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55화>
결사대 (2)
“벌써 결사대가 결성되었다고?”
[음. 자원을 받아 보고 안 되면 강제로 뽑으려고 했는데, 어제 결과를 보더니 자원이 많아졌어.]
“어제 결과라면…….”
[이름마저 잊힌 신들이 어제 꽤 활약했잖아?]
내가 받은 5명의 사도신을 말하는 건가?
“에이. 겨우 제우스의 번개 좀 처리했을 뿐인데?”
[이름이 잊힌 신이 그렇게 움직이는 게 대단한 거다. 다섯 신이 세계를 누비고 다녔잖아.]
“아하.”
[아무리 메이저 종교의 대신계라고 해도, 소외되는 하급신들은 있기 마련이지. 쥐꼬리만 한 SP로 자신의 영체를 유지하는 데 급급한 신들이 많아.]
이런 거 보면 신이나 인간이나 뭐 별반 차이가 없구만.
[다만 그들은 두 가지 조건을 요구했어.]
“뭔데?”
[칼바인 침공이 끝나고도 1개월 동안은 사도 직을 유지하게 해 줄 것.]
“1달? SP 중개수익 좀 모으려고 하나 보지?”
[응.]
뭐 그 정도야 받아 줄 만하다.
SS급에 오르면 SP 수익 한계도 오를 테니, 저들의 사도 버프를 받으면 나도 좋지.
[그리고 그 후 사도 계약을 해지하고 본래의 신계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줄 것.]
“당연하지. 애초에 대신계에서 귀환 막는 걸 용납하겠어?”
[음…… 뭐 대신계는 신 많아서 딱히 신경 안 쓰긴 할걸? 영혼신과의 관계를 위해선 하급신 몇 정도야 희생하고도 남지. 자기들도 이를 아니까 너에게 이런 조건을 다는 거야.]
안 놔줄까 봐 걱정해서 이런 조건을 거는 거네.
“걱정 말라 해. 한 달 동안 봉인 직전의 신들 영입할 거니까. 그쪽 애들이나 한 달 뒤에도 안 나가겠다고 뻐팅기지 말라고 전해라.”
[하하하. SP 수익 좋으면 진짜 안 나가겠다고 하는 신 나올지도 몰라. 어쨌든 둘 다 오케이지?]
“어.”
[그럼 사도들을 모은 후, 포탈을 열게. 그리로 와.]
로키와의 통신이 끊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에게서도 통신이 도착했다.
[어제 다섯 신이 꽤 활약했더구나.]
“신들 참 소식 빠르네요.”
[제우스의 번개가 어떻게 되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도 달라질 테니까. 아주 잘 막아 주었다. 어제 잊힌 신들이 활약하는 걸 보고, 너의 사도로 들어가고 싶다는 신들이 늘어났어.]
오호.
사도신들이 제우스의 번개 앞에서 꼬박꼬박 ‘영혼신 김지호 님의 사도’라고 부르짖은 보람이 있군.
“몇 명이나 되나요?”
[일단 다섯이야.]
“그럼 지금 신까지 합쳐서 열이군요. 좋아요.”
[알겠어. 그들에게 바로 오라고 하마. 그리고, 칼바인 원정에 참여하는 우리 천사들도 잘 부탁하마. 천국의 정상화를 위해 천사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서 미카엘 님께서 항상 미안해하셨거든.]
“아. 로키가 기독교 쪽에도 제안을 했군요. 숫자가 얼마나 되나요?”
[로키는 각 신계에서 최대 다섯 명씩 모집했지. 우리는 다섯이 간다.]
일단 기독교 쪽에는 5명의 천사가 오는 거군.
이거 각 종교에서 5명씩 모이면 다국적 연합군이 되겠네.
“로키가 저한테 신들 모은 후 포탈 열어 준다고 했는데, 저한테 오겠다는 다섯 신도 아예 그리로 오라고 하세요.”
[아.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마.]
그럼 총 전력은 60명인가.
결사대 50에 10명의 사도신.
바로 출진하기는 SP가 없을 테니, 며칠 정도 SP를 모으게 하고 쳐들어가야겠군.
위이이잉.
몇 시간 후, 푸른색의 포탈이 눈앞에 열렸다.
새하얀 대리석이 깔린 거대한 공간.
맨 앞에는 로키가 서 있었으며, 그 뒤에는 55명의 신이 내 앞에 오와 열을 맞춰 서 있었다.
신의 모습은 각양각색, 크기도 모두 달랐다.
날개를 펼쳐 서 있는 천사가 먼저 눈에 띄었으며, 강철색 피부의 거인이 그 뒤를 이었다.
그 두 종류의 신을 제외하고는 일단 기본적으로 인간형의 영체를 한 신들.
각양각색의 피부색과 복식이 독특해, 세계 종교가 죄다 짬뽕된 느낌이었다.
