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59화 (159/240)

<내 상태창 2개 - 159화>

영혼 융합자 A 등급 (2)

“하. 다신 뽑기 안 한다.”

100개 뽑으니 한 개 나와서 B급 나올 확률이 1%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상자를 까는데 하도 안 나와서 식겁했네.

하여간 랜덤 박스 이런 건 손을 대는 게 아니야.

SP가 6천만이 남았다.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 융합자

레벨 - 200

수호신 -

칭호 - 지구인 일인자

근력 - 最上 민첩 - 最上 마력 - 最上

근원 - 사용 불가

SP - 6천만(공유 상태)]

능력치는 자동으로 최상으로 바뀐 상태.

뭐…… 지금은 영력 수치가 중요하니까, 근력, 민첩, 마력 같은 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가장 관심이 있는 건 역시 S등급 업그레이드 조건.

영혼 융합자도 S등급이 되어야지, 영혼신 SS등급으로 오를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거니까.

“어디 보자. S등급 업그레이드 조건은…….”

[클래스 ‘영혼 융합자’가 S등급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이 생겨납니다.]

1. 모든 능력치 最上

2. 신위의 자격 획득

3. 영혼 융합을 통해 S등급 형성

4. A등급 이상의 영혼 분해 100회아…… 뭔가 조건이 까다로운데?

차라리 신살이 나았다.

조건 중 1, 2는 이미 클리어 됐는지 옆에 체크 표시가 나 있었다.

신위의 자격 획득은 이번엔 할 필요가 없나 보네.

하긴 어차피 영혼신이잖아.

근데 3번 조건이 문제다. S등급을 형성하라니?

영혼 융합자 레벨을 올렸을 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영혼 융합 스킬이 레벨 20이 되었습니다. 융합 시너지 효과가 오르며, 스킬과 아이템도 융합이 가능합니다. 스킬과 아이템 등급은 영혼 융합자의 등급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분명히 스킬과 아이템 등급은 영혼 융합자의 등급을 넘어설 수 없다고 나왔다고.

이제 난 A등급이니까 A등급까지만 나오는 거지.

A등급이 되어서 스킬 설명이 바뀌었나 보았는데, 그대로였다.

그래, 스킬과 아이템은 A…….

“아……?”

아, 혹시 스킬과 아이템이 아니라면?

A등급 헌터를 영혼 융합하면 S가 나올 수도 있나?

그래도 시스템이 하는 일인데, 불가능한 미션은 주지 않았을 거 아니야.

“흠. 이건 일단 나중에 실험해 보고…….”

4번째 조건을 본다. A등급 영혼 분해 100회.

아이템과 스킬, 영체 모두 포함이겠지?

이거도 문제네.

B등급도 더럽게 안 나왔는데, A등급은 어떻게 구해?

음. 근데 이것도 굳이 스킬이나 아이템에 국한하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할 만할지도 모르겠다.

A등급 이상이라고 했으니, 칼바인으로 가서 타락한 님프들 잡아다가 분해하면 1회 적립되는 거 아닐까?

이것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겠네.

“하아. 그냥 편하게 신살 퀘스트나 주지.”

망할 시스템, 꼭 사람이 쉽게 가는 꼬락서니를 못 봐요.

침대에 털썩 누우며 25000개의 상자를 깐 흔적을 바라봤다.

일단 인벤토리.

B등급 아이템은 이미 다 사라진 지 오래고, C, D급 아이템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거도 처음에 좀 분해했는데, 시스템 메시지에 ‘스킬 파편’이랑 SP만 주기에 패스했지.

경험치 늘리는 게 중요했으니까…….

“정말 잡템 천지구나.”

물론 이 잡템도 지구에 가져다 팔면 꽤 높은 값을 받을 거다.

지금 지구 헌터들 수준이 최고가 B고 C, D급 위주니깐.

하지만 어차피 돈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귀찮게 아이템 뭐 하러 팔아?

[하급 엘릭서]

[C 등급]

[육체의 상처를 치유하고, 노화를 되돌립니다.]

뭐, 이런 건 부자들이 좋아하겠네.

그래도 가져다 파는 게 더 일이니, 싹 다 갈아 버리자.

하지만 갈기 전에 일단…….

“스킬 레벨을 올려놓고.”

영혼 융합자 스킬은 레벨 업 할 때 스킬 레벨*10만 SP가 들었다.

6천만 SP가 있으니, 일단 두 스킬을 30까지 올려야지.

[‘영혼 융합’ 스킬 레벨이 30이 되었습니다.]

[‘영혼 분해’ 스킬 레벨이 30이 되었습니다.]

5100만 SP가 스르르 빠져나갔다.

이러자 남은 SP는 1천만도 채 되지 않았다.

이젠 그만 써야겠네.

“영혼 분해.”

영혼 분해 칸을 열어서 아이템과 스킬을 쑤셔 넣는다.

하나하나 옮기는데, 참 노가다다.

20000개가 넘는 스킬과 아이템.

그걸 영혼 분해 통에다가 넣으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오토로 못하나?”

