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40화 (140/240)

<내 상태창 2개 - 140화>

올림푸스의 던전 (2)

영체화 상태로 건물 밖을 나선다.

허공에 둥둥 뜬 셋, 나와 디아나 그리고 드라키나다.

시청 쪽 방향은 찾을 필요도 없었다.

강력한 뇌전의 기운이 느껴졌으니까.

“셋 모두, 저 번개 기운 근처로 이동하자.”

신의 의지를 발현한 채 그리 말했다.

그러자 우리 셋의 몸이 단번에 공간을 이동하여, 시청 근처에 도달했다.

“와. 이런 게 신언인가……? 용언보다 좋네.”

감탄하는 드라키나.

디아나는 전신 무장을 한 채, 활을 들었다.

그러면서 주위를 살핀다.

“인간들이 대피했다고 하더니, 모두가 대피한 건 아니군요. 저건 헬기…… 인가요?”

디아나가 가리키는 하늘.

방송국 헬기 여러 대가 하늘에 떠 번개를 촬영하고 있었다.

“이 동네는 신기한 물건도 많네.”

“흠, 일단 은폐한다.”

스르르 모습이 사라지는 우리 셋.

몸이 완전히 투명하게 변한다.

이러면 카메라에 보이지 않겠지.

그걸 보고 드라키나가 의아한 듯이 물어본다.

“세상에 김지호 신을 알린다며? 굳이 숨길 필요 있어?”

“일단은 정보 수집 겸 온 거니까. 여기서 신이라고 공표할 것도 아니고. 괜히 가십거리만 될 거야. 헌터넷을 통해 차근차근 알려지는 게 나아.”

거기에 여차하면 튀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굳이 그런 꼴불견을 찍을 필요는 없잖아?

투명 상태로 서서히 접근한다.

서울 시청 앞 광장에 그대로 떨어지는 번개.

어마어마한 크기다.

근데 위세는 어마어마하지만, 딱히 피해는 없었다.

인명 피해뿐만이 아니라, 광장 자체도 하나 흐트러진 것 없이 그대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 모습.

흠. 분명 뇌전의 기운은 느껴지는데 말이지…….

“저거 아무 영향도 안 주는 거 같은데?”

“드라키나 님 말씀이 맞아요. 강력한 뇌전의 기운은 느껴지지만, 이 세계와는 괴리되어 있어요.”

“그건 그렇고 엄청난 기운이네…… 이게 세계 여러 도시에 떨어졌다고? 뭐 하려는 거지?”

드라키나는 살금살금 다가가 번개를 살펴보았다.

“이렇게 봐서는 전혀 모르겠는데…….”

천천히 거리를 좁혀 본다.

가까이서 보니 번개라기보다는 빛의 기둥 같은 느낌.

규모가 수십 명이 들어설 수 있을 만큼 크다.

이렇게만 보면 위험해 보이진 않는다만……

제우스 놈이 허튼 짓을 할리는 없지.

“너흰 여기서 잠깐 대기해. 소울 배리어.”

소울 배리어를 치고 다가간다.

여차하면 아바타 교환도 쓸 생각으로 긴장을 유지하며.

손만 뻗으면 전격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

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

가까이 갔다고 감전되는 것도 아니고, 온도가 달라진 것도 아니고.

대체 뭐지, 이건?

[김지호 님. 다른 나라 뉴스에서 나왔는데, 그 전기 속에 문 형태의 형상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강시아에게서 온 메시지.

문?

“문처럼 보이는 게 있어?”

“어…… 아, 저기 생기고 있어요!”

디아나가 손가락으로 땅바닥 쪽을 가리켰다.

땅에 닿는 곳에서 생긴 문.

노란 전격과 땅이 닿는 곳에, 흰빛의 문이 생겨 있었다.

[문에 대해 또 다른 소식 있으면 알려 줘.]

[네. 알겠습니다.]

강시아에게 그렇게 지시하고 땅으로 착지했다.

