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61화 (161/240)

<내 상태창 2개 - 161화>

SS급의 힘 (2)

천천히 날아오는 아폴론의 화살. 갑자기 모습이 사라지더니, 거대한 화염의 파도로 변했다.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속도. 하지만 크기가 압도적이다.

세상을 완전히 뒤엎어 버리는 불길.

태양시라는 이름이 빈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쉽지.

“영혼 분해.”

화염에 손을 뻗어 영혼 분해를 사용했다.

원래는 분해창이 떠서 거기에 물건을 넣어야 분해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영혼신 SS급.

등급이 오르며 구사할 수 있는 권능이 늘어나고, 스킬의 제한이 해제되었다.

넘실거리는 홍염의 원천을 파악한다.

태양신 아폴론의 권능과 그의 영력으로 이루어져 있는 불길.

처음 쏜 태양시가 홍염의 근간이며, 이를 중심으로 퍼진 영력.

내게 주어진 분해의 힘을 이용하여 이 연결을 끊는다.

내 앞에 거대한 벽처럼 밀려오던 불길에 틈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콰콰콰쾅!

나에게 닿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폭발하는 태양시.

아폴론이 쏜 화살은 나에게 닿지 못했다.

“믿는 구석이 있었군.”

태양전차에 선 아폴론이 오연히 나를 쳐다봤다.

자신의 화살이 막혔음에도 그다지 당황하지 않는 모습.

“아폴론! 지금 이 자리에서 그를 소멸시켜야 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훨씬 강해졌어!”

“아르테미스의 껍데기여. 함부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어차피 정체도 발각되었으니 태양신에게 예의를 지켜라.”

아폴론이 아르테미스를 쏘아봤다.

진짜 아르테미스는 영체 안에 봉인되어 있고.

그때 본 검은 그림자는 그녀를 봉인한 정체불명의 신.

밖에서 나대는 저 아르테미스의 육체는 그 신의 부하쯤 되는 건가?

복잡하군.

“직접 상대해 주지.”

아르테미스에게서 시선을 돌린 아폴론.

태양전차의 고삐를 쥔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확대되는 아폴론과 태양전차.

그의 오른손에는 어느새 거대한 불의 검이 형성되어 있었다.

“영기발출.”

영검에 영기를 부여한다.

강렬하게 치솟는 백색의 불꽃.

여느 때와 같은 영기발출이다.

화르르르!

어느덧 지척에 다가와 아폴론이 위에서 아래로 불의 검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 단순한 동작.

하지만 겨우 그 동작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졌다.

쾅!

영검과 부딪치는 불의 검.

연이어 이격, 삼격이 오간다.

쾅! 쾅!

검이 부딪칠 때마다 터지는 폭발음.

지척에서 커다란 폭발이 터지지만, 나와 아폴론 모두 영향은 없었다.

대신의 검격, 생각보다 받을 만하군.

아폴론이 전신戰神의 계열이 아니기 때문일까?

역으로 반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다.

“커져라.”

영검에 명하자 영기의 불꽃이 급격하게 확장됐다.

태양마차가 잠시 뒤로 물러서려 하지만, 이미 검기가 먼저였다.

치지지지직.

늦었음을 안 듯, 아폴론이 왼손으로 영검을 움켜쥐었다.

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아폴론의 표정에 놀라움이 번졌다.

차마 이 정도의 위력일 줄은 몰랐다는 눈치.

“흠. 강하군……!”

검에서 손을 떼고 몸을 뒤로 빼는 아폴론. 아예 뒤로 뛰어서 날아간다.

“크르르르!”

대신해서 태양전차의 화염 말이 나를 덮쳤다.

야수처럼 으르렁거리며 불로 이루어진 입을 번쩍 벌리는 화염마.

휙.

가볍게 검을 휘두르니, 태양전차가 그대로 반으로 갈라졌다.

그러더니 영기발출의 백염에 휩싸여 소멸해 가는 태양전차.

하나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아폴론은 저 멀리 날아가 있었다.

“태양이여.”

중천에 떠 있는 아폴론.

어느새 태양전차를 다시 소환한 채, 오른팔을 하늘 위로 높이 들고 있었다.

그와 함께 뻗는 검지.

그가 가리키는 건 태양이다.

“여기 그 편린을 발하라.”

그의 손가락 끝에 작은 구체가 형성됐다.

그 색은 진한 붉은빛.

옆에서 아르테미스가 이를 보고 비명을 내질렀다.

“아폴론. 저 미친 자식이! 다 죽이려고……!”

얼른 몸을 피하려 하는 아르테미스.

그녀를 따르는 님프들도 제각기 뒤로 물러나려 한다.

“선다운Sundown.”

시작은 손가락만한 구체.

하나 아폴론의 권능이 담긴 채 낙하하자 화염의 구체는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했다.

화르르르!

얼마 내려오기도 전에 하늘을 장악하는 거대한 화염구.

그 크기가 워낙 커서, 제우스의 뇌령 기둥이 이에 휘말려 타오르고 있었다.

하.

아무리 태양신이라지만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군.

삽시간에 미니 태양을 떨어뜨리는 힘이라니.

