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84화>
아레스의 군세 (3)
환웅의 적극적인 협조로 일은 순조로이 진행되었다.
“어. 아마테라스. 자네, 내가 알린 메시지는 확인했는가? 마음의 결정이 내려지면 포탈을 열어 주게.”
“아레스 놈이 우리를 속였어. 그들은 시스템의 제어를 받지 않아. 이대로 가면 이용만 당하다 죽을 판일세. 나는 영혼신에게 마지막으로 걸었네. 그의 조건이 어떠하냐면…….”
“믿지 못하겠다고? 자, 그럼 여기서 봐 보게. 영혼신. 아레스가 저희와 미리 교섭해서 우리를 모두 흑뢰로 만들려 합니다. 그의 목적은 아스가르드의 패망…… 이렇게 이야기해도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지.”
“그럼 어떻게 할 거냐고? 일단 우리가 가도 해를 가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해 주게. 그리고 문을 열어 주게나.”
셀 수 없이 많은 곳에서 통신을 주고받는 환웅.
잠깐 몸을 나누겠다고 하더니, 10명이 된 환웅이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와. 일 처리 한번 확실하네. 헤르메스를 보는 것 같아.”
아르테미스가 감탄할 정도로 폭풍같이 일을 처리하던 환웅.
열 명 중 본체가 나에게 와서 말했다.
“중소신계 10군데가 주신에게 귀속되겠다고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제가 최적의 루트를 짜 보았습니다.”
“예. 그대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각국의 신계에 발걸음을 옮겼다.
환웅의 안내, 너무 편한데?
그의 리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영혼신. 환웅에게서 제의는 들었습니다. 저희로서는 그대에게 의탁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한데…… 하는 김에 저희 신계 소속 다른 신도 사도가 되어도 되겠습니까? 같은 조건으로요.”
일본의 태양신 아마테라스.
머리 뒤에 소형 태양을 달고 있는 키가 큰 여신이었다.
가장 먼저 호의적인 태도를 취해서 갔더니, 신 하나를 더 끼워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사도의 정원이 신계로 업그레이드하기 전에는 자리가 애매할 것 같아서 거절하려는 찰나.
이를 눈치챈 환웅이 먼저 선수를 친다.
“자네. 이건 아까와 이야기가 다르지 않는가? 사도의 자리는 한정이 되어 있고, 우리는 여러 신계를 다 통합해 나가야 하네. 나도 풍백과 우사를 잃었고, 운사마저도 스스로 봉인된 채 나에게 귀속되었지. 중소신계를 통합하고 나면 영혼신께서 어련히 신경을 써 주실 것이네.”
“으음…….”
“지금 몇 군데에서 연락이 오는지 아는가? 이렇게 되면 그냥 갈 수밖에 없어!”
“알겠네. 알겠어. 거참…… 왜 네가 나서서 난리야?”
투덜거리던 아마테라스.
결국 얌전히 자기 혼자만 대신으로 들어왔다.
[대신 ‘아마테라스’가 사도의 정원에 편입합니다.]
[두 명의 대신이 더 추가될 경우, 사도의 정원이 신계로 업그레이드됩니다.]
그녀를 필두로 여러 신들이 편입하기 시작했다.
[디에바스가 사도의 정원에 편입합니다.]
[세드나가 사도의 정원에 편입합니다.]
여러 나라의 건국 신화에서부터 이누이트족의 신화까지.
환웅이 미리 협상을 끝낸 덕분에 기존에 협상하던 열 군데는 물론, 네 군데도 추가로 접수할 수 있었다.
“벌써 열네 군데…….”
“아직까지는 순조롭군요.”
“지금까지는 제 제안에 대해 가장 호의적으로 받아들인 신계만 추렸습니다. 이제부터는 답변이 애매한 곳입니다.”
그러며 긴장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는 환웅.
“이제부터는 대비하셔야 합니다. 문을 열어 달라는 제안에 처음에는 탐탁지 않아 하더니, 갑자기 알겠다고 했으니까요. 한데 시스템을 통한 맹세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흠. 혹시 함정일 수도 있겠군요.”
“예. 상대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신 엔키…… 인류 최고最古의 신 중 하나입니다.”
“함정일 거 같으면 안 가시는 게…….”
“하지만 그는 분명히 대신의 자격을 갖추고 있을 겁니다. 신계 창설을 위해서라면, 그래도 접촉하시는 것이…….”
14군데의 중소신계를 접수했지만, 막상 대신급을 얻는 게 쉽지 않았다.
초반에는 환웅과 아마테라스가 대신급이라 5명 금방 채울 줄 알았는데…….
나머지는 모두 중급신 정도라 기대에는 못 미친 상황.
이대로라면 정원 한계가 꽉 찰 판이라, 사도라도 쫓아내야 하나 싶을 정도다.
“가죠. 함정이 있어도 뚫고 지나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포탈을 연결하겠습니다.”
내 결정에 포탈을 여는 환웅.
