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62화>
거짓된 신의 공중정원 (1)
“뭣……?”
날 미친놈 바라보듯이 쳐다보는 아폴론.
그런 그의 시선을 뒤로하고 스킬을 사용한다.
“영혼 중개.”
SS급에 도달한 후, 스킬이 발전한 건 영혼 중개도 마찬가지였다.
본체의 모든 것을 운반한다.
대상은 엘프리안의 은신처에 있는 나의 아바타.
“영체가 흐릿해지다니……?”
이 효과, 아바타 교환과 비슷한 능력이다.
혼돈의 군주에게 부여한다는 ‘아바타 교환’ 스킬.
이 스킬은 영체를 회수하지 않는다면, 내 영체 일부분이 영구적으로 훼손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금 내 영혼 중개는 다르다. 손해 없이 싹 다 옮길 수 있다.
옮길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 내 모든 것은 충분히 옮길 수 있다.
아마 혼돈의 군주에게 스킬을 줬던 ‘창조주의 왼팔’도 영혼 중개를 기반으로 만든 게 아닐까 추측되었다.
[주인. 또다시 칼바인에 갈 건가?]
나와 결합되어 있던 불사조가 말을 걸었다.
그래. 아폴론에게 한 방 먹이긴 했지만, 이대로 물러나기만 하면 아쉽지.
칼바인에서 깽판을 쳐야겠어.
그리고 아르테미스의 퀘스트도 여건이 되면 클리어 해야지.
[그렇다면 내가 남겠다. 아폴론이 긴가민가하도록.]
그럼 위험하지 않을까?
[나는 불사조다. 주인의 힘만 있으면 부활하지.]
그래. 그럼 부탁 좀 하마.
[영혼 중개를 발동합니다. 대상은 ‘아바타 1’입니다.]
내 영체의 근간, 나의 SP, 그리고 영검을 먼저 운반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행된 영혼 중개.
그 속도는 빛보다도 빠르다.
의아해하는 아폴론의 시선을 뒤로하며, 나의 의식이 가라앉았다.
“후. 영혼 중개도 쓸 만하네.”
눈에 익숙한 풍경. 엘프리안의 은신처다.
“영검도 고이 모셔져 있고.”
인벤토리를 열어 영검을 확인했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 수단.
요놈이 없으면 안 되지.
[불사조. 상황은 어때?]
메시지를 보내니 바로 답이 도착했다.
[지금 벌써 세 번 죽고 재생하는 참이다. 앞으로 네 번쯤 남았군. 아폴론은 지금 내 부활의 권능 때문에 이렇게 뻗대는 건지 헷갈려하고 있다.]
[좋아. 그럼 조금만 더 시간 끌어 줘.]
불사조의 권능, 부활.
다행히 융합된 상태의 내 아바타에게도 적용이 되는군.
네 번이면…….
뭐, 눈 깜짝할 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폴론이 칼바인에서 멀어진 게 중요하다.
이 때가 기회다.
“드라키아. 다시 칼바인으로 갑시다.”
[자네…… 또 쳐들어갈 셈인가?]
“아폴론도 잠시 자리를 비운 이 시기에 뇌령 기둥을 최대한 부숴 둬야죠.”
[알겠네.]
또다시 열리는 포탈.
드라키아가 열어 주는 포탈 속으로 들어갔다.
칼바인 행성은 아까와는 모습이 달랐다.
완전히 진 태양.
밤하늘은 초승달이 비추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아폴론이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꽤 힘이 약해지겠지. 완연한 밤이 되었으니.
“사도 소환.”
사도신들을 소환했다.
속속들이 등장하는 사도신.
전 세계 각양각색의 신들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맨 앞에는 관우가 남정네 둘은 합쳐 놓은 듯한 크기의 적토마를 탄 채 청룡언월도를 들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명을 받들어 왔습니다.”
나에게 깊게 고개를 숙이는 신들.
예전에도 공손했지만 SS급에 도달한 이후부터는 완전히 주신 모시듯이 깍듯한 모습이었다.