“영혼 분해.”

영혼 분해로 바라본다.

조금 전 태양시와는 완전히 다른 복잡한 구조.

힘의 근간을 이루는 핵도 여러 가지고, 루트도 다양하다.

크기가 방대한 대신, 위력이 약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뼈대를 이루는 영력이 너무 강대하며 낙하 속도가 빠르다.

내 영혼 분해로는 해체 전에 스킬이 닿을 터.

지금으로는 무리군.

그렇다면…….

“불사조 소환.”

불사조를 소환하며 동시에 말한다.

“영혼 융합. 불사조.”

그러자 영체가 변형되기 시작한다.

화르르르.

불길이 이는 몸.

등 뒤에는 불사조의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주인. 날개에는 적응이 됐는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불사조의 음성.

나와 불사조가 일시적으로 결합된 상태다.

“그래. 가자. 아폴론에게.”

발전한 권능은 영혼 분해뿐만이 아니다.

영혼 융합도 SS등급에 발맞추어 새로운 능력을 개화했다.

[이제부터 영혼의 파장이 비슷한 이와 본체의 영혼 융합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분해에 비해서 조건이 달리는 영혼 융합.

영혼의 파장이 비슷해야지만 가능하다는 조건은 생각보다 이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나 나의 분신과 결합, 또 결합하여 승급했던 불사조는 달랐다.

나의 분신을 통해서 강화가 되었기 때문일까.

녀석과 나의 파장은 아주 비슷했다.

그래서 지금처럼 불사조의 영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거지.

몸을 띄웠다.

진화된 불사조의 날개에선 순백의 화염이 이글거린다.

등급 업그레이드 때, 내 분신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일까.

불사조는 영기발출을 쓸 때마다 보던 백염白炎으로 영체가 재구성되었다.

그래서인지 녀석과 나의 궁합은 최상.

날개를 펼친 채, 그대로 작은 태양 사이로 돌진했다.

“소울 배리어.”

태양을 본뜬 불꽃을 그대로 꿰뚫는다.

이 화염의 구체에서는 어마어마한 영력이 느껴졌다.

태양신 아폴론의 이름에 걸맞은 강력한 작은 태양.

거대한 영력이 촘촘히 이어져 있으며, 여기에 헤라클레스의 영기발출이 곁들여지니 어마어마한 위력이다.

일반적인 신의 영체라면, 닿자마자 소멸하겠지.

봉인할 틈도 주지 않고 영체를 조각조각 태워 버릴 거다.

하나 지금의 내 상태는 다르다.

불사조와 일시적으로 융합한 내 영체.

불길 속에서 피어난 불사조다.

화염 속성은 누구보다도 친숙하다.

영체에 치명적인 영기발출이 소태양小太陽 곳곳에 깃들어 있지만, 이도 기본적인 속성은 불.

친숙한 속성이라 쉽게 방어가 가능하다, 콰콰콰쾅!

[아폴론의 태양에 영기발출이 깃든다 해도, 결국 그 속성은 백염白炎. 나의 영체와 같으니, 전혀 위력적이지 않아.]

“그래. 최고속으로 가자.”

휘이이익.

불의 영역을 그대로 돌파한다.

“네놈. 대체 뭔 짓을…… 그 힘, 영염靈炎이 아니더냐?”

하늘 위로 올라선 나를 보고 눈썹을 찌푸리는 아폴론.

너무 빨리 자신을 추격한 데에 대해 살짝 당환한 것 같았다.

“그건 설마, 불사조의 힘인가?”

“영기발출.”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겠지.

아폴론에게 날아가 영검을 내리찍었다.

쾅!

나의 공격을 막아서는 아폴론의 불의 검.

공중에서 불사조의 힘을 빌려 최속으로 날아갔음에도, 아폴론은 적절히 대처했다.

“히히히힝!”

영검이 불의 검을 사그라뜨리면, 태양마차가 나를 가로막았다.

촤악!

태양전차를 통째로 베며 아까처럼 아폴론에게 거리를 주지 않고 근접했다.

그와 함께 영검을 길게 발하여 그의 목을 향해 찔러 나갔다.

화르르르.

하나 검 앞을 가로막는 불의 방패.

아폴론은 금방금방 불의 무기를 소환하며 나의 공격을 그때그때 막는다.

방패가 사라지면 검으로.

검이 사라지면 방패로.

두 개를 동시에 베면 태양전차를 다시 소환하면서.

거리를 줄 듯 주지 않으며, 단 한 번의 타격도 허용하지 않는 아폴론.

이대로라면 끝이 없는데…….

휙!

영기발출을 덧씌운 촉수를 내질렀다.

시작 위치는 검을 휘두르는 오른손에서.

목표는 화염 방패를 들고 있는 그의 오른팔이다.

여기엔 그의 소울 배리어가 없어!

푹!

“큭…… 촉수라니?”

이번에도 화염 방패로 나의 일격을 막던 아폴론.

갑자기 튀어나온 촉수에 오른팔을 관통당한다.

잠시 주춤하자 영검으로 그대로 방패를 가르고, 그의 몸을 향해 영검을 뻗었다.

