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69화>
태양을 쏘다 (5)
새로운 효과?
레벨 100이면 새로운 효과가 있었나.
[영혼 약탈이 항시 발동됩니다.]
[자유로이 떠도는 SP를 흡수합니다. 범위와 흡수량은 영혼 약탈 스킬 레벨에 비례합니다.]
[영체가 파괴되거나 A급 이상의 스킬이 주위에 발동될 시, SP를 일부 흡수할 수 있습니다.]
[영혼 약탈이 발동합니다…….]
원래는 죽여야지 발동했고, 지금은 적에게 피해를 주면 발동했던 영혼 약탈.
스킬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어서, 대기에서 SP를 흡수하도록 바뀌었다.
흠…….
이게 효율이 좋나?
지금 아폴론의 태양광은 A급 이상 스킬일 것 같긴 한데…….
“영기발출.”
영검에 다시 힘을 불어넣으며 SP를 체크했다.
2억.
미친 듯이 줄어 가던 SP는 이제 2억이 남았다.
사도들에게 죄다 끌어모았는데 금방 다 날아간 SP.
나는 만신창이인데, 태양은 아직도 매섭기 그지없었다.
케브리안 행성에서 나만이 태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상황.
그래도 뭔가 빛이 아까보다는 덜하다.
녀석, 슬슬 힘이 빠지나?
[영혼신. 이제 그만 죽어라……!]
“에라이. 씨. 오래 산 네가 양보해라.”
검을 휘두르며 다시 SP 잔량을 파악했다.
2억에서 100만씩 빠져나가던 SP.
갑자기 SP 줄어드는 속도가 확연하게 줄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오히려 조금씩이지만 늘어나기 시작하는 SP.
설명에는 떠도는 SP를 흡수한다고 했는데, 그 양이 이렇게 많은 건가?
좋은데?
이대로라면 좀만 버티면……!
[거의 다 끝난 줄 알았거늘! 바퀴벌레 같은 놈. 결계를 해제한다!]
결계?
무슨 결계가 있었지?
그의 선언 이후로, 공격이 더욱 심화됐다.
늘어나던 SP의 속도가 줄어든다.
다행히 아직 줄어들지는 않지만, 망할 햇빛이 더욱 나를 내리쬈다.
[태양시여! 영혼신을 멸하라……!]
햇빛보다도 더 큰 문제는 태양시.
아르테미스가 막아 주던 방향에서도 이제는 마구 날아오고 있었다.
그녀도 더 이상 방어가 안 되는 건가?
휘이이잉.
청백색의 태양시가 빠른 속도로 날아온다.
지금까지는 미친 듯이 피해 다녔는데, 이제는 사방에 깔려 도망갈 곳도 없다.
위험감지는 애초부터 계속 발동되어 시야가 방해돼 꺼 버린 상태.
“후…….”
결국은 돌파를 해야 한다.
여기 그대로 서 있으면 태양시에 의해 쓸려 나가겠지.
두 눈을 움직여 빈틈을 파악한다.
아수라도에서 다구리 맞았던 기억이 이럴 때는 참 쓸 만하군.
찰나의 순간, 그나마 허술한 곳을 파악하고 돌파한다.
쾅! 쾅! 쾅!
검과 태양시가 부딪쳤다.
일곱 개의 화살을 베어 넘기자, 등 뒤에서 태양시가 순차적으로 폭발했다.
“크윽…… 아오, 시발…….”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격통.
정말 정신을…… 못 차리겠다.
지금까지 적들이 영체가 베이면 어마어마한 통증을 호소했는데, 이게 그런 느낌인가……?
[주인…… 미안하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불사조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영혼 합성이 해제됩니다.]
이런……!
녀석, 죽은 건 아니겠지?
내 영체에서 불사조의 날개가 사라진다.
자동으로 날게 해 줬는데, 이거 여기서 속도가 줄면 큰일인데……!
“일단 튀자. 날아라.”
신언으로 명하자 영체가 일단 스스로 날아간다.
하지만 불사조의 날개 때에 비하면 그 속도가 반도 안 되는 수준.
등골이 오싹하다.
영혼의 소멸이 진짜 턱밑까지 온 것 같다.
화살 15발도 못 견뎠는데, 여기서 몇 발만 더 맞으면…….
죽는다.
휘이이익.
태양시가 또 날아온다. 그 숫자는 셋.
