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창 2개 - 142화>
아테나의 접촉 (2)
내 아바타라니…….
엘프리안에게 맡긴 아바타, 그게 사라진 건가?
황급히 엘프리안에게 연락해 보았다.
“엘프리안 님. 살아 계십니까?”
통신을 연결하자 바로 답이 오는 엘프리안.
통신 화면 속의 그녀는 멀쩡해 보였다.
[네? 네…… 당연히 살아 있죠.]
아.
급한 마음에 뜬금없이 말했네.
“혹시 올림푸스에 붙잡히거나 하진 않으셨어요?”
[네. 지금까지는 이쪽에 관심이 없는 거 같아요.]
“아. 예. 아바타도 혹시 멀쩡한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네 잠시만요…….]
옆으로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하는 엘프리안.
잠시 기다리니 그녀가 답했다.
[멀쩡한데요? 은신처에 그대로 있습니다.]
“네. 알겠어요.”
[근데 무슨 일로 그러시죠?]
“이게…….”
아테나가 아바타의 행방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하니, 엘프리안이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혹시 예전에 오딘에게 잡혔을 때 아바타 아닌가요?]
“아……!”
[혹시 그 후에 오딘에게 못 받으셨나요?]
그래.
오딘에게 잡혔을 때 아바타 교환으로 튀었었지.
원래는 아바타 교환으로 튀면, 예전 아바타에 영체의 일부가 담겨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불완전한 S등급.
그 후 진정한 S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영체가 완전히 탈바꿈했었지.
그 후에는 뭐 제우스가 자꾸 빵빵 터뜨리는 바람에 관심이 사라졌었는데…….
“그러고 보니 못 받았네요.”
[영혼신의 아바타라면 연구 가치가 충분할 텐데요. 한번 물어보세요.]
“그래야겠습니다.”
로키와 통신을 연결한다.
[어. 무슨 일이야?]
“내 아바타, 어디 있냐?”
[네 아바타?]
“어. 너희가 잡아 뒀었던 거.”
[아하. 그땐 나도 오딘에게 쫓기는 입장이어서 몰랐지. 내가 물어볼게. 바로 통신하마.]
그러더니 잠시 끊겼다가 연결되는 통신.
[오딘이 없다는데?]
“진짜 없는 거 맞아?”
[어. 아마 제우스의 지배를 받을 때, 네 아바타를 넘겨준 거 같다고…… 그 기억은 안 난다네.]
나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로키.
아이고, 이놈의 오딘.
도움이 안 돼요.
“에휴. 알겠다. 아테나가 이상한 제안을 해서.”
[아테나가?]
이 녀석, 사기의 신이었지.
그에게 한번 의견을 들어 봐야겠군.
아이기스의 방패를 통해 메시지를 받았다고 이야기하자, 로키가 말했다.
[흠. 아테나가 막 속임수 쓰고 그러는 스타일은 아니지. 그녀가 왜 제우스의 적인 너에게 그런 제안을 했는지 궁금하네.]
“아테나는 제우스 딸 아니야?”
[그치. 제우스가 가장 총애하는 딸이지. 그녀도 제우스의 말을 잘 따르는 효녀로 알고 있는데. 이상하군…… 뭐, 마법총서 스킬? A등급 스킬이라고 했지?]
“어.”
[한번 보지 그래? 그거 가지고 너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을 거야. 그쪽 정보가 너무 없으니, 거짓 정보든 진짜 정보든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해. 영 마음에 걸리면 소울 배리어 쓰고 봐봐.]
“그래?”
[응. 근데 아바타 찾으러 어디론가로 오라고 할 땐, 조심해야겠지.]
“알겠어. 한번 메시지를 봐야겠다.”
로키의 조언에 따라 소울 배리어를 발현한 후 마법총서를 사용했다.
용언이 아니라 마법을 사용하면 되는 마법총서.
무슨 마법을 쓸까 하다가 후끈해진 방의 온도를 내리기로 했다.
“콜드.”
