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54화 (154/240)

<내 상태창 2개 - 154화>

결사대 (1)

시야가 다시 밝아 왔다.

엘프리안의 은신처, 이곳도 참 자주 오는군.

[괜찮은가?]

“네. 이동기가 막히진 않았네요. 근데 아까 그 신,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던데…….”

[음.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같네.]

아르테미스, 달의 여신이자 순결의 신.

올림푸스의 12주신 중 한 명으로 유명한 존재.

예전에 그녀의 활을 받아서 쏠쏠하게 써먹곤 했지.

“아르테미스는 유명한 처녀신이잖아요.”

[맞아. 올림푸스의 대신이지.]

“근데 왜 저래요?”

조금 전의 목소리, 말하는 어투는 처녀신이라고 하기엔 꽤나 거리가 있었다.

처녀신이라기보다는 요부에 가깝던 목소리.

[글쎄. 나는 잘 모르겠네. 아스가르드 쪽에 물어보는 게 어떻겠는가?]

“아스가르드예요?”

[그들은 한때 협력 관계였으니 뭘 알 수 있겠지.]

아스가르드에게 문의라.

예전 기억을 떠올려 보자, 하나가 생각났다.

아폴론이 디아나를 자신의 사도로 삼았을 때, 그의 진정한 의도는 디아나를 아르테미스의 새 처녀신 신체로 주는 거였다고 했지.

그때는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가 교류하면서 서로 세상을 한 번씩 나눠 가졌으니까.

아르테미스에 대한 사실을 알지도 모르겠군.

그 자리에서 바로 로키에게 연락했다.

[어. 무슨 일이야?]

“아르테미스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는 갑자기 왜? 김지호 너, 설마…… 그 요부한테 유혹당했냐?]

질문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대뜸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받는 로키.

“아니. 칼바인에 갔다가 그녀의 주시를 받았는데, 좀 특이한 거 같아서 물어보는 거야.”

[아르테미스는 원래 순결, 처녀를 상징하던 신이지. 그건 너도 알지?]

“어. 근데 왜 저래?”

[무한 회귀를 하던 중 갑자기 180도 바뀌어서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어.]

순결의 신이자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어느 순간부터 영체화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에 오른 경우 육체보다는 영체가 훨씬 활동하기 편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언제나 육체를 고집했다.

종족은 다양하게. 그리고 성별은 무조건 여성으로.

주로 인간의 형태를 즐겨 했지만 어떨 때는 자신이 거느리는 님프나 엘프, 또 어떨 때는 드래곤과 다크 엘프도 대상이 되었다.

한 번 육체를 정하면, 세상이 다시 뒤바뀌기 전까지는 그대로 그 육체를 유지했다.

[그녀가 고른 육체는 다들 자기 종족에서 한미모 하는 이들이었지. 그녀는 그 육체로 성에 탐닉했어.]

“성에 탐닉했다고?”

하늘에서 들려오던 그 끈적끈적한 목소리.

색기가 가득한 건 이 때문이었나.

[음. 대체 그녀가 왜 그렇게 바뀌었는지는 몰라. 남자도 엄청나게 밝혀서, 한 번 세계가 회귀할 때마다 수백, 수천 명은 갈아 치웠을 거야. 한때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 양쪽에서도 꽤나 충격이었지.]

처음에는 올림푸스나 아스가르드의 남신들도 아르테미스에게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왕년의 처녀신.

미인으로 유명했던 아르테미스였으니.

아르테미스도 남신이 오는 족족 받아 주니, 그녀에게 방문하는 남신들이 처음에는 끊이질 않았다고.

[하지만 그래 봤자 그녀의 영체는 볼 수 없었지. 그녀가 고른 하위 종족의 미모도 뭐 쟁쟁하긴 했지만, 남신들이 진짜 바라던 것은 순결의 여신이었던 아르테미스의 영체 모습이었거든. 근데 이는 절대 보여 주질 않으니 다들 나중엔 시큰둥해져서 아르테미스한테 굳이 찾아가지 않았어.]

남신의 방문이 뜸해지자 아르테미스는 닥치는 대로 남자를 만나고 다녔다고 한다.

상대방의 등급이 몇이든 상관없이, 아니 각성자가 아닌 상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기에 집중했다고.

[그래서 우리 아스가르드에서 아르테미스의 이미지는 그냥 음란 그 자체야. 절대 처녀신으로 떠올리진 못하지.]

헐. 그 정도인가?

아까 그 자리에 있었으면 아르테미스가 바로 유혹했을지도 몰랐겠군.

[근데 갑자기 칼바인은 왜 간 거야? 아르테미스가 거기 있었어?]

로키에게 칼바인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자 대번에 흥미로운 표정으로 변하는 로키.

[칼바인에 제우스가 그런 짓거리를 벌이고 있었다고?]

