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80화 (180/240)

<내 상태창 2개 - 180화>

대공습의 시작 (2)

네 군데라. 바로 세 대신에게 연락을 취했다.

[네 군데라…… 지금 연락을 했던 신계의 반응이 미적지근하긴 했지.]

[4개? 그럼 조금 전에 한 곳 말고도, 그전에 연락을 돌린 신계도 용의자 리스트에 들어가겠어.]

[내가 연락을 돌렸던 신계는…….]

각자 연락을 돌렸던 신계 리스트를 취합하자, 9곳의 신계가 추려졌다.

3명의 신이 연속으로 연락을 취했기에, 그 시간 동안 움직임이 바뀔 수도 있으므로 넉넉잡아 9군데를 용의선상에 올린 것이다.

“정말 올림푸스와의 내통자가 있었군요…….”

“지금은 다시 진군을 시작하네.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움직이고 있어.”

아르테미스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점이 이동하고 있었다.

너희가 우리를 어찌 막을 건데? ……하는 느낌이군.

“9곳의 신계에 신계의 문을 열 수 있겠냐고 타진해 봐.”

“그래. 내통한 거면 스스로 문을 열지 않겠지.”

아르테미스의 조언을 받아들여 대신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자 곧 윤곽이 나온다.

[통신을 끊어 버리는군.]

[이쪽에서는 우리를 어떻게 믿고 신계의 문을 열겠냐고 하네.]

[이 신계는 대놓고 제우스가 영체는 유지시켜 주겠다 했다고, 이리로 붙는다고 하는군. 중소신계의 이탈과 배신, 이로써 자명해지는구나…….]

예측은 했다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충격적이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중소신계가 하나둘씩 이탈하고 있었을 줄이야…….

포세이돈에게서 트라이아나를 얻지 못했다면 이 움직임도 알지 못했겠지?

그를 발견한 건 천운이었군.

다시 상황을 정리해 본다.

신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건 SP.

신에게 SP는 신도들에게 나온다.

중소신계는 지금 대신계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있는 신도도 빼앗기고 있는 판.

애초에 봉인되었다가 풀려나서 SP도 얼마 없는 상태에 신도까지 빼앗기니, 이러다가는 SP 고갈로 셀프 봉인될 상황.

어차피 죽느니 그냥 제우스한테 붙겠다 이거지.

“근데, 어차피 SP가 없는 신들입니다. 별로 위협적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제우스가 신들을 붙잡아다가 흑뢰로 만들었다며? 중소신계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대신 신들 일부는 흑뢰로 만들겠다고 했을지도 모르지.”

“그, 그럴까요. 흑뢰가 되면 죽는 건데, 신들이 과연 할까요…….”

“아무리 중소라도 신계를 구성할 때쯤 되면 그런 희생양 신이야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어. 사도신에게 명하듯이. 너도 김지호가 제우스한테 죽으라고 명령하면, 죽어야 해. 사도신은 그런 거잖아?”

“아. 그렇군요…….”

“아니면 오케아노스의 길을 통해서 중소신계를 정벌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6개의 군단은 멈추지 않은 걸 보면, 그들은 공격하러 진군하는 걸 거야. 제우스는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가면서 쓰고 있어. 흑뢰 사태가 일어났음에도 대신계는 욕심을 못 버리고 있고, 중소신계는 살아야 하니까…….”

결국은 SP가 문제군…….

인간은 한정되어 있고, 포교는 대신계가 훨씬 유리하니까.

갑자기 짜증이 났다.

대신계와 중소신계의 해묵은 다툼은 알겠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이런 이권 투구라니.

신이란 놈들이 하는 짓거리는 인간 정치인들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

이대로 가다가는 사분오열돼서 결국 파국으로 끝날 거 같은데.

“하아. 이렇게 하나하나 빼앗길 거면, 그냥 내가 싹 다 쳐 버려?”

“주신께서 공격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흠…….”

흥분해서 홧김에 내뱉었는데, 막상 생각해 보니 그럴듯하네?

나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오케아노스의 길을 알고, 그 길에 간섭할 수 있는 포세이돈의 창 트라이아나를 지니고 있지.

중소신계의 신을 멸한다고 해도 영혼 약탈이 있으니 SP가 크게 소모되지는 않을 거다.

“잠깐…… 중소신계를 멸한다고? 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건…….”

“왜. 영혼 계열 스킬도 있고, 아폴론의 태양의 힘도 있겠다. 거기에 중소신계의 신들은 SP 없어서 허덕이잖아. 태양에 영기발출을 담으면 반항도 못할 텐데?”

