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51화>
신을 사도로 받다.
미카엘과 프레이야가 보증하고 나니 내 위상이 올라갔나.
순식간에 200명이 넘는 C급 헌터가 사도화를 요청 중이군.
하지만 지금 내 시선을 더욱 끄는 건 사도가 되고 싶다는 신.
사도 숫자가 1000명까지라지만, 신이 포함되면 그 숫자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
일단 신부터 받아 봐야겠다. 효율도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고.
강시아에게 메시지를 먼저 보냈다.
[하급신 중 사도가 되고 싶다는 이가 생겨서, 일단 이들을 먼저 받을게. 그럼 SP 중개 효율이 오르거든.]
[신…… 신을 사도로요? 알겠습니다. 그럼 심사를 핑계로 한국에 부르겠습니다. 대현길드 건물 쪽으로 불러도 될까요?]
[그렇게 해.]
강시아에게 그렇게 지시한 후, 아버지와 통신을 시작했다.
[제우스의 흑뢰 사건이 터지기 이전에도, 하급신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이 일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래요? 대신들한테 그럼 도움을 요청하지 왜…….”
[흠…… 사실 그들은 대신과 주류 신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한때 잘나갔지만 주류 신계 때문에 신앙이 쇠퇴하여 밀린 신들이 많거든.]
그러면서 예를 드는 것이 이번에 시체로 발견된 태양신 미트라의 군신.
태양신 미트라는 조로아스터교에서 시작된 신으로 로마 시대 때 인기를 끌다가 기독교의 대두로 쇠퇴했다고 했다.
한때 잘나가다가 자신을 밀어낸 신들에게 SOS를 치기는 쉽지 않았나 보군.
거기에…….
“사실 이런 일이 없었으면, 주류 신계도 도와줄 생각은 없었죠? 그럴 여력도 없잖아요.”
[흠…… 그건 그렇지. 우리 같은 주류 종교는 신자가 많은 만큼 그만큼 드는 비용도 많아. 일단 자기 집단부터 챙겨야 하지 않겠느냐.]
그치.
봉인에서 풀린 지 얼마 안 되어서 사도 모집하느라 바쁜 판국인데, 어디서 남을 도와주겠어.
[그런 면에서 너의 일은 신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몇몇 이들은 너무 조건이 좋다고 의심하지만, 꽤 많은 신들은 봉인을 풀어 준 너에게 우호적인 분위기야.]
“그러면 총 신이 얼마나 된답니까?”
[일단 5명의 신이 너의 사도로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5명이요?”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적당한 숫자네.
“어떤 신들인가요?”
[이들은 봉인되기 일보 직전의 신. 인류에게서 자신의 이름마저 완전히 잊힌 신이지.]
“완전히 잊히다니…….”
[신들은 언급이 되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SP는 얻을 수 있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나 아스가르드의 신들도 나중에는 신앙의 대상이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세력을 유지했었어. 그들은 그들 자체가 이야깃거리였고, 또 많이 각색되어 쓰였으니까.]
“꼭 신으로 믿지 않아도 SP를 얻을 수 있다는 건가요?”
[효율은 아주 낮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입에서 언급되면 SP를 얻을 수 있지. 대신급은 더욱 그래.]
“그럼 지금 제우스도 매일 언급되니까 얻긴 하겠네요?”
[그렇지. 하지만 인류가 그에게 적의를 느낀다면 SP를 거의 얻지는 못할 거다. 적으로 지정된 대상에게 S[P가 가지는 않으니까.]
조건이 뭔가 복잡하구먼.
어쨌든, 이름이 없어진 신들과 나, 둘 다 윈윈 계약이라는 건 알겠다.
“일단 신들과 사도 계약을 하도록 하지요.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내가 포탈 게이트를 열도록 하마.]
번쩍.
집 안에서 갑자기 빛이 퍼져 나오더니 새하얀 포탈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이를 따라 들어가니, 세상이 완전히 뒤바뀐다.
새하얀빛의 세상.
구름을 밟고, 태양이 비추는 세상에 서 있었다.
“왔구나.”
아버지가 날 반긴다.
그 뒤에는 다섯 명의 영체가 나란히 서 있었다.
남성형 영체 넷, 여성형 영체 하나.
다들 복장과 외모가 제각각이다.
남자 둘과 여자 하나는 현대에 걸맞은 양복과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깃털을 머리에 꽂은 인디언과 같은 느낌의 남자.
스모 선수나 입을 법한 팬티를 입고, 일본도를 찬 남자.
딱 봐도 출신 성분을 알 만한 신들도 눈에 띄었다.
다들 나를 기대와 불안이 반반 섞인 듯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내가 과연 구명줄일지, 아니면 사기꾼일지 가늠하는 건가?
“이들이 너의 사도화에 도전하게 될 신들이다.”
“반갑습니다.”
