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47화 (147/240)

<내 상태창 2개 - 147화>

습격 (2)

미카엘과 프레이야는 심각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신은 태양신 미트라의 부관이군. 분명 군사를 담당하는 신이었는데.”

“나도 이쪽은 눈에 익는다. 켈트 신화에 속했던 신이야. 옆 지역에서 나에게 계속 구애하던 신이었는데…….”

미카엘과 프레이야가 영기발출에 당해 불타오르는 영체를 보며 차례로 말한다.

이놈들, 신이었구나. 중소신계라고 했지?

“중소신계면 어떤 경우가 해당되는 겁니까?”

“예전에는 융성했으나 현재는 쇠퇴한 신들을 이른다.”

“SP 수익으로 자신의 영체를 유지하기도 바쁜 이들이지요.”

미카엘에게는 반말하면서 나에게는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는 프레이야.

내가 채권자라 그런가?

어쨌든 이들은 기독교의 천사들이나 아스가르드 신처럼 메이저한 신계가 아니라, 한물간 약소 세력이라는 거군.

“제우스는 신을 자신의 주구로 삼을 수 있단 말인가.”

“봉인될지언정 이렇게 꼭두각시로 지배당하지는 않는 게 신인데…… EX등급에 오른 제우스는 이런 일도 가능케 하는군.”

“다행히 이들은 S급, 하급신으로 보이지만…….”

하급신만 이렇게 뇌인으로 만든다면 그래도 상대할 만은 한데 말이지.

이게 오늘 온 애들만 하급신이고, 나중에는 SS급이 올수도 있는 노릇이니.

사라지는 신의 영체를 바라보던 미카엘이 프레이야에게 물었다.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는 아직 표면적으로는 동맹 조약을 맺고 있는 관계지?”

“그렇다.”

“이들 뇌인은 일반 하급신보다도 강했다. 영혼신 김지호가 쉽게 제압했을 뿐, 그들이 썼던 배리어는 소울 배리어의 변형으로 보였지. 이런 녀석들이 다섯이 모여 그대에게 덤비면, 동맹 조약에 위배될 만하지 않는가?”

미카엘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프레이야.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이 정도 전력이 아스가르드의 대신인 나에게 덤비면, 제우스와 올림푸스에게 즉각적으로 페널티가 주어질 거다.”

“근데도 개의치 않고 프레이야, 그대를 습격했다는 건…….”

“이제 페널티 따위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시스템의 페널티는 아무리 EX등급이라고 해도 막강하다. 어쩌면 제우스는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차도살인지계를 쓰는 건 아닐까?”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차도살인지계.

이번 경우의 남의 칼은…… 중소신계의 신들인가?

“올림푸스가 직접 내게 쳐들어온 건 아니니까, 동맹 조약에 위배되는 건 아니다?”

“그래.”

“하지만 미카엘, 그대도 봤을 텐데? 저들은 이지를 잃고 제우스에게 지배당했다. 제우스의 권속이나 다름없어. 시스템에선 제우스가 동맹 계약을 위배한 거로 나올 터.”

“그래서 너에게 실험을 한 것 아닐까? 프레이야, 그 몸은 어차피 아바타 아닌가? 아스가르드의 대신이라 한들, 아바타에 손상을 입힌 거면 동맹 파기 단계까지는 가지 않고, 페널티나 좀 받는 수준이겠지. 제우스는 널 통해 차도살인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파악한 거다.”

“하지만 김지호 님 덕분에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으니…….”

“그래. 제우스는 아직 파악을 하지 못했을 거다. 실험을 위해서라면, 또 찾아오겠지.”

콰르르르르.

미카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뻥 뚫린 강당 천장에서 다시 검은 벼락이 내리친다.

일제히 프레이야를 향해 날아오는 검은 벼락.

“소울 배리어.”

가볍게 배리어를 치자 번개가 강당 곳곳에 튕겨 나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아까처럼 검은 뇌인으로 변하는 이들.

저놈들도 신인가?

적을 상대하려고 하니, 미카엘이 나를 제지했다.

“김지호. SP는 충분한가?”

“SP?”

“그래. 그대는 아까 다섯 신을 소멸시켰을 텐데.”

아. 그러네.

요즘 SP가 부족한 걸 별로 느끼질 못하다 보니…….

미카엘의 말에 상태창을 열어 SP를 확인한다.

“이런…… 1억밖에 없네.”

SP 꽤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탕진했지?

사용 내역을 보니 영검으로 적을 제압했을 때 SP 소모가 가장 적었고, 용의 힘으로 불태웠을 때가 SP 소모가 엄청났다.

영검은 애초에 적을 죽이면 소모된 SP를 되돌려주는 기능이 있었으니…….

영검으로 소모된 SP는 1500만 정도인 반면, 용의 힘을 사용하고는 그냥 8천만 SP가 날아간 상태였다.

와. 웬만하면 그냥 영검으로 죽여야겠네.

[비슷한 격의 상대를 소멸시켰습니다. 영검이 소폭 강화됩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보니 강화되었다고는 나오지만 등급 상승은 되지 않았다.