용언이 아니라 예전에 마법을 쓰던 감각 그대로 마법을 발현한다.
그러자 방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내 눈앞에 네모난 창이 떴다.
초록색 칠판같이 생긴 창이었다.
[제 제안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하얀 글자가 저절로 생성된다.
흠. 내가 말을 걸 수단은 없나?
그리 생각하니 칠판같이 생긴 창 아래 펜과 새하얀 네모칸이 생겨났다.
여기에 쓰면 되는 건가?
펜으로 글씨를 쓴다.
[전할 메시지가 뭐죠?]
[이번에 생겨난 제우스의 번개에 대해서입니다.]
제우스의 번개.
그것은 예전에 아스트라페가 지구 전역을 뇌전으로 뒤덮은 것의 마이너 버전이라고 했다.
내 추측과 동일하군.
[제우스의 번개에 있는 던전은 만신전의 조각과 연결됩니다. 이번에는 11개를 클리어하지 못하셨죠?]
[네.]
[그럼 그 도시의 던전이 강화됩니다. 만신전의 대리석상 중 강한 이들이 출현하죠. 계속 강화된다면, 인간의 헌터들은 이를 감당하기 힘들 겁니다.]
그녀는 그러며 몇 가지의 사실을 더 알려 주었다.
1. 제우스의 번개는 일주일마다 똑같은 자리에 생성된다.
2. 제우스의 번개는 24시간 후 발동된다.
3. 제우스의 번개가 발동할 경우, 던전이 강화되며 그 지역의 사람들은 뇌령화가 진행된다.
4. 제우스의 번개를 철거하더라도, 던전의 문이 서서히 늘어날 것이고, 던전 수준도 강화될 것이다.
5. 제우스의 던전을 클리어하려고 들어갔다가 죽은 각성자들은 뇌령화가 급격히 진행된다.
그녀가 전해 주는 항목을 핸드폰으로 찍는다.
그리고 항목을 하나하나 읽어 본다.
뭐 어떻게 해도 제우스가 서서히 좋아지는 구조네.
아직은 힘이 부족해서 던전 수준이 낮지만, 서서히 올라간다는 말이구나.
이거 생길 때마다 빨리빨리 없애 버려야겠어.
[나중에 더 정보를 알게 되면 마법총서를 통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걸 저한테 왜 알려 주죠? 당신은 그의 딸이잖아요]
[제우스는…… 궁극적으로 올림푸스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맹약 때문에 그 의도를 숨기고 있을 뿐이지요.]
제우스는 올림푸스도 필요 없다고?
뜻밖의 사실이다.
왜 그러지?
하나 그녀는 자세한 이유는 알려 주지 않았다.
[너무 오래 메시지를 보내면 그에게 발각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쓰지요. 당신의 아바타는 아스가르드의 무지개 다리, 비프로스트의 왼쪽 네 번째 석상에 은폐되어 있습니다.]
[아스가르드에 있다고요?]
[네. 제우스가 일이 다 끝나고 저에게 오딘 조종 권한을 잠시 넘겼을 때, 제가 그쪽에 숨겨 두었습니다. 아스가르드의 도움을 받으면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오딘은 아테나한테도 조종을 당한 건가?
제우스는 거액의 SP를 땡겨 받은 후 그거 사용하느라 잠시 조종 권한을 넘겼나 보군.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잘 대비하시길…….]
이 문장을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초록색 창.
이렇게 일방적으로 정보만 주고 사라지다니.
좋은데?
물론 이 정보가 진짜인지는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바로 로키에게 통신을 보내 아테나에게 받은 정보를 말한다.
그러자 표정을 굳히는 로키.
[제우스의 번개…… 점차 업그레이드된다, 이거지? 지금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차후에 골치가 아파지겠어.]
“응. 물론 그녀의 말을 완전히 신용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그야 검증이 필요하겠지. 일단…… 비프로스트의 왼쪽 네 번째 석상에 네 아바타가 은폐되어 있다고? 당장 가서 확인해 볼게. 내가 또 그런 건 잘 찾지.]
