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45화>
최초의 SSS급 스킬 (3)
하룻밤 사이에 100번 죽은 내 영체.
그래도 한 50번쯤 될 때부터는 전투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숲속의 적들을 쓰러뜨리고 산을 오른다.
그렇게 잘 가다가, 함정에 빠져서 몇 번이고 즉사한다.
이게 죽으면 그 자리에서 봉인되는 거라, 봉인을 풀면 죽은 시점부터 진행이 되는 거다.
함정에서 기어 올라오면 적들이 위에서 대기 타고 있다가 죽이고, 죽이고…… 이게 계속 반복됐다.
그러다가 한 10번 넘게 죽다 살아나자 적들이 지쳐 도망가고, 또다시 함정에 빠지고…….
하루 동안 별의별 사투를 다 벌였다.
그러면서 꽤 많은 적을 쓰러뜨리다 보니 서열 1974위에 오르게 되었다.
1974위 전에는 서열이 얼마라고 나오지 않았는데, 2000위 안쪽만 카운트해 주는 건가 싶었다.
“제3의 팔이라…….”
천만 SP를 투자해서 얻은 팔, 한번 써 봐야지.
삼두육비 ? 아수라도 스킬을 사용한다.
그러자 저절로 떠오르는 형상.
인간의 팔과 손이 머릿속으로 구현된다.
모양은 오른팔과 흡사하다.
오른손잡이라서 가장 익숙한 오른손 쪽을 먼저 형성한 건가?
[제3의 팔을 형성하시겠습니까? 형성 위치를 지정해 주십시오.]
내가 팔의 활용법을 머릿속에서 떠올리고 있자니,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아. 이거 아수라처럼 한쪽 어깨에 세 개를 붙일 필요는 없나 봐?
그렇다면 굳이 한쪽에 설치할 필요는 없지.
어디에 하는 게 쓸 만할까?
아무데나 된다면 머리 위에 올려 놔도 되고, 가슴에 설치해도 되겠군.
흠…….
왼쪽 오른쪽에 팔 하나씩 있으니, 중앙에도 하나 놔 볼까.
아수라 하는 걸 보니 없앨 수도 있으니깐.
일단 설치를 해 보자.
“가슴 쪽에 형성한다.”
그러자 가슴 쪽에서 붉은빛이 맴돈다.
그러더니 빛을 찢고 쭉 뻗어 나오는 내 팔.
입고 있는 옷의 한가운데는 찢어진 채, 혼자 우뚝 솟았다.
원래 있었던 신체처럼,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근데 기분이 뭔가 이상해.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완전 그로테스크했다.
양쪽 팔은 옷이라도 입고 있지만, 하얀 팔이 덩그러니 가슴에 축 처져 있었다.
힘을 줘 들어 보니 혼자 우뚝 솟는 팔.
움직여 본다.
휙. 휙.
마음 가는 대로 이리저리 잘 움직이긴 하는데…….
아. 보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이상해.
외관상으로 이상한 게 뭔 상관이냐. 잘 싸우는 게 중요하지!
이성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그냥 거부감이 든다.
이거, 형태를 좀 바꿀 수 없나?
가슴에서 축 처진 팔.
화장실에서 그대로 나오니 손이 사타구니 쪽을 자꾸 건드린다.
아, 이거 변태 같은데…….
요놈을 어떻게 변형시킬까 고민하며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세 번째 손으로 리모컨을 쥐어 TV를 켜니, 화면에서 바다 생물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었다.
언제 채널을 이쪽으로 돌렸지?
TV화면엔 오징어가 나오고 있었다.
지나가던 물고기를 촉수 같은 걸로 휙 낚아채더니 그래도 입안에 삼키는 오징어.
바다 바닥에서 위장하고 있다가 갑자기 툭 촉수를 내뻗어 물고기를 집어삼키는 게 인상적이었다.
“흠…… 저런 건 어떨까?”
이 세 번째 팔.
이렇게 덜렁거리는 인간형 팔보다 아예 저렇게 촉수처럼 개량할 수도 있을까?
아예 끝은 뾰족하게 해서 공격용으로 쓰고.
촉수에 영기발출 넣으면 꽤 쓸 만한 공격형 무기가 될 것 같은데…….
평소에는 집어넣었다가 빼고 말이야.
[세 번째 팔을 변형하시겠습니까?]
내가 생각한 구상에 응답하듯, 시스템 메시지가 뜬다.
하지만 다음에 뜬 메시지는 영 반갑지 않았다.
[인간형 신체가 아닙니다. 영체로서의 효율이 크게 감소합니다.]
흠…….
내 기본 근간이 인간이니, 촉수 같은 건 효율이 떨어진다는 건가.
에이. 그럼 됐네. 그냥 흉하지만 이 팔 쓰자…….
그러나 다음 메시지에 눈이 번쩍 떠졌다.
[사용자가 영혼신입니다. 영체 변형의 페널티에서 자유롭습니다. 영체로서의 효율 차이가 미미해집니다.]
