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75화 (175/240)

<내 상태창 2개 - 175화>

아수라도 (3)

“그만?”

아니, 장난해?

자기만 실컷 공격했다가 반격 좀 가하려 했다니 끝내자고?

“제대로 싸우기엔 SP가 부족하네.”

피식 웃음을 짓는 아수라.

그 웃음이 왠지 서글퍼 보인다.

“지금 배리어만 치다가 끝났는데, 뭐 벌써 SP가 부족하답니까?”

“그러게 말일세. 이게 영혼 계열의 스킬 유무 차이인가? 차이가 너무 극심하군.”

아쉽다는 듯 이야기하며 아수라가 여섯 팔로 팔짱을 꼈다.

“소울 배리어를 가격할 때마다 SP가 너무 많이 빠져나가네. 예전에 폴룩스와 싸울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네만…… 자네는 영혼신이라 다른 것인가?”

“흠. 그렇게 소모가 심합니까? 올림푸스의 적들은 딱히 그래 보이질 않았는데.”

“그래. 공격을 하면 할수록 내가 스스로 자멸하는 그림이 그려졌네. 한 점을 뚫기 위해 공략했건만, 그것도 무리군.”

아수라의 무예는 초절했다.

여섯 팔로 순식간에 일점一點을 노리는 신위.

소울 배리어도 깨지기 직전이었지.

그에게 영기발출이 있었으면, 진작 배리어가 부서졌을 수도.

“우리 둘이 싸우는데, 사생결단을 낼 정도로 SP를 소모할 필요는 없겠지.”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거 원, 허무하네요.”

“그런가? 미안하군. 그저 태양신을 꺾었다는 자네를 향해 무를 한번 발휘하고 싶었다네. 결국은 자네를 결국 샌드백처럼 다룬 셈이 되어 버렸구먼.”

그럴 거면 딴 데나 때리지…….

라고 말하기에는 사방의 상황이 난리였다.

땅은 갈라지고 하늘은 반 토막이 나 있는 아수라도.

아수라의 검격은 확실히 초월적이었다.

영혼 계열 스킬을 넘지 못했을 뿐.

“해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SP가 많지 않은 건 알고 있습니다만. 아수라님의 무예도 영혼 계열 스킬이 없으면 한계가 있군요.”

“뭐, 자네는 영혼신이니 스킬이 더 강해서 그러겠지? 그래도 걱정이 되는군. 우리도 힘을 회복하고는 있지만, 올림푸스 신들이 작정하고 쳐들어오면 힘들 것 같네.”

“흠…….”

“지금은 우리의 신계를 아스가르드에서 파견 나와서 지켜 주고 있긴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군.”

“그렇습니까?”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가 동맹 관계라는 걸 이용한 거지. 대신계에는 다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주요 출입구를 지키고 있네.”

그렇구나.

그들이 없었으면 영혼 계열 스킬이 없는 대신계는 올림푸스의 공세에 이겨 내질 못했겠지.

이거……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불교계의 무신인 아수라.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종교 중 하나의 무신인데도 소울 배리어 좀 치다가 SP 부족으로 전투를 포기할 정도라니.

영혼 계열 스킬이 없으면 정말 싸움이 쉽지 않겠는데…….

올림푸스 신들은 하급신도 죄다 영혼 계열 스킬이 세트로 있는데 말이야.

이렇게 효율 차이가 나서야…….

아.

“그럼, 스킬이 있으면 어떻겠습니까?”

“음? 영혼 계열 스킬 말인가?”

“예. 저한테 영역 선포라는 스킬이 있습니다만.”

영역 선포.

영혼신의 전투 스킬을 아군에게 일시적으로 전파하는 스킬.

이에 대해 이야기하자 아수라의 얼굴에 급 화색이 돈다.

“정말로 그런 스킬이 있단 말인가?”

“예. 저번에도 사용했지요.”

“한번 사용해 줄 수 있는가? 일격만 가해 보겠네.”

“그러시죠. 영역 선포.”

영역 선포를 사용한다.

그러자 다시 육도六刀를 꺼내는 아수라.

그의 도가 새하얗게 물든다.

“배리어를 써 보게.”

“소울 배리어.”

배리어를 쓰자마자 움직이는 육도.

콰콰콰쾅!

순식간에 일점을 60번 꿰뚫는 공격.

그러자 바로 메시지가 뜬다.

[소울 배리어가 부서지기 직전입니다. SP를 소모해 복구합니다.]

다시 복구되는 소울 배리어를 보며, 도를 다시 역소환하는 아수라.

놀라운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아까보다 적어도 열 배는 효율이 좋아진 느낌이군. 단지 스킬 하나를 깃들였을 뿐인데.”

“그 정도나 차이가 납니까?”

“그래…… 엄청난 차이네. 자네, 우리가 공격받으면 꼭 좀 구원을 와 주게. 스킬을 써 보니 알겠어.”

