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38화 (138/240)

<내 상태창 2개 - 138화>

1차 사도 회의 (2)

헌터 협회 근처의 거대한 빌딩.

강시아가 이끌고 있는 대현 길드 빌딩이다.

“어마어마하네.”

확실히 잘 나가는 길드라 그런가?

강남 중심의 대형 빌딩을 한 길드가 먹고 있다니…….

하긴, 뭐 대현이 원래 대기업이긴 하지.

각층을 보니 대현 길드만 사용하진 않고, 대현 계열사도 일부 사용하던데.

43층에 도착하자 몸 건장한 사내들이 나를 막아섰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내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길을 막는 사내들.

43층 맞는데?

내가 멀뚱히 쳐다보니, 옆에 있는 사내가 내 얼굴을 알아봤는지 얼른 이야기한다.

“아. 이분이 바로 오늘 오실 손님이시다.”

“아, 죄송합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어깨들이 길을 턴다.

그리고 한 사내가 나에게 허리를 굽히면서 깊게 인사했다.

“실례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김지호 님 맞으시죠?”

“예.”

“강시아님께서 회의실로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의 뒤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

백 명이 넘는 인원도 수용할 만한 거대한 회의실.

그 안에는 세 사람만 있었다.

회의실 중앙에 서 있는 강시아.

그 옆에서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이혜주.

그리고 좀 떨어진 자리에서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는 이진성.

내가 들어서자 모두 날 보더니 화들짝 놀란다.

“어, 김지호 님?”

“와아…….”

날 보고 넋을 잃은 두 여성.

거기에 이진성도 입을 떡 벌린 채 쳐다보니, 이내 정신을 차린다.

“야. 너 진짜 각성했네? 저번보다 더 대박인데? 무릎 꿇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흠. 일반인들은 안 그러던데, 사도들한텐 효과가 있나 봐?”

“아…… 이쪽에 앉으세요. 수호신님.”

강시아가 손수 의자를 빼더니 나에게 자리를 권한다.

그 자리에 푹 하고 앉자, 날 보고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지는 여성진.

두근. 두근. 두근.

꿀꺽.

심박이 아주 크게 들린다.

침 삼키는 소리도 바로 와닿는다.

감각이 예민한 것도 문제네.

이혜주가 나에게서 시선을 피하더니 강시아에게 다가가 귓속말한다.

“이거 좀 너무 심한데…… 사도 확충하는 건 안 좋지 않을까요?”

“우…… 가슴이 벌렁벌렁해.”

이거, 반응이 디아나 때랑 비슷하다.

얼굴이 빨개진 채 내 시선을 감히 응시하지 못하는 여자들.

강시아는 예전에 친분이 있다고 해도, 이혜주랑은 별거 없는데.

괜시리 궁금해서 물어봤다.

“혜주 씨. 절 보면 어떤 기분이시죠? 두근거리세요?”

내가 말하고도 미친놈 같군.

‘뭐야, 이 새끼는?’하는 반응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질문.

하지만 그런 질문에 얼굴이 완전히 새빨개진 이혜주.

시선을 땅바닥으로 피한 채 말문을 흐린다.

“아, 그게…….”

“정말 궁금해서 그래요. 왜 내 여성 사도들은 이렇게 변하는지…….”

이혜주에게 조금 다가가자, 이진성이 나에게 다가섰다.

“흠흠, 야. 장난은 그만하고!”

아. 자식.

좀 감정이 있는 거 같더니.

수호신에게 항명하다니, 남자구먼.

“아, 알겠어.”

친구와의 의리를 존중하여, 걸음을 뒤로 뺀다.

그러며 이진성을 바라보았다.

“야. 근데 너는 그때랑 그다지 엄청 차이는 없는 거 같다?”

“음. 아직 찬란하게 보이긴 한데, 처음 봤을 때가 가장 충격적이었어.”

“흠. 사실 그 때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더 발전했거든. 근데 이 정도 반응이면 뭔가 미진하단 말이지.”

반쪽짜리에서 완전한 신이 되었는데 말이야.

처음 봤을 때는 내 안의 관우도 사라졌다고 하던 놈이 이제는 나름 항명도 하고…….

뭐 러브 파워라고 하면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아직은 썸 정도의 단계잖아.

다른 게 연관이 있나?

“아. 사도에게 가하는 제한을 조절했었잖아. 그거랑 연관이 있나?”

“한번 실험해 봐야겠다.”

강시아, 이혜주의 사도에게 가하는 제한을 조절한다.

제한 최대에서 약간으로 변경하니, 날 보는 시선이 조금씩 정상을 되찾는 둘.

특히 이혜주는 빠르게 침착해졌다.