탐색은 자신에게 맡기라는 로키.
그가 검색하고 있을 동안, 아버지에게 연락을 해 이 사실을 알렸다.
[아테나가 그 사실을 알려 줬다고?]
“네. 신계연합에서도 정보 공유를 해야 할 것 같아서요.”
[흠. 이 사실, 아테나가 알려 줬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왜요?”
[만약 아테나가 정말로 우리를 도와주는 거면, 정보 제공자가 그녀임이 드러나면 안 되지 않느냐?]
흠. 그러네.
적 내부의 간자가 될 수도 있는데, 미리 떠벌릴 필요는 없다, 이거지.
[우리 쪽에서 사실을 한번 검증하고 세상에 알리면 되겠지. 로키도 안다고 했으니, 아스가르드와 연계해서 알려야겠어.]
아테나의 정체에 대해 말하지 않아야 하는 건 동감인데.
이거 아스가르드랑 천국 쪽에서만 알리면, 내가 얻는 게 너무 없잖아?
두 신계가 연합해서 이 사실을 공표하면 세상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이미지로 각인될 거 같은데…….
나도 가세해야겠어.
“아버지. 저도 껴 주세요, 그럼.”
[너도? 넌 신계가 없지 않느냐.]
“이제 사도 좀 받으려고요. 사도를 추가해야 영혼 중개 효율도 오르니 아버지 쪽도 좋을 거예요.”
내가 인간에서 신이 된 케이스임을 알리며 사도를 받을 거라고 말하니 떨떠름해 하는 아버지.
[거 참…… 아들이 신임을 같이 홍보하다니…… 신자로서 신성 모독인데…….]
“아니, 뭐 대천사들도 SSS급이구먼. 그냥 천사급 하나 홍보 같이 껴서 한다고 생각해요. 영혼 중개 효율 오르면 그쪽도 이득이라니까요?”
[알겠다. 알겠어. 미카엘 님께서 그렇게 추진하실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와 합의를 보고 통신을 끊었다.
끊자마자 로키에게서 오는 통신.
[야. 찾았어.]
“오. 벌써?”
[진짜 잘도 숨겨 놨더라. 네 번째 석상이라고 특정 짓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야. 아테나의 말, 이건 사실이네.]
“그럼 빨리 돌려줘라.”
[알겠어. 네 몸 들고 가마. 그 집으로 가면 되지?]
그렇다고 하자 통신을 끊고 뿅 하고 나타나는 로키.
거실에서 내 몸을 안고 등장했다.
그가 들고 있는 내 아바타의 모습은 처참했다.
팔다리도 한쪽씩 사라져 있고, 얼굴도 성치 않았다.
피부도 새카맣게 탄 채 여기저기 뜯겨 있고, 머리털은 싹 다 타 버린 상태.
영체가 나의 것임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이게 나인지도 몰라볼 뻔했다.
“야. 너네 내 팔 뜯어간 건 아니지? 연구용으로.”
“아냐. 바로 들고 온 거야. 내가 미쳤다고 채권자의 아바타를 손상시키겠어?”
맹세라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로키.
육체는 손상되었지만 여기에 담긴 영체 양은 비슷하니, 뭐 진실인 듯싶다.
어차피 연구용으로는 영체가 중요하니깐.
“참. 제우스 놈한테 잡히면 이런 꼴을 당하는 건가?”
“겨우 이거로? 어차피 우리는 육신의 통증, 안 느끼겠다고 마음먹으면 느끼지도 않아. 이건 그냥 가볍게 지져 보고 아바타 교환으로 튀었구나 알아본 것뿐이야. 실제로 고문했으면 엄청날걸?”
하긴 신에게 손상을 주려면 영체를 건드려야지.
제우스는 오딘의 육체로 한번 지져 보고, 이놈 튀었다 싶으니까 5조 SP 들고 자신의 육체로 되돌아왔나 보다.