근데 분위기가 모두 신이라고 보기에는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어째 훈련소에서 입소하게 된 신병 느낌이네.
“분위기가 왜 이렇게 침울하냐? 자원 아니었어?”
어째 자원이 아니라 각출해서 뽑힌 느낌인데.
그러자 로키가 쓴웃음을 지으며 팔을 흔들어 부정한다.
“아니, 네 사도가 되기 위해선 일단 지금 있는 신계에서 탈퇴해야 하잖아?”
“어.”
“탈퇴하니까 저들의 이름이 사라졌어.”
“이름이 잊힌 신처럼? 탈퇴한 거랑 이름 사라진 게 무슨 상관이야?”
“대신계에 소속되면 봉인 직전까지 가도 이름은 남아 있거든. 대신계가 일단 존재감이 빠방하잖아.”
뒷배가 사라지니까 이름도 없어진 건가?
이들의 모습을 한번 다시 쭉 둘러본다.
다들 외양은 잘생기거나 험상궂거나 한 게 신급이긴 하다.
하급신이긴 해도 A, B급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감.
하지만 딱 보고 ‘아, 이 신은 누구구나’ 할 만한 신은 없다.
어…… 근데 저 신은 어째 눈에 익은데?
바닥까지 쓸어버릴 것 같은 긴 검은 수염.
긴 언월도를 든 채, 강철 갑옷을 입은 붉은 피부의 남성.
덩치도 커다란데, 갑옷도 큼직해서 정말 산만 하다.
딱 느낌이…….
“저 신, 관우 아냐?”
“55명의 신 중 관우 하나 알아보냐? 뭐, 동아시아에선 관우가 유명하긴 하지만.”
“헐. 진짜 맞아?”
내가 이름을 말하자 일제히 관우를 쳐다보는 신들.
그 시선을 받은 관우가 포권을 하며 나에게 고개를 살짝 숙인다.
“졸자卒者, 이제 이름이 사라진 신이 되었습니다. 그저 관 아무개로 불러 주십시오.”
그러고 보면 관우, 아스가르드에서 처형식에 쓸 신으로 지목당하기도 했었지.
제우스에게서 지배받는 오딘이 스쿨드로 바꿔치기해서 살았는데, 여기서 볼 줄이야.
그때의 원한을 생각하면 로키를 썰어 버리고 싶을 텐데,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느낌이다.
“흘. 이 양반은 중국에서 상당히 유명한 신인데 왜 S급이래?”
“형님보다 위에 오를 수 없다나? 하여간 특이한 신이야.”
유비도 신이 되었나? 유비는 신 되긴 애매한 거 같은데…….
“그래도 그 유명세 때문에 SP가 모자랄 일은 없었을 텐데.”
“하하. 네가 사형시키기 쉽게 내가 좀 많이 마사지를 해 줬지. 봉인 직전까지.”
그러며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로키.
이거 완전 관우의 웬수구만.
한데 관우는 로키의 행동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기색이었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담담히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리 말할 뿐.
관우 옆에는 검을 든 도인과 장군 복장의 무인이 서 있었다.
이들은 생김새로 봐도 모르겠군.
“일단 다 받아들이도록 하죠.”
50명의 신과 사도 계약을 체결한다.
이들과는 로키가 말했던 특수한 계약을 같이 병행해 계약을 진행했다.
이름이 다들 드러나지 않는 신들.
관우도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채 계약이 진행된다.
“일단 사도의 정원에서 SP를 좀 모으고 가겠습니다. 사흘 정도면 되겠죠.”
“예. 알겠습니다.”
10종 신계 출신의 신을 모두 사도의 정원으로 보내고, 내 밑으로 직접 들어오겠다는 다섯 신을 만났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신계에 있는지, 복장이 제각각이었다.
남성체 셋, 여성체 둘로 이루어진 일행은 내가 다가오자 일제히 무릎을 꿇는다.
“저희는 영혼신께 저희의 영체를 의탁하고자 합니다.”
“영혼신의 관대함, 이미 저희 신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부디 저희를 받아 주십시오.”
딱히 관대할 것도 없는데 좋게 소문이 나 있네.
신들이 평소에 사도를 엄청 굴리나?
어쨌든 다섯 명이 더 의탁한다고 했으니 기쁘게 받아 주면 되겠지.
“알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들도 모두 편입시킨 후 사도의 정원으로 보낸다.
어느새 신이 60명이나 찬 사도의 정원.
이중에서 50명은 어차피 빠져나갈 숫자지만, 든든하구만.
“SP를 좀 회복시키고 침공해 봐야겠네.”
“그래. 우리는 올림푸스와의 조약 때문에 침공이 안 되지만, 다른 행성도 정찰해 볼게. 제우스 놈이 어디에 또 식민 지배를 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알았어. 그러고 보면, 헤라클레스가 에슈타르에서 쫓겨났는데 거기도 후보에 있지 않을까?”
