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48화>
거액의 투자를 받다
“신을 사도로 받아요?”
B등급일 때, 같은 등급의 디아나를 사도로 받은 전적이 있긴 했지.
신을 사도로 받는 것, 불가능하지는 않은 거 같은데.
“B등급일 때 같은 등급을 사도로 받은 적이 있습니다만, 대상이 있어야죠.”
“중소신계의 신들을 설득해 볼 셈이네. 몇몇 이들은 사도를 구하지 못해 자신의 영체 유지에도 힘겨워하거든.”
하긴 TV에서 기독교와 불교 같은 대종교가 광고를 빵빵 때리는데, 중소신계에서 버틸 턱이 없긴 하다.
사람들도 안전한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분위기고.
이거, 딱 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느낌이네.
S급 신을 사도로 받으면, 영혼 중개 스킬 효율도 어마어마하게 오르겠지?
이건 무조건 받아야 할 제안이다.
“저야 좋죠. 신들도 영혼 중개 스킬을 통해 SP는 벌어들일 수 있을 겁니다.”
“알겠네. 내가 설득해 보지.”
그러더니 하늘로 붕 떠올라 사라지는 미카엘.
그가 사라지자 두 대신이 모두 사라진 격이 되었다.
대신이 모두 사라지자 강당 한편에 모여 있던 발키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김지호 님. 정리를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아. 그래.”
발키리들이 흑뢰로 인해 구멍이 뚫리고 새까맣게 타오르는 강당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밖으로 나가더니 곧 다시 돌아온다.
“대다수의 기자들은 피신했지만, 일부는 헌터협회 건물 멀리서 취재 중입니다. 인터뷰를 원하신다면, 제가 기자들을 다시 이리로 부르겠습니다.”
뭐, 더 홍보를 하기 위해서라면 기자를 불러 모아서 인터뷰를 해도 되겠지만…….
미카엘이 신을 사도로 소개시켜 줄 수도 있으니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다.
오늘 한 홍보만으로도 충분하지.
“아뇨. 됐습니다. 저도 돌아가지요.”
“알겠습니다.”
“헤임달의 귀환.”
헤임달의 귀환을 써서 집으로 돌아와 상태창을 파악해 보았다.
[이름 ? 김지호.
클래스 ? 영혼신
칭호 ? 신살자
영력靈力 - 5034
SP ? 5000만]
심플한 상태창.
꽤 풍족했던 SP가 어느새 5천만밖에 남질 않았다.
날린 SP만큼 영혼 약탈, 능력 흡수로 인해서 영력이 올랐으니 손해는 아니지만…… 이 수치라면 갑자기 우리 집에 적이 들이닥치면 봉인될 수도 있지 않나?
신들의 싸움에서 SP는 공격 수단이면서, 동시에 생명력.
게임으로 치면 HP이면서도 스킬 게이지이기도 하다.
내 스킬의 효율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다구리에 장사는 없는 법이니, 얼른 SP 벌어 둘 방도를 찾아 놔야겠어.
일단 지금 5천만이니, 내일 SP가 얼마로 변하는지 파악해 보자.
그럼 하루 수익을 알 수 있으니, 좀 더 면밀하게 수입과 지출 계획을 짜는 게 가능할 거야.
영력도 오르고 해서 SP 중개 수입이 좀 많아졌겠지.
그럼 이 소득은 내일 확인하는 거로 하고…….
“라이트.”
용언이 아닌, 마법을 사용했다.
‘마법총서’를 통해 아테나와 연락하기 위한 수단.
이번에 검은 번개와 그로 인해 촉발된 꼭두각시 신에 대해 꼭 정보를 얻어 두고 싶었다.
휙.
내가 다시 마법을 사용하자 초록색 칠판이 다시 내 앞에 올라왔다.
여기에 이번 검은 번개에 대한 메시지를 작성했다.
제우스가 신들을 굴복시킨 것 같으며, 그들을 주구로 아스가르드의 프레이야만을 노렸다는 내용.
아스가르드의 동맹조약 위반 페널티를 피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실험한 것 같다는 추측까지 곁들였다.
그렇게 장문의 글을 쓰자, 얼마 있지 않아서 답글이 도착했다.
[당신의 추측이 정확합니다. 저도 흑뢰에 대해서는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아테나는 그러며 올림푸스의 현재 편제에 대해 설명했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제우스의 번개에 조성되는 던전의 관리를 맡는다.
전쟁의 신 아레스는 중소연합의 신들을 납치, 봉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아레스가 납치한 신들을 ‘흑뢰’로 개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외에도 제우스가 다른 대신에게 무슨 일을 시키는지는 모릅니다.]
[올림푸스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여러 대신들이 사라졌습니다…… 헤라, 디오니소스, 아르테미스 등…… 그들이 언제부턴가 올림푸스에서 보이질 않아요.]
