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57화 (157/240)

<내 상태창 2개 - 157화>

아르테미스 (2)

치지지지직.

영검이 지나간 자리가 타오른다.

서서히 떨어지는 아르테미스의 머리.

툭.

떨어진 머리가 금방 새하얀 불꽃에 잠겨 사라졌다.

이렇게 목은 벴지만, 아르테미스는 대신이다. 이거로 죽을 거 같지는 않은데…….

어?

위이이이잉.

아르테미스의 머리가 떨어진 자리.

그곳엔 내 몸집만큼 거대한 검은 소용돌이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에는 한 개의 초록색 보석이 빛나고 있었다.

목 대신 소용돌이라니…… 뭐지, 이게?

휙.

갑자기 소용돌이가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는 금발 벽안의 엘프 미녀의 머리가 대신 나타나 있었다.

목은 하얀 피부의 엘프 머린데, 목 아래는 아까의 흑인 여성 몸.

둘 다 미인의 조건에 부합하지만, 합쳐 놓으니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었다.

“너…… 봤지?”

머리가 바뀐 아르테미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이제 목소리에 색기 따위는 없었다. 차갑기 이를 데 없는 목소리.

어느덧 내 주위는 시린 달빛으로 가득했다.

“뭘 봐?”

“닥쳐. 죽여 버리겠어.”

한번 시치미를 떼 보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

세상을 밝히는 빛이 이제는 나를 적대하기 시작했다.

이거, 그녀의 역린을 건드린 거 같은데?

일단 공격을 계속해야겠어.

화르르르르.

근접한 위치.

달빛이 나를 집어삼키기 전에, 영검을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반으로 갈라진 아르테미스의 육신을 새하얀 불꽃이 모조리 불태웠다.

그러나 곧 불꽃은 갑자기 튀어나온 어둠에 잡아먹혔다.

불꽃이 멎자 보이는 것은 라틴 계열 느낌의 미녀.

아주 신체가 인종별로 다 있구먼?

휙.

구리빛 피부의 미녀로 완전히 변한 아르테미스가 몸을 뒤로 쭉 뺐다.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그녀.

유혹하던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달빛이여. 영혼신을 멸하라.”

그녀가 대기와 빛에 소멸을 명했다.

그러자 달라지는 주변의 공기. 그와 함께 세상 전체가 시뻘겋게 변했다.

최대 한도로 발동한 위험감지.

“소울 배리어. 아이기스의 방패.”

배리어를 발동시키고 방패를 소환했다.

처음에는 작은 원반 방패였던 아이기스의 방패가 곧 빛으로 물들며, 내 전신을 갑옷처럼 감쌌다.

전방위가 위험하다는 뜻인가?

소울 배리어를 갑옷처럼 둘러진 방패에도 중첩하며, 아르테미스에게 달려들었다.

근접전에 자신이 있었으면, 몸을 뒤로 빼지는 않았겠지!

“하찮은!”

콰콰콰쾅!

달빛과 닿은 배리어 주변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배리어에 슬슬 실금이 가고 있었다.

와. 위력 미쳤네?

중급신 수준이 아닌 거 같은데…… 튀어야 하나?

SP를 체크하자 현재 남은 양은 11억.

15억 들고 왔는데,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았다.

이 정도면…… 아직 좀 싸울 수 있어.

애초에 여기서 도망간다고 해도 그걸 용납할 아르테미스가 아니지.

일단 피해를 입히자.

“소울 배리어.”

“이놈……!”

배리어에 SP를 퍼부으면서 아르테미스에게 접근했다.

내가 접근해 가면 뒤로 물러서면서 달빛을 나에게 퍼붓는 아르테미스.

나와 그녀의 거리는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았다.

에이. 이렇게 계속되면 내가 손해야.

이렇게 되면……!

“용의 힘.”

SP 낭비가 심한데 위력도 딸리는 원거리 공격.

하지만 지금은 일단 조금이라도 거리를 좁혀야 했다.

그런 의도에서 사용한 용의 힘.

아르테미스가 있는 자리에 불길이 모여 폭발하려 들었다.

그러자 표정을 찡그리며 그대로 불을 손으로 잡아 내는 아르테미스.

그대로 주먹을 쥐어 불길을 사그라뜨렸다.

“하. 이 정도 가지고……!”

어차피 용의 힘엔 기대도 안 했다.

잠깐이나마 발목을 잡기 위해 사용했을 뿐!

“영기발출!”

사아아아.

빛의 검이 새하얀 불꽃이 되어 전방으로 뻗어 나갔다.

아르테미스가 황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검기가 내뻗는 속도가 더 빨랐다.

푸슉.

“윽……!”

영검이 아르테미스의 가슴을 그대로 관통했다.

새하얀 불꽃에 잠기는 아르테미스의 육신.

