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58화>
영혼 융합자 A 등급 (1)
아르테미스한테서 퀘스트라니.
그녀에게 좀 석연찮은 점이 있긴 했지만…….
일단 내용부터 살펴본다.
[특별 퀘스트]
[난이도 불가능]
[아르테미스를 해방하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에 의해 ????의 제물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제우스가 창조주의 직위에 오르면 해방시켜 주겠다는 말을 믿고 협조해 왔지만, 제우스는 EX 등급이 된 이후에도 아르테미스에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퀘스트 보상 - 대신 아르테미스의 사도화퀘스트 창에서 짤막하게 배경 설명이 나온다.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의 딸일 텐데.
이 자식은 딸도 팔아먹은 건가? 진짜 가지가지 한다.
-제 영체가 잠시나마 풀렸기에, 메시지를 남깁니다. 절 해방시켜 주세요. 본신을 되찾게 된다면, 당신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퀘스트 창 아래에는 짤막한 메시지도 같이 담겨 있었다.
절박한 느낌이 드는 메시지.
퀘스트 보상이 아르테미스의 사도화라는 걸 보니 진짜 해방에 다 건 느낌이다.
하지만 아르테미스를 해방하려면 그 목소리와 싸워야 한다는 건데…….
그건 좀 자신이 없는데.
아르테미스 육신을 불태울 때마다 나왔던 초록색 보석.
그거 마주칠 때마다 영체가 굳어 버렸지.
목소릴 들을 때는 아예 정신줄을 놓는 줄 알았고 말이야.
[후. 앞으로는 칼바인을 가지 말아야겠네. 아르테미스를 집어삼킨 자의 존재감이 너무나도 강력하군.]
“어떤 놈인지 아시겠습니까?”
[아니. 하지만 대신급 신 중에서도 특출하게 강력한 존재일 걸세.]
“그럼 EX등급 아닐까요?”
[아니야. EX등급은 그 궤가 다른 존재.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아. 그리고 제우스가 할 짓 없이 아르테미스의 영체를 지배하고 있겠는가? 그 정도 힘이 있으면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자네를 죽였겠지.]
그나마 다행이군.
제우스랑 연관 있는 놈도 EX등급이면 뭐, 답이 안 나오잖아?
아르테미스 해방 퀘스트 건에 대해 이야기하니 드라키아가 반문한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사도로 하는 건 좋다만…… 자네가 SSS등급이 되어야 가능하지 않겠나? 적어도 같은 등급이 돼야 할 테니.]
“하긴, 그게 문제네요.”
[대신이 스스로 사도가 되겠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만약 사도신으로 받을 수만 있으면 어마어마한 도움이 될 테지만, 지금 당장은 쓸모 있는 퀘스트 같지 않네. 자네 등급이 오른다면 모르겠지만.]
현재 등급으로는 깰 수도 없는 퀘스트였구먼.
[일단 나는 가 보겠네. 아르테미스의 공격 때문에 SP를 너무 많이 소모했어.]
“예. 들어가시죠.”
용신이 떠나자 나도 지구의 집으로 다시 귀환을 사용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신
칭호 ? 신살자
영력靈力 - 10000
SP ? 3억 1천만]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 융합자
레벨 - 197
수호신 -
칭호 - 지구인 일인자
근력 - 上 민첩 - 上 마력 - 上
근원 - 사용 불가
SP - 3억 1천만(공유 상태)]
순식간에 오른 레벨.
3레벨만 올리면 200이 돼서 A등급이 될 텐데, 아쉽네.
아까 조금 더 열심히 적을 쓰러뜨릴 걸 그랬군. 쩝.
능력치를 둘러보고 난 후 영검을 소환했다.
업그레이드된 영검.
봉인이 풀렸다는데,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네.
겉모습은 똑같다.
아까의 메시지 창을 쭉 살펴보니 자세한 수치 메시지가 나와 있었다.
영기발출의 SP 환혼률은 60%에서 70%로, 한 번에 환혼할 수 있는 SP는 50만에서 500만으로.
영혼 흡수 효율도 증가한 편이고.
하지만 이 두 기능은 무조건 좋으니까 일단 패스하고.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영검의 특수한 효과였다.
봉인이 일부 풀려서 발휘된다는데, 뭔지를 알 수가 없네.
“영기발출.”
영기발출을 써도 백염의 검기는 평소와 같았다.
아르테미스를 장악한 놈이 줄행랑친 걸 보면 뭔가가 터지긴 한 거 같은데…….
크리티컬 히트라도 터진 건가.
하여간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이야.
이 영검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기억을 되살려 본다.
각성자 좀 되고 싶다고 맥주를 들었다가 상태창 2개를 얻었을 때.
인벤토리에 들어 있던 4가지 아이템 중 하나였지.
공략집이랑 재활용 창을 만들어 줬던 구슬, 봉인된 신계랑 연결되었던 편지.
그리고 영검이었지.
