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73화>
아수라도 (1)
“아수라도를 얻는다고요?”
아수라도의 스킬 설명을 보았다.
[삼두육비三頭六臂 - 아수라도阿修羅道]
[SSS급 스킬]
[대신 아수라의 근간을 이루는 스킬.
영체의 근본 형체를 완전히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아수라도에서의 투쟁을 통해, 발전 범위가 늘어납니다.
영체의 일부를 아수라도에 파견할 수 있습니다, 파견된 영체는 아수라도에서 끝없는 전투를 반복하며, 본신의 영체를 발전시킬 수 있게 됩니다.
아수라도의 서열 44위에 오를 경우, 아수라의 상징인 삼두육비를 이룰 수 있게 됩니다.
영체를 삼두육비 형태로 변환할 시 현계에 아수라도의 일부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맨 아래의 내용이 눈에 띈다.
삼두육비 형태로 변환할 시, 아수라도의 일부를 소환할 수 있다는 내용.
이걸 말하는 건가?
“아수라도 소환을 말하는 겁니까?”
[그래.]
“계속 영체를 보낸다고 44위에 도달하진 못하나 보군요.”
[500위권 안에서부터는 영체로 통과하기가 쉽지 않지. 그 위부터는 하급신들과 상대해야 하니 말일세.]
그렇구나.
아무리 내 본체가 강하다 한들, 1% 정도의 영체를 보내서 하급신을 이기는 건 무리겠지.
[그러니 이제 영체를 보내지 말고, 직접 오게.]
“아수라도로 말입니까?”
[그래. 자네의 영역을 만들어야지.]
“아수라도의 일부를 소환한다는 것, 어떤 의미입니까?”
[그건 오게 되면 알 걸세.]
일단 오라는 건가? 가는 거야 가능한데…….
“가면 또 싸워야겠죠?”
[아수라도의 서열 순위를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음. 근데 지금 바로 가지 않아도 상관없겠죠?”
[그건 그렇다만…….]
“그럼 준비를 좀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하지만, 너무 오래 준비할 필요는 없을 거야. 아폴론을 제압할 정도면 이미 힘은 충분하지. 제우스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오게.]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서 준비가 되면 부르라고 통신을 끊는 아수라.
어째, 일이 생각지도 않게 진행되네.
처음 의도는 아버지처럼 아수라도 아르테미스가 갑자기 왜 튀어나왔냐고 물어본 것이었을 텐데……
“삼두육비 ? 아수라도.”
일단 아수라도 스킬을 사용하여 영체를 소환했다.
SS급에 오른 후 보내서 그런가.
서열 순위를 답보 상태에서 꽤 올려 주던 나의 영체.
아폴론이랑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확인도 잘 못했는데, 별로 봉인도 안 당했다.
“왜 벌써 불렀지?”
내 앞에 휙 나타난 김지호.
그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이놈은 도망을 안 가네?
“왜 안 튀냐?”
“어차피 본체를 벗어날 수도 없는데 뭘 도망가겠어?”
“흠. 포기가 빠르군.”
그럼 고통 없이 보내 줘야겠네.
영검을 꺼내든 순간, 갑자기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뭔가 이상해.
죽음을 앞둔 내 태도가 너무나도 태연한데.
아수라도에서 개고생을 하고 왔는데,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을 맞이한다고?
내가?
“영혼 분해.”
지금의 내 분신은 SS등급의 분신.
무언가 짚이는 게 있어 바로 영혼 분해를 사용했다.
“칫……!”
“역시!”
내 분신의 영체가 기묘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주 미약하지만, 새하얀 선.
영혼 분해를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반투명한 선이다.
느낌이 왔다.
이거, 영혼 중개다.
이 자식, 내가 아폴론 앞에서 튀던 것처럼 영혼 중개로 튀려고 했군!
촤아아악!
촉수로 단번에 목을 벤 후, 그의 영체를 흡수했다.
“빛이여, 선을 따라라.”
