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37화 (137/240)

<내 상태창 2개 - 137화>

1차 사도 회의 (1)

“제우스의 번개를 맞고……? 한 달 전 이야기 아니야?”

[그래.]

“그럼 한 달 전부터 혼수상태에 빠진 건가?”

[응. 아예 의식이 없으셔.]

흠.

아까 정보 수집 과정에서 안 사실이 생각났다.

제우스의 번개를 대부분의 사람이 잊었지만, 고위 각성자 몇몇은 기억을 해서 그 통증 때문에 정신을 놓거나 미친 사람이 되었다고 했지.

“번개 맞은 게 기억이 나서 그렇게 된 건가?”

[그건 나도 기억나. 조오오오오온나 아팠지. 아오…….]

갑자기 욕을 쏟아붓기 시작하는 이진성.

번개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와. 진짜 전기 고문 지옥 같아서…… 막상 시간 지난 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체감 시간은 며칠이 지난 거 같았다니까? 뭐, 굴복하라고 하는 거도 아니고, 밑도 끝도 없이 계속 지지고만 있어. 진짜 제우스 하면 이가 갈린다.]

그러면서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는 둥 십여 분을 한탄하던 녀석.

이 정도에서 끊어 줘야겠군.

“야…… 근데 어째 넌 멀쩡하네?”

[아, 어. 난 괜찮아. 며칠 동안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이겨 냈지.]

“너 말고 그럼 혹시 다른 사도들도 번개 맞은 걸 기억해?”

[응. 우리 길드원 중 강시아 님, 이혜주 씨는 번개 맞은 걸 기억하지. 다들 스스로 이겨 냈어.]

나머지 내 사도들은…….

디아나는 사도의 정원에 있었고, 드라키나는 케브리안에서 드라키아와 돌아다니고 있으니 제우스의 번개와는 관련이 없지.

그럼 인간 넷 중 셋은 이겨 내고, 한 명은 혼수상태인가?

“다른 번개 맞은 사람들 중에서도 혼수상태에서 빠진 사람이 흔해?”

[우리가 좀 알아봤는데, 흔하진 않거든? 그 고통에 미치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혼수상태에 빠진 경우는 많지 않았어. 하지만 없지는 않았지.]

“있긴 있다는 거네. 뭐 공통점이라도 있어?”

[흠, 공통점이라고 하긴 좀 애매한데…… 고위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신실하셨어.]

최고 주신에 대해 열광적으로 믿던 사람들이 혼수상태에 빠지곤 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제우스, 이번에는 오딘에게 열광적으로 믿음을 주던 사람들.

그들이 제우스의 번개 사태 이후, 쓰러졌다고 했다.

“제우스나 오딘에게 열광적인 사람은 많을 텐데? 원래 그들이 대신을 대체했잖아.”

[아,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어. 예전엔 무교였다가, 던전이 생긴 이후부터 제우스와 오딘을 믿은 사람들이야.]

“오호…….”

원래는 제우스, 오딘이 세계 유수의 종교의 대신 역할을 차지했지.

그래서 기독교 신자나 불교 신자도 제우스나 오딘을 최고신으로 믿고 있었지만.

지금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들은 애초에 예전에 ‘던전이 생기기 전의 세계’에서는 무교였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혼란의 시대에 들어오면서, 새로이 종교를 믿게 된 신이 제우스, 오딘이었던 거군.

[그래. 그런 공통점이 있더라.]

“근데 그거랑 사도 포기랑 뭔 관련이 있어?”

[메이저 종교에서는 이런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 있대. 이재현 아저씨는 꽤 촉망받는 헌터였기 때문에, 기독교와 불교에서 치료해 주겠다는 제의가 들어온 상태야.]

촉망받는 헌터?

그럴 정도의 수준이었나.

내 사도가 돼서 쑥쑥 큰 거지, 원래는 그 정도 자질이 아니었을 텐데.

[이혜주 씨가 계속 사정사정하더라. 아버지를 사도에서 해지해서 제발 깨워 달라고. 그 여자가 무릎 꿇고 빌기까지 하니 쩝…….]

“너 그 사람 신경 참 많이 쓴다?”

[아, 짜식아. 예전 직장 상사여서 그래. 재현 아저씨도 안면이 있고 말이지.]

헹. 뭐, 그런 거로 해두자.

“알겠어. 사도 철회를 하지 뭐.”

[그래? 너한테 불이익은 없겠어?]

불이익이라고 해 봤자 영혼 중개 효율이 좀 떨어지는 정도인데.

어차피 세상이 이렇게 변했으니 나도 사도를 받으면 되겠지, 뭐.

“뭐. 불이익은 그리 크지 않아. 혼수상태 빠진 사람부터 구해야지. 근데 이재현 씨만 철회해도 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음…… 물어볼게. 너나 나한테 미안해서 차마 말을 못하는 거일수도 있으니까. 이게 어떻게 보면 다양한 신을 고를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니까, 이적하는 느낌이잖아. 조강지처 신을 버리고 새로 갈아타는?]