지금의 SP를 따지면 절대 막지 못하는 숫자.
저걸 맞으면 죽는다.
날개는 없고, SP는 고갈된 상태.
완전히 소멸한다…….
죽나?
여기서 이렇게 죽는 건가?
아폴론의 자폭 공격에 이렇게 허무하게?
시발…… 그럴 순 없지.
그 개고생을 하고 이렇게 뒈질 순 없다고!
“영혼 분해.”
뭐라도 한다.
태양시를 분석한다.
초고밀도의 영력으로 이루어진 구조.
작은 화살에는 우주의 중심인 태양의 근본적인 힘이 담겨 있었다.
거기에 헤라클레스의 영기발출이 깃들어, 영체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그래…… 영기발출.”
두 이질적인 힘이 합쳐져 있었다.
분명 틈이 있을 거야.
아니, 틈을 발견해야 한다.
정말로 죽는다고 생각하자 생애 한 번도 없었던 집념이 생겼다.
처음에는 구조를 보자마자 안 되겠다고 포기했던 것을 어떻게든 비집어 보려고 했다.
휘이이이이.
화살의 속도가 느려진다.
이런 게 무아지경인가……?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의 집중이라니.
처음 느껴 보는 이 감각에 온몸이 오싹해지고 오히려 희열마저 느껴진다.
“으으…….”
하지만.
집중하고 집중해서 틈을 찾아봤지만…….
없다.
태양시는 완벽하고, 영기발출도 너무나도 잘 들어가 있다.
내 생애 최고의 영혼 분해, 분석이었는데…….
차라리 나를 내리쬐는 태양빛은 분석했으나, 태양시는 빈틈이 없었다.
틈이 없다면, 차라리 베자.
몸으로 맞는 것보다는 낫지……!
영검을 움직였다.
쾅! 쾅!
한 개를 베고, 두 개를 벴다.
급격하게 줄어드는 SP.
검과 태양시가 부딪치자, 폭발한다.
폭발하자 달라지는 태양시의 영체 구조.
완벽했던 구조가 변했다.
아…… 뭔가 알 것 같아. 알 것 같은데……!
[SP가 천만 이하로 감소합니다.]
[영혼신의 영체가 소멸할 위기에 처합니다.]
[영혼계열 스킬의 효율이 일시적으로 크게 오릅니다.]
천만 이하……!
진짜…… 죽음이 코앞이군.
하지만 반가운 것도 있다.
뭔가 실마리를 잡을 것 같은 때에, 스킬 효율이 오른다는 메시지!
이에 따라 태양시의 구조가 좀 더 파악이 된다.
아. 어떻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으면 알 것 같은데……!
휘이이잉.
한 발.
한 발은 막지 못했다.
화르르르.
소울 배리어가 타오르고, 아이기스의 형태가 무너졌다.
뚫린 방어선은 걷잡을 수가 없었다.
아테나의 방패는 순식간에 소멸하고, 소울 배리어도 그대로 사라졌다.
“큭……!”
날아오는 화살에, 본능적으로 왼팔을 내밀었다.
그대로 왼팔에 꽂히며, 순식간에 폭발하는 태양시.
[드디어…… 드디어!]
아폴론의 환호성이 환청처럼 들린다.
화살에 꽂히고 영체가 그대로 날아가는 게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통증은 너무나도 아득해서 현실감이 없었다.
그저 시간이 멈춘 듯, 팔이 날아가는 광경만 본다.
아니, 내 몸에 닿아 폭발하는 태양시의 구조를 본다.
영검과 닿은 두 번의 폭발.
그리고 내 신체에 닿은 태양시의 폭발.
두 구조의 변화를 보고, 느끼는 것이 있었다.
해결 방법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신기루 같은 느낌.
하지만 내가 믿을 건 이것뿐이다.
“영혼 합성.”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
폭발하여 해체되는 태양시의 구조.
영기발출과 완벽하게 결합된 줄 알았던 태양시는 틈이 있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와서야, 내 몸으로 받아서야 알 수 있었던 미세한 틈.
거기에 파고든다.
나와 합친다.
왼팔에서 시작되어 순식간에 몸으로 번진 불꽃.
팔은 날아가고, 왼쪽 눈은 보이지 않으며 발도 감각이 없다.
왼쪽의 반신이 사라졌다.