“어우. 아까보다 훨씬 낫네요.”

“아까는 정말……. ”

말문을 흐리는 강시아.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나를 다시 똑바로 쳐다본다.

“수호신님. 제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에게 깊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강시아.

또각. 또각.

힐을 신은 그녀가 회의실 단상으로 올라간다.

그녀가 단상에 올라가자, 단상 뒤에서 커다란 스크린이 뜬다.

[사도화 진행상황 정리]

갑자기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는 강시아.

대한민국의 현 사도화 진행 상황과 각 신계의 혜택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사도화 진행 상황은 현 인구의 5%, 약 250만이 각성에 성공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5%? 250만이면 진짜 많은 수치네.

“예전에는 현 인구의 1%도 안 되는 인원이 각성하여 헌터로 지냈으나, 이 수치가 다섯 배로 뛴 상황입니다.”

“그렇군요.”

“수호신님. 저에게 존댓말을 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신성 모독을 하는 기분이라서요…….”

강시아가 나를 보고 조심스레 요청한다.

그러자 이혜주가 쌍심지를 켜고 날 잠시 쳐다보다가, 곧 얼굴이 시뻘게진 채 시선을 돌렸다.

사도 제한을 풀긴 해도 아직 쓸 만하구먼?

“알겠어.”

“감사합니다.”

반말을 하는데 오히려 강시아가 고마워하는 상황.

그녀는 홀가분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 갔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계는 단연 기독교 쪽과 불교입니다. 사실 혜택을 보면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기존의 각성자에 비해서 조금 더 좋을 정도지요.”

메이저 종교의 경우, 기존의 각성자에 비해서 한 2~3배 정도의 혜택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기독교 쪽은 마력과 회복 쪽에 치우치고, 불교 쪽은 아수라가 좀 관리를 하는지 전사 쪽에 강점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메이저의 한 축인 아스가르드도 예전보다 혜택을 늘려, 민첩성 위주의 궁수 쪽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혜택 자체로는 마이너 종교에 비하면 좀 덜한 수준.

하지만 사람들은 안정성을 위해 메이저 종교를 줄 서서 택한다고 했다.

“메이저 종교는 이것 이외에도 혜택이 있습니다. 이재현 아저씨를 회복할 방법이 있다고 저희에게 먼저 접촉해 온 것도 메이저 종교 쪽이었죠.”

그러자 나를 힐끔 쳐다보는 이혜주.

“그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회복하셨나요?”

“아직은…… 치료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나에게 공손하게 대답하는 이혜주.

이 여자가 나에게 공손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신기하구먼.

“흠흠. 이번에는 마이너 쪽으로 설명을 하겠습니다.”

강시아는 이어 설명을 시작했다.

마이너 종교의 혜택과 이를 선택한 비율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집중했다.

이게 마이너라고 해도, 타국에서는 메이저인 이슬람이나 힌두교.

아니면 나름 동양을 주름잡던 도교.

이런 건 준 메이저로 취급받고 있었다.

외국산이지만 그래도 안정성이 있다 이거지.

“마이너 종교의 혜택이 저 정도인가?”

“예.”

“저걸 보면 우리가 혜택이 가장 좋은 거 같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아직 SP에 대한 개념을 잘 못 잡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도 잘 모르지만…….”

그러면서 나를 슬쩍 쳐다보던 강시아.

다시 말문을 이어간다.

“SP에 대해서는 정보가 아직도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그래서 수호신님께서 주는 막대한 이득을 사람들이 잘 모르지요.”

“흠. 강시아씨가 생각하기에 내 사도와 마이너 신의 사도를 비교할 때, 얼마만큼 이득 차이가 있을 거라고 보지?”

그러자 준비된 듯이 바로 대답하는 강시아.

“영기발출, 소울 배리어에 대해서는 제 등급이 낮아 판단 불가능하기에 그것을 제외하고 답하겠습니다.”

“응.”

“적어도 3배에서 5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영기발출과 소울 배리어는 이번에 추가된 것.

그리고 다들 A등급도 되지 않았으니, 두 스킬은 딱히 쓸 일도 없었겠지.

사실 내 사도의 핵심은 두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거다.

사실 이것은 어마어마한 강점이지.

신들과의 싸움에서는…….

하지만 현 지구의 각성자들의 수준이 낮아서 딱히 도움은 안 된다.

다들 레벨 업에 스탯 찍기에 바쁘니깐, 이게 뭔가 싶겠지.

그래서 두 스킬을 아예 제외하고 판단해 봐도, 혜택을 퍼주는 마이너 종교에 비해 3~5배 차이로 내가 좋다면 엄청난 차이 같은데.

“그럼 내가 혜택은 제일 많긴 하네?”