아버지의 말에 그들에게 먼저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넨다.
그러자 모두 나와 같이 마주 인사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혼신이시여.”
“좋은 제안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하지요.”
“저…… 혹시 사도로 들어가서 저희는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이미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만…….”
비장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보는 팬티 차림의 일본도 사나이.
다른 신들도 모두 침을 꿀꺽 삼키며 나를 바라본다.
사도로 임명해서야 뭐…….
“딱히 없는데요?”
“예?”
“저는 영혼 중개 스킬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 사도를 받을 뿐입니다. 나머지야 뭐, 알아서 하심이…….”
“잠깐. 잠깐!”
내가 그리 말하자 아버지가 날 잡아끌었다.
다섯 명에게서 멀어져 나를 데리고 간 아버지가 낮게 말문을 열었다.
“지호야. 저들을 그냥 풀어 줄 수야 없지 않느냐?”
“전 딱히 신 부릴 생각은 없는데요.”
“누가 신을 부리라고 했냐? 그냥 풀어 주면 문제가 생길 거라 이거지. 네 사도가 된다 한들, 그냥 풀어 주면 어차피 제우스의 타깃이 되지 않겠느냐?”
하긴, 아레스 놈이 약해진 신들을 노린다고 했지.
사도화한 후 그냥 자유방임하게 놔두면 또 어디서 비명횡사할 수 있겠어.
나는 다시 다섯 신들에게 다가갔다.
“사실 저는 여러분에게 그다지 간섭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예…….”
“하지만 제우스가 당신들을 노리는 지금, 그냥 사도 계약만 맺고 끝난다면, 언제든지 아레스에게 당신들이 붙잡힐 위험이 있지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차라리 제 사도의 정원에 머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사도의 정원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신들.
“사도의 정원은 어떤 곳입니까?”
“제 사도들이 따로 머무는 독립된 공간입니다. 제 사도들은 그곳에서 안전하게 있지요.”
“그거 좋군요.”
“저는 신으로서 재기를 하고 싶습니다…… 지구에서 활동을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몇몇 신은 사도의 정원의 이야기를 듣자 반가워하고, 몇몇 신은 지구에서의 활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당신들, 영혼신이 관대하게 대했다고 너무 주제넘는 것 아닌가? 그대들은 사도가 될 몸. 신의 명에 따라야 할 텐데.”
그런 신을 보고 한마디 하는 아버지.
그러자 재기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신들이 어깨를 움츠렸다.
현대인의 옷차림을 한 신 셋.
인디언이나 훈도시 차림의 남자는 사도의 정원에 가고 싶어 했는데, 이들은 현대인의 양식에 맞춰서 다시 재기를 노리는 것 같았다.
“그럼 각기 독립적인 활동을 하되, 한데 모여 있도록 하죠.”
“그 말씀은……?”
“제가 머무는 아파트가 마침 빈집투성이입니다. 아예 매입해서 이곳을 신들의 보금자리로 삼아야겠군요.”
“지호야. 그 건 좀 위험 부담이 있지 않겠느냐?”
“아뇨. 사도라고 딱히 사도의 정원에 처박혀 있을 필요는 없지요. 던전 생긴다고 텅텅 빈 아파트의 빈집들을 매입해서 아예 사도 신들의 요새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의 걱정은 일견 타당하다.
아레스가 보기에는 이 성수동 아파트가 맛집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하급신이라도 나의 영혼 중개와 영기발출 등의 스킬을 부여받게 된다면, 꽤 나쁘지 않은 전력이 될 거야.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끌면서 토르를 소환하면 아레스를 제압할 수도 있지.
지금 이 하급신들을 우대해 줘야, 이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신들을 더더욱 불러 모을 테고…….
“활동을 자유롭게 해도 되겠습니까?”
“저희 같은 처지에 있는 신들 중에는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신들도 여럿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혹시 다 자유를 부여하실 생각이신지요?”
“영혼신을 믿는 신자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앞다투어 질문을 쏟아 내는 신들.
나는 그 질문을 가볍게 받았다.
“괜찮아요. 마음대로 활동하세요. 어차피 전 신자도 필요 없어요. 영혼신은 신자를 받지 못합니다.”
“그래요!?”
“그런 중요한 사실을 저희에게 알려 주시다니…….”
“알겠습니다. 영혼신께서 이렇게 편의를 봐주시는 이상, 당신의 사도가 되겠습니다.”
재기를 노리는 신.
죽기 싫어서 나에게 붙은 신.
여러 케이스의 신이 있었지만, 내가 딱히 자신들을 부려 먹을 거 같지 않자 다들 합심하여 나의 사도가 되려고 했다.
“그럼 사도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지요.”
그러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모두의 동의를 얻고, 사도 계약을 시작했다.
[‘세상에서 잊힌 신’들과 사도 계약을 체결하시겠습니까?]