불길이 완전히 번지다가, 또다시 일렁이는 어둠에 잡아먹힌다.

목과 얼굴도 불길에 사라지며 소용돌이가 잠시 나타난다.

그 안에서 요사하게 빛나는 초록색의 보석.

눈이 저절로 갈 정도로 이상한 마력을 지녔다.

하나 그 보석은 금방 사라지고, 다시 그 자리에 사람 머리가 생겨난다.

이번에는 백인 미녀의 얼굴.

그 얼굴을 보니 정신이 번뜩 들었다.

“후…….”

하. 지금 멍 때릴 때가 아니지.

보석의 매료가 너무 강해서 정신을 못 차렸군.

“이놈!”

“어디 계속 살아 봐라.”

나에게 분에 가득한 소리를 지르지만, 몸은 또다시 뒤로 빼려는 아르테미스.

그렇게 둬서는 안 되지.

거리를 좁힌 이 기회, 놓치지 않는다.

“영기발출.”

다리가 완전히 생겨나기 전, 지체 없이 이격, 삼격을 퍼부었다.

화르르르.

검을 휘두를 때마다 타오르는 육신.

“이…… 놈……!”

하지만 재생도 그만큼 빠르다.

인간형 육신뿐만이 아니라, 여러 종족의 몸으로 뒤바뀌는 아르테미스.

아니, 대체 육신이 몇 개야?

거리는 더 이상 벌어지지 않지만, 이게 그녀에게 타격을 입히는 건지 애매할 정도였다.

오히려 육신이 타오르다가 머리가 바뀔 때마다 표독스러워지는 아르테미스의 눈빛이 섬뜩할 지경.

촤아아악.

베고, 또 벴다.

벌써 아르테미스의 육신은 수십 번이 바뀌었다.

이번엔 엘프로 변한 몸을 세로로 베어 버리자, 또다시 드러나는 소용돌이와 초록빛 보석.

보석이 드러나자 몸이 절로 멈췄다.

“빛이여. 적을 멸하라!”

이제는 도망을 못 가는지, 목이 생길 때마다 달빛에 공격을 명하는 아르테미스.

이젠 내 소울 배리어가 부서지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하. 젠장.

그녀의 몸이 모조리 불타고, 영체로 추정되는 ‘어둠‘상태일 때 타격을 주는 게 근본적으로 그녀를 제압할 방안인 거 같은데…….

목 부위가 사라질 때마다 나타나는 초록색 보석 때문에, 아르테미스가 영체 상태일 때는 타격을 입힐 수가 없었다.

그리고 보석이 나올 때만 되면 몸이 고정된 듯이 멈춘다.

지금까지 수십 번을 봤는데도, 나오기만 하면 그 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다행이라면 아르테미스가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든 육신으로 가리려고 하는 점이었다.

그녀가 그냥 어둠 상태인 영체로 나를 공격했으면 저 보석 때문에 대처가 힘들었겠지.

-아르테미스의 ‘눈‘을 조심하십시오. 그녀의 눈에는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아르테미스의 눈에 닿는 대상은 꼼짝도 못한다고 알려 줬던 아테나.

그녀의 눈에 닿지 않은 촉수로 그녀를 제압했지만, 저 보석이 튀어나올 때는 촉수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제 와서 보면, 아르테미스가 가진 눈의 힘도 저 보석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

“어디 계속 나를 죽여 보아라. 나의 육신은 끝이 없으니. 네 SP가 고갈될 때, 영체를 한 줌조차 남기지 않고 모조리 씹어 먹어 주마.”

또다시 목이 날아가면서도 독설을 퍼붓는 아르테미스.

SP를 체크하니 어느새 8억밖에 남지 않았다.

그사이 3억이 소모된 셈.

아르테미스의 육신을 벨 때는 그렇게 많은 SP가 들지 않았지만, 그녀의 명에 따라 나를 공격하는 달빛이 문제다.

소울 배리어가 박살 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여기에 SP를 퍼붓는 데도 모자랄 지경이니.

아이기스의 방패가 같이 방어하는데도 위력이 너무 강했다.

저 보석에 대한 대처가 없이는 아르테미스를 소멸시킬 수 없는 건가?

51번째 몸을 베자, 갑자기 메시지가 떠올랐다.

[영검의 등급이 SS급으로 상승합니다.]

영검의 등급 상승.

아무리 육신이라고 해도, 대신의 육신이라 그런가.

수도 없이 베다 보니 등급 업 메시지가 떴다.

[영검의 SP 흡수 효율이 대폭 상승합니다.]

[영혼 관련 스킬을 강화합니다.]

[영검의 봉인이 일부 풀립니다. 특수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봉인?

이거 봉인된 검이었나?

성장형 아이템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쨌든 저번처럼 스킬 효율, SP 흡수 효율만 증가하는 줄 알았는데 특수한 효과가 있다니.

