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63화 (163/240)

<내 상태창 2개 - 163화>

거짓된 신의 공중정원 (2)

“정원 같네.”

밤하늘 위에 생뚱맞게 둥둥 떠 있는 정원.

주위엔 작은 울타리가 쳐져 있고, 바닥을 이루는 흙은 한데 뭉쳐 떠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분명 이쪽으로 도망쳤지.”

검은 기운이 이동한 곳을 따라, 웬 정원에 들어섰다.

그리 넓지 않은 정원의 크기.

만개한 꽃들 사이를 지나다 보니 아름답던 정원의 풍경이 바뀌어 간다.

“이거…… 님프들 아니야?”

아름다운 꽃이 만개하던 정원의 모습이 갑자기 180도 뒤바뀌었다.

꽃 대신 있는 것은 님프의 신체.

님프의 머리와 팔다리가 그로테스크하게 꽂혀 있다.

아름답던 광경이 갑자기 사형장이 됐네.

님프의 신체 조각 사이를 지나다 보니 곧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검은 포탈이 눈에 들어왔다.

“흠…….”

딱 봐도 수상한 포탈.

영혼 분해로 분석해 보아도 고밀도의 SP만 눈에 띌 뿐이었다.

그 외에는 이동 수단으로의 역할을 하는 포탈로만 보였다.

함정은 딱히 없어 보이지만…….

어디로 이동되는지가 문제군.

일단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봤다.

중심부는 님프의 시체들로, 그리고 외곽은 아름다운 꽃이 만발해 있는 기묘한 형태의 정원.

딱히 정원 자체에는 숨겨져 있는 힘이라든지 함정 같은 게 파악되진 않았다.

“영혼 분해.”

영혼 분해를 써 가면서 정찰을 해 봤지만, 특이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알 수 있는 건 공중 정원의 동력이 나오는 곳이었다.

중앙의 검은 포탈.

거기서 나오는 막대한 SP가 이 정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결국 포탈 안을 알아봐야겠군.”

정원 자체엔 별것 없는 걸 알았으니, 포탈 안쪽으로 들어섰다.

함정이어도 뭐, 여차하면 영혼 중개로 튀면 되니까.

포탈 안으로 발을 디디자 이동한 세상은 완연한 어둠.

날 지탱할 대지도 없어서 몸을 띄웠다.

달빛도 사라진 밤하늘이라면 이런 광경일까?

빛이 한 점 없다.

[영혼신. 우리의 정원에 들어섰구나.]

[겁도 없군.]

번쩍. 번쩍.

자동으로 번역되는 기괴한 언어가 들려왔다.

이와 함께, 내 주위로 다섯 개의 초록빛이 번뜩인다.

빛이 멎자 나타난 것은 눈.

크기는 내 몸만 할까.

흰자위 가운데에 녹색으로 빛나는 눈이 요사했다.

눈 주위에는 촉수가 잔뜩 달려 있었는데, 그 크기는 언뜻 보아도 십 미터는 넘어 보였다.

눈깔 괴물인가?

하급신, 아니 그거보다도 조금 더 강해 보이는 녀석들이군.

눈깔 괴물들이 촉수를 뻗친 채 나를 포위했다.

금방이라도 공격해 올 것 같은 상황.

“소울 배리어.”

일단 배리어를 치고 있자니, 내 전방에 있는 눈깔 괴물이 소리쳤다.

[기다려! 여기서라면 내가 녀석에게 당했던 수모를 갚아줄 수 있으니까…… 너희들은 나서지 마!]

나에게 강하게 적의를 드러내는 눈깔 괴물.

흠. 이 목소리…… 익숙한데?

“아르테미스? 아니, 아르테미스를 차지하던 껍데기군.”

[키이이익! 껍데기라니! 여기서 죽여 주마!]

내 추측이 맞는지 쉽게 흥분하는 눈깔 괴물.

이거, 아르테미스를 조종하던 녀석이구나.

아르테미스의 몸을 차지한 채 모종의 이유로 남자들과 뒹굴던 껍데기.

아르테미스의 육체를 파괴하면 초록색 보석이 나왔었지.

그때는 그걸 보면 몸이 완전히 굳었는데……

지금 저 눈알도 초록빛인 게 그 보석과 상관이 있는 건가?

하지만 딱히 그때처럼 몸을 못 움직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등급 올라서 그런가?

일단…….

“영기발출.”

[여기서 죽여 주지!]

영검을 꺼내 그대로 영기를 발했다.

그와 동시에 초록색 눈을 감싸던 촉수가 일제히 나에게 날아왔다.

영기발출로 인해 환해진 세상.

나를 향해 날아오는 암회색의 촉수는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휭. 휭.

검을 풍차 돌리듯 회전시켰다.

그러자 내 앞에 새하얀 원반과 같은 잔상이 남는다.

그곳을 그대로 뚫고 들어오려는 촉수.

화르르르.

