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46화 (146/240)

<내 상태창 2개 - 146화>

습격 (1)

서울의 헌터지부.

대강당 쪽으로 가니,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국 기자뿐만이 아니라 외신 기자들도 몰려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세팅하겠습니다. 잠시 비켜 주십시오.”

발키리가 직접 나서서 대강당의 단상 위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 숫자는 총 10명.

꽤 흉흉한 기세에 기자들도 스스로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다.

찰칵. 찰칵.

그래도 멀리서 발키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기자들.

발키리들은 기자들을 한번 쓱 쳐다보더니, 다시 단상 정리에 열중했다.

그 모습을 허락으로 받아들인 것인지, 카메라 셔터 소리가 더욱 잦아졌다.

“시작하라.”

곧 한 발키리가 명령하자, 다섯 발키리가 일제히 검을 꺼내 단상 바닥에 꽂았다.

그러자 검과 검 사이에 마력이 흐르더니, 마법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형성된 마법진 위로 열리기 시작하는 푸른색의 포탈.

“예를 갖추어라.”

포탈이 형성되자 대강당에 있던 10명의 발키리가 단상 아래에 선다.

그러더니 일제히 무릎을 꿇는 발키리.

오른손으로는 검을 쥐어 바닥에 꽂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흠. 누가 오는 거지?

위이이잉.

포탈이 점점 확장한다.

새파란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단상 전체를 감싼다.

그와 함께 느껴지는 거대한 영력.

이거, 존재감이 장난 아닌데……?

이 정도면 대신급이다. 얼마 안 가 빛이 멎고, 포탈이 사라진다.

털썩.

카메라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와아…….”

그저 입을 떡 벌리고 감탄하는 기자들. 몇몇은 눈의 초점이 사라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포탈 너머에서 나타난 것은 은발의 여신이었다.

새하얀 갑주를 입은 채, 강력한 영력을 드러내는 여신.

키는 4~5미터 정도로 이미 강당을 압도하는 거인이었지만, 압도적인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본 그 어떤 미녀보다도 아름답다.

예전에 디아나 몸에 잠시 있던 아프로디테의 잔상에나 약간 비벼 볼 정도.

신성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그녀에게 기자들은 셔터를 누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망부석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아스가르드에서 이 정도 아름다움이라면…….

“수고했다. 일어나거라.”

은발의 여신이 명하자 발키리가 일제히 일어난다.

그리고 등을 돌려 기자 쪽에게 말하는 발키리.

“발키리의 수장, 프레이야 님이시다. 예를 갖추어라.”

“미의 여신 프레이야…….”

“와…….”

“신의 초월적인 외모에도 우열이 나뉘는구나…….”

프레이야라는 이름에 감탄을 터뜨리는 사람들.

확실히 미의 여신이라고 단언할 만한 외모다.

인간보다 3배는 큰데도 그 아름다움에 그저 압도당했으니까.

나도 S급에 오르기 전이었다면 그저 바로 뿅 갔을 거 같았다.

“어머…… 벌써 와 계셨군요.”

프레이야가 좌중을 둘러보더니 내가 은신해 있는 허공을 향해 시선을 멈췄다.

그러더니 사르르 눈웃음을 짓는다.

와…… 무표정할 때도 아름다웠는데, 웃으니 더 장난 아니네.

S급 올랐는데도 마음이 스르르 무장 해제당할 뻔했다.

이자율 깎아 주는 대신, 프레이야 이야기를 했던 로키의 제안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때 눈 딱 감고 제안을 받아들일 걸 그랬나?

으으…….

아니야. 거인이잖아.

“이리로 오시지요. 김지호 님.”

그녀가 손을 뻗어 자신의 옆을 가리킨다.

뭐…… 이미 알아챈 거, 은신을 풀고 그녀의 옆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나를 향해 플래시를 터뜨리는 기자들.

미의 여신 프레이야 때와는 달리 신속한 반응이다.

내가 프레이야의 옆에 서자, 그녀의 몸이 잠시 빛나더니 점점 작아진다.

인간처럼 작아지니까 더 미모가 빛이 나는 프레이야.

거인일 때는 그래도 크기 때문에라도 좀 위화감이 있었는데, 인간형은 와…….

로키가 이자율 제안했을 때 프레이야를 보여 줬으면, 진짜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발표에 프레이야 님이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지호 님을 뵙고 싶어서 직접 왔지요.”

내 옆에 다가와서 눈웃음을 짓는 프레이야.