오. 이렇다면 얼마든지 변형도 가능하다는 소리?
큰 차이가 없다면 이 덩그러니 놓인 팔을 좀 바꿔 보자.
구상을 시작한다.
평소에 촉수를 드러내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
숨기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탁 튀어나와서 적을 제압하는 거야.
위치는 마음대로 옮길 수 있게 하고.
촉수 길이는 흠…… 어디까지가 적정이지?
삼두육비 ? 아수라도 스킬을 사용한 채 이리저리 조절을 해 본다.
제3의 신체가 생기는 거니 수정에 공을 들이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이렇게 바뀐 몸은 아수라도에 있는 내 영체에도 적용되나?
“아수라 님. 저 여쭤볼 게 있습니다만.”
통신을 연결하자 한쪽 팔이 사라진 아수라가 날 반갑게 맞이한다.
[오. 그래. 안 그래도 자네 영체가 아수라도에서 불사신으로 유명하다네. 신이라 봉인할 수밖에 없는데, 봉인하면 계속 부활한다고. 대체 SP를 얼마나 쓰는 건가?]
“어제 하루 천만이 날아갔네요.”
[허 천만…… 영혼신의 자본, 끝이 없구먼.]
“하하. 투자의 결과 팔 하나가 생기게 되었는데 말이죠. 이거 저한테 생기면, 파견된 영체에도 생기나요?”
[아니, 다시 불러들였다가 새로 파견해야 하네. 파견된 영체, 얼마나 죽었는가?]
“백 번 죽었죠. 한 번당 10만이니.”
[그럼 빨리 불러서 재흡수하는 게 나을 거야. 수없이 죽다 보면 본체에 대한 증오심이 극렬해져서 자네와 분리되려고 할 거야. 그럼 재흡수커녕 자네와 생사대전을 벌이려 할 걸세. 백 번 정도를 기준 삼아 재소환하게.]
파견된 영체가 본체한테 개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군.
이거…… 어제 미친 듯이 죽으면서 내 욕 계속하던데.
부르자마자 싸울지도 모르겠는데?
여기서 소환하면 안 되겠군.
일단 집에서 나왔다.
인기척이 없는 곳을 찾아 쭉 날았다.
그래서 머문 곳은 작은 산 중턱의 공터.
거기서 삼두육비 ? 아수라도 스킬을 다시 사용하여 영체를 소환했다.
[아수라도에 파견된 영체를 소환합니다.]
[소환시 SP가 30만 소모됩니다. 소환하시겠습니까?]
소환에도 SP가 소모되네.
일단 예를 누르니 내 앞에 붉은색의 포탈 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뛰쳐나오는 한 사람.
나다.
“으윽…… 본체……!”
나를 맹렬히 노려보고 있는 ‘나’.
온몸은 넝마가 되어 있으며, 전신이 상처투성이다.
무기는 아수라도에서 구한 철검 정도가 전부.
지금의 나와는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녀석의 죽음을 나도 겪었지만, 나보다 더 고통스러웠겠지.
하루에 백 번을 죽었으니 그럴 만하다.
저 증오. 이해는 한다만…….
“네놈. 죽여 버리겠어……!”
이성을 잃고 나에게 달려드는 김지호.
철검 하나로 그대로 나에게 쇄도한다.
하나 그 공격, 너무 느리다.
일단 영력 차이가 100배.
아수라도에서의 투쟁을 통해 영혼 약탈을 한 거 같다만…… 그래도 나와 그의 차이는 아직 어마어마했다.
“쩝. 미안하다. 다시 흡수되어 평온을 찾아라.”
가슴에서 붉은빛의 촉수가 튀어나온다.
끝이 날카롭게 되어 있는 붉은 촉수.
영기발출을 쓰자 새하얗게 물든다.
“이게 무슨……!”
그대로 쭉 늘어나더니 김지호의 철검을 그대로 두 동강 낸다.
그리고 그의 가슴팍을 꿰뚫는 촉수.
뾰족한 돌기가 그대로 김지호의 몸을 파고 들어가자, 영체가 스르르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저절로 흡수되는 영체.
완전히 사라지기 전, 통한에 차 유언을 내뱉는다.
“크으윽…… 조금만 더 힘이 있었으면…… 헤임달의 귀환을 썼을 텐데…….”
그러더니 완전히 흡수되는 김지호.
그 말을 듣자 등골이 오싹했다.
이 자식, 헤임달의 귀환을 써서 도망쳤으면 아주 골치가 아팠겠는데?
다음에는 그냥 문답무용으로 제압하던가, 헤임달의 귀환을 쓰지 못하게 막아 놔야겠다.
그의 영체가 스르르 내 몸에 들어오자 그의 기억이 나와 합쳐진다.
어제 꿈에서 보았던 것보다도 더욱 처절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들.
그리고 일대일, 일대다의 싸움을 거치면서 숙련되고 발전되기 시작한 전투 센스 등.
