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81화 (181/240)

<내 상태창 2개 - 181화>

대공습의 시작 (3)

[목표 신계에 도착했습니다.]

“와. 엄청 빠르네.”

하늘 위로 휭 오르더니, 스스로 게이트를 열고 날아가던 트라이아나.

지도상으로 보니 다른 군단의 이동 속도보다 몇십 배는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더니, 금세 목표 행성에 도착했다.

화면상으로 아직 적 군단은 도착하려면 아직 먼 상태.

우리는 중소신계-142의 하늘에 떠 있었다.

예전에 아수라도에서 포세이돈이 바깥 하늘에 숨어 있듯이.

내부의 화면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던 아르테미스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포세이돈 숙부는 언제 이런 걸 준비했대? 진짜 신계로 바로 왔구나.”

“그래. 여기가 무슨 신계라고 했지?”

“아프리카의 토착 신앙과 연관이 있는 신계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보면 알 수 있을 것…… 입니다만……?”

밖을 바라보며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던 쿠우가가 말 끝을 흐렸다.

왜 저러지?

쿠우가가 보는 화면을 같이 바라봤다.

“흑뢰……?”

하늘 끝까지 올라와 있는 거대한 산봉우리.

그곳에 사방으로 검은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

끝날 기미가 없이 계속해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흑뢰.

딱 봐도 사달이 난 것 같았다.

“영혼 분해.”

스킬을 써서 흑뢰를 분석했다.

자세한 구동 원리는 너무 복잡해서 분석이 되지 않았지만, 흑뢰가 지닌 SP는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했다.

살펴보니 생각보다 약한 흑뢰.

대부분은 A급 정도의 수준이고, 몇몇 정도가 중급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내려가서 상황 파악을 해 봐야겠군.”

“그래. 같이 가자.”

“저도 따르겠습니다.”

아르테미스, 쿠우가와 함께 트라이아나에서 내렸다.

탈 때처럼 황금빛 문이 열려 그 통로로 나오자, 크기가 다시 원래대로 축소되는 트라이아나.

원래의 삼지창 형태가 되자, 자기 혼자서 스르르 나에게로 날아와 등에 창대를 기댔다.

“저게 흑뢰구나…….”

멍한 눈으로 번개를 바라보는 아르테미스.

“악의가 가득찬 힘이야. 신의 왕으로 군림하던 제우스는 선한 신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악신도 아니었지. 하지만 지금의 행보는 완전히 악신이나 다름없어.”

“지금 이 난리를 피우기 전에도 신화 속에서 맨날 씨나 뿌리고 다니지 않았나? 마누라도 있는데.”

“원래 우리 올림푸스의 신들은 그런 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해. 그거 가지고 악신이라고 따질 건 아니지.”

“하긴…… 너네 신화 보면 가족 관계가 아주 꼬여 있더구먼.”

“다 남신들이 문란하게 씨를 뿌려서 그래. 그 당시 남자 위주의 시대상을 본뜬 만큼, 남신들도 절조 없이 놀아 다녔지. 뭐, 제우스는 기간토마키아를 막기 위해 후손을 양성하겠다는 목적으로 변명했지만 말이야. 그에 반해 여신들은 그만큼 자유롭지 못했지.”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아르테미스.

자기가 그런 부자유스러운 여신이라 이건가?

“뭐…… 너야 처녀신이니까 그렇지.”

“쳇. 처녀신이라니. 이젠 그냥 달의 여신으로 불러 줘. 시대가 어느 땐데 순결 타령이야.”

“그 당시의 시대상을 본떴다며. 그땐 그게 중요했잖아.”

“그래. 아테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여신에게만 강요된 것이 있었지. 하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졌으니, 나도 바뀔 거야.”

그러더니 앞으로 나서서 오른손을 뻗는 아르테미스.

그녀의 손에 기다란 장궁이 생성된다.

“태양에서 기원한 달빛이여. 이리 모여 나의 촉이 되거라.”

그러자 장궁의 시위에서 스르르 생겨나는 화살.

은빛의 화살이 하염없이 커지다가 확장을 멈추었다.

“어차피 이 세계는 제우스의 흑뢰만 남아 있는 상황. 아무리 둘러봐도 중소신계의 신들은 찾아보기 어려워.”

태양신의 권능을 사용해서 살펴본다.

그녀의 말대로 흑뢰에 물든 이질적인 신의 모습은 몇 보였지만, 일반적인 신의 영체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냥 쓸어버리겠어. 아폴론을 사형시킨 제우스에게 이런 걸로나마 기분을 풀고 싶어. 그래도 되겠지?”

활을 쏘기 전에 나에게 허가를 요청하는 아르테미스.

뭐, 견제 사격 정도면 괜찮겠지.

“적당히 기분만 내. 다 부수기에는 SP가 부족할걸?”