만약 중소신계와 싸우게 된다면…….

그렇다면 내 상대는 올림푸스의 SP 빵빵한 신들이 아니라, 봉인 직전의 쇠약한 신들이다.

태양의 힘이라는 초광역기가 있는 이상,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지.

제우스에게 가느니, 내가 정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

“듣고 보니 가능은 하겠네…… 하긴, 지금 신들은 저력이 없지.”

“저…… 주신님. 걱정하신 바는 알겠지만, 주신님께서 신계를 멸하면 신들에게서의 여론이 매우 안 좋아질 겁니다.”

그깟 여론 따지다가 제우스한테 모조리 쓸려 나가면 어쩌려고?

거기에 나는 SP 거래소 때문에 제우스의 무조건적인 타깃이라고.

이대로 연합이 허우적거리다가 같이 쓸려 나가서 죽어 줄 순 없지.

“나도 그렇게 신계를 멸하는 건 반대야. 지금 영혼신에 대한 신들의 여론은 아주 호의적인 거 같거든. 모든 신에게 이렇게 골고루 지지받고 있는 신은 여태까지 별로 없었어. 한데 중소신계를 멸하면 이 호의적인 여론이 단번에 돌아설 거야.”

“그럼 중소신계와는 완전히 적이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중소신계에선 살기 위해 앞다투어 제우스 쪽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한 신계를 멸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해.”

명분이라…….

머리를 식히고 생각해 보니 내가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나서면 죄다 제우스 쪽으로 튈 거 같군.

그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겠어.

반대급부로 제시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눈에 들어온 아르테미스.

그녀를 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SSS급 신을 사도로 임명했습니다.]

[대신을 사도로 임명했습니다. 차후 4명의 대신을 더 사도로 받을 경우, 사도의 정원을 ‘신계’로 승급 가능합니다.]

그래. 그녀를 사도로 받았을 때, 4명의 대신을 더 사도로 받으면 신계로 승급할 수 있다고 했지.

신계가 되면, 사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원도 더 늘어나겠지?

“결국 모든 게 SP 때문인 거잖아?”

“뭐, 결론적으로 그렇지.”

“그럼 내 사도로 받아들이지 뭐.”

“뭐…… 사도로?”

그래.

어차피 배신이 걱정될 거라면, 내 사도로 만들어 버리면 되지.

“쿠우가. 영혼 중개해 보니 좋지?”

“예. 신세계입니다. 인간들에게 숭배받으려고 전전긍긍한 거 생각하면…… 이런 불로소득이 있을 줄이야. 매일 매일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 이름도 사라졌던 신이 이렇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회복을 하잖아. 지금 중소신계의 가장 큰 문제가 SP. 그들을 사도로 만들어서 같이 영혼 중개의 꿀을 누리게 하는 거야.”

“그, 그치만 사도가 된다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신에게 있어서 사도가 되라는 게 얼마나 굴욕적인 일인데? 노예로 살라는 거나 다름없어.”

“평생 사도가 되라는 게 아니야. 제우스와의 싸움이 끝나면 모두 남김없이 풀어 주고, 터무니없는 명령은 하지 않도록 계약을 맺으면 되지.”

“그런 조건으로……?”

그러자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아르테미스.

쿠우가는 옆에서 찬동했다.

“그런 조건이라면 받아들일 신계가 적지 않을 겁니다.”

“그래.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항시 문을 열어 놓으라고 하고. 이것도 안 받아들이면 없애야지. 적이 될 신계니깐.”

힘의 통합은 필요하다.

대신계 놈들이 손을 놓고 있다면, 내가 중소신계를 장악해야겠다.

언제까지 로키, 미카엘 녀석들이 잘하겠지 하고 맡길 수가 없겠어.

다들 올림푸스와의 싸움보다는 자기네 신계 사정이 먼저니까.

예전처럼 S급의 미약한 신도 아니고…….

난 이제 힘도 충분히 갖췄다.

오합지졸처럼 뿔뿔히 흩어지다 전멸당하느니, 내가 전면에 나서야 해.

“조건이 괜찮기는 한데…… 영혼신, 여력은 있어? 신계도 아니고, 지금 한도는 사도의 정원 수준이잖아.”

“대신 넷만 더 추가하면 신계로 승격이 가능해. 대신 넷만 받아서 신계로 업그레이드하면 자리가 충분할 거야.”

“대신은 어디서 받고?”

“아무리 중소신계라고 해도 그 수장들은 그 정도 등급이 되지 않을까?”

“그럴 겁니다. 중소신계 중에서는 한때 잘나갔던 신들도 많이 있거든요.”