꽤 커다란 크기의 문.

노란 번개 속에 있으니 더 눈에 잘 띈다.

영검을 꺼내고 소울 배리어를 유지한 채로 문에 서서히 다가갔다.

전투태세를 갖추고 가만히 지켜봤다.

미동도 없는 문.

몇 분의 시간이 흘렀지만,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하늘에서 이를 지켜보던 디아나와 드라키나가 땅으로 착지한다.

“지호 님. 한 번 정령을 보내 볼까요?”

“그래. 좋은 생각이야.”

“실라임.”

초록빛의 바람의 정령이 허공에서 생성된다.

디아나의 부탁에 따라 문을 향해 다가가는 실라임.

문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 자세 그대로 멈추었다.

그러더니 디아나를 바라보는 실라임.

그녀에게 보고를 하는 것 같았다.

“어…… 정말? 그래. 돌아와, 실라임.”

보고를 다 듣더니 다시 실라임을 역소환하는 디아나.

그녀는 나에게 당혹스런 어조로 말했다.

“실라임이 들어가려고 하니까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고 해요. 올림푸스의 던전, ‘만신전의 파편’ 출입구라고. 그러면서 C등급 이상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저게 던전이라고?”

저 번개 속의 문이 던전이라니…….

경계를 늦추지 않고 문에 다가가 이를 살짝 만져 보았다.

그러자 뜨는 메시지.

[올림푸스의 던전, ‘만신전의 파편’ 출입구입니다.]

[‘불완전한 창조주’ 제우스가 생성한 던전입니다. 완전한 창조가 불가능한 제우스가 기존의 던전과 만신전을 혼합하여 만들었습니다.]

만신전은 기억이 난다.

분명, 예전에 스킬 받으러 갔을 때 갔던 곳이었지.

질서 진영의, 올림푸스 출신의 석상이 즐비했던 곳.

그곳의 파편이라…….

[던전 클리어 시, ‘제우스의 번개’가 해제됩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던전을 클리어하면 이 번개가 사라진다고?

뭔가 수상쩍긴 하지만, 시스템 메시지가 알려 준 만큼 속임수는 아닐 테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문을 바라본다.

위험 감지도 발동하지 않고, 딱히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지호 님. 제가 들어가 볼게요.”

“아니, 내가 들어가 볼게. 둘은 일단 사도의 정원에 돌아가 있어.”

“위험하실 텐데…….”

“아냐. 걱정 마. 그렇게까지 위험해 보이진 않으니까.”

걱정하는 디아나와 별 생각 없는 드라키나를 일단 역소환했다.

그리고 입장하시겠습니까? 라고 물어 온 시스템 창에 예를 누르니, 몸이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야가 새하얗게 밝아지더니, 다시 돌아온다.

바닥은 새하얀 대리석.

주변엔 새하얀 운무가 떠다니고 있었다.

이거, 확실히 아주 예전에 스킬 받으러 왔던 만신전과 풍경이 비슷하다.

그리고 그 자욱한 운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대리석상.

예전에는 잘 만들었네요! 하면서 감탄했는데…….

지금은 그 잘 만든 대리석상이 날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침입자. 발견.”

“척살하여 뇌령으로 만들어라.”

엘프, 드워프, 인간 등 여러 종족의 모습을 본 딴 대리석상.

한 백 개 정도 되는 석상이 일제히 움직이더니 나를 향해 덤벼 온다.

바로 전투네?

“죽여라.”

“여기서 죽으면, 제우스 님의 종이 될 것이다.”

나름 진형을 갖추어 덤벼오는 대리석상.

근데…….

그 움직임, 하품 날 정도로 느리다.

“부서져라.”

딱히 스킬도 쓰지 않고 명령한다.

그러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가루가 돼서 사라지는 대리석상.

단 한마디에 일백 대리석상이 모조리 소멸했다.

“너무 싱거운데?”

이 정도면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디아나나 드라키나도 가볍게 가지고 놀 것 같은데.