“당연하지.”

아르테미스가 활시위를 튕긴다.

목표는 하늘.

은빛의 화살이 하늘의 중앙에서 멈춰, 구름처럼 뭉게뭉게 퍼지기 시작했다.

사아아아아.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던 은빛이 분해된다.

그러더니 빛이 작은 화살처럼 뭉쳐,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와 다른 점이라면, 아래로만 내려가는 게 아니라 사방으로 쏘아진다는 점.

우리가 있는 쪽을 제외한 모든 방위에 아르테미스의 화살이 날아든다.

콰콰콰쾅!

대지를 폭격하는 은빛 화살.

그 안에는 영기발출의 힘도 깃들어, 더욱 파괴력을 더했다.

스스스스스.

기둥처럼 선 흑뢰가 화살에 닿자 불타오른다.

생각보다 쉽게 타오르는 흑뢰.

영력이 하급신, 중급신 정도의 규모인 흑뢰도 속절없이 타오른다.

아니, 뭐 이렇게 세?

“너 힘 아낀다더니…… 목숨 걸고 쐈어?”

“아, 아니야. 그냥 가볍게 쏜 건데? 뭐야. 쟤네들 왜 이렇게 약해. 김지호, 영기발출이 그렇게 좋은 거였어?”

“영기발출이 뛰어나긴 하지만, 그래도 사도신한테는 나처럼 스킬 효율이 안 나올 텐데…….”

쿠르르르르.

검은 번개가 모두 새하얀 불꽃에 타오르자 거산이 진동했다.

순식간에 갈라지는 대지.

흙이 하늘 위로 솟구치며, 하늘의 구름은 오히려 바닥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그야말로 천지가 뒤집히는 광경.

흑뢰를 부쉈을 뿐인데, 갑자기 하늘과 땅이 자리를 바꿔 갔다.

“뭐…… 뭐야.”

“아르테미스 님. 이런 힘이라니…… 대단하십니다.”

“아, 아니. 그냥 화살 한 번 쐈을 뿐인데?”

당황하는 아르테미스.

그냥 분풀이로 한 번 쏜 거 같은데, 갑자기 천지가 번복되다니.

흑뢰가 사라진 것과 관련이 있나?

[오케아노스에서 변동 사항이 생겼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갑자기 나타나는 눈앞의 시스템 창.

예 버튼을 누르자, 아까 보았던 익숙한 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10개의 점을 향해 진군하는 군단 무리.

아까와 똑같은 듯했는데……

[중소신계-142가 소멸하고 있습니다.]

[중소신계-142로 이동하던 대규모의 신들이 사라졌습니다.]

“뭐?”

여기로 침공하는 것처럼 보였던 애들이 사라졌다고?

흠…… 설마…….

“이리로 오던 신들의 무리, 사실은 침공하러 온 게 아니라 귀환을 하러 오는 부대였나?”

“무슨 소리야?”

“이 중소신계로 오는 신들의 무리가 사라졌어. 네가 흑뢰를 다 부수고 난 후로.”

“어, 정말? 그럼 그 신들이랑 저 흑뢰랑 연관이 있는 거야?”

“그렇게 보이네. 검은 번개가 사라지니, 외부에 있는 신들도 소멸한 건가…….”

하늘이 떨어지고 땅은 부유한다.

우리가 있는 곳까지 날아오고 있는 흙더미와 돌덩이.

한때는 신계였던 곳이, 단숨에 사라지고 있었다.

[파편화된 신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SP를 흡수합니다.]

[영력을 흡수합니다.]

떠오르는 메시지 창.

상태창을 바라보니 SP와 영력 수치가 꽤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아폴론이나 포세이돈을 흡수할 때보다는 수치가 낮지만, 꽤 쏠쏠한 정도로.

한 신계가 멸망하면서 그 잔해를 흡수하는 건가?

이거, 내가 직접 흑뢰를 부쉈으면 더 흡수를 많이 했을 텐데.

괜히 아르테미스 보고 쏘라고 했네.

하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줄 알았나?

내가 가만히 SP를 흡수하고 있자니, 아르테미스가 말한다.

“여기엔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거기에 세계가 붕괴하게 된다면, 더 이상 남아 있기도 그렇지요. 일단 후퇴하심이 어떻겠습니까?”

“흠. 나는 잠깐 흡수할 게 있어서. 먼저 타고 있어 봐. 트라이아나. 아까처럼 변해 줘.”

트라이아나가 내 등 뒤에서 바로 뛰쳐나가더니 아까처럼 빛으로 변해 커다란 잠수함으로 변했다.

계단이 생겨나자, 계단 위에 아르테미스와 쿠우가가 올라섰다.

“정말 먼저 간다?”

“어. 들어가 있어. 트라이아나 귀환 좌표로 찍어 뒀으니, 영력 좀 흡수하고 들어갈게.”