“좋아. 그럼 바로 행동 개시한다.”

일단은 움직임이 멈칫했던 네 군데로 간다.

이들은 어찌되었던 올림푸스와 내통한 혐의가 짙은 세력.

그쪽에서 먼저 원인을 제공했으니, 다소 강압적인 수를 써도 되겠지.

“너희들도 동행해 줘야겠어. 사도가 된 후 얼마나 풍족한 SP를 누리고 있는지 증언 좀 해 줘.”

“저야 영광입니다.”

“나도? 신전 건설이 마무리 단계라 아쉽긴 하지만, 이게 더 중요해 보이네. 알았어.”

그들을 데리고 포세이돈의 창 트라이아나가 꽂힌 아수라도로 간다.

황량한 대지 위에 홀로 외로이 꽂혀 있는 삼지창.

창끝에서는 영롱한 빛을 계속해서 내뿜고 있었다.

트라이아나를 보더니 묘한 표정을 짓는 아르테미스.

“포세이돈 숙부의 상징인 트라이아나가…… 진짜 숙부마저도 너한테 졌구나.”

“뭐, 그가 자멸한 거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아폴론에 이어 포세이돈까지…… 나는 사도가 되었으니, 네가 제압한 그리스 대신만 벌써 셋이네. 기간토마키아에서 입은 피해보다 김지호 너 혼자가 입힌 피해가 더 많아.”

“제우스한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 결과지.”

트라이아나에 다가간다.

크툴루가 오케아노스의 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창이 필수적이라 했지.

창을 손에 쥐기 전, 쿠우가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

“주신님. 포세이돈의 창은 신들에게 있어서 지고의 신기입니다. 그걸 아무리 주신님의 영역이라 한들, 다른 신계에 놔두는 것은 불안하지 않을까요.”

“흠…….”

“그건 그래. 신이라고 해도 인간이랑 별다를 바 없어. 아니, 오히려 탐욕적인 면에 있어서는 더하지. 지금은 아수라와 좋은 관계라고 하더라도, 상황이 바뀌면 눈 깜짝할 사이에 안면몰수 할 수 있어.”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만난 신들의 무리 중, 정말 전지전능한 신 같은 놈은 별로 없었지.

계급도 인간처럼 나뉘어 있고, 탐욕스럽고 오래 살고 싶어 하고…….

진짜 그냥 오래 사는 영체 인간이네.

아수라도 지금은 믿음직한 동맹이지만, 상황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맞는 말이네.”

푸슉.

창을 뽑아 들어 크기를 축소시켰다.

처음엔 나보다 커다란 트라이아나였지만, 이제는 내 상체 크기로 줄어든 삼지창.

무기로 따지자면 긴 게 더 낫지만, 무기는 영검으로 충분하니까.

쉬리릭.

등에 촉수를 뽑아, 창과 내 몸을 밀착시켰다.

그와 동시에 트라이아나의 기능을 작동했다.

[오케아노스를 항해하시겠습니까? SP를 소모하여, 트라이아나를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변형 시 오케아노스를 더욱 빠르게 주파합니다.]

“SP를 사용한다.”

휙.

그러자 등 뒤에서 빠져나오더니 날아오르는 트라이아나.

푸른빛을 발하더니, 곧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창이 빛에 잠겨 급격히 불어나더니, 곧 땅으로 착지했다.

“저거…….”

“잠수함 아닙니까?”

쿠우가의 말대로 생김새가 딱 잠수함이었다.

푸른빛의 잠수함.

미사일처럼 생긴 원통형 몸통에 투박한 모습.

크기는 창이 불어났다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커서, 사람이 수백 명은 거뜬히 들어갈 것 같았다.

“이거 어떻게 들어가지?”

휘이이잉.

내 중얼거림에 잠수함의 중앙 부분이 빛나더니 황금색 빛의 계단이 생성됐다.

그리고 계단의 끝에는 원형의 황금색 문이 생겨나 있었다.

여기로 탑승하는 거군?

계단 위로 올라가자 자동문처럼 스르르 열리는 문.

그 안에 들어서자, 내 뒤를 아르테미스와 쿠우가가 따라왔다.

안으로 들어오자 대리석으로 장식된 그리스 신전 같은 느낌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포세이돈이 만들어서 그런가?

그리스 애들은 다 이러네.

위이잉.

눈앞에 뜨는 화면.

예전에 오케아노스를 비추던 화면이 확대된 모양새다.

[어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여기로.”

군단의 움직임이 멈췄던 행성 중 하나를 찍는다.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중소신계-142로 이동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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