“예. 제가 조사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수호신님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응. 근데, 뭐 이제 수호신님이라고 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 신왕의 서약은 해지하지. 어차피 제우스가 EX등급이 된 이상, 세상의 루프는 끝날 거 같으니.”

자꾸 수호신님, 수호신님 하기에 그 자리에서 신왕의 서약을 해지했다.

가볍게 나의 ‘말’만으로도 해지되는 서약.

사도의 계약은 유지하면서, 비밀 엄수 조항은 스르르 삭제된다.

“아, 그럼 어떻게 호칭해야 할지…….”

“그냥 예전처럼 지호 님이라고 해.”

그러자 강시아가 활짝 핀 얼굴로 대답한다.

“네. 지호 님.”

“나도…… 아니 저도 수호신님이라고 안 불러도 되는 거죠?”

“예. 편하게 부르세요. 아, 근데 전 혜주 씨랑 안면이 없었어요. 영문 모를 소리는 하지 마시구요.”

올림푸스에서 아스가르드로 세상이 바뀌는 과정에서 애들 기억을 이상하게 바꿔서, 옛날에 이혜주가 자꾸 친한 척을 했었지.

그를 지적하자, ‘아……’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이혜주.

“전 오늘 수호신, 아니 김지호 님을 모시면서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뭐지?”

“김지호님께서는 사도를 확충할 생각이신가요?”

그녀가 이런 질문을 할 법도 하지.

이진성을 사도로 받아들이고, 대현 길드의 일부를 사도로 받아들인 후 더 이상 사도 확충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예전과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지. 예전 세상은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가 무한회귀로 한 번씩 나눠 가지고 있었어. 그 때는 모든 일을 비밀스럽게 할 수 밖에 없었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셋.

말을 이어 간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 무한회귀는 끝났지. 제우스는 EX등급의 신이 되었고, 신들의 봉인은 내가 풀었어. 예전처럼 사도를 받기 위해 비밀 엄수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지.”

“네, 이제 다들 알게 되었으니까요.”

“이런 상황이라면 사도를 좀 더 확충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아. 특히 나도 SP를 얻기 위해서는 사도가 많을수록 좋지.”

그러자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쉬는 강시아.

“다행이에요. 수호신, 김지호 님이 그런 의중을 보이셨으니.”

“그래?”

“네. 오늘 준비한 자료를 폐기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러자 화면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가제 : 수호신 사도 확충 프로젝트.’

이런 제목이 처음에 눈에 띄었다.

“아니, 이건 뭐야?”

“제가 주제넘게나마 수호신님의 번영을 위해서 자료를 마련해보았습니다.”

아니,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하셨대.

사도로 임명하고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사실 오늘 나랑 만나자고 한 것도 ‘다른 신계로 이적하고 싶어요. 탈퇴시켜 주세요. 흑흑.’이러는 줄만 알았는데 말이지.

이런 자료, 혼자만 보기는 아깝다.

“다른 사도를 소환해도 될까?”

그러자 나에게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는 강시아.

“김지호 님. 당신은 저의 수호신이십니다. 사도에게 허락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그래. 고마워.”

이런 대접에는 익숙지가 않아서 말이야.

아예 사도를 다 불러 봐야겠어.

디아나를 먼저 소환하고, 드라키나에게 인간형으로 오라고 메시지를 보낸 후 소환했다.

그러자 회의실에 소환되는 두 사도.

“지호 님. 소환하셨습니까?”

디아나는 소환되자마자 날 보고 반기며 예를 갖췄다.

“아. 오랜만에 좀 쉬나 했더니…… 어?”

하나, 오랜만에 나와 얼굴을 마주 본 드라키나는 투덜투덜하더니 내 얼굴을 보고 그대로 얼어 버렸다.

이 녀석, 신 되고 날 본 적은 없었지.

“반했냐?”

“으…… 뭐, 뭐야. 이 압박감…….”

음. 이 녀석은 반하기보단 오히려 두려워하네?

제약을 약하게 해 주니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는 드라키나.

“와. 위압감 장난 아니네. 너, 뭐 한 거야? 진짜 신이 된 거야? 아니, 씨! 내 레어에서 봤을 때가 언제라고 벌써 이렇게 컸어?”

“수호신께 예의를 갖추시죠.”

“무엄합니다.”

드라키나에게 쏘아붙이는 두 여인.

손뼉을 짝짝 쳐서 적당히 말렸다.

“얘는 원래 이런 애야. 드라키나, 넌 입 좀 다물고 있고.”

“칫. 이런 게 신언(神言)인가? 용언보다 더 강하네. 알겠어.”

“일단 강시아의 설명을 듣고 싶은데.”

“예. 알겠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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