그 모든 게 나에게로 완전히 흡수된다.
꿈속에서 얻는 것과는 확실히 양과 질에서 차이가 있네.
내 스스로에 대한 증오까지도.
한 번, 한 번 죽을 때마다 나에 대한 증오를 되새기고.
힘의 차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언젠가 꼭 복수하겠다는 일념을 품는다.
이 마음을 하나하나 다 인지하니 나의 분신에게 좀 미안하긴 했다.
하지만…….
“삼두육비 ? 아수라도.”
파견은 계속된다.
아수라도 서열 44위에 오르기 전까지.
제우스 놈이 언제 어디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분신에 대한 연민으로 일을 그르칠 수는 없지.
이번에는 촉수 하나도 장착시켜 줬으니까 더 잘 싸울 수 있을 거야.
이번에 만든 촉수.
두께는 손가락만하고, 길이는 10미터까지 뻗을 수 있다.
나의 신체에 쓰는 거라 영기발출의 효율도 좋고, 여차하면 영검을 촉수에 묶어 공격할 수도 있지.
촉수 길이는 더 늘릴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은 영체 효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일단 이 정도에서 만족했다.
자, 이번에 파견할 영체는 촉수도 있으니 더 잘 싸우겠지?
“잘 부탁한다.”
영체의 1%만 떼서 또다시 파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틀어 놓은 TV에서는 어제 나와 아수라의 만남을 가지고 온갖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정말 이 사람이 신인가? 아닌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중이었다.
[진짜 신인가?]
[C급 헌터들 난리 났다던데. 저 사람 신이라고 대현 길드에서 보증했대.]
[와……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는 거야?]
[아수라랑 엄청 친근해 보이는데.]
[팔까지 떼어 주잖아.]
[근데 신 치고는 외모가 좀…… 아수라도 인간형 보니까 완전 존잘이던데.]
[맞아. S급이 신이라며. 그 아래 등급인 A급 아니야?]
하. 요즘 언론에서 얼굴 까고 나온 신들이 다 한 인물 해서 그런가.
자꾸 외모 비하 댓글이 보였다.
자식들. 지들은 얼마나 잘 생겼다고.
오히려 이 외모가 한낱 인간에서 신으로 오른 증명임을 모르나?
오늘도 아스가르드와 천국 쪽에서의 발표는 없을 것 같아, 또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10시간의 수면 동안, 사망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시 파견된 영체는 처음부터 스타트를 끊었지만, 처음 때와는 달리 싸움에 아주 능했다.
일대일, 일대다 싸움에 촉수를 잘 활용하면서 이겨 내던 영체.
숲을 지나 산에 갔을 때는 죽기 시작했지만, 어제보다는 확연히 죽는 횟수가 줄어 있었다.
전투 경험이 쌓인 게 주효했지만, 여기에는 촉수의 도움 또한 매우 컸다.
“30번인가…….”
2000위 안쪽까지 다시 순위가 오를 때까지 죽은 횟수.
어제보다 확 줄은 수치였다.
다시 재소환할까 했지만, 아수라가 100번 정도를 기점으로 잡으라고 충고했으니 일단 그에 따라 보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휙!
어깨에서 뻗은 촉수가 가볍게 핸드폰을 휘감는다.
그러더니 내 쪽으로 다시 돌아오는 촉수.
“이거 쓸 만하네.”
파견된 분신이 촉수를 쏠쏠하게 써먹으며 그 경험을 같이 얻었다.
평소에도 많이 쓰면서 얼른 몸에 익혀 놔야겠어.
[지호 님. 이제 아스가르드와 천국에서 발표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두 곳에서 지호님께도 참여를 부탁하셨습니다만……,]
자는 도중, 강시아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리고 그거보다 좀 전에 또 와 있는 메시지.
[내일 우리와 아스가르드에서 공동으로 제우스의 번개에 대해 발표를 할 것이다. 너도 같이 참여하면 세상에 네 존재감을 널리 각인시킬 수 있을 거야.]
[내일 발표하기로 했어. 네가 직접 참여하면 C급 헌터들도 너에 대해 확신을 가질 거야.]
아. 나보고 오늘 참여하라는 메시지였구나?
아수라도에서 하도 격렬하게 싸우는 걸 보고 겪느라, 메시지가 온 줄도 몰랐군.
로키에게서 메시지가 몇 개 더 와 있었다.
[야. 뭐 하는데 왜 답변이 없어. 우리가 특별히 널 생각해서 서울 헌터본부에서 발표하기로 했는데. 오늘 데뷔 안 할 거냐?]
[시간 얼마 안 남았다. 답 안하면 그냥 진행한다.]
[야. 진짜 1시간밖에 안 남았어.]
자식, 뭐 이렇게 도배를 하고 있어.
그에게 답문을 보낸다.
[알겠다. 간다.]
[그래. 이제 20분 남았다.]
시계를 보니 9시 40분. 10시부터 발표 시작이구나.
나는 누운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