그와 동시에 그가 연결해놓은 영혼 중개의 선을 따라갔다.
영혼 중개의 선은 내 안방을 향해 있었다.
급히 그 안으로 들어서니…….
“뭐야…… 모기라니.”
분신의 영체가 나에게 흡수되어서 그런가.
아까보다 훨씬 미약해진 영혼 중개의 선이 모기와 연결되어 있었다.
“멈춰.”
모기를 멈추고 다가가니, 모기에게서 분에 찬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윽…… 본체……!]
“자식. 모기라니 슬프잖아. 삶의 의지만은 인정한다.”
콰직!
손으로 모기가 된 나를 없앴다.
그러자 비로소 나의 영체가 완전히 돌아오는 느낌이 났다.
와…….
이제 더 이상 영체 보내기도 힘들겠네.
영혼 중개 이거, 내가 엄청 조금 떼서 보낸 영체도 쓸 수 있다니…….
완전 골 때리잖아.
녀석을 완전히 흡수하자 떠오르는 메시지.
[아수라도의 서열 878위에 오르셨습니다.]
[영체 추가가 일부 가능합니다. 제 4의 팔, 제 2의 머리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팔 한쪽이랑 머리가 가능하다고?
스킬을 다시 사용하자, 저절로 형상이 떠오른다.
기본형의 모습은 팔과 머리.
오른쪽의 팔과, 내 지금 머리가 생겨난다.
팔은 일단 촉수로 변형시키고…….
머리는 어쩌지?
일단 기본으로 놔 본다.
찌이이익!
얼굴 근처에서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원래의 얼굴이 옆으로 움직이며, 시야가 갑자기 옆쪽으로 이동했다.
그와 동시에 눈에 들어오는 새 시야.
눈이 네 개다.
옆으로 목을 각자 돌려 본다.
그러자 왼쪽과 오른쪽의 시아가 동시에 들어왔다.
진짜 이쯤 되면 인간에서 완전히 벗어난 감각.
육체적인 적응 자체는 빨리 된다.
하지만 심적으론 적응이 안 되는 느낌이라 화장실에 가 거울을 봤다.
“이건 좀…… 팔보다 심한데.”
“……심한데.”
한 몸통에 두 개의 머리.
목은 하난데, 얼굴이 두 개가 딱 붙어 있다.
“좀 아닌 것 같다.”
“좀 아닌 것 같다.”
입을 벌려 보니 동시에 열리고, 눈을 감아 보니 동시에 감긴다.
아직 따로 따로 컨트롤이 안 되는 두 머리.
아수라는 이 상태에서 싸우면 엄청 효율적이라고 단언했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얼굴 두 개 붙이고는 도저히 못 살 거 같다.
“영혼신. 응? 뭐야. 그 모습.”
“아르테미스. 언제 왔어?”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등을 돌리니 아르테미스가 신기한 기색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너 원래 인간이었다며. 영체를 그렇게도 변화시킬 수 있는 거야?”
“아수라에게 받은 스킬이지.”
“아수라…… 아 그 얼굴 세 개에 팔 여섯 개 달린 무신? 영체의 원형을 변경시켜 주다니, 괜찮은 스킬이네.”
“아. 얼굴 두 개가 적응이 안 되네.”
“얼굴만 추가야? 팔은?”
“팔은 촉수로 변형시켰지.”
내가 촉수 두 개를 꺼내 보여 주자, 슬쩍 뒤로 물러서는 아르테미스.
아니, 왜 물러나?
“으. 촉수는 크아이가 때문에 별로 안 좋아하거든.”
“아하.”
“근데 원형은 인간인데 촉수로도 만들 수 있어? 베이스가 인간이면 촉수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텐데…… 그렇게 다재다능한 스킬이야?”
“그건 영혼신이라 그래. 어떻게 변형해도 잘 적응되거든.”
“와…… 진짜 좋네. 그럼 얼굴도 변형해 봐. 계속 보긴 좀 그렇다.”