“알겠습니다.”

영기발출, 소울 배리어는 정말…… 신들 간의 싸움에서 어마어마한 효율을 내는구나.

맨날 올림푸스 놈들만 상대하다 보니, 일반 신과의 싸움에서 이렇게 효율이 좋을 줄은 몰랐다.

“그럼, 자네에게 아수라도의 일부를 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근데 이거 정확히 무슨 효과가 있는 겁니까?”

“전장의 무대를 꾸미는 효과가 있지.”

휙.

아수라가 어디론가 날아간다.

그를 따라갔다.

숲과 산을 순식간에 지나자, 그 너머로 보이는 공간.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다.

“여기가 일단 자네에게 할당된 아수라도의 영역이네. 여기서 독자적으로 키워 보게나.”

[아수라도의 서열 2위에 오르셨습니다.]

서열 2위?

아수라의 검을 잠시 받았을 뿐인데, 2위가 되다니.

내 아래는 이 정도도 받지 못하나 보지?

하긴 제대로 싸웠다면 내가 1위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군.

[삼두육비 - 아수라도의 최종 스킬 제한이 해제됩니다.]

[이제 사용자는 제 3의 머리, 재 5, 6의 팔을 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영체가 전반적으로 강화됩니다.]

[아수라도의 일부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습니다. 아수라도의 영역은 어디서나 소환이 가능합니다.]

아수라의 말에 주위를 둘러봤다.

녹음이 우거지는 사방과는 달리, 분지 안은 황무지다.

땅의 가치로 보기에는 뭔가 애매한 땅.

“여기서 뭘 하라고…….”

풀 한 포기도 없어 보이는 공간.

그걸 보자 바로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아니, SSS급 스킬인데 좀 심하게 허전한데.

촉수 네 개 더 추가했고 머리로 쓸 거 하나 확보 더 하긴 했지만…….

영체가 전반적으로 강화되었다고 나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SSS잖아.

아수라도 소환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런 황무지 소환하고 땡이야?

뭔가 최종 액티브 같더니, 실망인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아수라가 나에게 넌지시 물어본다.

“자네, 사도도 있지 않은가?”

“사도야 있죠.”

“내가 할당한 아수라도의 영역은 이제 자네의 것이네. 사도를 머무르게 해도 되고, 주변 환경을 자네에게 걸맞게 바꿔도 되네.”

아수라가 손가락을 하늘로 향한다.

“가령, 해를 하나 더 띄우고 싶다? 소정의 SP를 지불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네. 땅도 용암 지대로 바꿀 수도 있지. 자네가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단 말일세.”

“그렇긴 하지만, 이게 SSS급 스킬이라니…… 뭔가 애매한데요.”

“그것뿐만이 아닐세. 자네가 원한다면, 아수라도의 일원이 지원군으로 참전하지.”

아수라가 손가락으로 원을 그린다.

“소정의 대가를 지불하기만 한다면 말일세.”

흠…….

지금까지 만났던 아수라도의 신들을 떠올렸다.

태양빛에 불타오르는 하급신.

자기 혼자 멋대로 검을 휘둘렀다가 SP 떨어졌다고 포기한 아수라.

이런 이들…… 지원군으로 와 봤자 그다지 소용이 있으려나?

영 못 미더운데 말이야.

내 눈초리를 읽은 건지, 아수라가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한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가? 우리가 지금 약한 건 SP를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봉인에서 풀려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그렇게 허무하게 진압당한 거지. 자네가 영역 선포만 써 주면, 아수라도의 힘을 보여 줄 수 있네.”

“뭐 그렇긴 합니다만, 전 지금 당장 쓸 게 필요한데…….”

“흠…… 그래. 태양, 태양을 더 띄우면 되지 않겠는가? 자네는 태양신의 힘을 사용하던데, 태양빛이 하나 더 있으면 더 강해지겠지.”

그건 쓸 만하겠군.

아폴론도 태양 여러 개 띄웠을 때 엄청나게 강했지.

“아까 소정의 SP가 든다고 하셨는데, 대체 얼마나 드는 겁니까?”

“글쎄다…….”

세 얼굴의 고개를 모조리 옆으로 돌리는 아수라.

이 양반, 뭐야.

아는 게 없잖아?

그냥 내가 부딪쳐 봐야겠네.

흠.

그건 그렇고 나만의 영역 소환이라…….

“그래서 이 영역에 적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까?”

“당연하지. 네가 서 있는 땅을 완전히 아수라도의 영역으로 바꾸는 것이니 말일세.”

“그럼 그 어떤 행성에서도? 우주 공간에서도?”

“아수라도의 세계 자체보다 격이 월등히 높지 않는 한, 그렇게 될 걸세. 자네가 불리한 지형에 있더라도, 그걸 단번에 유리한 지형으로 바꿀 수 있게 되지.”

단언하는 아수라.

