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83화 (183/240)

<내 상태창 2개 - 183화>

아레스의 군세 (2)

라그나로크. 신들의 황혼.

아스가르드의 종말을 뜻하지 않는가.

“아스가르드를 멸망시키려는 건, 동맹 조약 때문에 그런가 보군요.”

“예. 아레스가 저희와의 계약은 속아 넘겼지만, 아스가르드와의 동맹 조약은 제우스가 창조주가 되기 전의 것. 이것은 철회할 수 없나 보더군요.”

“흠…….”

저들의 행동을 예상해 봤다.

중소신계를 설득해서 흑뢰를 최대한 모은 후, 오케아노스의 길을 통해서 아스가르드에 기습을 가한다.

올림푸스의 전력 자체는 아스가르드를 치지 못하니 흑뢰만으로 공격을 해야 할 터.

“그럴 법하네. 하지만 흑뢰만으로 가능할까?”

“흠…….”

“흑뢰는 결국 중소신계의 신들이 변한 거잖아. 뭐 저번에 영상을 보니 힘을 격발해서 싸운다지만, 아스가르드도 전력이 탄탄하단 말이지. 그리고 다른 대신계도 모두 도와줄 텐데.”

“아레스는 생각이 있어 보였습니다.”

예전에 만난 아레스를 떠올려 본다.

신화 속에서는 깡패처럼 나왔지만, 직접 본 바로는 꽤 진중한 인물이었지.

싸울 때도 방심 같은 건 안 할 녀석.

“아레스면 골치가 아픈데…….”

아르테미스가 뺨을 긁적였다.

보아하니 싸우기 싫어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왜. 아레스가 어때서?”

“그놈……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제대로 싸울 때는 미친개 같아. 그런 주제에 그가 거느리는 군대는 극도로 효율적인 움직임을 추구하지. 아테나는 방어에 특화되었다면, 아레스는 공격에 특화되었는데…… 녀석이 맡은 일이면 상대하기 꽤 까다로울 거야.”

“저번에 한 번 본 적이 있긴 했는데. 그땐 토르가 와서 살았지. 내가 약할 때였지만.”

“그래? 힘 자체는 아폴론과 엇비슷할 거야. 둘이 제우스의 후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사이니까.”

아폴론과 비슷하다고?

그럼 지금 상태의 나라면 대적할 만하겠군.

“다만 아폴론은 태양의 힘으로 다대일 싸움에 특화된 반면, 아레스는 일대일 대결에 강하지. 아테나를 제외하고는 아레스와 일대일 전투로 이긴 올림푸스 신이 없었거든.”

“아테나는 그럼 아레스보다 더 세냐?”

“흠…… 뭐랄까. 상성이 안 좋아. 아레스가 아테나한테는 전력을 다하지 않기도 하고.”

둘이 사이가 엄청 안 좋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뭔가 내가 아는 거랑 다르네?

뭐, 올림푸스에 있었던 아르테미스 말이 맞겠지만.

“아레스는 부하들도 문제야. 그리스 신화 속 영웅들이 그를 열성적으로 따르거든. 헤라클레스도 한때는 아레스의 추종자였지.”

“영웅으로 이루어진 군대, 거기에 전쟁의 신 아레스라…….”

아무래도 아폴론의 힘까지 흡수했다고 쉽게 보면 안 되겠다.

아폴론은 혼자 돌아다니다가 죽었는데, 아레스는 적극적으로 군대를 쓸 거 같군.

나도 위험할 땐 토르 호출하고 사도신도 싹 다 부르면서 대응해야겠어.

“그런데 그들, 아스가르드 침공 때는 어차피 끼어들지 못하는 거 아닙니까? 동맹 관계니, 흑뢰만 쳐들어올 수 있잖아요.”

“그래. 아스가르드 전투에서는 문제가 안 돼. 우리가 중소신계 세력을 접수할 때, 녀석과 마주치지 않도록 해야지.”

“아레스는 직접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우사가 본 바로는, 흑뢰를 양성하는 곳에서 계속 머물고 있다고 하는군요.”

아까부터 우사를 언급하는 환웅.

분명 환웅이 우리나라에 내려올 때, 풍백, 운사, 우사를 데려왔다고 했지.

그중 운사는 여기 있는데…….

풍백과 우사는 어디 있는 거지?

우사는 아레스 소식을 알려 주는 것 같은데.

내 표정을 읽은 것일까, 환웅이 이야기했다.

“우사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신가 보군요.”

“예. 우사는 아레스의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그는 흑뢰로 변형하기 위해 아레스의 진영으로 떠났습니다.”

