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67화 (167/240)

<내 상태창 2개 - 167화>

태양을 쏘다 (3)

“이놈……!”

촉수에 온몸이 묶인 아폴론.

가슴에 영검을 꽂았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전력을 다해 공격해.”

“……알겠다.”

[지금 최대한 제압해야지.]

아르테미스에게 명령하자, 크아이가도 같이 호응한다.

아폴론의 사지를 묶은 촉수가 검은색으로 물들며, 아폴론의 빛을 가리기 시작했다.

“네놈들……!”

아폴론의 가슴팍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사지 말단은 어둠으로 가려졌지만, 중심부는 더욱 강력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의 손이 그의 안을 휘젓자, 빛이 약해졌다가 강해졌다가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경이로운 것은 어마어마한 재생력.

가슴이 뚫렸음에도 그의 영체는 뭉개지다가도 금방 새로 재생했다.

내 영검이 가슴을 완전히 뚫고, 아르테미스가 양손으로 공격을 하고 있음에도.

인간이었으면 바로 죽을 만한 치명타였지만, 신이라 그런지 잘 버텼다.

화아아아.

가슴팍에서는 조금 전보다도 더 환한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아폴론이 힘을 끌어내는 건가?

이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은데.

[더 강하게 공격해라. 그에게 시간을 주면 안 된다!]

다급한 크아이가의 외침에 스킬을 사용했다.

“신의 권역.”

신의 권역.

나의 우호 세력에게 영기발출과 소울 배리어 스킬을 일시적으로 부여하는 스킬.

아르테미스는 나의 사도라 두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크아이가는 그렇지 않아서 스킬을 써서 서포트 했다.

SP가 좀 들긴 하지만, 이 기회를 허무하게 날릴 순 없지.

신의 권역에 영향을 받은 크아이가가 즐거이 웃었다.

[오호. 영혼신의 힘인가.]

검은색으로 물든 촉수에 영기발출의 힘이 깃들었다.

그러자 더욱 강하게 압박당하는 아폴론.

지금까지는 사지가 그냥 묶여 있었다면, 이제는 영기가 깃든 촉수에 의해 완전히 사라지고 있었다.

“크윽……!”

아폴론의 가슴에서 피어오르던 광채가 약해졌다.

그와 동시에 다시 재생하는 아폴론의 사지.

사지를 보전하기 위해,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힘을 분배한 건가?

“소울 배리어.”

헤라클레스에게서 가져간 소울 배리어 스킬.

아폴론은 완연한 위기 상황에서 이 스킬을 사용했지만, 크게 효과는 없었다.

“아르테미스. 소울 배리어 나올 때마다 없애.”

SP 소모가 많이 드는 소울 배리어 제거 작업은 아르테미스에게 맡겼다.

그녀는 침울한 표정으로 내 명령에 호응했다.

“아폴론…….”

애처로운 목소리로 아폴론을 부르면서도, 그의 소울 배리어를 그대로 찢어 버리는 아르테미스.

어째 무기를 쓰는 것보다 그냥 손이 제일 강한 것 같네.

“영기발출.”

아폴론의 몸 안에서 다시 영기발출을 사용했다.

백색의 불꽃이 가슴팍에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아폴론.

사지는 결박된 채 촉수에 무너져 가고, 그의 중심부도 영검의 강력한 타격을 입고 있다.

“크으윽…… 이 비겁한 놈들……!”

“싸우는 데 비겁한 게 어디 있냐? 이기는 게 장땡이지.”

[후후. 아폴론. 생각보다 싱겁군. 영기발출을 촉수에 사용하니 확실히 좋구나.]

크아이가의 말대로다.

기습 계획을 세우고도 이 정도의 성공은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에게 피해만 입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대항을 하질 못한다.

하긴, 대신 둘에다가 나도 거의 대신급의 힘을 내니, 셋이 기습적으로 합공하는 셈이니까.

쉽게 반항할 순 없겠지.

이거 이렇게 가다가는…… 대어를 잡을 수 있겠는데?