단 하나도 나의 영검을 뚫지 못한 채, 불타올랐다.

촉수의 기세는 분명 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기발출을 가한 영검의 위력은 대신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

이런 졸개들의 촉수에 막힐 리 없지.

[키이이익……!]

눈알이 고통 섞인 신음 소리를 내뱉는다.

소리는 대체 어디서 나는 거래, 저건.

주춤하는 눈알을 완전히 뚫어 버리기 위해 날아가니, 나머지 눈도 행동을 개시했다.

[멍청한 년.]

[그래도 우리의 일족.]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나의 상방, 후방, 우측, 좌측에 위치한 눈.

일제히 나에게 촉수를 뻗었다.

눈알에 붙은 촉수덩어리라고 하기에는 강력한 기세.

올림푸스 애들처럼 공격에 영기발출이 곁든 건 아니지만,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공격이다.

아르테미스의 껍데기였던 눈알을 향해 다가가면서, 영검을 사방으로 휘둘렀다.

휙.

베고.

[크으으……!]

싹둑.

또 베고.

[이 무슨 힘……!]

화르르르.

또 베서 불태운다.

[검을 뚫을 수가 없다……!]

[영혼신이 예전에는 유명한 검사였는가?]

검사는 무슨.

아수라도에서 얻었던 난전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을 뿐이지.

[키…… 키익…….]

허공 위를 질주하며 순식간에 눈깔 앞으로 도달했다.

이미 촉수가 모두 불타오른 채 위축되어 있는 눈깔 괴물.

내가 접근하자, 갑자기 녀석의 눈이 빛을 발했다.

[키…… 키익…… 나의 종이 되거라.]

번뜩이는 눈빛.

온몸이 갑자기 나른해지는 느낌이다.

예전에 아르테미스의 껍데기였을 때 썼던 매료의 권능인가?

갑자기 눈앞의 눈깔 괴물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야. 할 거면 껍데기 쓰고 꼬드기던가. 역해서 원.”

푹.

아무리 그래도 눈알한테 넘어가는 건 아니지.

이런 눈알 촉수 괴물한테 매혹당하면 진짜 신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그대로 눈알에 영검을 꽂고, 영기발출을 더 강화한다.

그러자 순식간에 새하얀 불꽃에 잠기는 눈깔 괴물.

[이…… 이럴 수가…….]

그 말을 유언으로 사라지는 눈깔 괴물.

[이런……!]

[어떻게 그래도 단 한 번에!]

주위의 눈깔 괴물들이 뒤로 멀리 날아가 물러나기 시작했다.

동료가 죽자 복수하기보다는 튀기 바쁜 이들.

흠…….

여기는 어디고 저들은 누군지 밝혀진 건 없지만, 일단 적은 적이니 잡아 족쳐 볼까?

“일단 너부터.”

내 위쪽에서 촉수를 뿌리던 눈알에게 날아갔다.

[이…… 이놈!]

내가 접근해 오자 당황해하는 눈알.

촉수를 필사적으로 나풀거리며 최대한 빨리 도망가려고 하나, 내 움직임이 더 빨랐다.

결국 도망치는 걸 포기하고 반격을 가하는 눈.

[데스 레이.]

눈알에서 초록색의 빛이 모여들더니 그대로 나에게 날아온다.

죽음의 힘을 지닌 광선.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영혼 분해.”

날아오는 죽음의 광선을 그대로 해체한다.

나에게 닿기도 전에 스르르 사라지는 데스 레이.

당혹한 눈은 나에게 촉수를 뻗어 보지만, 소용없다.

[키에에엑!]

“이제 둘이군.”

타오르는 눈알 괴물은 놔두고 다음 타깃을 찾았다.

두 번째를 죽이고 나니 이미 저 멀리 사라진 눈알 괴물들.

흠. 이번에는 문답무용으로 죽이지 말고 여기가 어딘지부터 물어봐야겠군.

짝. 짝. 짝.

어둠의 공간에서 박수 소리가 세 번 울려 퍼졌다.

그러자 이 어둠의 공간에 빛이 들어온다.

머리 위쪽에서부터 밝아져 오는 빛.

고개를 들어서 보니…….

“초승달?”

노란빛의 둥근 눈썹 모양의 형태. 전형적인 초승달의 형상이 드러났다.

은은한 노란색의 빛이 피어나와 어둠의 공간을 환히 비췄다.

그러자 완전히 드러나는 공간.

“으, 여긴 뭔 동네야?”

공간 자체는 넓다.

중급신인 나도 한 번에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공간.

신언으로 안력을 확대를 해야 끝까지 바라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살펴보는 이 넓은 공간의 끝.

그곳에는 암회색의 촉수가 가득했다.

눈알 괴물들에게 주렁주렁 달려 있던 촉수.

생김새는 같으나 훨씬 거대한 촉수들이 이 공간의 전 방위를 점하고 있었다.

여기는 대체 무슨 공간이지?

[영혼신.]

