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56화 (156/240)

<내 상태창 2개 - 156화>

아르테미스 (1)

“이곳이 칼바인 행성입니까?”

60명의 신과 드래곤이 나를 둘러싸고 정연하게 서 있었다.

저번에 봤을 때보다도 훨씬 빠릿빠릿한 신들.

사도의 정원에서 힘을 꽤 회복한 건가?

나를 보는 눈빛이 예전보다 훨씬 호의적이네.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예. 이곳이 저희의 목표, 칼바인 행성입니다. 모두 흩어져서 번개의 기둥만 부수는 데 집중하세요. 혹시 적과 마주치면 일단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 역소환해 달라고 하십시오. 굳이 부딪칠 필요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60명의 신이 5명씩 팀을 이뤄 사방으로 진격했다.

“지도 소환.”

사도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지도를 형상화했다.

빨간 점 60개가 다섯 개씩 뭉쳐 퍼지고 있었으며, 한 개는 단독으로 움직였다.

이건 드라키나겠군.

사방을 밝히던 번개 기둥이 스르르 사라져 갔다.

그러자 대낮처럼 밝던 땅이 은은한 노을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뇌령이 사라지는 속도가 워낙 빨라, 내가 노릴 타깃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아테나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아폴론의 보고를 들었습니다. 칼바인 행성에 침입하셨다구요.

아이기스의 방패에 나왔던 메시지.

아테나는 이미 이를 알고 있었다.

-제우스에게는 아직 보고를 올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는 지금 중요히 할 일이 있다며 칩거에 들어갔거든요. 하지만 일주일 후에는 보고를 올려야 합니다.

그러며 일주일 동안 한 번 더 침공이 가능하다는 아테나.

나에게 몇 가지 사실을 알려 주었다.

칼바인 행성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낮과 밤을 번갈아 가며 지키고 있으며, 그 기준점은 내가 서 있는 이 평야라고.

-아폴론은 제우스에 충실합니다. 그의 충성심은 올림푸스에서 손꼽힐 정도지요. 하지만 아르테미스는 그다지 제우스에게 충실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칼바인을 맡는 시간대에 침공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중에서도 석양이 진 이후의 시간대를 추천하는 아테나.

아폴론에서 아르테미스로 교체되는 시기이기에 허점이 많을 거라고 했지.

과연 그 말대로.

지금 시간이 꽤 흘렀는데, 지도에 뜨는 사도신들은 계속 쾌속 질주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질주가 멈춘 건, 30분쯤 흐른 뒤였다.

[김지호 님. 적과 마주쳤습니다. 역소환 부탁드립니다.]

북쪽으로 이동했던 힌두교 측의 신들이 메시지를 보냈다.

지도로 보아도 전진이 멈춘 상태.

일단 지체 없이 그들을 역소환했다.

[아르테미스의 부하와 조우했습니다. 젊은 여성체, 님프같이 보이긴 합니다만…… 일단 S급 정도의 힘을 지닌 것 같습니다.]

힌두교의 신들을 역소환하자마자 서쪽으로 파견한 신의 무리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그들도 역소환하니 또 각 방향에서 거의 동일한 시간에 도달하는 메시지.

저번엔 5분 만에 출동하더니, 그래도 이번엔 30분 동안 나름 많이 테러했네.

일단은 모든 신을 불러들였다.

[아. 이 이상한 년들, 너무 센데? 못 버티겠어!]

마지막으로 드라키나까지 역소환하고 나니 칼바인에는 나 혼자만 남아 있는 셈.

오늘 소득은 꽤 좋았다.

사도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 초토화시켜 준 덕분에 저번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제압했으며, 레벨도 20이나 올랐다.

우리 측은 한 명의 신도 잃지 않고 모두 안전하게 역소환되었으니 피해는 아예 없는 셈.

[김지호. 후퇴하세. 이 정도면 제우스도 무시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을 거야.]

드라키아도 만족스러워하면서 이제 물러나자고 권유했다.

그래. 지금 딱 물러나면 기습 공격의 소득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아직 더 수확할 것이 남아 있다.

“저는 잠시 적들을 상대하겠습니다.”

[어? 무슨 말인가. 지금이야 님프들이 있다지만, 싸우다 보면 아르테미스가 올 걸세. SSS급 대신이란 말이네.]

“알고 있습니다.”

[자네가 아무리 영혼신이라고 한들, 대신급을 상대하기는 힘들어. 거기에 올림푸스의 신들은 일반적인 대신도 아니지. 헤라클레스를 통해 영혼 약탈자 스킬도 사용할 수 있고, 무한 회귀를 통해 SP를 상당히 축적했어. 동일 조건이라면 아르테미스는 SSS급 대신 셋이 덤벼들어도 상대할 수 있을 거야.]

드라키아의 말대로다.

올림푸스의 대신은 다른 신계의 대신에 비해 강하다.

영혼 약탈자의 스킬도 사용할 수 있고, 막대하게 축적시킨 SP로 전력도 빵빵하지.