태양시의 나머지 불꽃은 나머지 오른쪽도 집어삼키려고 하는 기세.
이를 내가 역으로 집어삼킨다.
나와 태양시를 합성한다……!
[네, 네놈…… 무슨 짓을……! 감히 나의 태양의 권능을……!]
아폴론의 음성이 다급해졌다.
강렬해지는 빛.
보이진 않지만, 태양시도 더 날아오는 게 느껴졌다.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으면 되는데……!
“그래선 안 되지.”
콰르르릉!
갑자기 빛이 약해진다.
“와. 영혼신 완전 소멸할 뻔했네. 이제 내가 왔으니, 빠지지 그래, 아폴론?”
[토르……!]
“이상한 결계가 아니었으면 빨리 왔을 텐데. 아폴론. 우리 아스가르드와 올림푸스의 동맹 조약을 잊진 않았겠지? 빠져라.”
휭. 휭. 휭!
등 뒤에서 들리는 거대한 바람 소리.
빛이 그 소리와 함께 사라져 간다.
“어이쿠. 햇빛 좀 보소. 아파서 시커멓게 타겠네. 이거 동맹 조약 어긴 거 아니냐? 빨리 걷어 주시지?”
[……네놈!]
두 신의 대화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온 정신은 합성에 집중하니, 거기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태양시를 해체, 재조합한다.
새로 조합한 형태는 내 사라진 반쪽의 영체를 대신한다.
왼쪽의 눈이 다시 생겼다.
눈부셨던 빛이 친숙해 보인다.
몸통도 다시 형성됐다.
빛에 잠겨 있지만, 인간 시절의 형태와 동일하다.
마지막으로 팔과 다리도 이룬다.
청백색의 빛.
표면은 불길에 휩싸인다.
[영혼신 ‘김지호’와 태양시 합성을 성공했습니다.]
[태양의 권능을 일부 깨우칩니다.]
[빛 속성의 저항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반갑기 그지없는 메시지.
천만도 남지 않는 SP가 순식간에 회복되어 갔다.
3천만을 지나, 5천만을 넘어가자…….
메시지가 떠오른다.
[영혼계열의 스킬 효율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옵니다.]
효율이 아깝긴 하지만, 내 몸 상태가 그래도 정상이 되었다는 증거겠지.
한숨을 돌리겠군…….
“영혼신, 너 좀 이상해졌는데……? 빛 인간이냐? 반광반인이네.”
“어휴. 겨우 살았구먼, 뭔 소립니까. 그쪽이야말로 나 위험할 때 와 준다더니 참 일찍도 왔네요.”
“아폴론이 이 지역에 결계를 쳐서 말이야. 네가 위험한 줄도 몰랐어. 신호가 안 오니 알 수가 있나. 그래도 결계 사라지자마자 위험을 알고 달려온 거라고.”
변명하듯이 빠르게 말을 쏟아 내는 토르.
뭐, 그래도 위험한 순간은 넘겼고…… 태양의 힘도 흡수했으니.
전화위복인가?
아까 죽기 직전을 생각하면, 다신 경험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놈…… 이놈……!]
“아폴론. 정신을 놓았느냐? 계속해서 공격을 하는군. 타격이면 동맹 조약의 위배다. 아스가르드는 올림푸스에게 정식으로 동맹 조약의 위반을 고할 것이며, 올림푸스는 이 페널티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약해졌던 빛이 다시 강하게 내리쬐자, 토르가 내 몸을 감쌌다.
토르의 망치는 내 앞을 막아 주고, 그의 몸은 뒤를 받쳐 준다.
이거…… 백허그인가?
으으…… 남자한테 이렇게 안기다니.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햇빛 막기에는 효과적이었다.
태양시를 막기에도.
쾅! 쾅!
토르의 몸이 흔들린다.
그의 등 뒤에서 들리는 충돌음.
태양시의 것이다.
하지만 그 위력은 아까에 비해 현저히 약해져 있었다.
아폴론. 힘이 빠졌군…….
태양시가 폭발하고, 떠돌아다니는 SP를 챙긴다.
남신의 보호 속에서 이리저리 재미 보는군.
“아폴론! ‘우연히 지나가던’ 나에게도 커다란 타격을 입혔군그래. 정식으로 올림푸스에 항의하여, 페널티를 신청하도록 하지!”