[사도 대상이 신위에 오른 이입니다. 사도 슬롯을 10자리 사용합니다.]
사도 계약을 진행하자 뜨는 메시지창.
이들의 이름은 시스템 메시지에서도 뜨지 않았다.
그저 ‘잊힌 신’이라고만 지칭될 뿐.
내게 주어진 사도 슬롯은 1000자리.
이들은 신이라 그런지, 1칸이 아니라 10칸을 차지했다.
이러니까 좀 고민이 되네.
C급은 1%, B급은 2%, A급은 5%였는데……
적어도 C급 10명보다는 효율이 더 나와 줘야 할 텐데.
일단은 예를 눌러 사도 계약을 진행했다.
[S급 신을 사도로 임명했습니다.]
[최초로 신을 사도로 임명했습니다. ‘신 중의 신’ 칭호를 얻습니다.]
[신 중의 신]
[등급 SSS]
[신을 사도로 받은 이에게 주어지는 칭호. 신 중의 신, 위대한 신만이 행할 수 있는 업적입니다. 사도에게서 얻는 SP 효율을 20% 증가시킵니다.]
오호.
생각지도 못했던 칭호다.
지금 내 상태창은 2개.
이 중 혼돈의 상태창은 빨리 경험치를 올려야 하니깐, 지구인 일인자 칭호를 놔두고 신살자 칭호를 교체해야겠군.
전투할 때만 신살자 칭호로 바꿔야겠어.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신
칭호 ? 신 중의 신
영력靈力 - 5034
SP ? 26.35억]
상태창에서 칭호를 교체했다.
그 후 따라 올라오는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신을 사도로 임명했습니다. 영혼 중개 스킬의 효율이 100% 오릅니다.]
한 명당 100%!
근데 신이 10명의 슬롯을 차지하니, 결국 1슬롯당 10%의 효율을 올려 주는 셈이다.
A급이 5%였으니, 2배 차이인가.
A급이랑 어마어마한 차이는 보여 주지 않았지만, 사실 A급에 오른 반신 10명을 사도로 얻기보다는 S급 한 명 받기가 더 쉬운 지금 상태에서는 아주 효율이 좋았다.
5명의 신을 사도로 받았으니, 영혼 중개 소득이 5배로 뻥튀기된다.
와. 이거 신을 100명 받으면, 10000% 오르는 건가?
하지만 이런 내 기대를 무참히 깨 버리는 메시지 창.
[현재 등급에서 영혼 중개의 사도 효율은 4000%가 한계입니다.]
쳇. 백 배가 아니라 40배가 한계네.
뭐, 4000%라도 어마어마하긴 하지.
신만 40명 받아도 저 수치, 그냥 채우겠구나.
“아니, 이렇게 많은 스킬이…….”
“저희를 공포에 떨게 했던 영기발출, 소울 배리어도 모두 사용할 수 있군요!”
“대단합니다.”
영혼 중개의 효율은 아직 맛보지 못한 신들.
자신을 위협하던 영혼 약탈자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기쁨에 찬 얼굴이었다.
“일단 아파트 자리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사도의 정원에 계시죠. 다시 재기를 하시려고 해도, 최소한의 SP는 모으셔야 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혼신님.”
다섯 신을 모두 사도의 정원으로 보낸다.
사도의 정원에서도 ‘잊힌 신 1’, ‘잊힌 신 2’라고 네이밍되는 신들.
시스템에서조차 이름이 안 나오다니, 처지가 말이 아니네.
이들을 모두 사도의 정원으로 보내자, 아버지가 나에게 물었다.
“영혼 중개 효율은 어떠니?”
“5배 늘었는데요. 최종적으로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5배? 신 한 명당 100%씩 올라?”
“예. 이런 처지에 있는 신 있으면 더 소개시켜 주세요. 인간 사도는 많이 받으면 안 되겠네요. 효율을 보니.”
“그래. 아레스한테 잡혀가느니 네 사도가 되는 게 우리에게도 좋고 잊힌 신들에게도 좋지. 내가 좀 더 찾아보마.”
“예. 그럼 하루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좀 확인해 볼게요.”
“그래. 들어가 보거라.”
다시 포탈을 열어 주는 아버지.
그 포탈을 통해 집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오늘 하루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군.
혼돈에게 투자받아서 SP 거래소 레벨도 확 올리고, 영혼 중개 효율도 팍팍 올랐으니까.
이렇게 늘어난 영혼 중개 소득은 얼마나 되려나.
두근두근 기대감에 물든 채, 바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이튿날 일어나 보니, 메시지가 떠 있었다.
[SP 중개의 SP 획득 수치가 5천만이 넘었습니다.]
[5천만 이상부터는 사용자의 영력 수치에 수입 한계가 정해집니다. 현재 영력은 5034입니다.]
[5034만 SP를 획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