거참…… 아무리 중급신에 도달한 이후로 SP 소득이 더 늘었다지만 너무 굽실굽실이구먼.
이 신들 나중에 자기 진영으로 안 돌아가는 거 아니야?
흠흠 헛기침을 하며 신들 앞에서 말문을 열었다.
“이번엔 모두 ‘신명’을 되찾으셨군요.”
“예. 주신이시여.”
“미흡하나마 이제 주신의 칼이 될 수 있습니다.”
다들 이제 주신, 주신 하는군.
다른 신계에서 파견 나온 신들도 이러니 참.
이들은 어찌 보면 용병으로 참가한 건데…… 어째 내 진짜 사도신들보다 더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행동한다냐.
“이번에는 타락한 님프와 마주쳐도 퇴각하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예.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가서 뇌령 기둥을 부수고, 아르테미스를 발견할 시 저에게 연락 주세요. 그녀와는 해결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주신이시여.”
깍듯이 예를 표하는 신들.
모두 삼삼오오 부대를 이루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
사도가 된 후부터 금방금방 힘을 회복했나 보군.
신들의 등 뒤를 바라보다가, 세상에게 명했다.
“아르테미스를 찾아라.”
칼바인 행성에 퍼지는 영력. 목표는 아르테미스다.
나의 영력은 칼바인 곳곳에 뻗치지만, 생각보다 드러나지 않는 아르테미스의 기척.
자식, 졸았나?
“저기, 나도 가?”
뭐야. 얘는 왜 아직 출동도 안하고 있어?
신들의 군단이 떠난 자리에 드라키나가 혼자 뻘쭘하게 서 있었다.
“당연하지.”
“신들이 다 할 거 같은데? 저 사이에 있으니 숨도 못 쉬겠더라.”
“쯧쯔. 영혼 중개로 얻어 가는 SP가 얼마면서…… 빨랑 가기나 해라. 아니면 아르테미스를 찾든가.”
내가 지시를 내리자 쳇 하면서 용으로 변신하는 드라키나.
그녀도 사라지자 계속 영력을 퍼뜨려 탐색에 집중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도저히 나오지 않는 아르테미스.
아예 이 행성을 뜬 건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계속해서 영력을 퍼뜨렸다.
사도신들의 공격을 결국 막으러 나올 수 있으니까.
그때를 노린다.
1분이 지났다.
이미 내 주위의 뇌령 기둥은 초토화 상태.
이미 내 시야에서 보이질 않는다.
하늘 위로 몸을 좀 띄우니, 그제서야 눈에 희미하게 포착된다.
5분이 지났다.
이제는 하늘 위에서도 거의 없는 뇌령 기둥.
적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남근을 던지는 타락 님프들을 보내더니, 이제는 조용하다.
자식들…….
이대로 칼바인 행성을 포기할 셈인가?
[주신이시여. 적이 포착되었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음탕한 님프들입니다만, 저들의 기세가 그때와는 다릅니다.]
그때 신들이 보고를 올려 왔다.
아예 영상까지 첨부해서 올라오는 보고.
영상을 재생하니, 헐벗은 님프들이 시뻘게진 눈으로 신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현신하라. 청룡.]
영상을 찍은 것은 관우 쪽인가?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는 관우.
청룡언월도에서 푸른 용이 현신하더니, 님프를 향해 날아들었다.
꽤 강력한 기세.
청룡은 영기발출까지 깃들었는지, 푸른 본체에 흰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대번에 쓸려 나가는 님프. 몸이 그대로 찢긴 채, 소멸해 나갔다.
[크르르르…….]
하나 그럼에도 님프들은 고통을 내지르지도, 주춤하지도 않았다.
마치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내는 님프들.
딱 봐도 이성이 없고 미친 것 같다.
[영혼신께서 주신 힘에 감히 대항하지는 못하지만, 이성을 잃은 듯 계속해서 덤벼 옵니다.]