치지지직!

아폴론의 배리어와 닿아 대치하는 영검.

대신의 배리어라 그런지 역시 강력하다.

하지만 소울 배리어…… 이건 원래 우리 영혼 계열 각성자의 것이지.

“영혼 분해.”

영혼 분해를 다시 사용하자 드러나는 소울 배리어의 패턴.

영혼 각성자의 것이기 때문일까.

스킬의 구성 원리가 파악되며, 어떻게 해야 해체할 수 있는지 단숨에 이해가 됐다.

지금까지 영혼 분해로 본 구조 중에 가장 단단하고 안정적인 구조지만, 어디를 공략해야 하는지 정답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해체하기에는 내 영력과 스킬의 수준이 아직 달린다.

영기발출이 영혼 계열의 공격을 책임진다면, 소울 배리어는 영혼 계열의 방어를 책임지는 근간 기술.

워낙 안정적인 구조라 완전히 해체하기에는 어마어마한 영력과 영혼 분해 스킬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은 틈 정도는 만들 수 있지.

푹!

“아니……!”

처음으로 경악에 찬 얼굴을 한 아폴론.

자신의 복부를 관통한 영검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다.

목을 꿰뚫으려고 했는데, 피했군.

[태양신 ‘아폴론’의 영체에 손상을 입혔습니다.]

[태양신 ‘아폴론’에게 영혼 약탈이 발동합니다.]

[대상에게서 영력과 SP를 강탈합니다.]

태양신의 영체에 대한 공격이 성공하자 뜨는 영혼 약탈 메시지.

완전히 죽이지 않더라도, 단지 피해를 입힌 것만으로도 이제는 SP와 영력을 강탈할 수 있었다.

“크윽……!”

영검을 뽑으려 하면 계속해서 따라가 꽂은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오르는 영력과 SP 수치.

[영력이 200 오릅니다.]

[SP가 1억 오릅니다.]

[대상에게서 얻을 수 있는 영력이 한계치에 달합니다. 더 얻고 싶다면 영혼 약탈 스킬 레벨을 올려 주십시오.]

[대상에게서 얻을 수 있는 SP가 한계치에 달합니다. 더 얻고 싶다면 영혼 약탈 스킬 레벨을 올려 주십시오.]

영력 수치까지 포함하면 총 2억에 해당하는 가치가 오른다.

잠시 검을 꽂아 넣었을 뿐인데 순식간에 힘을 강탈당한 아폴론.

“이놈이……!”

자신의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낀 것일까.

아폴론의 기세가 일변했다.

그의 온몸이 새하얀빛으로 빛난다.

휘익.

일단 몸을 뒤로 빼는 아폴론.

그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아까와는 속도가 다르다.

온몸이 빛으로 번쩍번쩍하는 아폴론.

저거, SP를 대책 없이 펑펑 쓰는 느낌인데.

“넥타르.”

아폴론의 손에 황금잔 하나가 나타난다.

이를 벌컥벌컥 마시는 아폴론.

그러자 영검에 의해 꿰뚫렸던 영체가 금방 수복됐다.

신의 음료라고 불리는 넥타르.

영체까지 회복하는 효능이 있었나?

“영혼신…… 소울 배리어까지 허물 줄이야. 창녀 같은 아르테미스의 껍데기도 옳은 말을 할 때가 있구나. 미래를 위해 SP를 아껴 뒀는데, 지금이 써야 할 때인가.”

빛으로 화한 그가 손가락으로 날 가리킨다.

그러자 새하얀빛이 마치 레이저처럼 쏘아져 나온다.

치지지직.

소울 배리어에 막히는 레이저.

하나 소울 배리어의 한 단면이 계속 뚫릴 듯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불사조와 융합했지만, 이번 공격은 그다지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가 없네.

[주인. 이건 광명의 힘이군. 나와는 조금 궤가 달라서, 아까처럼 쉽게 방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 이 정도면 됐다.”

아폴론을 바라본다.

전력을 발휘하는 아폴론.

그에 발맞추어 SP도 어마어마하게 빠져나가겠지.

그에게 저런 소모를 강요한 것만으로도 꽤 큰 소득이다.

흠.

이 정도면 빠질 때인가?

“헤임달의 귀환.”

뒤로 날갯짓을 하며, 헤임달의 귀환을 사용했다.

빛으로 화하는 영체.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며,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으려고 할 때.

갑자기 빛 가운데서 이색적인 모습이 눈에 잡혔다.

“빛으로 변하면, 못 따라갈 줄 아느냐?”

빛으로 변해 있던 아폴론.

헤임달의 귀환을 쓴 나를 똑같이 추적하고 있었다.

그가 빛의 손을 나에게 뻗는다.

“여기서 소멸시켜 주마.”

순식간에 내 영체를 향해 뻗어 오는 아폴론의 손.

막힘이 없다.

푹.

이를 보고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는 빛 형태의 아폴론. 그는 의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흠……? 소울 배리어를 사용하지 않다니……?”

“왠지 알아?”

의아해하는 아폴론의 귓가에 다가가 속삭였다.

“SP 아깝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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