아레스의 진영으로 떠났다고?

“아레스의 진영으로 떠났고, 그가 건재한 걸 지켜보고 있다는 건가요?”

“예. 지금 연병장 같은 곳에서 흑뢰를 만드는 의식을 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아직 우사는 흑뢰가 되지 않았나 보군요. 통신을 자유롭게 하는 걸 보면.”

“예……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말을 흐리는 환웅.

그러더니 나를 바라보며 물어본다.

“영혼신. 그대의 제안에 따라서 모든 게 달라지겠죠.”

“저의 제안이라면…….”

“설마 올림푸스를 믿지 말라는 말만 하러 오시진 않으셨겠죠? 아니면 저희도 다른 신계처럼 소멸시키기 위해 오셨습니까?”

그의 질문에 내가 생각했던 바를 전달한다.

나의 사도신이 되어, 영혼 중개로 SP를 얻으라고.

“사도신이 되라니…… 그게 무슨 망발입니까! 환웅 님을 노예로 삼으려 하다니!”

내 제안에 격앙하는 운사.

환웅은 무척 담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도가 되라고요……? 영혼신, 그냥 저희를 죽이지 그러십니까.”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하기 전에 환웅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내 앞에 생겨나는 창.

하나의 장면을 보여 주고 있었다.

사방에 가득한 흑뢰.

그 가운데에는 올림푸스의 군대가 오와 열을 맞추어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다.

그들의 건너편에는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신들이 긴장한 눈초리로 이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 장면…….

아레스의 진영인가?

“사도가 된다는 건 이런 겁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는 환웅.

“풍백, 우사. 신들에게 아레스와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라. 그리고 도주하라. 만약 도망칠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자폭하라. 이는 주신으로서의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환웅이시여.]

[명을 받듭니다.]

그러고 꺼지는 화면.

환웅이 나를 바라본다.

“사도가 되면 주신의 불합리한 명령도 이렇게 듣게 됩니다. 특히 불멸이 가장 중요한 신에게 영기발출을 쓸 수 있는 올림푸스의 군대 앞에서 자살을 하라고 한 거나 강요했음에도 그들은 반발하지 못하죠.”

이래서 포세이돈이고 아폴론이고 사도가 되기를 그렇게 꺼려했던가?

나를 무표정하게 쳐다보던 환웅이 미간을 찡그렸다.

“……벌써 죽었군요.”

풍백과 우사에게 명령한 게 바로 조금 전인데.

벌써 죽은 건가?

“아…… 도주는 역시 불가능했습니까?”

안타까운 목소리로 물어보는 운사.

환웅은 눈을 감고 고래를 젓는다.

“그래요. 풍백과 우사는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아레스의 흑뢰가 되게 놔둘 수는 없었어요.”

“……신단수 아래 신시를 형성했던 동지가 이렇게 사라지다니.”

“영혼신. 사도가 되면, 이렇게 명령 한 번에 소멸하게 됩니다. 거기에 주신의 어떤 명에도 거역을 하지 못하게 되지요. 사도라니…… 저는 되고 싶지 않군요. 차라리 이대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사라지겠습니다.”

단호하게 사도화를 거절하는 환웅.

차라리 죽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거참. 이 양반…….

말은 좀 끝까지 들어야지.

“명령을 듣지 않아도 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사도가 된 당신에게 명령할 일은 없을 겁니다. 당신은 그냥 사도의 정원에 가서 가만히 SP나 모으면 됩니다. 그리고 제우스와의 전투가 끝나면, 모두 조건 없이 해방시켜 드리지요.”

사도가 된 이후에도 명령하지 않을 것이며, SP를 얻을 수 있도록 유지시켜 주겠다는 제안.

올림푸스와의 싸움이 끝나면 모두 조건 없이 해방시켜 주겠다는 것도 덧붙였다.

“그런 조건이라니…….”

“저는 등급이 낮아 제우스처럼 계약을 위배할 수도 없지요.”

“흠…… 사도가 되면, 얼마나 많은 SP를 얻을 수 있습니까?”

“환웅 님……!”

오. 일단 들어는 보겠다는 건가.

“그건 신격에 따라 다릅니다만.”

“제 신격은 대신입니다.”

“대신이었다고? 당신이?”

뒤에서 놀라는 아르테미스.

“아무리 봐도 대신격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모두 한때는 잘나가던 시절이 있는 법이죠.”

“하긴, 뭐 그런 신도 한 둘이 아니니까…… 이 조그만 나라의 민족 신화에서 대신이 있을 줄은 몰랐네. 어쨌든 대신이라면 나랑 비슷하게 SP를 얻을 거라고 봐도 되겠어. 내가 얻는 SP는…….”