원래대로라면 나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어야 상대할 수 있을 터.

하지만 달렸다.

한 보, 한 보 온 힘을 향해 밟아 나가자 내 영체가 총탄처럼 날아갔다.

주위의 풍경이 휙휙 뒤바뀌며, 석양이 지던 땅이 순식간에 다시 밝아 오기 시작했다.

신들이 30분 동안 철거한 번개 기둥 지역을 지나고, 님프와 마주친 곳으로 순식간에 도달했다.

영력을 최대한 이동에 쏟아부으니 이런 속도가 나오네.

[아니, 자네……!]

“아르테미스도 대신. 강하겠지요.”

[그걸 알면서 이러나?]

“하지만 그녀가 영체화를 하지 못한 채로 싸우면 어떨까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설마 자네, 아르테미스의 소문 때문에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 건가?]

드라키아가 아르테미스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말했다.

[처녀신 아르테미스가 육체를 바꿔 가며 탕녀처럼 놀아난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자신의 영체는 절대 보여 주지 않고 육신으로만 활동한다지? 하지만 그것도 그녀가 즐길 때나 그러지, 목숨이 오가는 위험한 상황에서 영체화를 안 하겠는가?]

하나 아테나의 메시지는 확언이었다.

-아르테미스는 영체화를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설상 신으로서의 마지막이 될지라도, 절대 영체화를 하지 않을 거라는 아르테미스.

그러면서 아테나는 덧붙였다.

-영체화를 하지 않은 채 싸우면, 그 힘은 중급신 수준. 그 정도면…….

“어머. 다 도망간 줄 알았는데. 오빠. 맛있어 보인다.”

천 하나로 몸을 가린 여인 무리.

아예 헐벗은 여자도 적지 않다.

등 뒤에는 꺾이거나 손상된 초록색 빛의 날개가 보였으며, 기괴하게 덕지덕지 화장을 한 여자들.

차라리 화장을 하지 않았다면 청순한 요정처럼 보일 텐데, 그녀들은 그것을 용납하지 것처럼 보인다.

이들이 신 무리가 조우했다는 님프인가?

“용감하네. 한번 놀아 줄까?”

“그래그래. 아르테미스 님한테 탈이 가나, 안 가나 먼저 시식해 봐야지. 깔깔.”

나를 보더니 스스로 가슴을 흔들며 유혹하는 님프 무리들.

세기말 락커 같은 화장만 아니면 잠시 주춤했을지도 모르겠다.

“영기발출.”

발걸음을 옮겼다.

단 1보.

단번에 공간을 격하여 님프 무리 사이로 뛰어들었다.

화르르르.

피어오르는 백염.

영검의 불꽃에 님프들이 삼켜졌다.

잠시 소울 배리어가 발현되었지만, 곧 흔적도 없이 불타올랐다.

영력 최고치에 준비한 SP도 15억.

하급신은 더 이상 상대가 안 되지.

순식간에 님프 다섯이 사라지자, 적들이 표정을 싹 바꿔 흩어졌다.

“영기발출!”

“영혼신이다!”

“놀지 마. 이놈 강해!”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 역시 폼으로 하급신까지 오른 건 아닌가 보다.

위이이잉.

일제히 손에 뭔가를 소환하는 님프들.

밧줄, 그리고 중간에 가죽 조각이 붙어 있는 걸 보아하니 투석구다.

여기에 돌 대신 어떤 작은 막대기를 장전하는 님프들.

이 막대기…… 뭔가 눈에 익었다.

“소울 배리어.”

툭. 툭. 툭.

소울 배리어에 모조리 튕겨 나가는 적의 투척 무기.

새하얀 영기에 물들어 있다가 힘을 잃고 땅 아래로 떨어졌다.

그 외양, 처음에는 뭉툭한 나무토막인 줄 알았는데 어째 떨어지는 걸 보니…….

“이거, 혹시 고추냐?”

“깔깔. 영혼신 변탠가 봐. 이게 고추래.”

“그러니까 말이야. 고추면 알도 있어야지. 이렇게.”

다시 물건을 소환하는 님프들.

이제는 막대기 형태만 소환하는 게 아니라 두 개의 알까지 포함되어 있다.

처음에 들었던 느낌대로, 그 모습은 남성기가 맞았다.

하아.

저게 무기로 무슨 쓸모가 있다고?

이것들. 아깐 놀지 말라고 하더니 이런 거나 던지고 있네.

“아이기스의 방패.”

방패를 소환해 적 부대 사이로 뛰어들었다.

“산개해!”

일단 퍼지려고 하는 적들.

하나 힘의 차이는 확연하다.

내가 한 걸음에 닿는 거리를, 그들은 열 걸음에 도달했다.

그들의 배리어는 나의 일격을 막을 수 없으며, 조잡한 슬링 공격은 나에게 조금도 먹히지 않았다.

양 떼를 습격한 늑대처럼 손쉬운 전투.

[레벨 업 하셨습니다.]

