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60화>
SS급의 힘 (1)
그날 이후, 20일이 흘렀다.
불사조의 S급 승급은 지지부진한 상태.
세 번의 제우스의 번개가 내리쳤지만, 사도신의 활약으로 모두 철거되었다.
“꿀꿀. 주인님. 이번 달의 수익을 정산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어느덧 한 달이 지났는지, 나타나는 황금 돼지.
33.75억을 받는다.
총자산 50억 SP.
“운영은 잘 되어가?”
“꿀꿀. 예. 주인님의 영력이 확장된 덕분에 더 많은 세계의 신들에게 SP를 유치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달 지나지 않으면 예금과 대출 모두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데스네는 방해되지 않고?”
“꿀꿀. 예. 하데스 측 대출은행이 론칭 준비 중이라…… 제가 시간을 좀 끌고 있습니다. 꿀꿀.”
그러며 나에게 윙크를 하는 황금돼지.
자식, 잘하고 있군.
“꿀꿀. 그럼 물러가 보겠습니다, 주인님.”
“그래. 들어가 봐.”
황금돼지가 사라지고 TV를 틀었다.
TV에서는 한참 대현그룹의 공사를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있었다.
[……대현그룹의 행보에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아영 기자.]
앵커가 기자를 부르자 화면이 바뀐다.
강남 한복판에 세워진 공사장.
공사장 입구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이들이 팻말을 들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네. 저는 지금 전력공사 부지 앞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대현그룹 주주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공사장 앞을 가로막고 공사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신전이 무슨 말이냐.’
‘주가 하락 책임져라.’
‘김지호 신? 옆 동네 애 이름이 무슨 신이냐!’
주주들이 이렇게 난리칠 정도로 주가가 그렇게 떨어졌나?
흠…… 신이랑 연관 있다고 하면 별로 안 떨어질 거 같은데.
핸드폰으로 검색해 보니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다가 살짝 숨을 고르는 느낌이었다.
저놈들, 뭐야?
[정부로부터 매입한 전력공사 부지에 ‘김지호’ 신의 신전을 짓겠다는 주주들은 신전 공사를 철회하라며 항의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또한 몇몇 종교인들도 합세해 신성 모독을 그만두라며 강경하게 비난을 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거, 이거. 다른 종교 믿는 사람들이 주축이 돼서 공사를 방해하는 건가?
저 사람은 십자가 목걸이 끼고 있는 거 보니 기독교인 거 같고, 저 사람은 염주 보니 불교 같고…….
메이저 종교 신자들이 주축이 되어 반대하는 것 같았다.
야. 내가 봉인도 풀어 주고 SP 중개도 해 주는데 너무하네.
“뭐, 지금 당장은 필요 없으니까.”
인간이 신이 되었다고 하니, 이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는 건 당연하겠지.
지금 중요한 건 저런 신전이 아니라 불사조다.
[주인. 이제 준비가 다 되었다.]
“그래? 불사조. 나와 봐.”
그러자 머리에서 휙 튀어나오는 불사조.
20일 전보다 확실히 색이 강해진 게 느껴졌다.
영혼 융합 시 최대한 강해진 상태에서 해야 될 것 같아서 SP 투자를 좀 했지.
물론 녀석이 소화 가능할 정도만 투자해서, 내 기준에선 SP가 얼마 나가진 않았지만.
“더 이상 강화는 안 되는 거지? SP를 더 줘도?”
[맞다. 이제는 더 이상 강해질 수 없을 것 같다.]
“그래…… 그럼 한번 시도해 보자.”
영혼 융합창을 연다.
불사조를 주로 하고, 제물로 100개의 A급 아이템 파편을 넣는다.
그리고 융합을 하려 하니, 갑자기 뜨는 메시지.
[‘불사조’의 영력이 약합니다. 융합 시 ‘승급’은 절대적인 확률로 실패합니다. 그래도 진행하시겠습니까?]
아…….
이렇게 따로 메시지까지 뜰 정도면 안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미 끝까지 다 키웠음에도 이러다니…… 골치 아프네.
“안 되겠다. 확률이 너무 낮네.”
[으음…… 더 이상 성장하기는 힘든데.]
불사조도 곤란한 듯 중얼거린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아직 열려 있는 영혼 융합창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융합 승급은 나중에 하고, 널 강화해 보자.”
다시 융합창에 불사조를 넣고, A급 아이템을 하나 공수해 온다.
그래서 융합을 시도하니, 또 메시지가 뜬다.
[영체와 아이템을 융합합니다. 카테고리가 다른 두 개체를 융합하여, 결과물이 랜덤으로 나타납니다. 시도하시겠습니까?]
이러면 불사조가 주가 되는 게 아니라, 완전 랜덤으로 튀어나오는 거네.