[신을 죽였습니다. 신의 능력을 흡수합니다.]

[제우스의 흑뢰黑雷를 흡수합니다.]

[영력으로 모두 치환됩니다. 영력이 상승합니다.]

하나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SP는 엄청나게 사라졌지만, 영력 수치가 꽤 많이 올라가 있었다.

올라간 수치는 무려 200.

예전에 아레스의 부하들과 싸울 때에는 이 정도로 영력이 강화되지 않았는데, 제우스의 흑뢰도 같이 흡수해서 그런가?

어마어마한 상승폭이었다.

영력 1개 올릴 때마다 50만씩 드니까 200이면 1억.

아직도 손해기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SP만 날린 건 아니니까 괜찮군.

지금 떨어진 적 뇌인은 7명.

SP가 1500만씩 들었으니까 1억은 좀 간당간당하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다시 적과 싸우기 위해 앞으로 나서자, 프레이야가 제지했다.

“김지호 님. 이번에는 도와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프레이야 님? 당신은 아바타로 지상에 온 것 아닌가요? 전력을 발휘할 수는 없을 텐데요.”

“예. 하지만 저는 발키리의 수장. 아바타만으로도 저들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제우스의 실험 결과가 궁금하기도 하구요.”

프레이야가 앞으로 나선다.

미카엘은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바타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텐데. 제우스의 의도에 따라 주겠다는 건가?”

“그래. 빨리 파악해 두는 게 나아. 동맹 위반 페널티가 발동하면 그것대로 좋고, 페널티가 발동하지 않으면 우리도 대응을 할 수 있으니까.”

저벅. 저벅.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프레이야의 오른팔이 커지기 시작한다.

앞장선 프레이야를 포착한 뇌인에게서 기묘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크으으으……!”

지지지직.

온몸에 검은 전류를 내뿜기 시작하는 뇌인들.

일제히 프레이야를 향해 돌진한다.

자리를 박차며 인간형에서 한 줄기의 흑뢰가 되어 날아오는 일곱 뇌인.

머리와 목, 양팔, 가슴, 양다리.

각 부위를 하나하나 노린다.

일곱 번개는 각자 사방으로 퍼졌다가, 일제히 목표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 속도는 빛과 같다.

내가 아수라도에서의 사투를 간접 체험하며 분신 영체를 흡수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파악하지 못했겠지.

그저 소울 배리어 뒤에서 이 공격이 언제 끝나나 기다렸을 거다.

그만큼 빠른 공격을 보고 프레이야는 단지 코웃음 칠 뿐이었다.

“흥.”

프레이야가 손을 뻗었다.

서서히 뻗어 나가는 오른손.

그 느릿한 움직임과는 다르게 어마어마한 크기로 확장해 갔다.

이대로 계속 커진다면 강당을 움켜쥐어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

그리고 그렇게 커진 손을 움켜쥐었다.

날아다니는 모기를 잡듯 가벼운 손짓.

하나 거대한 손가락 사이사이에 촘촘히 뻗친 영력이 눈에 보인다.

간단한 동작 같지만, 효율적이고 빈틈없는 움켜쥠.

일곱 번개가 모두 프레이야의 건틀렛 안으로 들어왔다.

단번에 움켜쥐자 그대로 사라질 것만 같던 흑뢰.

하지만 표정을 찡그리는 쪽은 프레이야였다.

그녀의 거대한 손아귀 안에서, 일곱 흑뢰는 없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번개를 감싸는 배리어 덕분이었다.

“이게 소울 배리어를 변형한 건가요? 골치 아프군요.”

손을 더욱 세게 움켜쥐는 프레이야.

하지만 흑뢰를 감싸는 배리어는 깨지질 않는다.

오히려 프레이야의 형체가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었다.

“아무리 아바타라지만, 이런 졸개들도 봉인시키지 못하다니.”

“오히려 그쪽이 힘이 다해 가는 것 같군.”

“흥. 애초에 가벼운 마음으로 지구에 온 거라 약한 아바타를 데리고 왔을 뿐이야. 미카엘 당신이라도 봉인 못했을걸?”

“뭐, 부인하지는 않겠다.”

둘 다 아바타라서 신을 끝장내기엔 무린가 보군.

프레이야의 영체가 발끝부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걸 보더니 태평하게 이야기하는 미카엘.

“아바타가 소멸할 정도면, 시스템에서 제우스 측이 그대를 공격했다는 증거로 인식하기 충분할 텐데.”

자신의 몸이 사라져 가는 프레이야도 태연히 이에 답했다.

“맞아. 근데 딱히 아무 변화가 없어.”

“그럼 중소신계의 신을 굴복시켜서 아스가르드를 공격하면, 올림푸스는 페널티를 받지 않는 건가?”

“그런 거 같아. 시스템의 맹점을 찾은 건가. 이들에 대해 우리도 대비를 해야겠어. 이 소울 배리어도 너무 단단하고.”

프레이야가 주먹을 계속 움켜쥐지만, 여전히 그녀의 주먹 안에서 멀쩡히 꿈틀거리는 흑뢰.

