“김지호를 도와 힘을 집중시키세.”

토르가 빛의 천사들을 견제하고, 나머지는 똑같이 전진한다.

어느 정도 전진했을까.

새하얀 불길로 가득하던 세상이 갑자기 일변한다.

세계가 바뀌며, 자동으로 빛의 권능이 꺼진다.

“여기는…….”

불이 아니라 새하얀빛으로만 이루어진 공간.

그 안에는 아까 보았던 빛의 천사로 가득했다.

아까 상대했던 녀석들보다 크기가 두 세배는 더 큰 천사들.

날개는 아까보다 늘어 네 쪽이었으며, 모두가 새빨갛게 타오르는 불의 검을 들고 있었다.

“이 녀석들…….”

“불의 검을 든 천사 군단이라고……?”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오딘과 로키.

나도 저 천사들을 보니,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건 설마…….

아아아아아.

합창하듯이 울려 퍼지는 경건한 음성.

화르르르.

모든 천사가 불의 검을 일제히 우리에게로 겨눈다.

[대천신이여.]

[이 세상 전장에 우리를 보호하사 마귀의 악함과 흉계를 방비케 하시고.]

빛처럼 날아오는 천사.

“이 자식들. 기세가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 강해. 보통이 아니야!”

“일단 적을 요격해. 저들의 정체는 제압 후 파악한다!”

[천주 저 마귀를 억제하여 굴복케 하시며.]

[영혼을 삼키려는 악신의 무리를 천주의 힘으로 인하여 지옥에로 쫓아 몰으소서.]

콰콰쾅!

“큭…….”

“적, 강합니다. 소울 배리어를 썼는데도……!”

천사의 돌진에 일제히 밀려나는 발키리.

소울 배리어는 으깨지고, 발키리의 방패마저 금이 간다.

“요격해!”

오딘이 지팡이와 창을 들고 맨 앞에 뛰어든다.

그 뒤를 따라가는 아스가르드의 대신들.

[마귀에 불과한 용과 늙은 뱀을 붙들어.]

[쇠사슬로 묶어 심연 속에 빠뜨리고.]

[백성들을 더욱 유혹하지 못하도록 하소서.]

“시끄러워 죽겠네. 이 새끼들!”

토르가 묠니르를 거칠게 휘두르며 빛의 천사를 멸한다.

방어력은 그리 높지 않은지, 오딘과 토르의 공격에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가는 대천사들.

과연 아스가르드의 두 대신, 용맹하기 이를 데가 없다.

휭. 휭.

둘이 한 번 공격할 때마다 수십, 수백 천사가 일제히 붕괴하여 소멸한다.

커다란 불의 검은 두 신에게 차마 닿지도 못한다.

“방어력은 별것 없군.”

“적의 공격만 조심하라.”

오딘과 토르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아스가르드의 정예.

처음 돌진을 막을 때는 좀 밀렸지만, 어찌어찌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고 있었다.

아르테미스의 발견이 있기 전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앗. 저기. 또 천사들이 날아오는데? 뒤에서도 와!”

“뭐? 토르, 그럼 후방을 맡아다오.”

“아니, 내가 일단 할게! 길을 계속 뚫어!”

오딘의 명에 따르려는 토르.

하지만 그가 빠지면 지금 진군 속도가 느려진다.

SP가 후달리지만, 빛의 권능을 다시 사용해야지.

“태양신의 권능.”

온몸에서 꺼졌던 빛이 다시 뻗어 나온다.

사방으로 퍼지려 할 때, 갑자기 나에게 뜨는 메시지.

[태양의 권능끼리 맞부딪칩니다. 권능의 힘이 약해집니다.]

[빛의 화신인 천사와 맞부딪칩니다. 권능의 힘이 약해집니다.]

빛의 화신 천사는 이해가 간다.

근데 태양의 권능끼리 맞부딪친다고?

흠. 이 공간이 태양의 권능으로 이루어진 건가?

[아아아.]

[태양의 힘이다. 물러서라.]

[악마는 이런 힘을 낼 수가 없다. 돌진을 멈추어라.]

[우리는 마를 베는 검.]

[빛은 우리의 소관이 아니다.]

한데 신기한 것은 천사들의 반응.

빛을 내뿜자, 덤벼오다가 갑자기 물러선다.