[대상에게서 얻을 수 있는 영력이 한계치에 달합니다. 더 얻고 싶다면 영혼 약탈 스킬 레벨을 올려 주십시오.]

[대상에게서 얻을 수 있는 SP가 한계치에 달합니다. 더 얻고 싶다면 영혼 약탈 스킬 레벨을 올려 주십시오.]

저번에 검을 휘둘렀기 때문일까.

아폴론에게 검을 꽂고는 있지만, 영혼 약탈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SP를 투자해서 영혼 약탈을 올리기도 애매하지.

계속 가슴팍에 영기발출을 쓴 채, 영력을 퍼붓고 있자니 위와 같은 메시지가 10초 간격으로 올라왔다.

그러더니 10번쯤 메시지가 떴을까.

[대신에게 지속적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가했습니다.]

[영혼 약탈 스킬 레벨이 1 오릅니다.]

생각지도 않게 스킬 레벨이 오른다.

SP를 투자하지 않으면 오르지 않던 스킬 레벨이…….

이거 완전 좋은데?

스킬 레벨이 오르자 영력과 SP를 다시 강탈할 수 있었다.

[태양신 ‘아폴론’에게 영혼 약탈이 발동합니다.]

[대상에게서 영력과 SP를 강탈합니다.]

[영력이 50 오릅니다.]

[SP가 2500만 오릅니다.]

영력 50에 SP 2500만이니 그리 크진 않았지만, 스킬 레벨이 오른 것만 해도 쏠쏠한 셈.

아폴론의 가슴팍을 헤집으며, 보너스 보상까지 받았다.

“영혼신…… 또 기묘한 힘을……! 나의 힘을 앗아 가는구나!”

아폴론이 버럭 소리를 지르지만, 기세가 좋은 건 입뿐.

아폴론의 영체는 수없이 무너졌다, 다시 그 형상을 회복하고 있었다.

영혼 약탈자 스킬 레벨이 이렇게 저절로 오르는 거라면…….

내가 SP 좀 투자해서 스킬 레벨을 미리 좀 올려 볼까?

스킬 레벨이 하나 오르니 영력 50에 SP 2500만을 얻었으니, 5천만의 효율이 생긴 셈.

일단 10억 정도를 투자해 보았다.

[영혼 약탈자 스킬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영혼 약탈자 스킬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레벨 90대가 되자 배정한 10억 SP가 다 떨어졌다.

어쨌든 순식간에 영혼 약탈자 스킬 레벨을 올리니, 더 고통스러워하는 아폴론.

“네놈 대체 무슨 짓을…… 나의 권능이. 나의 힘이……!”

“너의 힘, 잘 써 주지.”

“으으…… 소울 배리어!”

아폴론의 영체를 보호하기 위해 형성되기 시작하는 소울 배리어.

하지만 황급히 생성해서 그런지 질이 형편없었다.

이 정도면…….

“아르테미스. 공격해라.”

“……알았어.”

배리어는 아르테미스가 깨고, 촉수는 이제 아폴론의 전신을 감쌌다.

영검은 계속 아폴론의 가슴에 꽂힌 채, 영기발출을 최대 출력으로 부여하고 있는 상태.

영혼 약탈자 스킬 레벨이 오른 덕분인지, 흡수하는 영력과 SP가 한계치까지 아직 다다르지 않고 있었다.

[대신에게 지속적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가했습니다.]

[영혼 약탈 스킬 레벨이 1 오릅니다.]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는데도 스킬 레벨이 저절로 오르는 상황.

이렇게 된 지 10분이 지나자, 영혼 약탈 스킬 레벨은 99가 된 상태.

이러다간 레벨 100도 도달할 수 있겠는데?

“이…… 놈들…….”

아폴론의 반항도 이제 슬슬 사그라지고 있었다.

아폴론의 영체를 환하게 비추던 빛도 거의 꺼져 갔다.

그가 내는 빛보다, 그의 몸에서 불이 붙은 영기발출의 백염이 더 커 보일 지경.