흠…….
이건 좀 애매하구나.
영체와 영체끼리 융합을 시켜야 하나?
각 신계에 A등급 영체 남는 거 없냐고 물어보지만, 다들 난색을 표했다.
[A등급의 영체? 반신 등급은 우리도 그렇게 흔치는 않아.]
[그건 좀 힘들 것 같다, 지호야.]
반신급의 영체는 구하기가 힘든가 보군.
쩝.
칼바인에 다시 쳐들어가서 님프라도 영혼 융합창에 넣어야 하나?
“아……!”
생각을 거듭하다가, 갑자기 영혼 분해 스킬에 생각이 미쳤다.
영혼 분해 스킬 레벨 50이면 분신을 만들 수 있다고 했지.
내 분신을 여기다가 넣으면 되지 않을까?
“해 보자.”
영혼 분해 스킬 레벨을 올린다.
스킬 레벨 50이 되자 새로이 뜨는 메시지.
[‘영혼 분해’ 스킬 레벨이 50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분신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분신의 영체 분해 정도는 ‘영혼 분해’ 스킬레벨에 비례합니다. 지금은 본체에 비해 최대 5%의 전력을 낼 수 있습니다.]
스킬 레벨이 지금 50이니, 레벨의 1/10이 적용되나 보군.
지금 나의 전력은 S등급 중에서도 최상위.
5%면 A등급은 되고도 남을 거 같다.
“분신 생성.”
분신을 생성하려고 하자 영체의 몇 퍼센트를 분해시킬 건지 메시지가 뜬다.
일단 1%만 떼 보니, 내 앞에서 빛이 번쩍인다.
그러더니 나타나는 나와 똑 닮은 영체.
옷조차도 지금 내 복장과 같다.
“이게 분신인가?”
생전 처음 느끼는 감각.
아수라도에 파견 보내는 영체는 나와 아예 다른 ‘객체’라는 느낌이었다면, 이 분신은 내 통제 하에 있다.
지금까지는 나 혼자만을 움직였다면, 이제는 영체까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게 되었다.
“적응은 안 되네.”
분신의 입으로 말해 본다.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본체와 분신의 입이 동시에 열리다가, 분신의 눈으로 본체의 입이 열린 걸 확인하고 본체의 입을 닫았다.
본체와 분신에게 가는 신호 체계가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그전에 시각, 청각, 후각으로 들어오는 신호도 두 개로 나뉘어 들어오니, 적응이 쉽지는 않네.
분신 나중에 써먹으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겠어.
“일단 지금은 융합이다.”
[주인의 분신을 넣는 건가? 그렇다면 주인의 영체가 손상될 텐데? 너무 위험 부담이 크다.]
“아니야. 이건 아수라도에 보낸 영체랑은 달라. 융합시켜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할 거 같아.”
아수라도에 보낸 영체는 독립된 김지호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분신은 진짜 인형이나 다름없었다.
아수라도 건 회수 안 하면 영체가 영구적으로 손상될 것 같았지만, 분신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할 수 있어.
“일단 1%로 넣어 보자.”
영혼 융합창을 열고 불사조를 넣는다.
제물 창에는 내가 분신을 직접 조종해서 스스로 뛰어든다.
그러자 새롭게 뜨는 메시지.
[불사조를 ‘김지호의 분신’과 융합하시겠습니까? 같은 A등급입니다. 융합 성공 시 불사조가 강화됩니다.]
좋아.
융합 스킬 레벨도 최대치인 100까지 올린 후, 바로 융합을 진행했다.
[불사조가 강화되었습니다.]
[주인…… 엄청난 힘이다. 이렇게 순수한 영력이라니……!]
“좋아. 계속하자.”
분신을 1%씩 떼다가 불사조와 융합한다.
융합 후 불사조가 강화되면, 100개의 제물과 같이 승급 융합을 시도해 봤다.
그럴 때마다 메시지가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절대적인 확률.
두 번째는 매우 높은 확률.
세 번째는 높은 확률.
그리고 네 번째, 다섯 번째가 되니 낮은 확률로 실패가 나왔다.
“SP가 살살 녹는구먼.”
내 분신이 사라지니 내가 가진 SP도 1%가 소모되고 있었다.
그래도 20일간 모아 둔 게 있으니 아깝지는 않아.
그것보다 SS급에 올라가는 게 먼저니까.
열 번째 분신을 융합시키자, 이제는 실패 메시지가 나오질 않았다.
[영혼 융합을 통해 ‘불사조’를 승급시키겠습니까?]
“어.”
드디어 되는 건가?
예를 누르자 영혼 융합창이 평소 융합할 때와는 달리 찬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번쩍 번쩍.
심상치 않은 느낌에 이를 지켜보고 있자니, 빛 가운데서 메시지가 떴다.