일격에 쓸리는 주제에 꼴에 신이라고 레벨 업 메시지도 계속해서 떠오른다.

촤아아악.

“으…… 흐흐…… 나…… 죽네…….”

영검으로 목을 치자 그 순간만큼은 평온한 얼굴로 불타오르는 님프.

영체가 타오르는 고통, 어마어마할 텐데 오히려 죽을 때마다 묘하게 반기는 기색이다.

거참.

적이니까 문답무용으로 베고 있지만, 기분은 뭔가 꺼림칙하네.

하지만 일단은 벤다.

북쪽의 님프 무리를 전멸시키고, 계속 북진했다.

조금 더 가자 다시 끝없이 꽂혀 있는 번개 기둥들이 나타났다.

사도의 정원에 소속된 사도신들의 SP를 살펴보고 상위 20위까지 추린 후, 다시 소환.

덤으로 드라키나까지 같이 소환했다.

“아까처럼 처리 부탁해요. 적이 나타나면 메시지 보내고.”

“알겠습니다!”

북쪽 방면으로 신들이 떠나고 난 잠시 대기했다그러자 부대를 이루어 나를 따라오는 님프 무리들.

“영혼신이 15군단의 자매들을 전멸시켰어.”

“방심하지 말고 전력으로 제압해!”

님프의 숫자, 총 오십.

아까의 다섯 배다.

서로에게 말로는 방심하지 말라더니, 아까와 똑같이 슬링을 드는 님프들.

이에 얹는 것도 아까와 똑같다.

이것들. 진지한 거 맞아?

원거리에서 쓸어버릴까 했지만, SP를 아낄 겸 영검으로만 님프를 처치했다.

아까의 적과 비슷한 수준.

거시기탄 공격밖에 못 하는데, 소울 배리어를 뚫지 못하니 전투는 일방적이다.

“헤, 드디어!”

하나하나 벨 때마다 어딘가 해방된 표정을 지으며 불타오르는 님프들.

마지막 님프를 베고 나니 레벨 업 메시지가 한 번 더 떴다.

어느덧 레벨은 148.

이 님프들은 대부분 하급신의 경지에 다다라서 그런지, 신살 카운트로 오르는 레벨이 엄청났다.

이 속도면 오늘 200을 찍을 수도 있겠어.

변수만 없다면.

[김지호 님. 달빛이 저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으으. 도저히 버틸 수가 없습니다……!]

긴급히 도달하는 메시지.

모든 신에게서 거의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다.

스무 명의 신이 동시다발적으로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역소환.”

바로 이들 모두를 역소환한다.

사도의 정원으로 돌아오는 사도신.

그들의 SP는 거의 바닥이 난 상태였다.

“오빠. 드디어 만났네.”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하늘에서 들었던, 색기 넘치던 그 목소리다.

인기척도 없이 그대로 뒤를 점하다니…….

아무리 영체가 아닌 육체라 한들, 대신은 대신인가?

“당신이 아르테미스?”

등을 돌리자 아르테미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숏컷으로 자른 흑발.

그리고 짙은 검은색 피부에 나신이 드러나는 흰색 레이스 속옷만을 입고 있었다.

배꼽과 입술에는 피어싱을 하고 있었으며, 갈색 눈빛은 혼탁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게 처녀신 아르테미스라고?

내 안의 이미지랑은 너무 180도 차이나는데?

이건 그냥 스웩 넘치는 피어싱 중독 흑인 모델 누님이잖아.

“맞아. 후후. 아주 타이밍 좋게 기습을 했네. 마치 누가 알려 준 것처럼.”

나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아르테미스.

검은 고양이 같은 외모로 나를 집어삼킬 만한 색기를 뿜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 이렇게 마주친 이상, 더 이상 날뛰지 못할 거야. 나랑 이제 재미있는 놀이를 해야지?”

그녀의 눈이 샛노랗게 빛났다.

그러자 그녀의 모습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원래도 뛰어났던 외모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 보았던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워 보였고, 그녀에게 복종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났다.

신이 아니었으면 이미 이성은 날아가 있었겠지.

이거 무슨…… 서큐버스도 아니고!

“어머. 아직 눈빛이 죽지 않았네…….”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아르테미스.

그녀가 점점 다가오자 양팔에 힘이 빠져 갔다.

스르르 꺼지는 영검.

그걸 본 아르테미스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거리는 이제 지척.

그녀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더니 그녀의 손이 서서히 내 바지춤을 향해 뻗었다.

“그래. 착하지 착해…… 오빠가 정말 3인지 봐 볼까…… 큭!?”

푹!

내 가슴에서 뻗어 나온 촉수가 아르테미스의 목을 관통했다.

깜빡이는 아르테미스의 눈.

그러자 몸이 다시 자유를 되찾았다.

“눈빛 위력 살벌하네. 영기발출.”

다시 치솟는 영검.

멍한 눈의 아르테미스.

그런 그녀의 목을…….

그대로 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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