헤라, 디오니소스, 아르테미스. 꽤 존재감 있는 신들이다.
올림푸스의 12주신에 해당할 텐데.
이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건가?
제우스 놈은 대체 뭔 짓을 하는 거야.
[영혼신 김지호. 제우스의 대적자가 되어 주세요. 야훼는 태양계를 떠났고, 붓다는 다시 한번 깨달음을 얻어 사라졌습니다. EX등급에 오른 신 중 이렇게 야망을 지닌 신은 제우스밖에 없어요…… 당신만이 그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단지 S급 신일 뿐입니다만.]
[그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당신입니다. 당신의 존재는 그의 계획에서 가장 커다란 변수겠지요. 당신은 영혼신이며, SP 거래소를 통해 힘을 얻었습니다.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를 이용하셔서, 제우스를 징벌해 주십시오.]
제우스의 딸인 아테나가 간곡히 호소한다.
제우스, 이 새끼는 대체 뭔 짓거리를 하기에 딸이 이리 나설 정도지?
일단 그녀에게서 정보를 더 얻자.
[알겠습니다. 그럼 흑뢰에 대해 더 알려 주십시오. 저희가 좀 더 빨리 대처할 수 있게요.]
[저도 자세한 건 알지 못합니다만…… 아는 대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우스는 아레스를 통해 완전히 빈사 상태, 봉인 상태에 놓인 신들만 납치하라고 명하는 것 같습니다.]
사도에게 SP를 받기도 기대하기 힘든 중소신계의 신들.
자신을 유지하기도 버거워 봉인이냐, 아니냐의 기로에 놓인 가난한 신들이 아레스의 우선적인 타깃이라고 했다.
지구에서 큰 분쟁을 일으키기보다는, 최대한 빈사 상태의 신을 발견하는 데 주력한다는 아레스의 군단.
[그렇게 납치한 신들은 헤파이스토스의 공방에 가서 개조를 받습니다. 여기에는 제우스의 권능도 포함됩니다.]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와 EX등급에 오른 절대신 제우스가 합심하여 신을 주구로 만든다.
흑뢰의 뇌인으로 변한 신은 단기간 동안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얼마간은 원래의 신적 힘에 더해 개조된 영혼 약탈자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전에는 적합하지 않지요. 흑뢰는 일회용이라고 보면 정확합니다. 최대 두세 번이 전부겠지요.]
[뇌인은 S급 하급신만 해당되는 겁니까?]
[지금은 제우스가 가용할 수 있는 SP가 많지 않아 하급신만 해당됩니다. 하지만 추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틈틈이 메시지를 보낼 테니 확인하라는 아테나.
너무 오래 메시지를 보내면 제우스에게 들킬 수도 있으니, 이 정도로 하겠다는 작별 인사를 보냈다.
[김지호 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급입니다. 당신은 SP 세계의 금융을 장악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입니다. 보다 더 현명하게 처신하셔서, 제우스라는 거악을 물리쳐 주십시오.]
이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아테나의 칠판이 사라진다.
제우스를 막아달라는 마음은 알겠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SP 5천만이 전부군.
아테나와 통신을 끊고 내 상황을 점검했다.
SP 거래소의 수익은 한 달에 7.5억.
엄청 많아 보였는데 신들을 처리하다 보면 금방 사라질 액수다.
SP 중개 수익은 아직 하루가 지나지 않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SP 거래소의 수익보다는 적겠지.
예전에는 엄청 많아 보이던 수익인데, 지금은 그냥 부족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SP 중개 수익을 사도 확충으로 뻥튀기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론 부족해.
SP 거래소도 빨리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텐데…….
SP 거래소에 예금된 액수는 50조,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SP는 10조다.
총 예금의 10%를 업그레이드에 투자할 수 있으니 어디서 5조를 땡겨 와야 하지.
예금 수익만으로는 계산해 본 결과 20년이 지나야 되는데, 그 시간이면 이미 제우스가 힘을 회복 다 하고도 남을 거다.
흠…… 이거면 지분을 조금 팔아서라도 SP를 투자받는 게 낫겠는데.
어디서 좀 SP 받을 데가 없나?
지구의 다른 신들은 지금 SP 구하기 위해 허덕이고 있으니 패스.
아스가르드는 SP 거래소에서 막대한 채무를 지고 있으니 투자할 돈이 없겠고…….
흠.
남은 건 혼돈 쪽밖에 없는데?
헤라클레스한테 연락을 해 봐야겠다.
[김지호, 오랜만이군. 안 그래도 내가 연락을 하려고 했었는데. 무슨 일이지?]
통신 화면에 뜬 헤라클레스.
여전히 가슴에 검을 꽂은 모습이다.
“아. 혹시 혼돈 진영에서 SP 거래소에 투자할 의향이 있나 해서.”