“에슈타르…… 저번에 가볍게 가 보려고 했을 땐 경계가 삼엄해서 포기했는데, 내가 전력을 다해 알아보도록 하지.”
자신만 믿으라고 하며 날 배웅하는 로키.
나는 집으로 돌아가 출진 준비를 했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신들의 회복을 돕는 것.
하급신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 SP 회수율도 최소로 조절한다.
그들이 벌어들이는 SP, 60명이 모이면 꽤 크지만…….
지금은 최상의 전력으로 가야 할 때.
SP에 집착하지 말고 그들에게 SP 대부분이 그대로 돌아가도록 했다.
[60명의 하급신? 자네 대단하군…… ]
“이름마저 잊힌 신이지만 말이죠.”
[하지만 며칠만 있으면 회복한다는 거 아닌가? 자네의 사도신 5명도 지구를 빨빨 돌아다녔다며. 칼바인은 지구보다 작네. 그들이 추가되면 어마어마한 전력이 될 거야.]
“예. 그래서 이번 기습에 확실히 들이치려고 합니다. 숫자가 많으니, 발각당할 확률도 더 높아지겠습니다만…….”
[그건 어쩔 수 없네. 결사대 아닌가? 죽음을 각오했기에 자네에게 지원한 것일세. 대신 그들은 막대한 SP를 보상으로 얻고, 봉인될 위기에서 해방되지. 모든 일에는 위험이 수반되는 법.]
“예. 그래도 최대한 살리고 싶군요. 날짜와 시간을 잘 정해 피해 없이 기습을 하죠.”
[알겠네. 나도 더욱 준비하도록 하지.]
드라키아와의 통신이 끝나고 내가 더욱 준비할 일은 없는지 점검한다.
지금 당장은 할 게 애매하긴 한데…….
아. 아테나에게 물어볼까?
처음 기습할 때는 비밀리에 해야 했기 때문에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지만, 이미 한 번 쳐들어가기도 했으니 이제 문의 정도는 괜찮을 거 같다.
“아이기스의 방패.”
그러며 방패를 소환하니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좀 더 계획을 세밀하게 다듬을 수 있는 정보가.
두 번째 칼바인 침공.
이번에도 처음은 나 혼자다.
드라키아가 열어 준 포탈을 타고 들어서니, 끝없이 펼쳐진 평지에 번개 기둥이 꽂혀 있었다.
예전에 보았던 것보다도 훨씬 더 촘촘하고 두꺼운 뇌령의 뭉치.
양과 두께 모두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예전에는 그냥 하나하나 솟아 있었다면, 여기는 번개의 기둥이 사방에서 하늘을 떠받치는 느낌이었다.
“저번과는 다른 느낌의 땅이군요.”
[이스트렌 평야라고, 신성제국의 곡창지대로 유명한 땅이지.]
“안쪽이면 적의 경계가 삼엄해졌다거나 그런 건 없습니까?”
[음. 내가 몇 번 더 살펴봤는데 그런 건 없었네. 애초에 적이 안 보이더군. 자네의 정보대로 말이야.]
드라키아는 그러며 의아하다는 듯이 덧붙였다.
[자네의 정보, 정말 구체적이더군. 낮에는 태양신 아폴론이, 밤에는 아르테미스가 이 행성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맞았어. 그리고 그 시간대 기준이 이 땅이라는 것도 말이야.]
“지금까지는 경계가 없습니다만…… 뭐, 아직은 확실한 게 아니지요.”
아테나의 정보.
내 상상보다도 더 값진 정보가 많았다.
칼바인 행성을 지배하는 건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서로 낮과 밤을 교대로 지키고 있으며, 그 시간의 기준축은 이 땅, 이스트렌 평야다.
가장 경계가 느슨한 때는 노을이 지는 이 시간대라고.
[근데 정보에 의하면 새벽에도 경계가 느슨한 것 아닌가? 달이 기울고 태양이 뜨는 시간대니까 말일세.]
“맞습니다. 하지만, 석양이 지는 지금은 아르테미스의 경계가 시작되는 때고, 새벽은 아폴론의 경계가 시작되는 때라고 합니다. 아폴론보다는 아르테미스가 더 낫다고 하는군요.”
[하긴, 태양신이 더 껄끄럽긴 하지.]
내 말에 수긍하는 드라키아.
[그럼 이제부터 시작인가?]
“예. 드라키나를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신들 덕에 우리가 할 일이 있을까 싶네.]
그렇긴 하다.
아무리 드라키나가 용신의 후예라고 한들, 신에게는 안 되지.
그래도 일단 소환하면 밥값은 할 거다.
“사도 소환.”
60명의 신, 하나의 드래곤이 소환된다.
하나둘씩 드러나는 신들을 보며 나는 영검을 소환했다.
첫 번째 목표는 뇌령의 붕괴.
하지만 아테나의 정보를 통해, 또 하나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아르테미스의 신살神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