목숨을 도외시하고 덤비는 님프들 때문에 전진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 신 군단.
드라키나도 투덜거리며 보고해 왔다.
[님프들, 저번에 왔을 때에 비하면 오히려 약해졌는데 숫자가 너무 많고 광기에 젖었어. 무작정 돌진해서 덤벼오니 뇌령을 제거하기가 힘들어.]
하늘 위로 올라가 전황을 살펴봤다.
워낙 5분 사이에 파죽지세로 전진한 신 군단 덕에, 아무리 하늘 위라도 지금 이 상태로는 보이지 않지만…….
“시야 확대.”
가볍게 신언을 사용하니 망원경을 낀 듯 시야가 확대됐다.
이를 통해 신들과 님프의 전투를 둘러본다.
일방적으로 님프를 학살하고 있는 신 군단.
수많은 신들이 각기 권능을 뽐내며 님프를 쓸어버리고 있었다.
촤아아악!
신들의 무기가 님프를 그대로 통째로 베어 버린다.
그러자 헐벗은 미녀의 몸을 한 님프들이 찢기고 갈라져 타올랐다.
신들의 공격에 영기발출도 곁들여 있어 그런지 백색 불꽃에 잠겨 사라지는 님프.
이렇게까지 학살당하면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거나, 아니면 수가 눈에 띄게 줄어야 할 법한데도 여전하다.
어디선가에서 계속 생겨나서 신들에게 덤비는 님프들.
“원인을 더 찾아봐야겠군…….”
시야를 더 확대해서 주위를 둘러봤다.
신들의 전진이 님프에 의해 멈춘 지역.
그 너머에는 뇌령 기둥이 굳건하게 서 있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드는데…….
“영혼 분해.”
뇌령 기둥을 분석했다.
제우스의 힘이라 분석이 불가능할까 싶었지만, 오히려 아폴론 때보다 더 분석이 쉬웠다.
전투 기술 같은 게 아니라 그런가?
“기본은 SP 공급 도구인데…….”
구조 자체는 간단했다. 지상의 SP를 하늘로 전송시키는 운송체.
제우스의 권속인 뇌령이 되어, 자신의 신인 제우스에게 SP를 보내다가 결국에는 소멸하게 되는 구조다.
주변 대지의 SP를 모두 빨아들인 후 올려 보내는 방식으로, 나무 뿌리가 땅의 수분을 흡수하는 느낌이었다.
쭉 다른 뇌령을 둘러보니 거의 대동소이.
하지만 한 뇌령 기둥은 좀 달랐다.
“저건 좀…… 신기하군.”
달빛이 모여 있는 뇌령이었다.
주변의 뇌령의 기둥보다 훨씬 두껍고 단단한 느낌.
다른 뇌령은 순백의 번개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이 녀석은 순백의 한 가운데 검은색이 일렁이고 있었다.
“저거군. 가자.”
나에게 말하자 영체가 순식간에 이동했다.
SS급이 된 이후 더욱 강화된 신언神言.
그 속도는 예전과는 비견할 수가 없었다.
“이건가.”
눈 깜짝할 사이에 특이한 뇌령 앞에 섰다.
다른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규모.
그 안에는 검은 기운이 넘실거렸는데, 언뜻 보면 혼돈 세력의 힘이 연상되었다.
지지지지직.
다른 것들처럼 나는 전기 소리.
하지만 이 뇌령의 기둥에는 이 소리만 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오오오오.
카아아아아.
사람의 비명 소리와 짐승의 울부짖음이 섞인 듯한 음성.
그것이 저 가운데 암흑 공간 사이에서 나오고 있었다.
“영혼 분해.”
멀어서 쉽게 파악하지 못했던 특이 뇌령 뭉치.
다시 영혼 분해를 통해 그 힘의 근간을 파악했다.
“흠…….”
기본 구조는 기존의 뇌령과 일치했다.
하나 큰 차이점은 두 가지.