미의 여신의 미소를 정면에서 받으니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그 정도면 됐소. 프레이야.”

세상이 새하얗게 물든다.

천장에서 새하얀빛이 쏟아지며, 하얀 깃털이 몇몇 개 떨어진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듯, 내 옆에 새하얀빛이 집중된다.

화아아아.

백색 빛의 날개가 단상 위에서 펼쳐진다.

그 외양, 눈에 익다.

“미카엘. 당신이 올 줄은 몰랐군요.”

“후후. 나도 당신이 올 줄은 몰랐소.”

아버지의 모습을 한 대신 미카엘.

다만 얼굴도 영력이 담긴 빛으로 이루어져서, 나나 프레이야 정도가 아니면 그 윤곽을 알아볼 수 없었다.

다들 신성한 빛에 감탄사만을 연발할 뿐이었다.

“대천사장 미카엘!”

“오늘 신들이 강림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런 대신들이 올 줄이야.”

“빨리 찍자. 찍어!”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

두 대신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을 바라보았다.

“김지호. 오랜만이군.”

나에게 살짝 목례를 한 미카엘.

지금은 아바타인 아버지의 육신으로 왔지만, 조종하는 건 미카엘이구나.

나는 미카엘과 프레이야 가운데 있는 상태가 되었다.

“나 미카엘, 근래 벌어진 제우스의 번개에 관련하여 고한다.”

“이는 우리 아스가르드, 그리고 기독교 진영, 영혼신 김지호의 조사를 통해 알아냈음을 밝힌다.”

두 대신이 엄숙한 표정으로 제우스의 번개에 관련된 사항을 발표한다.

김지호를 언급할 때마다 기자들의 시선이 다 나를 훑어보았으나, 일단은 두 대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제우스의 번개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

두 대신의 이야기는 내가 아는 것과 대동소이했다.

애초에 정보 제공자가 아테나니까.

내가 아는 내용을 쭉 열거하는 두 대신.

물론 기자들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니,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 아마 이 장면, 생방송으로도 나가겠지?

그렇게 제우스의 번개에 대해 말한지 어느덧 이십 분 정도가 흘렀을까.

대략적인 정보 전달을 끝낸 두 대신이 말한다.

“제우스의 번개는 인류에게 큰 위협. 우리 신계 연합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최선의 대처를 해 나갈 것이다.”

“제우스의 번개에 대해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영혼신 김지호에게 감사를 표하며, 우리 아스가르드를 비롯한 신계 연합은 그의 행보를 적극 지지한다.”

“우리도 역시, 인간이면서 S급에 오른 영혼신 김지호를 지지한다.”

오오? 그냥 이름을 올려 주는 데에 그치는 줄 알았더니 의외다.

내가 둘을 번갈아 보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두 대신.

[사도를 받으면 영혼 중개 효율이 오른다고 들었다. 신계 연합에서 확실하게 밀어 주지.]

[지호 님~ 저희가 든든하게 서포트 할 테니 영혼 중개 좀 부탁드려요~]

두 대신에게서 비밀리에 음성이 들려온다.

특히 프레이야는 발표 때의 엄숙한 음성은 어디 가고 애교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였다.

그러며 윙크를 보내는데…….

와. 진짜 미의 여신이구나.

부동심을 유지하기가 빡세네.

어쨌든, 두 신계의 이름난 대신이 작정하고 나를 밀어 준다.

그들의 발언에 좌중의 모든 시선이 나를 향한다.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던 C급 헌터 사도화가 잘 풀리겠군.

나를 향해 모인 카메라와 사람들의 시선. 뭔가 한마디 해야 할 분위기다.

여기서 내 존재감을 한 번 더 드러내면 사도 모집은 금방 끝낼 수 있겠네.

나는 단상에서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입을 열려는 찰나…….

세상이 붉게 물든다.

이거…… 위험감지잖아!?

업그레이드된 위험감지가 공격을 파악한다.

공격 방향은 하늘 위.

범위는…… 강당 전체!

“소울 배리어.”

소울 배리어가 강당 전체를 뒤덮도록 넓게 펼친다.

단상과 기자단이 있는 강당까지 모두 포괄하는 금빛의 배리어.

쾅!

소울 배리어가 크게 흔들린다.

하나 찢기지는 않은 채 그대로 공격을 튕겨 냈다.

위를 바라보자, 검은색의 벼락이 소울 배리어를 강타하다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이를 본 두 대신의 표정이 굳었다.