처음에는 반응도 안 해서 그냥 검은 막대기인 줄 알았잖아.
“그러고 보면, 이 선물 보따리는 로키가 준 거였지.”
봉인된 신들을 속여먹고, 아우렐리아로 분장했던 보따리.
그때는 아스가르드도 경계해서 자세한 연유를 캐묻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채권자이기도 하니…….
한번 물어봐야겠군.
로키한테 통신을 걸어 물어보니 오히려 그쪽에서 반문했다.
[검은 막대기? 그건 뭔데?]
“아우렐리아 시절에 나한테 줬던 물건들 있잖아. 내 각성 시절.”
[어. 공략집이랑 편지를 줬지.]
“그때 구슬이랑 검은 막대기도 껴 있던데?”
[흠. 그건 기억 속에 없는데. 아우렐리아 시절, 분신으로 많이 활동해서 그런가?]
“그래? 몰라? 이거 성장형 무기야. 지금 SS급 찍었다고.”
[성장형 무기? 와 씨. 거기에 지금 SS급이라고? 그런 무긴 줄 알았으면 내가 미쳤다고 그걸 널 주겠냐?]
로키가 어이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흠. 그건 그래.
“하. 그럼 이건 누가 준 거야?”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하냐? 야. 근데 막대기는 보기 드문 성장형 무기라 치고, 구슬은 뭐야?]
“이건 시스템에 재활용 창 추가된 건데, 딱히 쓸모는 없어.”
재활용 창.
원래는 특성 흡수 과정에서 여과된 불순물을 모으는 공간이었는데, 딱히 눈에 띄는 스킬이 나오는 걸 본 적이 없다.
불순물들이 모여 스킬이 만들어진 걸 본 적은 있었지만, 그래봤자 B급 수준?
B급 스킬은 사실 용언이나 신언으로 대신할 만한 게 많아서, 진짜 쓸모가 없었다.
[시스템에 항목이 따로 추가될 정도라니. 참 나. 그게 쓸모없다고? 진짜 부러운 인생, 아니 신생이구나.]
로키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하더니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쨌든 난 두 개만 보냈어. 나머진 네가 알아봐. 난 일하러 간다.]
“아 잠깐. 야. 칼바인 이야기도 있어.”
[아. 그래. 하도 보물로 염장을 지르니 원정 이야기를 들을 생각을 못했네. 어땠냐?]
아르테미스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니 로키가 심각한 얼굴이 됐다.
[초록색 보석에…… 검은 그림자 형태의 영체라.]
“아르테미스의 발끝이 드러나니까 도망가더라.”
[제우스만 해도 골치 아픈데 뭐 이런 녀석이 튀어나왔지? 하지만, 그의 협력자의 윤곽이 조금은 드러난 것 같군.]
“협력자?”
[그래. 제우스는 우리 아스가르드를 뺀 지구의 모든 신들을 봉인시켰지. 그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언제나 의문이었어. 절대 제우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거든. 그래서 제우스와 협력 관계인 혼돈의 군주, ‘웃는 얼굴의 악마’ 소행인 줄 알았지…….]
하지만 그만의 소행이라고 보기에는 풀리지 않은 의문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웃는 얼굴의 악마라고 해도 같은 대신 급인데, 지구의 수많은 대신을 일제히 봉인했다고?
그의 힘만으로는 절대 지구의 대신이 무력하게 제압당하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그는 내가 좀 알아보도록 하지. 좋은 정보 고맙다.]
그러며 통신을 끊는 로키.
결국 영검의 정체에 대해선 알아낼 수가 없었다.
오히려 검은 구슬도 그가 준 게 아니라고 드러나서 의문만 커진 상황.
하. 이건 또 누가 준 거야?
머리를 좀 굴려 보지만, 전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후. 이건 일단 나중에 생각하고…….”
재활용 창에 대해 생각이 미친다.
영검이랑 같이 딸려 온 거면, 사실은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거 아니야?
으으음.
지금까지는 영 쓸모없는 스킬 천지긴 했는데…….
이번에 아르테미스 육신을 엄청나게 쓸어 버렸으니까 뭐가 있지 않을까?
“재활용 창.”
재활용 창을 열자 검은 구슬 모양이 크게 확대되어 반투명하게 드러났다.
그 안에는 온갖 스킬이 자리하고 있었다.
“스킬은 여전히 쓰레기 같은데.”
죄다 B급의 향연.
스킬도 뭔가 특이한 게 아니라 마법 스킬이 대다수다.
최근에 얻은 스킬을 보니…….
[님프의 ‘워터 밤’]
[님프의 ‘파이어 윙’]
[타락한 님프의 ‘강제 발정’]
이런 스킬이 있었다.
최근에 님프들을 학살해서 그런가? 죄다 그쪽 스킬이네.
아르테미스의 육신도 학살했으니, 그쪽 스킬은 없나 봤는데 딱히 보이지 않았다.
뭐, 그 정도로는 스킬 생성이 되지 않나?