그러며 슬쩍 시선을 피하는 아르테미스.
대신도 이 모습이 역하긴 한가 보군.
“그래야지. 근데 이걸 뭘로 변형할지 쉽게 떠오르지가 않네.”
“머리를?”
“어. 너라면 뭐로 바꾸고 싶을 거 같아?”
그러자 흐음 하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아르테미스.
“시각, 청각, 후각을 주관하는 건 그대로 두는 거잖아.”
“그렇지.”
“그런 게 뭐가 있지? 음…….”
아르테미스가 골똘히 생각하며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러자 허공에 초승달 모양의 노란빛 궤적이 그려진다.
재는 뭐 곧 죽어도 달이냐.
흠. 근데 시각, 청각, 후각의 주관이라…….
[태양빛이 나의 눈, 나의 귀다.]
아폴론이 나를 발견했을 때가 생각났다.
은신처에서 나와서 햇빛을 쬐는데 갑자기 그러니 완전히 공포였지.
“아르테미스. 너도 달빛이 눈이고 귀야?”
“무슨 소리야?”
“아폴론한테 추격당했을 때 그가 그랬거든.”
아폴론에게 당한 이야기를 하자 아르테미스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그건 아폴론이 힘을 완전히 다 끌어 써서 그런 거야. 어떻게 맨날 그러고 살아? 평소에는 그럴 수가 없어. 창조주쯤 되면 모를까.”
“그래? 태양신의 권능을 보면 빛과 동화되어 빛 속성으로 변화된다고 나와 있거든.”
“그럼 그냥 빛이 되는 거지. 보기도 하고 소리도 듣고 다 하겠어?”
역시 그건 아폴론이 무리해서 쓴 힘이었군.
하지만 이 두 번째 머리를 사용하면, 그런 효과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영혼 합성.”
바로 실행해 봤다.
주는 태양신의 권능.
거기에 내 두 번째 머리를 구성하는 영체를 집어넣는다.
“뭐 하는 거야?”
“태양신의 권능과 머리를 합치는 거지.”
“와. 그런 게 가능해?”
“머리 활용이 애매하니 일단 넣어 보는 거야.”
근거는 없지만.
미래 예지 덕일까?
될 거라는 묘한 확신은 있었다.
[영혼 합성에 성공하였습니다.]
[태양신의 권능에 제 2의 머리가 결합합니다.]
[태양빛에 오감五感을 담을 수 있습니다.]
오오!
[태양신의 권능에 막대한 이적이 담깁니다. 스킬 범위가 크게 축소됩니다.]
[스킬 레벨을 올릴 시, 태양신의 권능 스킬 범위가 늘어납니다.]
[스킬 레벨을 올리는 데 필요한 SP가 늘어납니다.]
에이…….
완벽한 업그레이드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제한이 있네.
업그레이드 SP 증가는 뭐 그렇다 쳐도, 범위 축소가 아쉽다.
그래도 스킬 레벨 올리면 된다고 하니, 바로 태양신의 권능을 스킬 업 해 보았다.
“와. 3억?”
3억씩 빠져나가는 SP.
어마어마하게 가져가는데?
거기에 스킬 레벨이 다 올라가지도 않았다.
5레벨에서 멈추는 태양신의 권능.
[더 이상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없습니다. 태양신의 힘을 더 흡수해야 가능합니다.]
아폴론의 힘을 제우스랑 나눠서 흡수했으니 그런가…….
쩝.
아쉽지만 이쯤에서 일단 멈춰야겠군.
“태양신의 권능.”
권능을 시험 삼아 사용해 본다.
“헛……!”
나에게로 오는 감각이 완전히 증폭된다.
집 안의 빛이 닿는 곳, 이게 모두 보이고, 들리고, 느껴진다.
처음에는 집.
하지만 점차 범위를 확장해 나간다.
이 아파트를 비롯해 쭉 뻗어 나가기 시작하는 감각.
아. 이건 너무 범위가 넓은데?