아폴론은 도망치지도 못한 채 수없이 죽음에 필적하는 데미지를 입고, 재생했다,

[아폴론. 어마어마한 SP군. 세 대신의 협공을 이렇게 버텨 낼 줄이야.]

“그래도 이제 슬슬 끝이 보이는 것 같다.”

희미해지는 아폴론.

그에 반해 나는 영혼 약탈 스킬 레벨이 올라서, SP 수입과 지출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아폴론은 SP를 계속 빼앗긴 채 자기의 SP로 죽겠군.

이렇게 쉽게 아폴론을 제압하겠구나 싶은 순간.

화르르르.

아폴론의 얼굴을 감고 있던 촉수가 불타올랐다.

더없이 진지한 표정의 아폴론.

희미해져 가던 그의 영체가 갑자기 순식간에 회복했다.

“아르테미스.”

그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가슴에 꽂힌 영검은 상관도 하지 않고, 아르테미스만을 바라봤다.

“너, 정말 영혼신의 완전한 사도가 된 거냐?”

“그래.”

“정말 완전한가? 그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는 건가?”

“그런 방법은 없어. 내가 자유를 갈망한 이상, 영혼신이 내 퀘스트를 클리어 한 이상, 나는 그에게 종속되지.”

“후…… 알겠다. 결국 너를 해방할 방법은 없구나.”

아르테미스에게 태연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아폴론.

아직 이 정도로 여력이 남아 있었나?

영검으로 아폴론의 몸을 헤집고, 더 강하게 영력을 퍼붓는다.

하나 그는 몸이 타오르는 고통 속에서도 태연하게 말을 이어 갔다.

“아르테미스…… 네 진정한 원수는 영혼신이다. 그가 아버지께 시스템 페널티를 안긴 덕분에, 너를 아직 꺼내 줄 수 없었던 건데…… 넌 왜 그리 성급했지? 아버지가 창조주가 된 지 일 년도 되지 않았다. 좀 더 기다렸어야 했다. 넌.”

“아폴론. 아버지가 힘을 회복했으면 날 정말 풀어 줬을까? 진심으로? 봉인된 채 곰곰이 생각을 해 봤지. 날 떠나보냈을 때의 아버지의 얼굴, 아직도 기억이 나. 아주 상쾌한 표정이었지.”

딸을 팔아먹는 데도 상쾌해 하는 제우스.

그 혐오스러운 기억을 떨쳐 내려는 듯 고개를 흔들던 아르테미스는 아폴론에게 말했다.

“난 그를 이제 더 이상 믿을 수 없었어, 아폴론. 그러지 말고 차라리 너도 나와 같이 있자.”

“같이 있자고……? 크. 설마 나보고 영혼신의 사도가 되라는 거냐?”

“어. 그럼 살 수 있어. 영혼신. 아폴론도 받을 수 있지?”

아폴론을 사도로?

진짜로 사도가 된다면 괜찮을 것 같지만…….

“가능은 한데…….”

그 말에 고개를 획 돌리고 나를 매섭게 노려보는 그의 모습을 보면 절대 사도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사도신으로 살아가느니 여기서 죽겠다.”

나를 뚫어지라 노려보는 아폴론.

아직도 기세가 강력하기 그지없다.

대체 이놈, 여력이 얼마나 남은 거야?

내 SP를 체크하니 15억 정도가 남아 있었다.

10억은 영혼 약탈자 스킬 올리는데 썼으니, 실질적으론 5억을 쓴 건가?

아니, 영혼 약탈로 얻은 SP까지 생각하면 꽤 많은 양을 퍼부었는데…….

영검으로 제대로 치명타를 입히고, 아르테미스와 크아이가까지 합공을 가했는데도 이 정도라니.

다시 한 번 영기발출을 가하려는 찰나, 아폴론이 나를 향해 으르렁거리듯 말한다.

“영혼신. 날 제대로 함정에 몰아넣었구나. 이대로라면 아테나의 원군이 오기 전에 내가 소멸하겠지. 쌍둥이 누이에게 죽게 하다니…….”