아까 시스템 메시지에서 C등급 이상만 출입 가능하다고 했지.

그 정도 레벨인 건가?

그래도 아직 방심해서는 안 되지.

그 교활한 제우스가 무슨 짓을 벌일지는 모르니까.

소울 배리어를 유지한 채, 전진해 보려고 했다.

이런 메시지가 뜨기 전까지는.

[‘만신전의 파편’ 던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제우스의 번개’가 해제됩니다.]

이게 끝이야?

벌써?

빛이 번쩍하더니 내 몸은 서울시청으로 돌아와 있었다.

뭐 이렇게 싱거워?

지지지지직.

내가 나오자 하늘과 계속 연결되어 있던 번개가 급격하게 축소되기 시작했다.

아까는 소리도 안 내더니, 계속 지지지직 거리다가 사라지는 번개.

겨우 이런 정도라니…….

이거 되게 겉으로만 세 보이고, 안은 완전 쭉정이구나?

[서울의 번개가 사라졌습니다. 혹시 지호 님께서 하신 건가요?]

[응. 이 문 따라 들어가 보니까 한 칸짜리 던전이 나오더라고. 움직이는 대리석상 100개 정도랑 싸웠는데, 수준은 C급 정도?]

[저 번개가 던전이라고요? 어…… 이 사실, 헌터협회에 알려도 될까요?]

[어. 그게 좋겠어. 다만 대리석상 수준은 내 예측과 다를 수는 있어. 너무 약했거든.]

[알겠습니다. 그걸 감안해서 보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근처 번개는 어디야? 일단 내가 처리하게.]

[부산입니다.]

[알겠어.]

부산…….

예전에 A급 던전 생겨서 간 기억이 나는군.

“부산으로 가자.”

신언으로 이런 것도 되나 시험해 본다.

그러자 몸이 두둥 뜨더니 알아서 날아가기 시작한다.

남쪽으로 휘휘 날아가는 신체.

말 한마디로 완전 오토네.

승차감이 아주 편하다.

휙휙 지나가는 풍경.

얼마나 날아갔을까.

강시아에게서 메시지가 여럿 뜨고 있었다.

[베이징에 있는 번개는 도교의 하급신이 던전에 진입, 소멸시켰다고 합니다.]

[뉴욕의 던전은 미국 헌터협회의 각성자들에 의해 철거되었습니다.]

[파리의 던전은 발키리 군단의 진입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하는 번개.

다행히 던전 수준이 높진 않은 것 같았다.

한 15개 정도의 던전 철거 보고를 들었을 때쯤.

거대한 번개가 시야에 들어왔다.

여기 부산 번개는 서울과는 느낌이 좀 달랐다.

던전 문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딱 봐도 각성자 같은 사람들.

다른 나라에서 던전 클리어 소식이 들리니 사람들을 모아 온 건가?

근데 안 들어가고 뭐해?

“우리 부산지부 만으로 충분할까?”

“어떤 나라는 헌터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데…….”

“헌터만으로 성공한 경우는 뉴욕이나 런던처럼 강한 헌터지부 있는 도시밖에 없잖아.”

“좀 더 두고 보는 게 낫지 않아? 서울에서 정예를 더 요청하자.”

“그래. 서울에 클리어한 사람 있다며?”

이거 원…….

겁나서 못 들어가고 있었던 거네.

숫자는 열 명 정도.

수준은 다들 C급 헌터다.

저들이 만약 들어갔으면…….

흠. 아마 패배했겠지.

같은 C등급이지만, 10대 100의 싸움일 테니까.

신중한 게 약이 되었네.

땅에 착지해서 투명화를 푼다.

영검을 꺼내고 소울 배리어를 켜 만반의 준비를 한 후, 그들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내가 갑자기 등장하자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

“다…… 당신 누구야?”

“여기는 출입 금지입니다. 물러나세요!”