내 손이 인벤토리를 저절로 클릭해서 옮겼으면 좋겠는데.

신언으로 한번 명해 보니, 메시지가 떴다.

[사용자의 등급이 낮습니다. 시스템에 간섭할 수 없습니다.]

역시 시스템…… 자비가 없네.

결국 이거 다 수동으로 하라 이거지?

침대에 누워서 왼손, 오른손, 촉수까지 이용해서 영혼 분해를 시행한다.

“와. 해 떴네.”

밤에 누워서 분해했는데, 끝날 때쯤엔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SP는 1억이 들어와 1억 천만.

거기에 24900개의 아이템과 스킬을 분해하자 1천만 정도의 SP가 들어와 있었다.

2억 5천만을 써서 샀는데, 천만이라니.

4% 남았네.

“역시 도박은 아니다.”

역시 랜덤 박스, 이런 건 하면 안 돼.

“그건 그렇고…….”

C급 스킬의 파편 630개.

C급 아이템의 파편 1870개.

이거는 어떻게 처분하나?

“융합에 넣어 볼까.”

융합 창을 열어 파편을 넣어 본다.

[스킬 파편은 10개씩 넣어야 융합이 가능합니다. 한 단계 위의 등급으로 융합을 원할 시, 100개씩 묶어 넣어야 합니다.]

흠…….

10개면 같은 C급이고, 100개를 넣으면 B급으로 쳐준다는 느낌인가?

어차피 C급 필요도 없는데 잘 됐네.

100개씩 묶어서 조합을 시작한다.

[‘그림자 잔영’ 스킬을 얻으셨습니다.]

[‘거인의 힘’ 스킬을 얻으셨습니다.]

이를 필두로 B급 스킬 6개가 생겨난다.

물론 다들 영체를 운용하는 나에겐 쓸모없는 스킬들.

다 처분감이고…….

아이템 파편도 그냥 싹 다 써 버리자, 남은 파편 1270개 중 1200개가 사용되고 B급 아이템도 6개가 생겨났다.

2억 5천 써서 결국 돌고 돌아 이거 남았구나.

하…… 하하하.

이렇게 업그레이드를 하고 나니 무서운 가정이 떠올랐다.

“이거 설마 A급도 파편 100개씩 모으란 이야기인가?”

A등급 이상의 영혼 분해 100회가 왜 있나 했더니…….

이거 영혼 분해로 파편 모아 가지고 S등급 만들라는 건가?

융합 본체는 스킬, 아이템 말고 그냥 A등급 각성자로 하고.

제물을 파편 모아서 하면 이론상 S가 나오긴 하겠다.

“와 근데 100개는 좀 심한데.”

A급 100개는 어디서 모으지?

막막한 느낌에 침대에서 뒹굴고 있자니, 사도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호 님. 사도 후보는 지금까지 총 50명 선정했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강시아의 메시지.

최정예로 추리라고 했는데 벌써 50은 추렸나 보네.

인간 헌터는 솔직히 지금 내 상황에서는 딱히 필요가 없었다.

얼마 전에는 C급 헌터 몇 명 모셔 오기도 힘들었지만, 사도신도 생겨나고 각 진영에서 하급신들이 용병처럼 참전해 준 덕분에 SP 수입 한계선도 가득 차고 면면도 화려해졌으니까.

그래도 인간 전력이 지금은 너무 약하니, 키워 줄 겸 100명 정도는 자리를 주자.

[좋아. 그럼 나머지 50도 채우고 한 번에 받자.]

[네. 알겠습니다.]

예전에는 안 되면 D급이라도 받을 생각이었는데.

을에서 갑이 된 느낌이라 좋구먼.

이게 다 사도신들 때문…….

“아 잠깐.”

그래. 사도신!

사도창을 열어 본다.

이름을 회복중인 60명의 신들.

다들 이름은 없다.

S급 스킬은 좀 그래도, 이들에게서 A급 스킬이나 아이템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름없는 신 중 가장 SP가 많은 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NO.46, 이름 없는 신이라고 되어 있는 신.

이거 숫자로 되어 있으니까 누가 파견이고 누가 내 사도신인지 알 수가 없네.

[지금 대화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영혼신이시여.]

[혹시 예전 이름이 뭐였죠?]

[관우입니다.]

아. 46이 관우구나.

관우 정도면 힘이 금방 회복될 텐데……

하긴, 칼바인 원정 갔다 와서 하루밖에 안 지났으니 아직 이름을 되찾을 SP는 아닌가 보다.

[혹시 하급신에게 A급 스킬과 아이템은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닐까요?]

[영혼신께서 필요하신 것입니까? 그렇다면 바로 봉헌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래도 SP 주고 사야죠. 아직 신명도 회복하지 못한 신들에게 강탈할 수야 있겠습니까?]

[영혼신이시여. 강탈이 아닙니다. 사도가 신에게 봉헌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거기에 영혼신께서 저희에게 허락한 이 영혼 중개의 SP를 생각하면 A급이 아니라 S급이라도 마련해야 옳을 것입니다.]

