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53화 (153/240)

<내 상태창 2개 - 153화>

역으로 습격하다 (2)

“적을 침공하다니, 올림푸스로 쳐들어가자고요?”

[올림푸스를 어떻게 치나? 그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행성을 치자는 거지.]

그래.

올림푸스를 치자고 했으면 당신 미쳤냐는 소리가 절로 나올 뻔했다.

아스가르드는 대출 사기로 SP가 털렸고, 다른 신들도 풀려나서 지금 세력 넓히기 바쁜 실정.

지금 가장 강력한 세력은 누가 봐도 올림푸스니까.

하지만 올림푸스를 치지 않고 식민지를 노린다는 거면, 흥미가 가는군.

“식민지가 어딥니까?”

[자네도 알고 있는 행성이네. 칼바인 행성.]

“드라키나가 있던 곳이요?”

[그래. 내가 마지막에 용에게 명령해서 미티어 스웜을 퍼부은 곳이지.]

칼바인.

드라키아가 뺏기느니 부숴 버리겠다며 운석 소환으로 멸망시킨 행성.

“그렇게 유성이 낙하했으니 멸망한 거 아니었습니까?”

[그래. SP를 공급하는 지성체는 거의 멸종했지. 소수의 생존자는 있었으나 관심을 두지 않았다네.]

“근데 그런 곳에 무슨 식민지를 둔답니까?”

[나도 의문이네. 그때 행성을 운영하고 있던 건 아스가르드였지. 한참 토르의 졸개들이 날 쫓고 하지 않았던가.]

“그랬죠.”

[하지만 요즘 힘이 회복되어서 칼바인 행성을 지켜보니, 세상이 좀 바뀌어 있더군.]

케브리안 행성에서 힘을 꽤 회복한 드라키아.

급한 불을 끄고 나니 문득 칼바인 행성의 상태가 궁금해서 정찰을 해 보았다고 했다.

무주공산 상태면 자신이 깃발을 꽂을 생각이었다고 하면서.

[신성제국 로만의 수도, 로만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더군.]

“그게 올림푸스 쪽이라고 보십니까?”

[그래. 그놈들의 건축 양식인 데다가, 로만의 인간들이 모두 사라지고 번개의 정령으로 변한 상태였거든.]

인간을 비롯한 지성체가 사라지고, 전기 형태의 정령체만 남아 있는 땅.

그것이 드라키아가 본 칼바인 행성의 모습이었다.

[제우스가 여러 가지 일을 벌이고 있다지?]

“예. 신을 납치하고, 지구에 번개를 뿌리고 있죠.”

[그렇게 많은 일을 벌일 동력이 어디서 나왔겠는가? 제우스가 자네 때문에 SP 획득량이 제한되었다고 들었다네.]

“그렇습니다.”

[그 SP 제한, 그렇게 쉽사리 떨쳐 낼 페널티가 아니야. 안정적인 SP의 수급처가 없다면 그렇게 많은 일을 벌이기가 힘들 걸세.]

“그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칼바인 행성이다?”

[내가 보기엔 그러네. 적의 보급로를 끊는 것, 병법의 기본이지.]

칼바인의 인간은 이미 번개의 정령으로 화하여, 제우스에게 SP를 바치는 상태.

그들을 없앤다면, 제우스가 이렇게 활개 치는 것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드라키아가 내린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보급로 정도면 강력한 인원이 지키고 있겠지요.”

[그렇겠지.]

“그걸 저희가 어떻게 없앱니까?”

[후후. 처음부터 다 없앨 필요 있겠는가? 힘 닿는 대로 치고 빠지면 되지.]

칼바인 행성은 지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커다란 행성.

뇌령으로 변한 이들은 그 행성 전역에 흩어져 묘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번개의 정령 중 강력한 이들은 각지로 흩어져, 하늘로 뻗었다네. 땅과 하늘을 잇는 통로가 된 거지.]

“흠. 제우스의 번개도 그런 느낌이었지요.”