그 말을 무시하고 걸어가자, 내 어깨를 잡으려는 덩치 큰 남자.

“출입 금지라는 말 못 들었어?”

“멈춰라.”

내 말 한마디에 그대로 딱 굳는다.

동료 한 명이 옴짝달싹 못하자 경계태세를 갖추는 헌터들.

“당신……!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보통 사람이 아니다. 물러서서 경계해!”

고슴도치처럼 잔뜩 독이 오른 사람들.

투명화 괜히 풀었나?

투명화 상태에서는 완전한 전투태세를 갖추기가 애매해서 푼 건데…….

아까 던전은 수준이 낮았지만, 여기는 또 갑자기 강한 애가 튀어나올 수도 있잖아.

“다들 10분만 멈춰 있어요.”

내 말 한마디에 완전히 고정된 사람들.

그들을 뒤로 한 채 노란 번개의 새하얀 문을 열었다.

[올림푸스의 던전, ‘만신전의 파편’ 출입구입니다.]

[던전 클리어 시, ‘제우스의 번개’가 해제됩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예를 누르자 빨려 들어가는 몸.

아까와 완전히 똑같은 풍경이다.

대리석 바닥.

구름 속에 떠다니는 듯한 풍경.

100의 대리석상까지.

“침입자. 발견.”

“척살하여 뇌령으로 만들어라.”

대사까지 똑같다.

“죽어. 그냥. 부서져라.”

날 포위하려고 모여든 대리석상에 가볍게 이야기한다.

그러자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는 대리석상 병사들.

다양한 종족 출신의 병사들이 신의 의지에 저항하지 못하고 가루가 된다.

[‘만신전의 파편’ 던전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제우스의 번개’가 해제됩니다.]

뭐, 간단하네.

던전이 해제되고 밖으로 나왔음에도 아직 딱딱하게 굳어 있는 사람들.

“십 분 아직 안 지났나? 자, 풀려라.”

그리 말하니 다시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

뒤쪽만 바라보고 있다가 몸이 풀리자마자 내 쪽으로 몸을 돌린다.

“아니…… 당신!”

“야. 흥분 가라앉혀! 저…… 누구십니까?”

아까 내 어깨를 잡으려던 덩치가 또 흥분했지만, 다른 일행에 의해 제지되었다.

상식적으로 말 한마디에 C급 헌터 10명을 모두 무력화시켰는데, 덤비면 안 되지.

“서울에서 번개 던전 해체하고 온 신입니다.”

“네……? 시…… 신이요?”

“장난치지 마! 딱 봐도 한국 사람이구먼, 무슨 신이야!”

“나중에 헌터넷에서 찾아봐요. 그럼.”

뭔 말만 하면 흥분하는 덩치를 놔두고 다시 날아오른다.

흠…… 이번에는 어딜 가지?

일단 제우스의 번개는 보이는 족족 해체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던전 수준은 낮지만 굳이 놔둘 필요는 없어.

“가장 가까운 제우스의 번개로 가자.”

그러자 저절로 날아오르는 몸.

신박하네.

몸이 훨훨 날더니 바다를 건너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남쪽이면…… 일본인가?

일단 보이는 족족 해체하지.

[당신, 뭐하는 겁니까?]

[빠가야로!]

일본 가서 바보 소리도 들었지만 해체하고.

쾅! 쾅!

[재래 무기는 소용이 없다. 저걸 빨리 해체해야……! 엇?]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동남아로 보이는 나라의 번개도 해체.

포탄 쏟아지는 곳 사이로도 들어가 유유히 해체하고 나온다.

그렇게 부산, 일본, 필리핀, 베트남 쪽까지 순회를 쭉 도니 하루가 지나 있었다.

그리고 신언에 몸을 맡긴 채 또 어딘가로 날아가는 도중…….

몸이 뚝 멈췄다.

그리고 갑자기 뜬 시스템 메시지.

[24시간 동안 남은 제우스의 번개는 11개입니다.]

[제우스의 번개가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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