가기 전에 미리 대비한다.
“소울 배리어.”
내가 소울 배리어를 사용하자, 모두 나를 따라 소울 배리어를 사용한다.
환웅도 소울 배리어를 사용하더니, 나를 보고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혹시 메소포타미아의 신계에서 무슨 변고가 생긴다면, 저는 철수하겠습니다. 소울 배리어를 생성하는 데만 해도 SP 소모가 너무 크군요…….”
아니, 배리어 하나 띄우는데도 SP가 없어?
가난하다, 가난하다 했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하시죠. 그럼 제가 먼저 진입하겠습니다.”
그리고 포탈에 첫걸음을 딱 디디는 순간.
나는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아. 함정이구나.
지지지직!
어두컴컴한 세계.
사방에서 검은 번개가 쏟아진다.
문답무용으로 공격을 하네.
쾅! 쾅! 쾅!
미리 띄워 놓은 소울 배리어 덕분에 다행히 해는 입지 않았다.
하지만 꽤 데미지가 강력했는지, 상태 메시지가 떴다.
[소울 배리어가 반파됩니다.]
[SP를 소모하여 다시 재생을 시작합니다.]
빛 한 점 없는 공간.
“밝아져라.”
빛을 띄워 보지만, 얼마 가지 않아 희미하게 사라진다.
잠시 비춰진 풍경은 지지직거리는 흑뢰로 가득했다.
검은 전기 다발이 무슨 넝쿨처럼 사방에 얽혀 있었다.
이건 뭐…… 전혀 신계라고 볼 수 없네.
애초에 메소포타미아 신계로 포탈을 열지도 않은 건가?
주위를 빠르게 훑었다.
태양도 없는 세계.
태양신의 권능을 사용할 수도 없다.
아폴론은 예전에 스스로 빛도 냈던 것 같은데…….
지금 내 권능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닌 거 같고.
영검으로 처리해야겠군.
“영기발출.”
휙!
검을 뻗어 흑뢰를 벴다.
가볍게 썰리는 흑뢰.
하지만 순식간에 재생하더니, 규모를 점차 키워 갔다.
흠. 이거…….
만만치 않은데?
“트라이아나. 오케아노스 지도 띄워 봐. 나 어디 있어?”
[사용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습니다.]
여기가 어딘지 확인하기 위해 지도를 띄우니, 내가 어딘지 표시할 수 없다고 뜨는 트라이아나.
아예 신계도 아니고…….
완전히 함정으로 만든 포탈이군?
휙. 휙.
영기발출을 좀 더 강화해서 검을 휘두른다.
지지지직.
순식간에 사라지는 흑뢰.
하지만 재생하는 것도 순식간이다.
거기에 딱히 베도 SP를 흡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SP만 나가는 상황.
이거 영 이득이 없는데?
“김지호. 역시 함정이야?”
뒤에서 들리는 아르테미스의 음성.
아직 안 들어왔구나.
사도가 주신 등 뒤에 숨어 있다니. 쯧쯧……
“그래. 빠지자. 여기는 신계도 아니야.”
다들 들어오기 전에 미리 빠진다.
열려 있는 포탈로 들어서니, 도망치지 말라는 듯이 나에게 미친 듯이 쏟아지는 흑뢰.
검으로 모조리 베어 넘기면서 다시 포탈 안으로 들어왔다.
지지지직!
포탈 내부에 들어와서도 뻗쳐 오는 흑뢰.
가볍게 쳐 내니 그대로 사라져 없어진다.
“역시…… 함정이었습니까?”
“예. 흑뢰밖에 없더군요.”
그러자 곧바로 고개 숙여 나에게 사과하는 환웅.
“죄송합니다. 주신이시여. 더 잘 파악했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그래도 중소신계 14곳은 쉽게 편입했잖아요?”
“이제부터는 포탈로 이동하면 안 되겠습니다. 엔키의 경우 그래도 호의적인 척 대했는데…… 역시 맹세를 하지 않는 신계는 가지 않아야겠습니다.”
“예. 이제부턴 트라이아나로 다니죠. 환웅님은 신계와 접촉해 보시되, 맹세를 하지 않은 쪽은 신뢰하지 말도록 하죠.”
대신 숫자가 부족해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뛰어들었다가 낭패 볼 뻔했네.
사실 함정 설치해 봤자 어쩌겠냐는 마음도 있었는데, 흑뢰로 이루어진 세상을 보니 이게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조금 저도 함정이 더 강했으면, 쉽게 못 빠져나왔을지도 모르지.
트라이아나를 띄우고 다시 오케아노스로 돌아가 이동을 시작했다.
트라이아나 안에서 지도를 띄우자, 상황이 아까와는 좀 달라진 상태.
“우리가 중소신계를 편입해서 그런가? 적 군단이 목표하던 곳이 사라졌네. 그래서 쟤들,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어.”
“어? 신계의 숫자 자체가 많이 줄었군요?”