내가 제우스의 번개 모습을 보여 주니 드라키아가 바로 긍정한다.

[그래. 저런 모습과 비슷해. 그게 칼바인 행성 전역을 뒤덮고 있어. 아직은 다 덮지 못했지만, 바다 빼고 육지의 70%는 장악한 거 같아.]

“그걸 없애자는 말씀이시죠?”

[그래. 지금까지 우리는 계속 당해 오지 않았던가. 제우스가 강해지는 걸 억제해야 하네. EX 등급인 그에게 지금 하나 있는 약점은 SP 수급일세. 근데 SP를 칼바인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면, 우리에게 승산은 더 크게 사라지는 셈이지.]

제우스가 EX 등급에 오른 이후, 나도 단기적으로는 크게 성장했다.

지금 벌어들이는 SP가 워낙 많아 영력 수치도 완전히 찼을 정도니까.

내 어렴풋한 예상이지만, SS급신까지는 이겨 볼 만 할 것 같았다.

대신급과도 어떻게 죽지는 않고 비벼 볼 수 있을 거 같아.

하지만 마음속 한편에는 계속해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우스.

제우스 자식이 문제야.

EX 등급이라니, 사기 자식.

지금 S급에서 머물고 있으면 결국은 그에게 제압당한다.

적어도 중급신에는 올라가야 한다고.

하루에 경험치 1%씩 먹어서는 어느 세월에 SS급이 되겠어?

그전에 제우스한테 당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칼바인 행성은 기회이자…… 위기.

하급신 정도까지만 나오면 오히려 신살을 하고 경험치를 더 올릴 수 있다.

제우스한테도 엿을 먹일 수 있으며, 지구는 한숨 돌릴 시간을 얻게 된다.

대신 거기서 죽으면?

제우스의 식민지, 안방이나 다름없는 그 땅에서 잡히면?

그냥 끝장일 텐데.

나의 행성 차원에서의 도주기는 헤임달의 귀환과 아바타 교환.

그곳에서도 이게 먹힐까?

“솔깃한 제안이지만 위험 부담이 너무 크군요. 제우스가 장악한 영역에서 치고 빠질 수가 있겠습니까?”

[내가 자네에게 우선적으로 포탈을 열어 주겠네. 나도 힘을 어느 정도 회복한 대신이야. 자네 하나 정도는 탈출시켜 줄 수 있어. 거기에…… 자네에게 도주기는 뭐가 있지?]

“헤임달의 귀환과 아바타 교환이 있죠.”

[전자는 잘 모르겠고, 아바타 교환이 있으면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라도 충분할 거라고 보네. 게다가 칼바인의 무리는 내가 정찰을 함에도 알아채지 못하더군. 제우스가 행성 전체를 완전히 장악하진 않은 듯싶어. 그도 불완전한 창조주니…….]

“습격을 하게 되면,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그거야…….]

지지지지직.

“번쩍번쩍하네.”

세상은 온통 하얀빛으로 가득했다.

하늘에는 해가 지고 달이 떠 있었는데, 번개 때문에 세상이 낮처럼 밝았다.

다시 돌아온 칼바인.

인간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살풍경한 대지에 거대한 뇌전만 우뚝 솟아 있었다.

각자 자기의 영역을 지키는지,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하나씩 위치한 번개.

지구에 내리찍었던 제우스의 번개와 규모는 비슷했지만, 그 녀석보다는 딱 봐도 약해 보였다.

내가 나서면 충분히 철거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드라키나 소환.”

사도의 정원에 들어가 있는 드라키나를 소환했다.

붉은 머리의 미녀가 죽을상을 한 채 나타났다.

“으으…… 진짜 여길 쳐들어오다니…… 미쳤어?”

“용신이 오자고 한 건데? 용신을 거역할 셈이냐?”

“쳇. 그건 아니지만…… 너무 무계획 아니야? 나한테 말한 거 말고도 다른 계획이 있는 거지?”

나한테 눈을 빛내며 물어보는 드라키나.