영혼 중개의 가치가 그 정도로 뛰어난가.

그래도 하루에 1억씩 쌓이는데, 굳이 뭘 공짜로 받나 싶었다.

세상 살다 보면 공짜는 결국 나중에 공짜가 아닌 경우가 많거든.

[그래도 값어치를 매긴다면 얼마 정도라 생각하십니까? 그냥 A급이면 다 됩니다. 쓰레기 스킬이나 아이템이라도 좋아요. A급이라면.]

[그런 조건이면…… 흠. 30만 SP로도 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30만?

싸네?

아니 잠깐. 박스 깠을 때보다 훨씬 싸잖아?

그땐 B급 스킬이나 아이템 먹으려고 100만씩 질렀는데…….

허.

[그렇게 쌉니까?]

[예. 제사용구가 그렇습니다. 사람들에게 잊힌 신에게 그들을 숭배하는 제사용구는 더 이상 쓸모가 없으니, 생존을 위해 팔아 치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현재는 모두 SP가 부족하니, 더 저렴하게 구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

오호. 제사용구…….

[고맙습니다. 관우 님께선 팔 거 없으세요?]

[영혼신께서 필요하시다면, 제 청룡언월도를 드리겠습니다.]

[아니, 됐어요. 됐어. 팔 거 없냐고요.]

[…… 지금 저에겐 딱히 없습니다.]

다들 등급이 좀 되나 보네.

알겠다고 하고 관우와 통신을 끊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난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로키와 아버지에게 연락하여 A급 아이템 쓰레기라도 팔 거 없냐고 물어보니까 아예 그쪽 신계에서 다 물건을 공수해 줬다.

[정말 쓰레기라도 A등급이기만 하면 상관없는 거지?]

“어. 빨랑 넘겨줘.”

[돌멩이도 있다.]

“햐. 무슨 돌멩이가 A등급…… 알겠어. 일단 주기나 해.”

개당 20만 SP에 물건을 죄다 회수하니 2천만 SP를 썼다.

와, 너무 싸네.

아. 이럴 거면 어제도 그냥 물건 신들한테 사서 쓸 걸 그랬네. B급은 더 쌌을 거 아냐?

갑자기 날아간 2억 5천만이 아까웠다.

“에라이. 3일 소득이다. 잊자, 잊어.”

애써 이를 잊고, 각종 잡동사니 뭉치인 A급 아이템들을 영혼 분해에 내던진다.

하나둘 SP와 파편을 남기는 A급 아이템들.

근데 SP를 생각보다 많이 준다.

“이건 10만. 어. 이건 30만? 와 매입가보다 더 주네?”

랜덤하게 SP를 줬지만, 최소 1만에서 최대 40만까지 SP가 터졌다.

100개를 싹 다 갈아 버리니 SP가 천만이 회복되어 있었다.

A급 아이템 100개를 가는 데 1천만 SP를 쓴 거네.

와…… 나 진짜 어제 바보짓 했구나.

레벨 업에 눈이 멀어서…….

[‘A등급 이상의 영혼 분해 100회’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바로 뜨는 메시지.

하루 만에 꽤 까다로워 보였던 미션을 클리어했다.

역시 대신계의 높은 분들과 알고 지내니 일이 수월하네.

그럼 마지막 조건 하나만 남은 건가.

영혼 융합을 통해 S등급 형성.

일단 제물인 재료 100개는 모았다.

근데 등급을 올릴 업그레이드 대상이 애매하네.

A등급 스킬이나 아이템이 안 되면, 사도가 가능한 건가?

그럼 디아나?

근데 이거 업그레이드하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해?

터지는 거 아닌가? 너무 위험한데…….

[주인. 나를 써 다오.]

갑자기 이마에서 튀어나온 불사조.

평소와는 달리 작은 형체다.

크기는 마치 예전 병아리 때와 비슷한 형태.

“뭔 소리야. 너 소멸하면 어쩌려고.”

[나 불사조다. 죽어도 부활하지.]

“야. 그거야 일반적인 경우고. 이건 영체 합치는 건데…… 위험할걸?”

[……그것도 각오했다. 지금의 나는 주인에게 쓸모가 없지 않는가?]

“뭔 쓸모를 따지냐.”

[신들 간의 전투에서 쓸모없던 것, 주인도 보지 않았나?]

불사조의 말에 아레스와의 전투가 생각났다.

차게 식은 눈으로 주먹을 쥐자 펑 터졌던 불사조.

확실히 대신급과의 싸움에서는 무력하긴 했지…….

그래도 너무 위험 부담이 심한데.

[다시는 그렇게 무력하게 터지고 싶지 않다. 그래. 내가 S등급이 되고 싶어서 그런다. 제발 해 다오.]

불사조의 눈은 녀석답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전혀 죽음의 두려움 따위는 보이지 않는 강렬한 눈빛.

내가 승낙을 하지 않으면 집을 불사를 기세다.

“그래. 하지만 일단 최대한 안전하게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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