“심상치 않은 힘이군. 제우스의 것인가?”

“배리어를 잠시 해제해 다오. 사람들을 대피시키겠다.”

미카엘의 말에 소울 배리어를 해제했다.

그러자 사람들에게 손을 뻗는 미카엘. 빛으로 이루어진 손이 점차 커져 강당의 사람들을 감싼다.

“물러나라.”

그러자 모두 사라지는 사람들.

타이밍 좋게,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 검은색 번개가 내리친다.

지지지직…….

번개가 내리친 자리에서 흑빛 뇌전이 뭉쳐 하나의 형체를 이룬다.

그 모습, 인간과 닮았다.

그 숫자는 총 다섯.

“누구냐!”

발키리 하나가 노호를 지르며 검을 뽑았다.

그러자 검은 번개 형상의 인간, 뇌인이 팔을 뻗는다.

“크으으으!”

이상한 괴성을 내지르자, 흑색 번개가 뿜어 나오며 발키리를 강타한다.

지지지지지직.

발키리가 검을 들어 막으려 했지만,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발키리.

강력한 위력이다.

“발키리를 한 번에 소멸시키다니…….”

“적어도 A급, 아니 그 이상이겠군.”

“발키리들이여. 물러나라.”

상대가 되지 않음을 파악하고 발키리를 후퇴시킨 프레이야.

그러며 미카엘과 프레이야가 전투를 준비한다.

나도 오른손에 영검을 쥐고, 소울 배리어를 다시 발동한다.

“크으으으!”

일제히 달려드는 다섯 뇌인.

한데 모두 프레이야만을 노리고 있었다.

“불가침 조약이 있는데……?”

자신을 향해 덤벼오는 다섯 뇌인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프레이야.

그러게.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는 아직 동맹 서약 유지중인데.

여기서 프레이야를 공격하다니?

흠. 왜 프레이야를 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면 쉽지.

날아오는 적의 옆을 친다.

치지지지직.

맨 오른쪽에 있는 뇌인의 몸을 벤다.

몸을 베기 전, 금색과 흑색이 뒤섞인 배리어가 잠시 나타났다.

이거…… 소울 배리어 와 흡사한 느낌인데?

하지만 원조보다는 약하다.

영검이 그대로 배리어와 몸을 통째로 반토막 낸다.

“크아아악……!”

번개를 베는데, 살을 베는 느낌.

검은 전기가 서서히 사라지며 형체가 드러나고 있었다.

음. 일단 나머지 넷도 제압하고 보자.

“용의 힘.”

바로 다음 적을 베고, 멀리 있는 적에게 용의 힘을 사용한다.

영기발출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용의 힘.

적의 배리어가 잠시 발동하나 싶더니, 몸이 그대로 타오른다.

“크르르르!”

동료가 다 쓰러지자 적이 나를 돌아보더니 이쪽으로 달려든다.

인간의 형체에서 변하여, 한 줄기 번개가 되어 날아오는 적.

어마어마한 속도다.

그 움직임, 며칠 전이었으면 눈에 익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 아수라도에서의 사투 덕일까.

이제는 파악이 가능했다.

휙.

“가라.”

가볍게 번개 두 줄기를 피한 후, 촉수를 뻗는다.

영기발출로 인해 새하얗게 물든 촉수가 순식간에 뻗어 나와 번개를 푹 찌른다.

그러자 대번에 소멸하는 검은 번개.

이제 남은 건 하나밖에 없었다.

지지지지직.

내가 피했던 번개가 유도탄처럼 다시 되돌아온다.

그 공격, 영검으로 가볍게 두 동강 낸다.

뇌전이 반토막 나며 순식간에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쉬운 상대로 보이진 않았는데, 간단히 제압하시네요.”

“적어도 하급신의 경지에 제우스의 특수한 힘도 결합된 것 같은데…… 영혼신의 일격을 버티지 못하는군.”

확실히 아수라도에서의 투쟁이 도움이 되었다.

내 영체의 잠재력을 보다 더 잘 끌어낼 수 있었어.

계속 파견 보내야겠다.

스스스스…….

갈라지고 꿰뚫린 사람 형태의 번개.

그리고는 소멸된 자리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니……?”

“저들은……?”

나타난 것은 영체들.

반토막 나고, 구멍이 뚫린 채 서서히 새하얀 불꽃에 잠겨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을 보자 두 대신은 경악하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들…… 눈에 익군.”

“중소신계의 신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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