아르테미스가 자신이 얻는 SP 수치에 대해 말하자 환웅은 물론 탐탁찮은 기색이던 운사마저도 눈을 번쩍 떴다.

“그 정도나 된단 말입니까?”

“단지 영혼 중개만으로 그런 SP를 얻다니…….”

“그 정도 SP면 신계 소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하지만! 환웅이시여. 그래도 이런 제의에 응해서는 안 됩니다. 사도가 된다니! 아무리 맹약을 한다지만…… 그런 굴욕을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거참. 운사 이 양반은 맹약을 맺는다고 해도 반대하네.

하지만 환웅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채, 침묵을 유지했다.

설득하면 어떻게 먹혀 들어갈 것 같은데…….

“영혼신께서는 정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저도 이름없는 신에서 예전의 이름을 금방 되찾았지요.”

“이 녀석, 아직 인간 물이 안 빠졌어. 나는 맹약도 없이 사도가 되었는데, 아직도 처녀신이라니까?”

장고 중인 환웅을 설득하기 위해 나서는 내 사도신들.

근데 아르테미스, 그 예시는 좀 아니지 않냐?

하나 그 말이 끝나자 눈을 뜨는 환웅.

“처녀신을 취하지 않다니…… 특이하군요.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예. 그러시죠.”

“영혼신께서는 혹시 등급이 어떻게 되십니까. 역시 대신이십니까?”

“아닙니다. 중급신입니다.”

“그런 가공한 힘을 지녔는데도 중급신이라니…… 이로써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겠군요. 사도가 되겠습니다.”

오오.

처음에는 그냥 죽겠다는 식으로 나오더니, 생각보다 마음을 금방 바꾸어 사도신을 수락하는 환웅.

운사가 옆에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탄한다.

“환웅 님…….”

“운사. 잠시 쉬고 있거라. 신시를 봉인하겠다.”

“예…… 알겠습니다. 부디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기를…….”

운사가 환웅에게 무릎을 꿇어 절한다.

그러고 나자 그의 육체가 스르르 연기처럼 사라진다.

“신시는 앞으로 봉인 절차에 들어간다. 신단수에 모여, 종국에는 나에게 귀속될지니.”

쿠르르르.

환웅이 건물 안의 창을 향해 손을 뻗자, 세계가 진동한다.

이 공간은 괜찮지만, 밖의 세계는 붕괴되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건물 안의 모습도 변한다.

유리창은 나무기둥이 되고, 사방에 깔려 있던 모니터가 사라진다.

신단수에 모인다더니…….

이 빌딩이 마치 나무처럼 변하는군.

사실은 이게 신단수였던가?

“사도로 들어가겠습니다. 영혼신이여.”

[대신 ‘환웅’이 시스템의 맹약을 전제로 사도로 들어오려고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그러며 뜨는 시스템의 맹약의 내용.

환웅에게 명령할 수 없으며, 제우스와의 전쟁이 끝나면 사도에서 해방시켜 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수락한다.”

[대신 ‘환웅’이 사도의 정원에 편입됩니다.]

[세 명의 대신이 더 추가될 경우, 사도의 정원이 신계로 업그레이드됩니다.]

대신 셋만 더 얻으면 신계로 업그레이드인가?

처음에 신계 창설이 가능하다고 떴을 때에는 대신 다섯을 어디서 구하나 했는데, 어째 생각보다 쉽게 구할지도 모르겠어.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영혼신이시여.”

“예. 환웅 님. 그럼 이제 사도의 정원에 가실 건가요? SP를 회복하기 위해서.”

“주신이시여. 그러려고 합니다. 하나 그전에 제가 잠시 주신을 돕도록 해 주십시오.”

사도가 되었기 때문일까.

아까보다 더 공손히 이야기하는 환웅.

“도움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제가 다른 중소신계로 가는 포탈을 열겠습니다.”

오오.

포탈을?

지금까지 트라이아나로 오케아노스의 길을 통해 이동하긴 했지만, 사실 포탈을 통해 가는 게 제일 빠르지.

“저희가 아레스와 계약을 맺으며 넣었던 조항 중, 신계의 포탈을 봉인하기로 한 것이 있었습니다. 혹여나 우리가 배신해서 대신계의 지원군이 오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죠. 하지만 그와의 계약이 무효인 것이 드러났으니…… 포탈을 열어 중소신계를 최대한 장악하도록 돕겠습니다.”

“그럼 시간이 엄청나게 절약되겠군요. 좋습니다.”

“그럼 바로 연락을 취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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