지금 같은 상황에선 가뭄의 단비와 같군.

촤아아악.

또다시 목을 뎅겅 날리자 아르테미스의 몸이 백염에 물들어 사라졌다.

영검이 업그레이드돼서 그런가, 아까보다 훨씬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확실히 강해진 게 체감이 된다.

또다시 나타난 소용돌이와 초록빛의 보석.

보석을 보자 여지없이 몸이 멈췄다.

그리고 그대로 육신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재생하려는 찰나…….

그녀의 발끝에서 이상한 게 보였다.

“어둠이 아니야?”

마치 그림자처럼 온몸이 시커멓게 물들어 있던 아르테미스의 영체.

한데 이번엔 발끝이 평소와 다르다.

어두운 영체가 아니라, 순백색의 발가락이 어둠을 뚫고 나와 있었다.

“읏……! 그 검, 대체 뭐지……!?”

아르테미스도 눈치챈 것일까. 크게 당황한 얼굴로 내 검을 쳐다봤다.

이번엔 동양인의 외모.

진짜 오늘 미녀를 몇 명이나 베는 거냐.

“영기발출.”

어쨌든 지금까지 반복되는 상황과는 다르다.

유효타를 먹인 것 같으니, 어디 계속……!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군.]

음산한 음성이 대지에 울려 퍼진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특정할 수 없는 목소리.

다만 그 음성을 듣자 항거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전신이 무력해지는 느낌에 애써 이에 저항하며 정신을 차렸다.

펑!

나와 아르테미스 사이에서 갑자기 커다란 충격파가 터졌다.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소울 배리어.

지금까지는 겪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소울 배리어에 SP를 가득 주입하는데도 계속 무너질 듯 말듯 아슬아슬하다.

흐. 일단은 좀 빠져야겠군.

영체를 뒤로 물러서며 전방을 보니 아르테미스의 육신도 정상이 아니었다.

아까의 충격파에 휘말려 그녀의 육체도 뒤로 튕겨나간 상황.

워낙 강력한 충격이라 그런지, 전신이 바스라져 있었다.

퍽!

피가 사방으로 튀며 신체 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뼈와 피, 살점이 어지러이 퍼지는 가운데 이번 육신의 머리만은 온전하게 하늘 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머리만 날아다니는 걸 보니 완전 공포 영화가 따로 없었다.

[그 검, 인상 깊었다. 다음에 보도록 하지, 영혼신.]

머리가 혼자서 하늘 너머로 쭉쭉 날아간다.

이를 따라가려고 하니, 하늘이 온통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아르테미스의 머리는 도주했지만, 달빛 공격은 계속되는 건가?

후…… 추격은 무리겠군.

애초에 머리 혼자 날아가는 게 너무 빨라.

[일단 후퇴하세.]

드라키아도 몸을 빼자고 권유했다.

상태창을 점검하니 SP는 이제 3억밖에 남지 않은 상황.

다만 혼돈의 상태창 레벨은 어느새 197레벨에 도달해 있었다.

아무리 육체라고 해도, 대신급 여신의 육체라 그런가.

순식간에 폭렙을 이루었군.

3레벨만 더 오르면 혼돈 A급인데…….

좀만 더 싸울까 하다가, 미련을 버렸다.

심상치 않은 놈이 등장한데다가 SP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빠지는 게 맞았다.

“알겠습니다. 일단 빠지죠.”

[그래. 아르테미스의 힘 덕분인지, 포탈 열기도 힘들군. 자네, 포탈이 열리면 바로 그 안에서 헤임달의 귀환을 사용하게. 두 개를 동시에 해야 빠져나갈 수 있겠어.]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 소울 배리어를 계속해서 두들기는 달빛 공격.

이게 귀환도 방해하는 효과를 지닌 건가?

어쩌면 적이 이쯤에서 빠져 준 게 나에겐 다행일지도 모르겠군…….

드라키아가 포탈을 열자, 빛이 그쪽을 향해 집중되어 포탈 근처가 번쩍번쩍 빛났다.

그러자 급격하게 쪼그라드는 포탈.

진짜 주춤했다가는 포탈이 그대로 닫힐 상황이다.

“헤임달의 귀환.”

포탈에 들어서자마자 귀환을 사용했다.

그러자 예전에 사용했을 때와는 달리, 사방에서 강력한 압력이 느껴진다.

혹시 몰라 아이기스의 방패와 소울 배리어를 발동시킨 채로 귀환을 사용했는데, 잘한 결정이었구나.

시야가 암전하며 다시 밝아 왔다.

이제는 제 2의 집처럼 눈에 익은 엘프리안의 은신처.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도착하자,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아르테미스를 베느라 보지 않았던 메시지를 보고 있자니, 눈을 의심케 하는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에게서 퀘스트가 부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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