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78화 (178/240)

<내 상태창 2개 - 178화>

포세이돈 (3)

포세이돈이 대가라고 이야기하는 트라이아나를 바라보았다.

푸른색의 삼지창.

뭐 나름 좋은 병기긴 하겠다만……

“널 여기서 죽이고 그냥 가져가면 되지 않을까?”

“트라이아나는 나와 연동되어 있다. 내가 죽으면 나의 신기도 소멸한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아까 싸울 때 보니 바닷물만 소환하는 무긴데, 딱히 쓸모가 없어 보이는데.”

그러자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포세이돈.

“트라이아나가 쓸모가 없어 보인다고? 비록 SSS급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그에 필적하는 무기다.”

“포세이돈의 삼지창은 확실히 유명하지. 지진과 해일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던가.”

옆에서 나에게 말해 주는 아수라.

지진과 해일이라.

뭐 강력한 효과긴 하지만, 딱히 나에게 필요 있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의문이 든다.

지진, 해일도 물론 강한 효과기는 하지만…….

이것보다는 포세이돈에게 능력치를 얻는 게 낫지 않을까?

“영혼신. 받아들여라.”

그때, 크툴루가 나에게 권했다.

오히려 포세이돈이 사라져야 유리한 그가 나에게 먼저 그런 제의를 하다니.

무슨 생각이지?

“넌 포세이돈을 멸해야 좋은 거 아니었어?”

“그렇지. 하지만 트라이아나의 가치는 그것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영혼신, 네 힘이라면 굳이 포세이돈을 멸하지 않아도 날 완전한 신으로 만들어 줄 수 있겠지…….”

뭐 이렇게 과하게 믿고 있냐.

하지만 트라이아나가 무슨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이런 판단을 했는지는 궁금해졌다.

“트라이아나의 가치가 대체 뭔데?”

“나와 포세이돈은 ‘길’을 개척했지…… 신계의 바깥 쪽. 암흑천지의 우주 공간과 영력이 휘몰아치는 곳. 끝없이 넓어, 기나긴 망망대해 같다고 하여 ‘오케아노스’라고 이름 붙인 공간에 도전한 거다.”

“길? 오케아노스?”

“신계 간의 이동…… 어떻게 하는지 아는가?”

뜬금없이 신계 간의 이동을 나에게 물어보는 크툴루.

고개를 저으니 그가 이야기한다.

“신계에서 초청을 해서 포탈을 열어 주는 게 아니라면, 주요 출입구는 한정되어 있다. 지구와의 연결 고리가 되는 통로 한곳. 그곳만 유지하지.”

“그래서 각 신계에서는 방어에 대처하기가 편하다네. 내가 자네를 초청한 것 같은 경우가 아니라 외적이 침공할 시에는, 출입구는 결국 하나거든. 그쪽만 틀어막으면 되니까 말일세.”

“그래. 전쟁과 같은 대규모의 이동이 필요할 시에는 반드시 신계의 입구를 통해 들어가야 하지.”

그렇군.

지금 내가 아수라도에 온 거는 아수라의 초청을 받아서 가능한 거고…….

신계끼리 싸움이 나려면 입구를 통해 들어가야 하는구나.

“하지만 이제 올림푸스는 다르지.”

“다르다고?”

“모든 신계는 이미 우리들의 개척에 힘입어 길로 이어지게 되었다. 올림푸스는 그 길을 통해 타 신계의 허점을 찌를 수 있다.”

“그게 가능할 리가…… 저 공간을 어떻게 개척한다고?”

“그걸 위해 나와 포세이돈이 합친 거지…… 거짓된 신의 수장인 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헤아릴 수도 없이 오랜 시간이 걸렸지…….”

“그럼, 진짜로 가능하단 말인가?”

“그렇다.”

타 신계의 허점을 찌를 수 있다는 말에 아수라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그럼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파견 나온 건 쓸모가 없을 텐데……!”

“그럴 거다.”

“이럴 수가. 제우스에게 무소속 신들이 습격당하는 줄 알았더니…… 그럼 다른 신계 중에도 올림푸스에 침공당한 곳도 있을지 모르겠군.”

“신계끼리 협조하여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침공받은 곳이 있을까요?”

그러자 아수라가 굳은 낯빛으로 대답한다.

“충분히 가능하네. 저번 흑뢰 사건 이후에도 연락이 잘 안 되는 신계도 많고, 그냥 통신 전담하는 신이 연락을 주고받는 경우도 많지. 통신을 전담하는 신을 지배하면 우리도 ‘저쪽 신계는 아직 무사하구나.’하면서 속아 넘어갈 거야.”

“흠…….”

“크툴루. 그럼 제우스가 다른 신계를 다 침공하고 있었는가?”