“이 아바타, 다시 쓸 수 있나?”
“회복시키면 될걸? 어차피 육체만 손상된 건데. 회복시키고 어디 은신처에 놔둬.”
“영체가 업그레이드해서 이 아바타가 날 대변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
“그건 네가 조절하면 될 거야. 보기 흉하니까 육체를 일단 회복시키고 한번 조절해 봐.”
“그래. 땡큐.”
“아…… 그래서 이렇게 아바타도 찾아줬는데 말인데.”
“이자는 안 깎아 준다.”
“아이. 뭐. 우리 잘못인데 이런 거 가지고 이자를 깎아달라고 하겠어? 그거 말고, 아테나가 안 사실 있잖아. 그거 우리 쪽에서 정보를 검토하고 공표하면 안 될까?”
아버지랑 똑같은 생각을 하네.
“아스가르드 이미지가 아직 회복이 안 돼서 말이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먼저 공표하면 좀 이미지 쇄신을 하지 않을까 싶어.”
“이미 아버지, 미카엘한테 이야기했는데.”
“엑. 야. 그걸 막 말하면 어떻게 해? 아테나가 트로이의 목마 역할을 할 수도 있는데 정체를 들키게 해선 안 되지.”
“똑같은 이야기를 하네. 아버지가 그래서 너한테 연락한다고 한다. 두 신계의 공적인 거로 하자고.”
“에이. 진작 말할걸.”
안타까워하는 로키.
“거기에 나도 낄 거야.”
“너도? 하긴, 너도 이제 신이지. 얼마나 받게?”
“1000명.”
“적네?”
신도는 못 받고 사도만 가능하다고 하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로키.
“영혼신, 안 그래도 사긴데 신도까지 받으면 너무 도의가 없는 거지. 알겠어. 네 이름까지 공표하면 되는 거지?”
“어. 영혼 중개 효율도 오르거든. 잘 부탁하마.”
“아. 그럼 나 아바타도 배달했겠다, 영혼 중개 좀 껴 주면 안 되냐?”
아스가르드를 한 번 싹 정리했었지.
흠. 로키는 아스가르드와의 창구도 되겠다, 한 번 껴 줘도 될 법 싶어.
그래도 공짜는 좀 아쉽지.
“대가가 필요한데…….”
“내가 아스가르드 외교 담당이야. 신계연합 데뷔할 때 적극적으로 밀어 줄게.”
“에헤이. 그건 당연히 해야지. S급 이상 전투 스킬 없어?”
아수라한테도 받겠지만, 스킬은 있을수록 좋지.
그러자 로키가 바로 대답한다.
“있긴 한데, 지금은 빚이 많아서 스킬 양도가 안 돼. SP 모이면 바로 전투 스킬 줄게. 진짜. 한 달만 기다려 줘.”
“스킬을 양도하기 위해서 SP가 필요했나?”
“당연히 필요하지. 그냥 막 나눠 주면 모든 신이 다 스킬 넘치겠다. 다들 그만한 대가를 치르고 주는 거라고.”
계속해서 한 달을 강조하는 로키.
한 달 뒤에는 진짜 주겠다고 굳게 약속한다.
서약까지 맺겠다고 하니, 일단 자리 하나 내주기로 했다.
“알겠어. 일단 한 자리 넣을게.”
“오케이. 좋았어.”
영혼 중개에 로키를 추가하자 그가 물어본다.
“근데 사도 받으면 효율이 얼마나 오르는 거야?”
“C등급 이상만 받으려고. 한 명당 1%.”
“와. 그럼 천 명이면 1000%? 빨리 제우스의 번개 조사하고 공동 발표해야겠다. 야.”
10배 효율을 보인다니까 자기가 더 흥분하는 로키.
눈이 돌아간 채 당장 조사에 착수하겠다며 돌아갔다.
그리고 녀석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시아에게서 사도 메시지가 왔다.
[지호 님. 이제 헌터넷에 발표를 하려고 합니다. 시작해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