“어. 뇌령이 뿌리를 박고 하늘과 땅을 이어 주고 있더라. 이를 통해 SP를 수급하는 것 같아.”

[좋은 정보군. 우리가 정신이 없어서 다른 행성까지 정찰을 가 볼 생각은 못했는데, 드라키아가 한 건 했네.]

로키는 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다 질문을 던졌다.

[너 아직 사도 자리는 여유 있어?]

“아직 많지. 인간 사도를 안 받았으니까.”

[사도가 되면, 영혼 약탈자 스킬을 쓸 수 있는 거지?]

“어. 가능하지.”

[그럼, 신들 좀 더 받아 줄 수 있겠어?]

갑작스러운 로키의 제안.

“자리는 많아. 신은 100명까지 가능해. 아, 지금은 사도가 된 신에 일반 사도도 몇 있으니 94명까지 가능하겠군.”

[그 정도면 충분해.]

“근데 신은 왜?”

[결사대를 꾸려 볼 생각이야.]

로키의 구상은 이랬다.

신들이 많은 대신계의 도움을 받아 하급신으로 이루어진 지원자들을 받고, 그들이 내 사도로 잠시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럼 내가 그들을 이끌고 칼바인에 쳐들어가 뇌령을 파괴한다.

오늘처럼 단둘이 가는 게 아니라 수많은 신이 가는 만큼, 부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겠지.

“계획은 괜찮긴 한데, 뇌령 뭉치를 부수는 데는 굳이 영기발출이 필요하진 않아. 굳이 사도로 받느니 지금 먼저 쳐들어가는 게 낫지 않겠어?”

[지금 대신계는 크게 신군을 일으킬 SP가 안 돼. 거기에 영혼 약탈자 스킬이 없으니, 큰 규모로 쳐들어갔다간 학살당할 거야. 지금은 테러를 해야지. 결사대를 모집해야 해. 신으로서의 죽음도 각오한 결사대가.]

어디까지나 칼바인에 테러를 하는 거지, 정면 승부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로키.

[네 사도가 되면 소울 배리어를 쓸 수 있잖아? 뇌령을 파괴하다가 적 신이 응전하러 오면 소울 배리어를 쓰고 튀어야지.]

“그래서 사도화가 필요하다는 거군.”

[응. 맞아.]

“일단은 알겠어. 그럼 신은 언제 데려올 거야?”

[일단 몇몇 대신계에 의견을 타진해 볼게. 흠.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어. 일단 50명을 목표로 할게.]

“그래. 알겠어. 아, 참고로 나 S급만 사도화 가능하다.”

[하하. SS급 이상은 결사대엔 절대 지원 안 할걸?]

그 말을 마지막으로 통신 화면이 꺼졌다.

로키가 사라지자 귓가에 음성이 들려왔다.

[결사대라. 숫자만 잘 모이면 괜찮겠군.]

“예. 하급신 50명이니까. 금방 모으지 않겠어요?”

[글쎄다. 그건 두고 봐야 할 것 같네. 불멸자인 신들이 과연 목숨을 내던질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지 모르겠어.]

“일단 그럼 숫자가 모이기 전까지는 좀 기다리는 걸로 하지요.”

[그러세. 내가 그럼 정찰하고 있겠네. 숫자가 모이면 연락 주게나.]

그러며 사라지는 드라키아.

나는 일단 지구로 귀환해 결사대의 결성을 기다리기로 했다.

“저번 대신들이 발표한 내용처럼, 일주일 후 제우스의 번개가 치기 시작했습니다.”

제우스의 번개가 친 지 일주일 후.

다시 똑같은 자리에 그대로 제우스의 번개가 생겨났다.

숫자는 똑같이 100개.

저번과 똑같은 패턴이다.

이번에는 한 개도 남김없이 다 파괴해야지.

이제는 매입된 아파트의 옥상으로 올라가 내 사도가 된 다섯 신들을 소환했다.

“다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얼굴이 활짝 핀 다섯 신들.

내가 근황을 묻자 다들 흥분한 채 말문을 열었다.

“덕분에 많은 힘을 회복했습니다. 김지호 님. 이 SP중개 스킬, 정말 너무나도 대단합니다.”

“사도의 정원도 너무나도 안락했습니다. 지호 님께 몸을 의탁한 것,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그거참 다행입니다. 그럼 제가 작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다섯 신이 모두 황송하다는 듯이 자세를 움츠렸다.

“지호 님은 저희의 신이십니다.”

“저희가 아무리 신이라 할지라도, 현재는 그저 사도일 뿐.”

“부탁이라니, 황송합니다. 부디 명해 주십시오.”

어…….

갑자기 왜 이렇게 충성스럽게 나오니?

SP 공급이 장난 아닌가 보네.

“알겠습니다. 그럼 명하지요. 오늘, 제우스의 번개가 생겨났습니다. 이를 처리해 주십시오.”