“글쎄. 우리는 제우스가 일을 맡긴 대로 길만 뚫었으니 다른 신계가 어찌되었는지는 모르지. 어쩌면 타 신계는 장악된 곳도 있을지도.”

“그런가…….”

제우스가 흑뢰로 만든 신들.

소속 없는 쪽이 주로 당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더 장악된 곳이 많을 수도 있겠다.

“여기 불교의 영역에도 우리는 길을 개척하고 있었지. 대신계에서는 최대한 안 들키게 조심한다고 속도가 느렸었는데…… 영혼신이 아폴론의 힘을 쓰는 바람에 발각이 났군. 사실, 포세이돈이 반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겠지.”

“큭…… 길을 개척하는 일은 우주를 멍하니 떠다니는 것과 같다. 익숙한 기척이 느껴지니 바로 말을 걸었는데…… 이런 꼴이 되어 버렸군.”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인가?

거참…… 운도 좋군.

“향후 올림푸스는 우리가 완성한 길, 오케아노스를 통해 병력을 보내겠지. 그때 트라이아나가 있다면 그 이동을 성가시게 방해할 수 있다. 오는 시간도 늦추고, 병력도 모두 이동시키지 못하도록 지연시킬 수 있지.”

“창에 그런 기능이 있었어?”

“포세이돈이 제우스를 상대로 보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기능이지…… 이를 써먹기 위해서는 트라이아나의 소유권이 필요할 거다.”

“……그래. 트라이아나에는 그 힘이 담겨 있다. 이쯤하면 날 죽이지 않고 봉인할 대가가 되겠느냐?”

지친 얼굴로 나에게 묻는 포세이돈.

생각을 해 본다.

그들이 개척하고 있었다던 오케아노스.

그리고 생겨난 길…….

이 길은 신계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갈길 수 있는 수단이지.

이걸 방해할 수 있다면, 충분히 쓸 만하겠어.

“그래. 봉인으로 멈추지.”

“고맙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트라이아나’의 소유권을 대가로 자신의 소멸 대신 봉인을 요구합니다. 이 계약을 체결하시겠습니까?]

내가 대답하자마자 시스템 창이 뜬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나?

내가 아까 시스템으로 계약하자고 할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자기가 위험하니까 바로 이렇게 조건을 제시하네.

“체결한다.”

[‘트라이아나’가 영혼신 김지호의 소유가 됩니다.]

[포세이돈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트라이아나의 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내게 스르르 날아오는 트라이아나.

그와 동시에 나에게 경고 메시지도 뜬다.

[대신 포세이돈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포세이돈이 소멸하게 됩니다.]

[공격을 멈추어 주십시오.]

새빨간 글씨로 나오는 경고 메시지.

트라이아나도 받았겠다, 딱히 죽일 생각은 없으니 영검을 뽑았다.

그러자 온몸이 크툴루처럼 물들기 시작하는 포세이돈.

이제 완전히 크툴루로 변하는 건가.

“허망하구나…… 그때 반응을 하지 말 것을…….”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포세이돈.

포세이돈이었던 영체가 입가에 미소를 띤다.

“이 몸에 포세이돈이 봉인되었군.”

“그가 봉인을 풀 가능성은 없나?”

“내가 그의 영체를 지배하는 한, 그럴 일은 없다. 영혼신 그대가 나에게 새로운 영체를 만들어 주면, 그때는 그도 봉인 해제를 목표로 SP를 모아 가겠지.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주도권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포세이돈이 다시 풀릴 가능성은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군.

그를 소멸할 때까지 영검으로 찍어 눌렀으면, 더 많은 영력과 SP를 얻긴 했겠지만…….

오케아노스의 길을 방해할 수 있는 트라이아나의 가치가 더 소중하다.

“크툴루. 오케아노스에 대해 더 아는 것 없는가? 이거 상당히 위급한 문제라네.”

“오케아노스는 우주의 공간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단지 미리 입수한 각 신계의 좌표를 따라 최적의 길을 겨우 개척했을 뿐이지…….”

크툴루가 바닥에 손을 뻗자, 수많은 촉수가 땅에 닿는다.

그러더니 일제히 땅을 비비기 시작하는 촉수.

처음으로 그린 건 커다란 원.

그리고 곧 그 원의 밖으로 선을 수없이 뻗는다.

선 끝에는 선보다 조금 큰 점을 찍어 두었다.

“원은 지구, 점은 신계. 선은 지구와 신계의 통로. 이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신계와 신계끼리는 길이 없지.”

“그래. 그게 우리의 상식이지.”

“하지만 우리는 올림푸스에서 시작해서, 모든 신계에 희미한 길을 뚫기 시작했다.”

크툴루가 촉수를 한 번 더 뻗으니, 점과 점 사이에 아주 미약한 선이 연결된다.