그런 건 없단다.

용신은 그냥 퇴각 루트만 만들고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대응하자고 했을 뿐이다.

“빨리 용으로 변하기나 해.”

“젠장.”

드라키나의 몸이 빛나더니 거대한 용의 모습으로 변했다.

붉은 비늘에 황금빛이 은은히 맴도는 거대한 레드 드래곤.

예전에 기억한 모습보다도 더욱 성장한 것 같군.

용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의 붉은 비늘이 점점 금빛으로 강렬하게 빛났다.

더욱 강해지는 마력.

아니, 마력보다도 더 근원적인 힘.

영력마저 깃들고 있었다.

“드라키아. 힘을 보태주고 있습니까?”

나의 물음에 귓가에 드라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내 힘을 본격적으로 주입하고 있지. 내가 드라키나에게 힘을 주입해서 뇌령을 없애도록 하겠네.]

“그럼 드라키나를 당신이 조종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네. 그저 용신의 권한으로 힘을 주고 있을 뿐.]

이 양반…… 결국 자기는 힘만 좀 쓸 뿐, 그다지 위험 부담은 없잖아?

나도 여차하면 아바타 교환으로 튀면 되지만, 그래도 아바타 날리면 영체 일부가 사라지니 적잖은 리스크인데.

하여간 음흉하다.

“드라키나. 그러면 내가 동쪽을 맡을 테니, 넌 서쪽으로 가서 번개 없애고 있어.”

[알겠다.]

용신이 힘을 부여하고 있어서 그런가.

아까는 계속 투덜거리더니 대번에 빠릿빠릿해져서는 바로 거대한 날개를 편다.

휘이이이잉.

날갯짓만으로 어마어마한 바람이 불어왔다.

서서히 땅에서 떠오르기 시작하는 드래곤.

처음에는 느릿느릿하더니, 어느 정도 몸이 뜨자 서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지지지직.

서쪽 방향에서 발하던 빛이 멎기 시작한다.

드라키나는 딱히 입에서 불을 뿜지도, 현란한 마법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냥 육탄돌격.

그 거대한 육신을 무기로, 그대로 우뚝 솟은 뇌령에 돌진하여 부숴 버렸다.

마치 전등의 스위치를 끄듯 서쪽이 어두워진다.

드라키나의 비늘에서 황금색의 빛이 있었지만, 커다란 번개가 발하던 밝은 빛과는 그 강도가 틀렸다.

일 열심히 하네. 나도 가 볼까?

“커져라, 여의.”

드라키나가 부수는 걸 보니, 딱히 내구도가 강한 거 같지는 않다.

영기발출을 굳이 안 써도, 여의로도 충분할 것 같아.

“커져라. 계속. 계속.”

예전 하위 등급이었을 때는 한계가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건 없다.

미친 듯이 확장시키며 번개 기둥을 나무 베듯이 썰어 넘겼다.

지지지직. 지지지지직.

커다란 여의에 가볍게 썰려 나가는 번개 기둥.

몸을 동쪽으로 날리면서 검으로 휙휙 베어 넘겼다.

-첫 기습 때, 최대한 피해를 줘야 하네. 그리고 처음엔 5분만 있다 후퇴하도록 하지.

아무리 몰래몰래 뇌령을 없애려고 해 봤자, 적의 대비가 잘 되어 있다면 금방 알아챌 거라고 드라키아는 말했지.

그럴 거면 알아채기 전에 최대한 피해를 줘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나도 이에 동의해서, 여의로 썰어 넘기고 있었다.

그러며 경험치를 확인했다.

레벨 업도 나에겐 중요한 목표니까.

“5~10% 정도인가. 드라키나가 잡는 것도 경험치가 축적되네.”

번개 기둥 하나 없앨 때마다 올라가는 경험치.

A급 던전 클리어 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거기에 더 좋은 점은 하루를 빼앗기지 않아도 되고, 드라키나가 경험치를 벌어 온다는 점.