그러자 얌전히 들어가는 둘.

트라이아나가 날 기다렸으나, 손을 휘휘 젓자 하늘 위로 올라갔다.

지직. 지직.

점차로 줄어드는 세계.

경계선에 있던 나는 힘을 더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세계의 중심을 향해 날아갔다.

[누…… 누구…… 냐…….]

멸망하는 세계의 한가운데서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

남성의 목소리다.

이 신계 소속의 신인가?

[왜 우리 신계가……! 으아아아아!]

크게 울부짖던 그가 갑자기 비명을 내지른다.

그와 동시에 빠르게 올라가는 SP.

목소리의 근원지가 어디 있는지 둘러봐도, 보이지는 않는다.

[으으…… 아…… 아레스…… 약속을 어기다니……! 지켜 준다더니……! 크…… 크으……!]

아레스가 지켜 준다고 했다고?

제우스에게 절규하는 줄 알았더니, 뜻밖의 이름을 말하는 목소리.

그러더니 소리가 뚝 끊긴다.

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소리 지르다가 사라지는 목소리.

그와 동시에 세계가 급격하게 수축되기 시작했다.

이제 SP도 더 이상 안 올라가니…….

“헤임달의 귀환.”

귀환을 써서 트라이아나로 돌아갔다.

“오셨습니까. 주신이시여.”

“음. 별 이상은 없지?”

“화면상 적 부대의 이동 속도는 그대로입니다.”

“그럼 다음 신계로 가자.”

아레스를 왜 불렀는지 신경 쓰였지만, 그건 신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알 수 있겠지.

대규모의 부대가 움직임을 멈췄던 신계부터 순회를 시작했다.

한데…….

두 번째도.

“여기도 똑같네?”

세 번째도.

“여기도 흑뢰만 있군요.”

네 번째까지…….

“이곳까지 마찬가지군.”

모두 처음 신계와 비슷한 광경이었다.

신계의 형태는 좀 달랐으나, 모두 흑뢰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가볍게 치기만 해도 부서지는 신계.

이번에는 아르테미스에게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철거해서, SP와 영력을 수거했다.

그러자 똑같이 무너지는 신계.

그 중심에서는 비슷한 절규가 들려온다.

[아레스…… 아레스……!]

[네놈을 믿었건만……!]

제우스 대신 아레스의 이름을 외치는 이들.

“대체 왜 아레스를 외치는 거야?”

“그러게. 나도 모르겠네…….”

아르테미스도 딱히 알아채지는 못하는 눈치였다.

“적 부대, 또 사라졌습니다.”

“흑뢰가 사라지니 적도 사라지네. 흑뢰가 저들의 근본인 걸까?”

“그러면 저희는 빈집털이를 하는 셈이로군요.”

“편하게 소멸시키니 좋기는 한데…… 중소신계의 전력이 너무 쉽게 사라지는 느낌이네.”

“그러게. 다음 신계로 가 보자. 이곳은 움찔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은 곳이었지.”

10군데의 타깃 중 5번째 신계로 이동한다.

네 군데는 우리의 통신에 움찔해서 멈췄다가 이동했지만, 나머지는 그냥 정상적으로 이동하고 있었지.

여기는 좀 상황이 다르려나?

그러고 도착한 5번째 신계.

지금까지의 신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곳은 흑뢰가 없네.”

트라이아나에서 나와 신계를 살펴본다.

흑뢰가 없으니까 정말 정상적인 곳 같군.

땅이 없고, 구름에 둥둥 떠 있는 신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천국 같은 느낌이었다.

“좀 더 들어가 보자.”

이제 진짜 중소신계의 신들을 만나는 건가?

하늘 밖에서 신계의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구름이 만발한 세계.

그 위에는 동양풍의 건물과 꽃나무가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지긋지긋한 검은 번개가 없으니, 이제야 풍경이 눈에 들어오네.

휘이이잉.

갑자기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

우리가 서 있는 푸른 하늘 위에서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리고 나타난 구름 속에서 사람의 신형이 불쑥 드러났다.

“어디서 오신 분이십니까.”

하반신은 하얀 연기로 되어 있고, 상반신은 마치 도사 같은 모습을 한 노인.

그가 우리를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아, 당신은…… 영혼신이시군요. 저희 신계에 기별도 없이 방문하시다니…….”

나를 알아보네.

하긴 뭐, 얼굴 많이 팔렸으니까.

“예. 제우스가 침공해 오고 있어서요. 말씀 좀 드리고자 해서 불쑥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흠…… 제우스가…… 주신께 연락을 좀 드리겠습니다.”

그러더니 입을 달싹하던 노인.

금방 통신이 끝났는지, 나를 보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주신께서 귀빈을 모셔 오라 하십니다. 저 운사雲師가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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