어…….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

예전 세상은 각성자를 착취하는 구조.

올림푸스, 아스가르드가 서로 번갈아 가면서 독점해 가며, SP를 완전히 회수하는 방향으로 갔지.

그에 반해 나는 아주 관대했지.

이진성은 SP 회수도 안 했고, 나머지도 최소 수준이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다들 쑥쑥 클 수 있었지.

흠. 근데 다른 신계에서 각성자 모집에 혈안이 되었다고 해도, 이거보다 혜택을 크게 줄 수 있나?

나는 애초에 SP 중개 스킬 멀티를 구할 용도로 사도를 모집한 거지만, 그들은 사도에게서 SP를 수집해야 하잖아.

효율 면에서 내가 더 좋을 거 같은데…….

“다른 데가 내가 제공하는 혜택보다 더 크냐? 진짜 몰라서 물어본다.”

[나는 당연히 널 선택하지. 하지만 내가 네 친구가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사도 계약 관계였으면…….]

“그러면? 어쩔 건데?”

[당연히 이적하지, 자식아. 여기는 신 하나고 저쪽은 유명한 신들이 쫙 나열되어 있는데. 너 같으면 대기업이랑 중소기업에 똑같이 합격했는데 대기업 입사하지, 중소기업 입사하겠냐? 현실과의 차이라면 이쪽은 중소기업이 월급 더 준다는 거지만. 안정성이라는 게 있잖아.]

윽.

대기업과 중소기업. 비교가 아주 와닿는군.

하긴, 나야 그저 특수 클래스인 영혼신이라지만 하급신 나부랭이고.

저쪽은 등급도 높고, 전통적으로 지구의 신으로 군림하던 진영이잖아.

나 같아도 절로 가겠다.

“하…… 그래도 혜택 자체는 내가 더 좋을 텐데.”

[안정성이 더 중요하지. 혜택은 마이너 신들도 많이 줘.]

“쩝, 그래. 일단 그 아저씨랑 계약 해지할게. 여기서 그냥 해지한다?”

[그래. 해지하면 알려 줘. 내가 이혜주 씨한테 연락할게.]

“헹. 알겠습니다요. 잘 연락하세요.”

[헹은 무슨 헹이냐. 아오, 수호신이라고…….]

자식이 이혜주한테 엄청 신경 쓰고 있구먼.

더 놀려먹을까 하다가 신도 된 김에 참았다.

사도의 정원 키워드를 열자, 사도화 해지도 있었다.

이걸 벌써 쓸 줄은 몰랐는데.

X표시가 된 이재현에게 가능한 키워드는 [능력치 확인], [SP 회수]와 [사도화 해지]였다.

SP 회수를 하고 해지를 할까 하다가, 얼마 안 되는 푼돈이었기에 그냥 대승적으로 생각해 사도화 해지를 클릭했다.

[정말로 사도와의 계약을 해지하겠습니까?]

[한 번 사도 계약을 해지할 경우, 다시는 그 상대와 사도 계약을 맺을 수 없습니다.]

이런 조건도 있었군.

나는 곧바로 예를 눌렀다.

그러자 해지 처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사도 이재현과의 사도 계약이 해지됩니다.]

[사도 이재현에게 투자했던 SP는 모두 사도 이재현에게 귀속됩니다. 정말로 계약을 해지하겠습니까?]

딱히 투자한 것도 없는데, 뭐.

예를 누르자 사도의 정원에서 이재현의 모습이 스르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뜨는 메시지.

[사도 이재현과의 사도 계약이 해지되었습니다.]

“해지했다.”

[아. 그래? 알았다. 내가 좀 있다 전화할게.]

그러자 반색하며 전화를 끊는 이진성.

자식.

얼른 이혜주한테 연락할 속셈이구먼.

뭐, 그쪽 일은 그쪽에서 처리할 테고.

TV와 인터넷에서 범람하는 각성자 모집 글귀가 눈에 계속 밟혔다.

나도 모집해야 하는 거 아니야?

김지호 신계까지는 아니더라도, SP 수입의 다각화가 필요하단 말이지.

SP 거래소 설립 이후, SP 중개 스킬 수입 비중이 작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쏠쏠해.

사도를 마구마구 확충해서 SP 중개 스킬 효율을 더 높인다면, 꽤나 좋은 벌이가 될 거야.

신들끼리의 싸움은 SP 소모가 무조건적 이라 할 정도로 강제된다.

현실 세계에서 전쟁하면 뭐 땅이라도 점령하지, 올림푸스 놈들은 없앤다고 해도 내 수입이 늘어나거나 하지는 않아.

어떻게든 SP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계속 생각해 봐야 해.

벌이가 괜찮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해 나가지 않으면 중요 순간에 SP가 없어서 파멸하고 말 거야.