“그래. 알았으면 그만 버티고 소멸해라.”

“하지만 하필이면 나를 만난 것을 불행으로 생각하라.”

불행은 무슨?

완전 대박인데.

그때 아폴론의 기세가 완전히 일변했다.

“나 아폴론, 올림푸스의 후계자 직위를 포기한다.”

두 눈이 새하얗게 물드는 아폴론.

사라져 가던 그의 영체가 급격하게 재생한다.

화르르르르.

아폴론의 사지를 묶던 촉수가 갑자기 단번에 불타올랐다.

[아니……? 이 무슨 힘이지!?]

촉수에는 분명 영기발출이 깃들어 있었는데?

갑자기 바뀐 태세에 느슨해지려던 경계심이 바짝 살아났다.

자신의 전신을 묶던 촉수를 완전히 태워 버린 아폴론.

“큭. 영기발출……!”

다시 한번 영검에 영기를 퍼붓는다.

하지만 끄떡없는 아폴론.

아폴론의 가슴에서 피어오르던 영염靈炎도 어느새 잦아든 채였다.

“이 힘…… 빠져!”

아르테미스가 황급하게 몸을 뒤로 뺀다.

어느새 저 멀리, 촉수로 이루어진 벽 쪽으로 도망가 있었다.

진짜 빠르네.

“아까 말했지? 아폴론이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면 후퇴하자고!”

아폴론을 유인하는 계획을 세웠을 때, 우리에게 충고했던 아르테미스.

-아폴론은 올림푸스의 대신 중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강자야.

아폴론.

제우스의 서자지만, 실질적으로 후계자이자 적자 취급을 받는 신.

태양을 상징하는 신은 어떤 신화에서나 강력하다.

-아폴론을 소멸시킨다는 욕심을 내지 말고, 적당히 타격만 입히고 빠져야 해. 그리고…… 혹시라도 아폴론이 후계자 자리를 포기한다고 선포한다면, 도망가야 해. 무조건.

아르테미스는 자세한 연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무조건 도망치자고 강조했지.

아폴론이 후계자를 포기하면 단시간 동안 엄청나게 강해질 거라면서.

확실히 아까랑은 분위기가 완전히 틀리다.

일단 빠져야겠다고 생각할 찰나, 아폴론의 입이 열렸다.

“솔라 스톰Solar storm.”

펑!

아폴론의 몸이 순식간에 빛으로 물들더니 그대로 폭발했다.

거대한 압력에 그대로 튕겨나가는 몸.

영검을 쥔 채 몸이 훨훨 날아갔다.

“소울 배리어!”

콰직!

“크…….”

등에서 기분 나쁜 감촉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벽을 구성하던 촉수가 짓뭉개져 있었다.

으. 언제 여기까지 튕겨 나간 거지?

배리어를 제때 쳐서 영체 자체에는 큰 타격이 없긴 한데…….

이 어둠의 공간이 어느새 뜨겁게 익어 가고 있었다.

[아폴론. 이곳은 나의 영역. 더 이상의 발악은 허용하지 않겠다.]

나처럼 튕겨나갔던 소용돌이 형태의 크아이가.

그가 반대쪽 벽에서 촉수를 뻗었다.

아폴론의 모든 방면을 점하며 매섭게 날아오는 촉수.

“하찮은.”

하나 촉수의 전신이 빛으로 물들더니,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촉수를 소멸시킨 것은 빛의 폭풍.

아폴론을 중심으로 느릿느릿하게 새하얀빛이 회오리치고 있었다.

“뭘 멍하니 구경해. 빠지자!”

어느덧 내 근처로 온 아르테미스.

일단 후퇴하자고 나를 독촉했다.

“후계자 자리를 포기한다고 뭐 저리 세지냐?”

“그는 대신 자리를 포기한 거야.”

아르테미스가 굳은 표정으로 아폴론을 바라보았다.

“살기 위해서. 그리고…… 영혼신을 없애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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