맨날 신이다, 신이다 이랬지만 태양빛에 감각이 담기니 진짜 신적 존재가 된 느낌이 든다.
빛이 닿는 곳이라면 모두 보이고, 들리고, 만져진다.
“룰루루…….”
샤워 타월로 몸에 거품을 내고 있는 배 나온 아저씨.
그의 전신에도 빛이 닿으니, 마치 이 아저씨 몸을 내가 만지고 있는 거 같다.
아. 이건 좀…….
“와아. 오빠들 쩐다…….”
아이돌이 나오는 화면을 보며 감탄사를 흘리는 여학생.
이 아이도 마찬가지.
빛은 어디에나 닿으니, 감각을 느끼려면 느낄 수 있게 된다.
“으으. 이거…….”
수없이 많은 사람들, 동물, 물건이 보이고, 들리고, 느껴진다.
갑자기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막대해서 그저 거기에 휩쓸릴 것 같다.
신적 존재가 되지 않았다면, 이 어마어마한 정보량에 백치가 되었을 것 같다.
“조절, 조절하자. 일단 SP 100 이상으로.”
SP 100 이상만 ‘인지’하겠다고 마음먹으니, 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자동으로 차단된다.
일반 사람들은 일단 차단.
아저씨들 몸 쓰다듬긴 싫다.
동, 식물도 마찬가지.
일반 사물도 싹 다 차단하고, SP 100이상만 인지하려 하니 곧 대상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E, D급 헌터 정도인가?
헌터 무리만 간혹 포착된다.
“된 거야?”
“그래…….”
아르테미스가 궁금한 얼굴로 나에게 물어봤다.
그녀를 보고 답하려는 순간, 그녀에게도 빛이 닿고 있음을 알았다.
빛이 닿으니 자동으로 시각, 촉각, 청각의 정보가 흘러 들어왔다.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아르테미스.
난 진짜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전신을 매만진 셈이 된다.
흠흠. 아르테미스. 영체 상태인데 왜 뽕을…….
어쩐지 예전에 봤을 때보다 커 보이더라.
“뭐야. 왜 그래. 대답이 없어?”
“아,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태양신의 권능 해제.”
권능을 해제하자 신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와. 이건 진짜 전지전능한 신 같았네.
“내가 몇 분 했지?”
“몇 분? 한 1분 동안 멍하니 있었을 걸.”
“1분에 600만이 날아가네.”
“SP가 그렇게 소모된다고? 와. 심하다.”
초당 10만 소모되는 건가.
이거 함부로 쓰고 다니기 겁나네. 싸울 때만 써야겠다.
그럼 이 스킬도 써 봤으니…….
“이제 아수라도에 가 봐야겠다.”
“거긴 왜?”
사정을 대강 설명해 주니,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테미스.
“그럼 내 도움은 필요 없을까?”
“일단 혼자 가 봐야지.”
“알았어. 일단 신전 내부를 한번 보라고 하려 했는데, 그 일이 먼저인 것 같네. 그럼 내 취향대로 다 완성하고 보여 줄게.”
“그래. 너무 이상하게 짓지는 말고.”
그러자 흥 하고 사라지는 아르테미스.
에휴, 강시아를 붙여 놨으니 괜찮겠지.
마음에 안 들면 새로 지으면 되니까…….
지금은 아수라도가 먼저다.
가기 전, 상태창을 점검했다.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신
칭호 ? 신살자
영력靈力 - 22341
SP ? 62억]
심플해진 상태창.
이제 한 개만 나온다.
S급 막바지엔 영력 제한이 1만이었는데, 등급도 오르고 아폴론과 사투를 벌이고 난 이후 확 늘었군.
태양신의 권능을 레벨 5까지 업그레이드하는 바람에 12억이 날아갔지만, 그럼에도 SP는 62억이 남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폴론을 흡수하기 전에도 대신급 정도와는 싸울 만했는데, 이제 그의 힘까지 있으니까.
좋아. 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