김지호 신계란 이름으로 마이너 진영에 등록이라도 해야 하나?

하아아아.

예전엔 내 조건 정도면 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었는데…….

신계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영업을 뛰는 바람에 갑자기 구멍가게로 전락한 느낌이다.

흠.

사도도 모집해야 하고.

헤라클레스가 던진 화두도 신경 쓰인다.

S급 이상의 스킬.

그거랑 영기발출, 소울 배리어 스킬을 섞으면 효율이 좋아진다고?

S급 이상의 전투스킬도 없는 거 같은데.

스킬창을 살펴보자, 그 반투명한 창 뒤에 TV 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아수라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CF에 나오고 있었다.

“아. 아수라!”

그래.

이 양반에게 구명의 대가를 받기로 했잖아.

그래도 SSS급 대신, 거기에 전투에 특화되신 분이니 쓸 만한 스킬이 있지 않겠어?

바로 통신을 연결했다.

“아수라 님.”

[오오. 김지호인가? 오랜만이네.]

“TV 잘 봤습니다.”

[큼큼…… 인간들은 뭐 이렇게 요구 조건이 많은지 모르겠어. 그냥 내 위엄찬 모습만 찍어도 되는 거 아닌가?]

“요즘 인간들은 까다로워서요. 퍼포먼스가 필요해요. 아수라 님은 아주 잘하셨습니다.”

[하하하. 고맙네.]

“근데 지상에 광고 찍으러 내려오셔도 되는 거예요? 뭐 예전엔 혼돈이 개입하게 된다더니.”

[혼돈의 개입은 제우스의 EX 등급 업그레이드 이후 애매해진 상태지. 하지만 우리가 너무 오래 강림하면, 세상의 균형이 깨지고 어그러지게 된다네. 그래서 잠깐 정도 머물며 제한적으로 권능을 행사하는 거지.]

SSS급 신들이 잘만 광고를 찍고 있기에 물어보니 그리 대답하는 아수라.

흠. 여전히 오래는 있기 힘든가 보구나.

“대신 강림으로 세상의 균형이 깨진다면, 올림푸스에서 마구잡이로 강림하면 골치 아프지 않을까요?”

[제우스도 전 인류를 뇌령화하기 전에는 그다지 세상의 균형을 깨고 싶지 않을 거야. 이게 잘못 어그러지면 무슨 결과가 나올지 모르니까.]

말 그대로 예측불허의 상황이 나올 수 있으니까 함부로 균형을 안 깨나 보군.

그런 거 치고는 수많은 신계들이 많이들 강림하신 거 같은데…….

뭐, 어련히 조절하시겠지.

내 본론이나 이야기하자.

“근데 아수라 님. 저에게 구명의 대가를 약속하신 거, 기억하시나요?”

[물론일세. 신의 목숨을 빚졌는데, 꼭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혹시 전투스킬로 좀 받을 수 있을까요?”

[흐음…… 전투스킬?]

내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아수라.

[자네가 폴룩스랑 싸울 때 보니, 안타깝긴 했지. 아무리 좋은 보검과 방패가 있더라도, 사용자의 기량이 중요한 법이니까.]

“그때보다 한 단계 더 올라서긴 했는데, 센 놈들이 워낙 많더라고요.”

그러면서 아레스의 이야기를 해 주니 아수라가 전의에 불탄다.

[전신 아레스, 꽤 유명한 자이지. 우리에게는 아레스보다는 로마식 이름인 마르스로 더 각인되어 있어. 꽤나 강한 자야.]

“거기에 영혼 약탈자 스킬이 결합해서 아주 강하더라고요. 토르가 안 왔으면 어떻게 됐을지 몰랐습니다.”

[그래, 전신이 영혼 약탈자의 스킬까지 겸비하면 매우 힘들지. 자네는 나에게 전투스킬을 받아 그와 싸울 생각인가?]

“일단 먼저 싸움을 걸 생각은 없군요. 더 힘을 끌어모아야죠.”

[알겠네. 그런 이유라면 내가 꼭 도와줘야지. 3일 후 음…… 봉은사로 오게.]

“봉은사요?”

[그래. 거기에 잠시 아바타를 보내겠네.]

그러더니 통신을 끊는 아수라.

선뜻 스킬을 준다고 하니 다행이군.

소파에 앉아서 남은 3일간 뭘 할지 생각에 잠겼다.

지구에서 최대한 사도 확충을 하면 좋을 거 같은데.

갑자기 내 메리트가 팍 떨어진 느낌이란 말이야.

정말 마이너 신들의 조건이 그렇게 좋은지 TV와 인터넷을 둘러보며 이리저리 알아 봤지만 쓸 만한 정보는 없었다.

오히려 광고만 범람할 뿐.

하긴 사도 받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체계적인 정보가 유통될 리가 없나?

그렇게 고민하던 중, 사도 메시지가 왔다.

강시아에게서였다.

[수호신님, 만나 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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