하긴…… 예전에 SS급 여신 스쿨드를 죽였을 때도 스킬은 없었지.
다만 예전에는 검은 구슬에 빈 공간이 더 많았는데, 이번에는 한 80%는 이런저런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에서 스킬로 유형화된 건 대부분이 B급 스킬이거나, 1회성으로 사용할 수 있는 A급 스킬 정도.
참, 다시 봐도 별로네.
익힐 가치도 없는 스킬들이야.
“흠. 어차피 쓸모없는 거, 융합이나 해 볼까?”
영혼 융합자가 되고 나서 영혼 융합, 영혼 분해를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영혼 융합과 영혼 분해를 써도 어차피 영혼 융합자의 등급을 넘어설 수 없다고 나오니까.
지금 영혼 융합자가 B등급인데, B급 스킬이나 아이템은 전혀 필요 없어서 사용하질 않았지.
“영혼 융합.”
스킬을 사용하니 두 개의 새하얀 원이 내 앞에 떠올랐다.
왼쪽은 본체.
오른쪽은 융합 대상이라고 원 위에 한글로 적혀 있었다.
“막 넣어 보자.”
아까 본 님프의 워터 밤과 파이어 윙을 넣었다.
물과 불의 융합.
이거 완전히 실패할 조합 아닌가 싶었지만, 어차피 B급 스킬인데 뭐 어떠냐 싶어서 실험해 보았다.
[영혼 융합을 시도합니다…….]
[영혼 융합이 실패하였습니다. 스킬이 사라집니다.]
헐.
스킬 사라지기도 하냐?
와, 이거 미리 실험하길 잘했네.
나중에 S급 스킬들 막 합성하려고 했다가 피눈물 흘릴 뻔했어.
[실패의 흔적을 흡수합니다. SP와 경험치를 얻습니다.]
하나 다음에 나온 메시지는 내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SP와 경험치를 얻어?
상태창을 보니 SP 수치는 3억 1천만에서 미동이 없었지만, 경험치는 197에서 3% 늘어 있었다.
허. 뭐야. 꽤 많이 오르잖아?
“이거 설마 영혼 분해도 경험치 오르나?”
타락한 님프의 ‘강제 발정’ 스킬에 시선이 간다.
이거…….
이건 쓸모 있는 스킬…… 인가?
혹시 몰라 스킬 설명을 보았다.
[타락한 님프의 강제 발정 LV.1]
[님프가 타락하여 수없이 많은 남성체를 유혹하며 얻은 스킬. 상대방을 강제로 발정시킵니다. 수컷에게만 발동됩니다.]
하…… 수컷…….
“영혼 분해.”
이번에는 하나만 나타난 새하얀 원.
거기에 지체 없이 강제 발정 스킬을 쑤셔 넣었다.
[영혼 분해 중입니다…….]
[스킬을 분해했습니다. ‘B급 스킬의 파편’ 1개와 SP, 경험치를 얻습니다.]
오호. 영혼 분해도 경험치를 준다.
경험치를 얼마나 줬나 보니, 1%가 올라 있었다.
이거, 계속해서 1%를 준다고 가정하면…… B급 스킬 100개면 1레벨 업이네.
재활용 창을 본다.
스킬이 수없이 떠 있었지만, 300개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모자라면 사자. 까짓 거.”
SP 상점에서 파는 랜덤 박스.
예전에는 워낙 효율이 떨어져서 구매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하루에 1억씩 들어오니까 좀 써도 티도 안 난다.
SP 좀 쓰더라도 빨리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게 중요해.
“가자. 분해.”
융합은 혹시 스킬 융합이 성공하면 경험치가 안 오를 수도 있으니, 분해로만 가기로 했다.
재활용 창에서 스킬을 꺼내 영혼 분해 창에 넣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노가다.
재활용 창에 있던 스킬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레벨이 199가 되었다.
SP 1만의 B~D 랜덤 박스.
‘까짓 거 얼마 안하네?’하고 박스를 100개 주문했다.
그리고 나온 B급 스킬이나 아이템은……
“와. 1개야?”
1%.
와. 진짜 미쳤네, 이 새끼들.
이 확률이면 B급 100개 얻으려면 1억 SP 든다는 건데…….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랜덤 박스로 인한 소모가 이렇게 많다니…….
어이가 없을 정도다.
“후우…… 그래도 하루면 버니까.”
B급 스킬의 파편을 다시 조합해서 융합시킬까도 했지만, 그냥 박스를 지르기로 했다.
지금에야 B급 스킬밖에 나오질 않지만, 영혼 융합자가 A등급에 도달하면 조합하다가 A급 스킬이 튀어나올 수도 있잖아?
1억이 비싸 보이긴 하지만, 하룻밤 자면 모인다.
아까워하지 말고…… 지르자!
그렇게 2억 5천이 날아갔다.
[레벨 200에 도달했습니다.]
[‘영혼 융합자’ A등급으로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