내 말에 오히려 활기를 띠는 신들.

“저희로서는 바라 마지않는 일입니다.”

“그러면 인류에게서 잊힌 신으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찾을 수 있어요.”

“꼭 처리를 맡겨 주십시오.”

적극적으로 나서는 신들에게 지구 지도를 띄워 줬다.

그리고 100개의 대도시, 제우스의 번개가 형성된 지역을 알려 줬다.

그러자 다섯 신은 모두 이를 기억하고, 서로 자기들끼리 지역을 할당했다.

“나는 예전에 잉카에서 활동하던 신이었네. 현 중남미 지역은 나의 권능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저는 중앙아시아에서 활동했습니다. 제가 이쪽으로 이동하지요.”

서로 각자 활동했던 지역의 던전을 배정한다.

다들 활동했던 지역이 각기 달라, 다섯 명이 꽤 광범위하게 커버 가능했다.

거기에 동북아시아는 내가 돌기로 하니, 웬만하면 커버가 된 셈.

“그럼 바로 출동하지요.”

“예. 알겠습니다!”

사도의 정원에서 힘을 꽤 회복했는지 빠릿빠릿해진 다섯 신.

내가 명하자마자 바로 각자 맡은 지역을 향해 흩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가는 게, 과연 신은 신.

힘을 잃었다가 회복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존재감이 대단했다.

“나도 후딱 돌자.”

서울, 부산을 찍고 일본을 거쳐 동남아까지 커버한다.

“앗. 저…… 저 분. TV에 나온 신이다!”

이제는 구경꾼도 생긴 서울의 제우스의 번개.

가볍게 들어가서 던전을 클리어 하고 나오니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어 댔다.

“와! 21세기 신이다!”

부산.

여기도 바로 클리어하고 나오니 갑자기 나를 21세기 신이라고 하면서 환호를 질렀다.

21세기 신이라니, 현대인이 신에 올라서 그렇게 부르는 건가?

“한국의 신이 도와주러 왔다!”

“와. 날아오는 거 봤어? 눈에 보이지도 않아!”

일본과 동남아의 번개도 가볍게 없앴다.

없앨 때마다 대중의 환호는 커져 가고, 몇몇 도시는 내 이름 김지호 석 자를 크게 연호했다.

“김지호!”

“김지호 신님! 저도 신도로 받아 주세요!”

어째 구경꾼이 갈수록 느네.

환호를 뒤로하고 동남아 지역까지 쑥 해치웠다.

걸린 시간은 5시간.

일주일 전에 비해 훨씬 빨라졌다.

뭐, 그때와는 능력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올랐으니 당연하다만.

[시아. 지금 상황은 어때?]

강시아에게 사도 메시지를 보내니 바로 답이 왔다.

[이번에는 모든 제우스의 번개를 클리어 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다섯 신들의 활약이 굉장해요. 한 신당 최소 열 군데는 클리어 하고 계십니다.]

그래?

보내길 잘했군.

[근데 그분들 때문에 문제도 생겼어요.]

[무슨 문제?]

[그들이 자신을 지호 님의 사도라고 외치면서 클리어 하는 덕분에, 저희 쪽에 사도 언제 받느냐는 문의가 폭증하고 있어요. 저희 길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에요.]

거참. 이 양반들 시키지도 않는 짓을 하네.

[사도를 더 받을까요?]

[아니, 백 명만 받아. 신들이랑 제휴할 게 좀 생겨서, 사도 자리는 좀 비워 둔 채 있게.]

[백 명…… 지금 추스른 인원이 있긴 합니다만.]

[이번까지만 추가 모집하고 그중에서 뽑도록 하자. 너무 시간을 오래 끌어도 안 좋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클리어가 다 될 것 같다고 하니 더 이상 돌아다닐 필요는 없겠군.

마지막으로 도착한 도시,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 귀환 포인트 하나를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 이름 언급이 진짜 많이 되네.”

소파에 앉아 TV를 보니 계속해서 언급되는 내 이름.

나의 사도신 5명이 제우스의 번개를 하나 철거할 때마다 ‘나는 김지호 님의 사도신이다!’ 라고 외치고 있었다.

헐…… 저러면 언급이 안 되는 게 이상하지.

근데 사도의 정원에서 얼마 있었다고 저렇게 충성스럽게 변했지?

저럴 줄 알았으면 칼바인 쳐들어갔을 때 소환할 걸 그랬다.

“다음에는 소환해야겠어.”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클리어 되는 제우스의 번개.

피해 하나 없이 완전히 클리어 하자, 세상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번은 무사히 넘긴 셈.

저쪽의 공격은 잘 넘겼으니, 이제 반격을 가해야겠지.

그리고 다음 날.

로키가 결사대 편성을 완료했다고 알려 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