아까 작은 천사들은 그런 거 상관 안 하고 자폭 공격을 하더니……?

주문 같은 것만 읊더니, 정상적으로 말도 할 수 있었네.

“흠. 저들이 물러서고 있군.”

“하지만 멀리서 포위한 채 저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김지호, 그 권능, 얼마나 유지할 수 있지?”

로키의 질문에 상태창을 바라본다.

SP가 실시간으로 쭉쭉 줄어드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태양의 권능을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중 가장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SP.

태양신의 권능끼리 맞부딪쳐서 그런 건가?

이대로라면 시간을 오래 벌 수는 없겠어.

“그리 시간이 많지는 않아. 빨리 가야겠어.”

“그래. 일단은…… 저들의 정체가 의문이 들지만 시급한 레바테인부터 먼저 처리하자.”

“레바테인의 중심부에 이제 거의 다 도달했다네. 최대한 속도를 내 보세.”

태양신의 권능을 유지한 채, 모두와 함께 달린다.

그런 우리를 허공 위에서 멀찍이 지켜보고 있는 천사 무리들.

불의 검도 내려놓고, 그저 날개를 펄럭이며 우리를 지켜만 보고 있다.

태양신의 권능이 유지되는 한, 그대로 구경만 할 참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 전진한다.

빛으로 이루어진 세계.

길도 보이지 않지만, 가장 강력한 영력이 뿜어져 나오는 곳을 향하니 레바테인의 핵심에 도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로키. 다른 신계와 통신이 가능한가?”

쏜살같이 날아가는 일행.

오딘이 그 사이에서 로키에게 묻는다.

“아니, 여기서는 통신이 되지 않아.”

“그래? 저 천사들과 관련해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거늘…….”

“그래서 나도 여러모로 통신을 해 보려고 했지만, 이 공간에서는 통신 연결이 제한되어 있어. 일단 우리에게 가능한 최우선은 레바테인의 핵을 공격하는 것. 그거뿐이야. 김지호의 SP도 무한하지 않으니,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의문은 나중에 풀자고.”

“그래. 지금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니…….”

로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오딘.

일행 모두가 침묵을 유지한 채, 진군을 지속한다.

그렇게 움직인 지 얼마나 지났을까.

화르르르르.

세상이 또다시 모습을 바꾼다.

“아무래도 도착한 것 같군.”

“이 샛노란 불길…… 딱 봐도 강력해 보이는군요.”

빛의 세계의 경계에 선 채, 우리는 그 너머를 바라봤다.

샛노란 불지옥의 세계.

커다란 불의 구가 세계의 중심에 서서, 불을 사방으로 퍼뜨리고 있었다.

“저 불길을 내뿜는 구…… 마치 태양 같은 모습이로군.”

“기세가 매우 강렬합니다. 함부로 진입하기에 꺼려지는군요…….”

“아! 저 구 위에 검이 꽂혀 있습니다.”

거대한 검이 구에 꽂혀 있다.

태양에 꽂힌 검.

검신은 80% 이상이 들어가 칼자루와 연결된 검신 일부만 보였다.

그 겉모습만으로도 규모가 상당히 큼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저게 레바테인…… 인가?”

“어마어마한 힘이구나.”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영력이 느껴진다.

손쉽게 여기까지 돌파해 온 우리 일행도 차마 빛의 세계에서 그리로 발을 디디질 못했다.

아무리 대신이라고 해도, 발을 디디면 소멸할 것 같은 강렬한 힘이 느껴진 것이다.

이거 어떻게 하지?

쉽게 진입하기는 애매한데…….

“영혼 분해.”

일단 약점이나 있을까 하여, 영혼 분해를 사용해 본다.

그러자 숨이 막힐 듯이 빽빽하게 모인 영력이 느껴진다.

으으. 이걸 어떻게 다 뚫고 들어가지?

그래도 어디 뚫을 만한 데가 있나 열심히 지켜본다.

보고 또 보다 보니, 파악하려는 약점은 보이지 않고 희미한 빛의 움직임이 새로이 눈에 띄었다.

내 주먹만큼 작은 천사의 형상.

그 천사가 내 쪽을 향해 어마어마한 영력을 뚫고 조금씩 조금씩 날아오고 있었다.

저건 대체 뭐지?

[지호야…… 도망쳐라…….]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등골에 소름이 쫙 끼친다.

이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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