태양시를 다 받아 낸 토르.
하늘을 향해 손을 번쩍 들며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하나 아폴론의 대답은 없었다.
더더욱 빛을 발할 뿐.
하지만 밝기만 밝을 뿐, 그 힘은 빠르게 미약해져 갔다.
폭주하여 모든 걸 불태우던 그도 이제는 끝인가?
이 정도면…… 내가 다 먹어치울 수 있다.
“토르.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아폴론의 힘을 흡수해야겠습니다.”
“태양의 힘을……? 어. 그래…….”
떨떠름한 기색으로 날 놓아주는 토르.
“태양을 향해 가자.”
그의 품에서 벗어나서 하늘로 올랐다.
빛이 점점 강해지지만, 약하다.
[네놈…… 내 소중한 누이를 데려가더니, 나의 권능까지…….]
비통한 음성으로 말하는 아폴론.
근엄하던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
달이 가렸음에도, 하늘에서 빛을 발하던 일곱 태양.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씩 사라졌다.
왼쪽 외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라져 가는 빛의 원.
물이 마른 심해 바닥에서 하늘에 오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6개의 태양빛이 사라져 있었다.
아르테미스의 힘이 빠졌는지 일식은 끝이 났지만, 태양도 이제는 하나만 떠 있었다.
그리고 구름을 오르자, 태양빛은 더 이상 영기를 담지 않았다.
화르르르.
하늘을 오르자 태양전차가 보인다.
말은 한 필.
예전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아니었다.
사람 하나가 겨우 올라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은 규모.
그리고 그 위에 선 아폴론의 모습은 더욱 초라했다.
남신 중 가장 아름답다고 일컬어진 아폴론.
강인한 근육은 모두 사라진 채 피골이 상접했고, 얼굴의 반은 살이 완전히 사라진 채 해골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잔뜩 지친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후…… 영혼신. 정말 태양의 힘마저 지녔구나…… 너를 더 압박하여 죽였어야 했거늘…….”
“아폴론. 권능을 더 넘겨서, 나의 전리품이 되라.”
영검을 발하여 아폴론에게 겨눴다.
그는 이미 죽음을 직감한 듯, 한쪽 눈을 감고 있었다.
녀석을 죽이면 태양의 권능을 더 완벽하게 터득할 수 있겠지.
녀석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나를 가로막는 손이 있었다.
“영혼신, 잠깐……!”
“아르테미스?”
“아폴론을 설득해 볼게. 그를 사도로 받아 줄 수 없겠어?”
“녀석이 내 아래로 들어올 것 같지는 않은데.”
“제발…… 설득의 기회라도 줘.”
내 손을 붙잡고 간곡히 호소하는 아르테미스.
거참. 아깐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싸우더니, 이제 와서 또 왜 이런대.
흠…… 그래도 녀석 때문에 개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당장 죽여 버리고 싶지만…….
막상 사도로 받으면 쓸 만할 것 같기는 하단 말이지.
날 죽음의 문턱까지 끌고 간 녀석인데, 당장 죽이느니 영원히 사도로 굴리는 게 낫지 않을까?
태양의 권능이 아쉽긴 하지만, 사도로 받은 다음에 회복시켰다가 베고 이러면 권능도 얻을 수 있을 것 같고.
영원히 고통스럽게 굴릴 수 있을 거 같은데. 흠.
“뭐…… 그럼 설득해 봐.”
“정말? 진짜지?”
아르테미스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녀가 기쁜 얼굴로 아폴론에게 날아가려고 할 때.
이변이 발생했다.
[그럴 필요 없다.]
“크…… 크아아악!”
잔뜩 왜소해진 아폴론.
그의 몸에 전격이 휘감겼다.
흉흉하기 짝이 없는 검은색의 번개.
이거…… 흑뢰잖아?
[토르. 우리의 동맹 조약은 위배되지 않았다.]
귀에 익은 음성.
어느덧 날아온 토르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반문한다.
“……제우스?”
[아폴론은 올림푸스의 구성원이었지만, 추방된 상태. 그가 ‘우연히’ 그대를 공격한 것은 결코 올림푸스의 의도가 아니다. 하나 예전의 올림푸스 소속이었으니…… 내 사과하는 김에, 그대를 공격한 발칙한 대신을 응징하도록 하지.]
“너…… 설마……?”
[아폴론에게 사형을 구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