[왜? 잘 운영되는 것 같은데, 투자를 받으려 하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그냥 들고 있는 게 낫지 않겠어?]
“SP 거래소 업그레이드하려면 5조가 필요하거든. 제우스 놈만 없으면 그냥 기다리면서 차근차근 업그레이드하겠지만, 제우스가 요즘 별짓을 다 해서 말이지.”
그러며 그에게 제우스의 번개와 흑뢰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다.
그러자 표정을 잔뜩 찡그리는 헤라클레스.
[제우스 자식, 별짓을 다 하는군.]
“어. 게다가 그 녀석, SP 거래소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거든. 좀 지분이 날아가더라도 빨리 SP 거래소를 업그레이드해야겠어.”
[그래? 흠…… 사실 하데스가 투자 관련해서 너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거든. 너, 혼돈으로 각성하고 싶다고도 했잖아. 그 문제도 이야기해 준다고 했고.]
그래. 혼돈 진영으로 각성해야 융합의 권능도 얻겠지?
[하데스와 통신 연결을 이어 주지. 어차피 소통할 게 많을 거 같은데, 그냥 채널 연결해라.]
“그래. 알겠어.”
그러자 헤라클레스와 통신이 끊어지더니, 곧바로 하데스가 나타났다.
뭐, 바로 준비하고 있었나? 바로 튀어나와?
[킬킬. 오랜만이군요. 김지호 님. 이번에 투자 제의에 관심을 가져 주시니 감사합니다.]
간신처럼 양 손바닥을 비비며 나에게 고개를 숙이는 하데스.
뭐야. 왜 이렇게 굽실거려?
내가 투자받고 싶어 하는 걸 알면 오히려 이놈이 고개를 빳빳하게 들 텐데. 이상하네.
아…… 헤라클레스가 하데스에게 내가 투자 유치를 원한다는 말은 안 했나?
그럼 일단 투자 쪽에는 관심 없는 척을 해야겠다.
“응. 뭐 투자보다…… 나 신위인데도 혼돈 각성 가능한 거야?”
[헤헤. 원래대로라면 영혼신을 각성시키는 게 어마어마하게 힘들죠. 신위에 오른 데다, 영혼 계열의 신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제가 다 가능케 했지요. 위대하신 ‘창조주의 왼손’께 SP 거래소 투자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창조주의 왼손?
예전에 로키한테 들은 거 같은데.
혼돈의 군주가 섬기는 혼돈의 신이라고.
“창조주의 왼손은 누구야?”
[전 우주를 창조한 진정한 창조주께서 가장 처음 만드신 신. 창조주께서 만든 최초의 신이자 우주의 축입니다. 전 우주를 관장하면서 우주의 질서를 올바르게 유지하지요.]
“음……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있으면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가 장난칠 때 한 번에 뒤엎을 수 있지 않나?”
[그분께 이런 문제는 혼돈의 군주를 파견할 정도의 문제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무한한 우주를 관장하는 분께서, 이깟 태양계 하나에 관심을 두진 않으시죠. 김지호 님, 당신이 집을 치운다고 생각해 보세요. 집 안에 커다란 쓰레기와 설거지거리부터 처리하지, 책장 꼭대기의 미세하게 붙은 먼지를 처리하겠습니까? 아니, 굳이 처리할 필요도 못 느끼겠죠.]
태양계는 그 정도 수준인 거냐?
“제우스도 EX등급 창조주가 되었는데 그럼 이제 비벼볼 만 한 거 아니야?”
[풋.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우스는 당신 세계로 치면, 지금 막 각성한 F급 각성자에 지나지 않지요. 창조주의 왼손께서 SSS급 대신이라고 쳤을 때.]
스케일이 너무 우주적인데…… 혼돈 애들, 어마어마한 뒷배경이 있네.
“그런 분이 왜 SP 거래소에 관심을 두나?”
[그분의 본체는 관심도 없지요. 단지 아바타의 아바타께서 SP 거래소에 관심을 보낸 상태입니다. 그분의 아바타들끼리는 실적 경쟁이 좀 있거든요.]
아바타의 아바타라니…… 규모가 아예 다르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투자를 해야 준다는 것처럼 들리네.”
[킬킬. 저희도 그냥 드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겨우 혼돈 각성 때문에 지분을 넘기기는 좀 그런데 말이지.”
[물론, 혼돈 각성 하나만을 가지고 저희가 투자하겠습니까? SP 거래소에 100조 SP를 투자하지요.]
100…… 조?
꿀꺽.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유지가 안 되었다.
지금 업그레이드하는 데 10조 드는데, 100조면 몇 번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거야?
[거기에 지분도 필요 없습니다.]
“응? 지분이 필요 없어?”
[예. 그냥 SP 거래소에서 자리 하나만 내주십시오. 저희는 SP 거래소의 제2 금융권이 되도록 하지요. 킬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