“처음에는 약소한 신계부터 연결하기 시작했지. 약한 신계가 더 개척이 쉽더군. 너희들이 봉인된 상태였음에도, 신계의 수준에 따라 길의 연결 난이도는 틀렸지.”

“흠…….”

“나중에 너희들이 풀려나고 난 이후에도 난이도는 딱히 다르지 않더군. 나와 포세이돈은 무아지경에 빠져 개척을 진행했지. 드림랜드의 힘도 이 때 많이 쓰였는데…….”

그러면서 이런저런 설명을 시작하는 크툴루.

거짓된 신이 어쩌고, 포세이돈의 힘이 어쩌고 하면서 이야기를 나열하는 데 점점 전문적이고 이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드림랜드는 거짓된 신계…… 하나 우리에게도 지구와 연결되는 통로는 있었지. 이 통로의 속성이 뭐냐면…….”

“아. 잠깐. 일단 그런 이야기는 됐고.”

“흠…… 알아 두면 좋을 텐데.”

“아니. 그건 됐고. 지금 그럼 네가 말하는 길이 모든 신계랑 연결이 다 된 거야?”

“그렇진 않다. 다른 신계는 어찌어찌 다 했지만, EX등급이 있었던 신계는 공략하기가 더 까다롭더군. 기독교, 불교의 영역…… 완전히 길을 연결하지는 못했지.”

“그럼 그 신계 빼고는 다?”

“그렇다.”

아수라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김지호. 나는 일단 가 보겠네. 다른 신들에게 이 건으로 연락을 취해 봐야겠어. 혹시나 장악된 곳이 있나 파악을 해야겠어.”

“예. 그러시죠.”

“그럼 다음에 보세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아수라 일행.

크툴루도 나에게 작별을 고했다.

“나도 오케아노스에 놔둔 르뤼에를 회수하러 가겠다.”

“르뤼에?”

“나의 도시, 나의 요새지…… 오케아노스 개척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으니, 회수하여 나도 힘을 비축해야겠다.”

“그래. 가 봐.”

“아, 그래. 영혼신. 나에게도 SSS급 영체 조각, 부탁해도 되겠는가?”

“이거 비싼 건데? 거기에 확실한 동맹에게만 파는 거야.”

“후후후. 적절한 대가는 지불하도록 하지. 그리고 우리는 같은 적을 둔 동맹 아니었던가?”

씩 웃으면서 서서히 사라지는 크툴루.

이거 원, 폭탄만 던져 놓고 유유히 사라지네.

“트라이아나는 오케아노스의 길을 감시하는 기능이 있지. 잘 이용해 보거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크툴루.

그가 사라지자 트라이아나를 만져 봤다.

푸슝.

만지자마자 창끝에서 바닷물이 뿜어져 나왔다.

“으. 짜.”

진짜 소금기 있는 리얼 바닷물.

바다의 신의 권능은 얻지 못해서 그런지, 바닷물을 태양빛처럼 자유롭게 컨트롤하지는 못했다.

진짜 그냥 물만 나오는 셈.

이 기능은 딱히 나한테 쓸모가 없어 보이는군.

“해일과 지진도 딱히 좋아 보이진 않고…….”

결국 오케아노스의 길을 견제하는 게 최선인가?

창을 만지작거리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갑자기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케아노스 감시 모드를 활성화하시겠습니까? 오케아노스의 감시에 들어갈 경우, 트라이아나의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오호.

그래. 딱히 무기로 쓸모도 없는데 그게 낫겠다.

감시 모드를 켜자 또다시 음성이 들려왔다.

[오케아노스에서 신들의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트라이아나의 등급이 낮아, 대규모의 움직임만 감지할 수 있습니다.]

[트라이아나가 인벤토리에 들어갈 시, 감시 모드는 해제됩니다.]

인벤토리에 넣으면 안 된다고?

흠…….

그럼 일단 내 아수라도의 영역에 꽂아야겠군.

트라이아나를 땅에 꽂자, 음성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감시에 포착되는 게 없는 건가?

하긴, 트라이아나의 등급이 낮아 대규모만 감지된다고 하니…….

“헤임달의 귀환.”

일단 집으로 돌아가 상황을 살펴보았다.

하나 며칠이 지나도록 별 변화는 나타나지 않은 상태.

아직 올림푸스가 활동을 개시할 정도는 아닌가?

긴장이 슬쩍 풀어지려고 할 때쯤, 나에게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신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뜨는 화면.

검은 우주의 모습에 그물망처럼 빽빽하게 선이 그어져 있었다.

화면은 선들이 연결된 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올림푸스 애들만 오케아노스의 길을 알 테니, 올림푸스에서 시작하려나?

점차 화면이 확대된다.

화면상 개미처럼 작게 꿈틀거리던 것이 커지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뭐야…… 왜 이렇게 움직이는 데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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