이거는 괜찮네.

“그럼 세계가 소환되는 겁니까? 아니면 제가 적과 함께 아수라도로 오는 겁니까?”

“이 영역이 소환되는 거지. 아수라도의 다른 지역과는 연결을 띄운 채로.”

“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잘 꾸며 보게나. 스킬을 쓰면 바뀔 거야.”

그러고는 나에게 손을 흔들고 떠나는 아수라.

아수라도의 스킬을 사용해 본다.

[영체를 변경하시겠습니까?]

첫 번째로 나오는 메시지.

머리 하나와 팔 두 개를 바꿀 수 있었지.

일단 팔 두 개는 촉수로 바꿔 놓고, 머리는…….

지금 당장은 어디에 붙이기가 애매하군.

머리 하나는 보관해 두자.

영체 변형을 종료하자, 두 번째로 메시지가 뜬다.

[아수라도에서 배정받은 영역이 있습니다. 영역의 환경을 변형시키겠습니까?]

[사용자는 사도의 정원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사도의 정원과 아수라도의 영역을 연결하시겠습니까?]

오호.

사도의 정원과 연결도 되나?

이건 OK로 하고…….

영역 변형은 좀 생각을 해 봤다.

“유리한 지형이면…… 태양 추가.”

그래.

나한테 지금 가장 유리한 건 태양빛이 많은 환경이지.

그러자 바로 메시지가 뜬다.

[SP가 부족합니다. 태양을 추가할 수 없습니다.]

헐.

소정의 SP가 든다더니…….

지금 가진 SP로도 추가할 수가 없어?

이거 사기당한 기분인데.

“흠. 그렇다면…….”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형 자체가 위쪽이면 어떨까.

태양과 가까우면 태양빛을 활용하기도 더 좋을 것 같은데.

“영역의 고도를 올리자.”

[아수라도의 영역 끝까지 지형을 상승시키겠습니까? SP가 1억 소모됩니다.]

1억?

태양 추가에 비하면 훨씬 싼 편이군.

예를 누르자 땅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쿠르르르르.

대지가 치솟는다.

마치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처럼, 땅과 함께 몸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같이 딸려 오는 땅을 보니, 생각보다 상당히 넓었다.

분지 지형이 멀리서 볼 땐 그리 안 커 보였는데, 이 정도 크기면…….

수천, 수만 명이 싸워도 될 정돈데?

[사용자의 영역이 아수라도의 끝에 도달합니다.]

밑에서 보던 것과 별다를 게 없는 하늘.

태양빛이 좀 더 강해진 것 빼고는, 그다지 변한 게 없다.

이게 끝이라고……?

지구라면 더 올라가면 결국 대기권을 죄다 돌파해서 우주가 보일 텐데.

아수라도라는 세계에서는 여기가 끝인가?

“태양신의 권능.”

영역을 전반적으로 파악해 볼 겸, 권능을 사용한다.

하늘 위라서 그럴까.

지상에서 쓸 때보다 보다 더 넓게 퍼져 나가는 감각.

이런 감각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빛뿐만이 아니라, 하늘에서 더 위로 가는 빛에도 포함되었다.

“땅이 사라지고 있군.”

홀로 분출된 아수라도의 내 땅.

원래는 이 땅을 같이 딸려 올라온 흙이 받치고 있었는데, 급속도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받침 없이, 홀로 둥둥 떠다니는 내 영역.

이렇게 공중에 떠다녀야 해서 1억이 드는 건가.

시선을 돌려 위를 바라본다.

이 지역이 아수라도의 끝이라더니, 빛은 더 위쪽으로도 뻗고 있었다.

위에는 뭐가 있는 거야?

빛을 따라간다.

여전히 보이는 푸른 하늘.

구름은 한 점도 없이, 맑기만 하다.

하늘. 하늘. 하늘…….

아수라도도 결국에는 신계지.

독립된 행성이 아니니, 우주는 나오지 않는 건가?

그냥 이런 푸른 하늘에서 끝?

빛이 뻗어감에도 무한한 하늘이 보이자, 태양신의 권능을 해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뭐 별거 없으니…….

꿈틀. 꿈틀.

응? 뭔가 느껴지는데.

하늘에 닿은 빛에서 기묘한 촉감이 느껴졌다.

뭐야, 이건. 보기에는 그냥 하늘인데…….

호기심에 그쪽에 감각을 집중했다.

빛으로 촉각을 집중하자, 확실히 뭔가가 있다.

아수라도의 영역 밖 하늘에, 이런 게 있어?

들어온 느낌을 취합해 본다.

그 형상, 처음에는 길쭉하게 쭉 뻗은 느낌이었다가…… 어느 지점에 도달하니 세 갈래로 갈라졌지.

그걸 그림으로 표현해 보면…….

음. 삼지창인가?

왜 이런 게 여기 있지?

[이 빛의 힘……? 이런, 아폴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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