[불사조의 승급이 성공하였습니다.]
그렇게 나는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
[영혼 융합자의 승급 조건을 모두 클리어하였습니다.]
[영혼 융합자의 등급이 S등급으로 오릅니다.]
[영혼신의 등급 업그레이드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영혼신 SS등급으로 승급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예’지.
예를 누르자, 나를 둘러싼 세상이 일변했다.
칼바인 행성.
아르테미스를 장악한 미지의 존재 때문에, 제우스의 SP 공급처임을 알면서도 재침을 하지 않았던 곳.
그곳을 3주 만에 다시 찾으니, 이미 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구릿빛 피부의 다크 엘프 모습을 한 아르테미스.
그 뒤를 헐벗은 님프 군단이 뒤따르고 있다.
태양이 지는 황혼의 시기.
달의 여신이 힘을 완전히 발휘하기에는 아직 적절한 시간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아폴론. 도와줘.”
하늘에서는 분명 석양이 지는데, 세상은 새하얗게 물든다.
하늘의 공간이 종잇장처럼 찢기며 거대한 전차가 튀어나왔다.
예전에 나도 줄곧 애용했던, 화염 전차와 비슷한 모습.
크기는 내가 몰 때와 큰 차이가 없다.
하나 말의 색은 순백색이며, 하나하나가 하급신이나 가질 법한 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7마리의 말 뒤에 서 있는 한 남자.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으며, 하반신을 하얀 천으로 가리고 있다.
제우스와 가장 닮았으나, 더욱 수려한 외모.
황금빛 그 자체를 상징하는 남자.
아폴론이다.
“그래. 아르테미스.”
청아한 목소리.
그가 나타나자 아르테미스의 뒤에 있는 님프들이 기뻐 자지러진다.
“아아…… 아폴론 님.”
“올림푸스에서 가장 아름다우신 분.”
“여전히 태양 그 자체이시군요.”
음란하게 유혹을 일삼던 님프들이 아이돌 소녀팬처럼 흠모하는 걸 보니 어색하군.
아폴론은 님프에게는 관심도 두지 않은 채, 나를 향해 태양전차를 이끌고 내려왔다.
“그대가 영혼신인가.”
“그래. 내가 영혼신이다.”
“두 대신 앞에서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군.”
“두 대신? 나한테는 당신 한 명만 대신 같아 보인다. 아르테미스는 장악당한 주구에 불과하니까.”
아폴론.
아르테미스와 쌍둥이 남매니, 내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가 혹시 아르테미스가 지배받는 걸 모르고 있다면, 이용할 수 있을지 몰라 넌지시 이야기를 했다.
내 말을 들은 아폴론이 눈썹을 찌푸렸다.
“후. 어쩐지 아르테미스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더니…….”
아폴론이 손을 위로 든다.
그러자 거대한 활이 나타난다.
황금으로 만든 활. 그 안에 담긴 힘, 어마어마하다.
저 정도면 지고의 신기라 할 수 있겠지.
“여기서 소멸해야겠구나.”
“허. 알고 있었나?”
“알고 있다. 그녀를 장악한 힘이라면.”
“그녀는 나에게 퀘스트도 부여했다. 해방시켜 달라고. 그런데도 오라비 되는 당신은 그냥 이를 지켜볼 셈인가?”
“퀘스트를……?”
아폴론이 슬쩍 아르테미스를 바라봤다.
그러자 어깨를 으쓱이는 아르테미스.
아폴론의 두 눈에 잠시간 혐오와 증오가 스쳐 지나갔다.
“……아르테미스는 아버님께서 풀어 주실 것이다. 아무래도 오래 갇혀 있다 보니, 마음이 급했나 보군.”
“호호호호. 좋은 소식이야. 그녀가 마음이 꺾이고 있다는 증거. 그래야 우리의 일도 빨리 진행될 거야.”
아르테미스가 옆에서 요사스럽게 웃었다.
그러자 그녀를 무섭게 노려보던 아폴론이 손가락을 툭 친다.
화르르르르.
대번에 타오르는 아르테미스.
다크 엘프의 육체가 사라지더니, 이번에는 초록색 머리칼의 님프로 재생했다.
“뭐 하는 짓이야. 아폴론!”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 망령아. 어차피 네 ‘주인’이 조종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한 주제에.”
“큭…….”
아폴론의 기세가 살벌하자 뒤로 물러서는 아르테미스.
그는 아르테미스에게서 시선을 돌리더니, 나에게 활을 겨눴다.
“영혼신. 석양과 함께 영원히 지거라.”
활 위에 생성되기 시작하는 화살.
대기가 순식간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영체마저도 태워 버릴 듯한 파괴적인 열기.
“태양시太陽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