오히려 프레이야의 하반신이 허벅지 부분까지 사라져 가고 있었다.

흠…….

이거, 내가 없애야겠네.

“저 흑뢰는 제가 처리할게요.”

“아니,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프레이야 님이 제압하셨으니, SP도 아까처럼 많이 들지는 않겠죠.”

영검에 영기발출을 부여한다.

프레이야에게 다가가, 그녀의 거대한 손아귀에 잡힌 흑뢰에 검을 하나하나 찔러 넣는다.

내가 검을 찌를 때마다, 그물망처럼 퍼져 있는 프레이야의 영력이 타이밍 좋게 사라졌다.

이런 미세한 컨트롤도 가능하다니, 역시 괜히 SSS급 대신은 아니구나.

검을 회수하자 하나씩 불타오르며 사라지는 흑뢰.

[신을 죽였습니다. 신의 능력을 흡수합니다.]

[제우스의 흑뢰를 흡수합니다.]

[영력으로 모두 치환됩니다. 영력이 상승합니다.]

[영검이 소폭 강화됩니다.]

영검이 또다시 강화되고, 일곱 흑뢰를 죽여 영력이 상승했다.

7인을 죽이니 280이 오르는 영력.

한데 소모한 SP는 5천만으로, 아까보다 훨씬 적었다.

적이 이미 프레이야한테 제압된 상태라 가능한 일이었다.

이거 완전 막타만 먹은 격이네.

오늘 하루 만에 영력이 480이 올랐다.

“김지호 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저야 마무리만 했는데요, 뭐.”

“그래도 상당한 SP를 소모하셨을 텐데…….”

강인한 발키리 수장의 모습은 어디 가고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나에게 다가오는 프레이야.

서서히 사라지는 몸으로 내 손을 덥석 움켜쥔다.

어느새 거대했던 프레이야의 손은 인간형으로 작아졌으며, 건틀렛은 사라지고 아름답고 새하얀 손이 대신하고 있었다.

“오늘의 은혜, 꼭 갚고 싶습니다. 아스가르드에 한 번 오셔서 제가 보답할 수 있게 해 주세요.”

“하하하. 은혜까지야.”

“아니에요. 정말. 너무 고마워요. 아스가르드 안에는 저의 궁전인 풀크방이 있습니다. 꼭 한번 찾아와 주세요.”

사라지기 전, 나에게 팔짱을 낀 프레이야.

바로 곁에서 미소를 짓는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미소에 색기가 충만하다.

언제는 청초한 것 같다가도, 이제는 요염해지는군.

그 미소를 보니 정신이 잠시 아찔할 지경이다.

“제가 정말 재미있게 해 드릴게요…… 후후.”

그러더니 사르르 눈웃음치며 사라지는 프레이야.

완전히 떠났음을 안 후에도 그녀의 향은 계속 남아 있는 것 같아, 잠시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머리로는 안다.

미카엘과 반말을 주고받는 늠름한 발키리의 수장.

강인한 여신이 태도를 싹 바꿔서 이러니…….

당연히 연기지.

아마 빚 이자 좀 깎으려고 저러는 거겠지.

하지만 그 외모가 너무 사기라 그저 히죽히죽 웃을 수밖에 없었다.

“프레이야, 그 탕녀를 조심하게…… 김지호.”

프레이야가 완전히 사라지자 쯧쯧 하며 넋이 나간 나를 나무라는 미카엘.

그가 나에게 충고했다.

“탕녀…… 인가요?”

“그래. 그녀는 무한한 아름다움을 부여한다는 목걸이, 브리싱가멘을 얻기 위해 난쟁이와도 동침했지.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인이다. 그녀는 특히 자신의 미모와 몸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지. 칠죄종 중, 탐욕과 색욕에 참 어울리는 여인이야.”

그녀한테 홀라당 빠져서 SP 다 바쳤다가 봉인된 신이 한둘이 아니라고 충고하는 미카엘.

거참…… 아버지 모습으로 충고하니, 아버지한테 훈계받는 거 같다.

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다고요.

“자제력이 강한 자네니, 프레이야의 유혹도 쉽게 극복하리라고 믿네. 자네는 무한정력 스킬을 얻었음에도 올림푸스의 유혹을 이겨 내지 않았던가?”

무한정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며, 나를 칭찬하는 미카엘.

아니, 그 사실은 언제 그쪽까지 알려진 겁니까?

아버지한테 계속 설교를 듣는 것 같아 미카엘을 제지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미카엘.”

“그래. 나도 가 봐야겠네. 신계연합을 다시 모아서 중소신계의 신들부터 파악해야겠어.”

미카엘이 귀환하려고 하자 하늘에서 다시 빛이 내려왔다.

서서히 몸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미카엘.

꽤 장엄한 광경을 연출하던 그가 갑자기 허공에서 멈췄다.

“아. 그러고 보니…… 자네 사도는 자네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

“네. 효율이 좀 떨어지긴 합니다만.”

“그 사도 자리에, 신들도 받아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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