“그러네. 이름 있는 대신계 빼고는 점점 사라지고 있네. 우리에게 편입한 신계는 스스로를 봉인했으니 사라졌다고 쳐도, 다른 곳까지 사라지다니…….”
수없이 많았던 점이 사라지고 있었다.
아까 포탈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안 사라졌는데?
환웅도 옆에서 같이 지도를 보더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아레스가 감언이설로 꾀어낸 신계에게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하는 것 같습니다. 풍백과 우사의 폭로로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이던 행보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그럼 오케아노스로 군단을 보내야 하지 않나요? 어떻게 벌써 신계를 접수하는지…….”
“주신께서 멸망시킨 중소신계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흑뢰가 절반 이상 아니었습니까? 이미 반쯤은 접수된 신계가 상당합니다. 이걸 나중에 풀어 주겠다며 감언이설로 속여 오다가, 이번 일이 드러나니 그냥 독니를 드러낸 것이지요. 함정으로 한 번 써먹었다가 실패하니, 바로 점령을 시작하는군요.”
그럼 내가 중소신계를 멸망시키기 전에, 자기들이 미리 접수를 하겠다, 이거군?
“그럼 그때 폭로하지 말았어야 했나?”
“어차피 신계에 흑뢰가 깔린 이상, 저들의 식민지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렇게 되면 피아가 나누어지니, 남은 중소신계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지요. 저도 최대한 제가 아는 신들에게 통신을 돌려 보겠습니다.”
환웅이 또 열 명으로 나뉘어 이리저리 통신을 시작한다.
아까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통신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환웅은 연락이 안 되는 신들도 모두 기억해 두었다가, 다른 신에게 연락이 되면 이를 톡톡히 써먹었다.
“자네. 지금 대파란이 난 건 알고 있는가? 신계에 흑뢰가 설치된 이들은 모두 연락이 두절되었다네. 중소신계를 아레스가 집어삼키고 있어.”
“그들은 우리에게 호의적인 체 답했지만, 결국은 집어삼킬 생각밖에 없었지. 제우스는 시스템마저도 왜곡시킬 수 있는 자일세. 그를 믿느니 차라리 영혼신께 귀의하는 게 어떠한가? 그분의 조건은 매우 합리적이고, 시스템을 통해 맹세를 하겠다고 공언하셨네.”
열 명이 통신이 되든 안 되든 열성적으로 연락하면서 일을 한다.
저런 모습을 보다가, 입을 헤 벌리고 쳐다보는 쿠우가와 지도가 뜬 화면에 손가락으로 장난을 치고 있는 아르테미스를 보니 영 한숨이 나왔다.
“야. 니들은 뭐 할 일 없냐?”
“아, 앗…… 네. 주신이시여. 으으음…… 아! 그래. 제가 동료들에게 연락을 돌려 이 상황을 각자의 신계에 설명해 달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진행시켜.”
쿠우가는 머리를 싸매더니 나름 괜찮은 안을 가지고 왔다.
그에 반해 아르테미스는 내 시선을 피하듯, 한없이 지도만 보고 있었다.
“넌 뭐 아이디어 없어?”
“나? 나는…… 음…… 지도상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을게. 어차피 나는 중소신계 애들에 대해 아는 게 없어. 그냥 전투 담당이라고 생각해.”
“…… 그래. 그래라.”
하긴. 뭐 중소신계 쪽에 대해 얘가 뭘 알겠어.
올림푸스에서도 끈이 떨어졌는데…….
전투할 때 참여만 하면 되지.
“일단은 남은 신계로 이동하자.”
트라이아나를 움직여 남아 있는 신계로 이동했다.
트라이아나가 이동하는 와중, 나도 내 사도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중소신계의 상황을 설명하고 아는 신계에게 연락을 해 달라고.
그러자 각기 답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 저도 아는 중소신계에 지금 당장 연락해 보겠습니다…… 엇, 연락을 받지 않는군요.]
[저도 쿠우가에게 듣고 연락을 해 보았는데,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락이 두절된 곳이 대다수.
지도상에서도 중소신계로 지칭되었던 곳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어. 가장 가까운 신계가 사라졌는데?”
“그럼 그다음 타깃으로 가자.”
모니터링을 하던 아르테미스가 지적하자 또다시 경로를 바꾸는 트라이아나.
가장 가까운 곳을 찍으니 세, 네 번 정도 허탕을 치게 됐다.
그러자 지도를 유심히 바라보던 아르테미스가 손가락으로 한 군데를 가리킨다.
“그럼 여기로 가는 건 어때? 적 군단들이 가는 방향 같은데. 쟤들이 이동하는 데가 제일 쓸 만한 타깃 아닐까?”
아르테미스가 가리키는 신계.
신계 크기는 별다를 게 없었지만, 지금까지와는 좀 색다른 특이점이 있었다.
“저 신계…… 이름은 없는데…….”
“옆이 아스가르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