5분 동안 기둥을 최대 20개만 부숴도 1레벨 업이다.

지금 속도로 봐선, 훨씬 더 많이 쓸어버릴 수 있겠어.

계속 날아가며 여의를 크게 휘두른다.

검에 살짝 걸리다 싹둑 잘려 나가는 뇌전.

하나둘씩 번개 기둥을 철거하다 보니, 오랜만에 반가운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이거 완전 노다지네.

나름 2, 3분 정도 지났는데, 아직 올림푸스 쪽에서 대응은 없었다.

나름 제우스의 SP 공급처인데, 경비가 한산하네?

레벨 업을 한 번 더 할 즈음, 드라키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5분 지났네. 오늘은 처음이니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그러지요. 드라키나 역소환.”

그러자 사도의 정원에 드라키나가 다시 들어왔다.

꽤 먼 거리에서도 역소환이 되는군. 나도 슬슬 귀환 타 볼까?

[어머. 누군가 했더니.]

헤임달의 귀환을 사용하려고 할 때.

하늘에서 음성이 울려 퍼진다.

살짝 쉰, 허스키한 여성의 목소리.

[영혼신이네? 오빠. 미쳤구나? 여기까지 오고.]

허스키한 음성이 끈적끈적하게 변한다.

특히 오빠 소리를 들을 때는 나도 모르게 움찔할 정도.

귀환 준비를 마치면서, 하늘을 슬쩍 바라봤다.

뇌전이 사라지면서 어두워진 밤하늘.

은은한 달빛만이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오빠. 이왕 미쳤는데, 나랑 좀 놀까? 응? 아주 재미있게. 후후.]

달빛이 모인다.

대지를 공평하게 비춰 주던 달빛이 한 군데로 집중된다.

그 대상은 나, 내가 서 있는 이 땅이다.

빛이 모이자 시야가 붉어진다.

위험감지가 전신에 위험을 고한다.

지금은 무해한 달빛.

하지만 이게 금방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임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기운, 달의 여신……!]

“아이기스의 방패.”

아이기스의 방패를 소환했다.

작게 소환된 아이기스의 방패는 금방 내 몸을 완전히 가리는 거대한 방패로 변했다.

“소울 배리어.”

거기에 소울 배리어를 덧붙이니 완전한 철벽.

여기 오기 위해 5억까지 SP를 모으고 왔으니, 충분히 막을 수 있어.

[칫. 이거론 안 되겠네. 오빠. 기다려 봐.]

위이이잉.

나를 비추던 달빛이 목표를 바꾼다.

내 앞쪽의 대지를 스포트라이트가 내리쬐듯 비추는 달빛.

그걸 보자 내 귓가에 다급한 드라키아의 음성이 들려왔다.

[자네, 지금 달의 여신과 싸울 건가?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테러. 달의 여신과 자웅을 겨루긴 전장이 너무 불리해. 일단 물러나는 게 좋을 듯싶네.]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후퇴하겠습니다. 포탈 열어 주시죠.”

[알겠네.]

내 뒤로 붉은색의 포탈이 열렸다.

저벅. 저벅.

“헤임달의 귀환.”

뒤로 서서히 물러나 포탈 안으로 들어서며, 혹시 몰라 헤임달의 귀환까지 사용했다.

그러자 빛으로 화하기 시작하는 나의 영체.

완전히 사라지기 전 투덜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오빠. 어디가? 나 보고 가야지! 아. 진짜…… 아프로디테랑 누가 먼저 꼬드길 수 있나 내기했는데. 에이. 씨. 그년 말대로 고자 꼬3인가, 진짜?]

그러면서 입에 걸레를 문 듯, 상스러운 욕이 연이어 들려왔다.

걸쭉한 욕을 지껄이며, 음담패설까지 서슴지 않는 목소리.

하지만 뒤에 이어진 욕보다 고자 꼬3이 더 신경 쓰였다.

꼬3은 대체 뭐야?

뭔가 고자보다 기분이 더 더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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