그때 초승달 위에서 울려 퍼지는 음성.

한 인영이 내 쪽을 향해 내려왔다.

[오랜만이군.]

어둠으로 물든 인간형 영체.

얼굴 부위는 특이하게 소용돌이처럼 일렁이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는 초록색의 보석이 요사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모습, 눈에 익다.

아르테미스의 육체를 베다가 보았던 모습 아닌가.

저번처럼 보석을 보자마자 몸이 멈출까 경계했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압박감이 느껴지기는 하나, 견딜 수는 있는 수준.

“아르테미스를 장악한 이인가?”

[그래. 나를 보고도 이제는 견디는구나. 영혼신이여. 찬란한 존재가 되었구나.]

그러며 가슴에 손을 짚고 깍듯이 인사하는 어둠인간.

그 태도에 적의는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넌 누구지?”

[나는…… 실재하지 않는 존재. 몽환을 부유하며 허구 속에 있지.]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어둠인간.

“뭔 소리야. 눈앞에 있구먼.”

[내가 무엇으로 보이는가?]

“검은 인간. 그림자 인간? 얼굴은 소용돌이치고 있고, 초록색 보석이 빛나고 있지.”

[역시 신들에게는 그리 보이는구나.]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던 어둠인간.

그가 손을 흔들자 작은 초승달이 뒤에 형성된다.

사람이 앉기 딱 좋은 사이즈.

그는 거기에 턱하니 걸터앉는다.

그러더니 발을 꼬며 나를 쳐다보는 어둠인간.

[나는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악신.]

그오오오오.

세상의 끝에 있는 촉수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석을 감싸며 돌고 있는 소용돌이는 크기가 점점 확대되어, 달빛을 빨아들였다.

악신인가?

정원에서 보았던 님프의 시신들이 떠오른다.

눈깔 괴물에, 저 역겨운 촉수들까지.

확실히 선보다는 악에 가까운 녀석인 거 같긴 한데…….

[……그렇게 인간이 규명한, 만들어진 신. 거짓된 신이다.]

“무슨…… 거짓된 신이라니?”

[인간이 이야깃거리로 만들어 낸 허구 속의 신. 그게 우리다.]

이야깃거리로 만들어진 신이라니…….

이 녀석이?

[우리는 개념이 생긴 지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 거기에 숭배의 대상이 아닌, 공포의 대상. 인간에게 우주적인 공포를 표현하기 위해 쓰이는 상상의 산물에 불과했다.]

“아니, 잠깐. 상상의 산물에 불과한데, 뭐 이렇게 강해?”

녀석의 강함은 대신급으로 느껴진다.

아폴론이 번쩍번쩍 거릴 때에 비하면 약한 거 같지만, 일반 모드의 아폴론 급은 되어 보인다.

거기에 이 촉수 공간.

이것도 녀석이 컨트롤한다고 가정한다면…….

웬만한 SSS급 신의 힘은 낸다는 건데.

SSS급 신은 유명한 신화의 중추적인 신들이나 도달할 수 있는 것.

내가 알고 있는 신들의 면면만 해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근데 이 녀석은 상상의 산물인데도 SSS급의 출력을 낸다고?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일단 SP 수입이 따라 줘야 가능할 텐데?

“애초에…… 네 이름은 뭐지?”

[나는 진명이 없다. 생겨난 지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가공된 신화 속의 존재일 뿐이지.]

“그럼 그 신화 속에선 뭐라고 불리는데?”

[크아이가.]

크아이가?

뭐야 그런 신도 있어?

[전혀 모르는 눈치군.]

“당연하지. 애초에 난 유명 신화 말곤 잘 모른다고. 근데 말이야. 가공된 신화 속의 존재인데 넌 왜 이렇게 강한 거지?”

[후후. 많은 일이 있었지. 이름까지는 밝혔으나, 적인 영혼신에게 거기까지 이야기 해 줄 수는 없는 일.]

“그래? 그럼 싸워야겠군.”

더 이상은 이야기해 주지 않을 것 같고, 촉수도 슬슬 밀려 오고 하니…….

다시 전투를 준비했다.

크아이가?

이 이름은 나중에 돌아가서 좀 알아보도록 하고…….

일단 적부터 제압해야지.

내가 영검을 꺼내 싸울 준비를 하자, 크아이가가 두 손을 펼쳐 나를 만류했다.

[성질이 급하군.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봐라.]

“니네 촉수들이 오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짝. 짝.

내 말에 박수를 두 번 치는 크아이가.

[촉수는 멈추겠다. 잠시 대화를 더 할 수 있겠는가?]

흠…….

정말 멈췄네.

대체 뭔 할 말이 있다고 이래?

“무슨 대화?”

[우리와 거래하자.]

“거래를 하자고?”

[그래. 우리를 진정한 신으로 만들어 달라. 그럼 제우스 대신 그대를 돕도록 하지.]

[크아이가에게서 퀘스트가 부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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