첫째로는 땅에서 얻은 SP가 하늘이 아니라 검은 공간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으며, 둘째로는 검은 공간에서 유래된 기운이 달을 향해 뻗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기운은 워낙 미세해 눈으로 보면 실처럼 가늘었다.
달과 연결되어 있는가…….
“크르르르!”
뇌령을 분석하다 보니 어느덧 내 주위는 님프들로 포위되어 있었다.
인간으로 따지면 세상을 뒤흔들 절세미인의 얼굴을 하고, 양손과 발로 땅바닥을 기는 님프.
마치 네발짐승과도 같은 모습이다.
“대체 뭐에 당한 거냐? 말 못하냐?”
“카아아!”
다른 신들에게는 막무가내로 덤벼들던 님프.
하나 내 주위는 그저 맴돌며 짐승 소리를 낼 뿐이었다.
님프에게도 영혼 분해를 사용했다.
머리 부분에 집중된 검은 기운.
저 느낌, 혼돈의 기운 같기도 하고, 예전에 아르테미스의 영체에서 보였던 검은 기운과도 파장이 비슷했다.
저거에 지배를 당하는 건가?
“크르르르…….”
“으으으…….”
점차 모여드는 님프.
예전에 남근을 던지던 님프들은 그래도 S급, 하급신은 됐는데, 이들은 대부분 A급 수준이었고, 간간이 B급도 보였다.
질보다 양인가?
이 정도 수준이면 제압은 쉽겠군.
“사라져라.”
휘이이잉.
신언神言을 발하자, 머리부터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님프들.
“크르르르…….”
“컹! 컹!”
주변 동료가 사라지자 개처럼 짖는 님프들이었지만, 그들도 곧 동료의 뒤를 따라 사라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정리되는 님프들.
위이이잉.
뇌령의 기둥이 번쩍이더니 님프들을 황급히 소환했다.
하지만 굳이 그걸 놔두고 볼 필요는 없지.
“영기발출.”
싹둑.
영검을 꺼내 통째로 베어 버렸다.
키이이이익!
영검이 뇌령 한 가운데에 있는 검은 기운을 관통하니 섬뜩한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백색 불꽃에 타오르기 시작하는 검은 기운.
[*#$)#…… *#$&$!*!]
뭐 이상한 소리를 지껄여?
“번역해라.”
그러자 저 말이 자동 해석되어서 들려온다.
[키에에엑…… 영혼신……! 주인께서 널 벌하실 것이다…….]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언어.
자동으로 한국어 번역이 되어서 머릿속에 이해가 되었지만, 언어 체계가 너무 이질적이었다.
애초에 인류의 언어나 지구에 기반을 둔 신의 언어는 자동 해석이 되었는데…….
요놈 건 신기하군. S급 이상이 되지 않으면 해석도 안 될 거 같은 느낌인데.
어쨌든 기껏 해석했는데 내뱉은 말은 삼류 악당의 유언.
한 번 더 검은 기운을 싹둑 자르니, 완전히 타올라 소멸했다.
그럼 다른 타깃을 찾으러 가 볼까?
꿈틀꿈틀.
흠?
내 현 상태는 영혼 분해를 켠 상태.
완전히 타올라 축이 무너진 채 소멸하는 뇌령의 기둥 검은 기운 위치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게 눈에 띄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사라졌는데…….
뭔가 남겨 두고 있었구먼?
휘익.
애벌레같이 미세한 검은 기운이 승천하듯이 날아올라갔다.
주위를 잠시 둘러봤다.
신들은 님프와 대치 상태지만 점점 밀어붙이고 있고, 딱히 위험 요소도 없는 상황.
지상은 이들에게 맡기고, 한번 저 녀석을 따라가 봐야겠어.
휙.
검은 기운을 따라 몸을 이동했다.
내가 추격하는 걸 알았는지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하는 검은 기운.
제까짓 놈이 빨라 봤자 바로 잡아 터뜨릴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어디까지 가나 같이 따라가 봤다.
그리고 나는 곧 하늘 위의 새로운 공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