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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135화 (135/240)

<내 상태창 2개 - 135화>

토르, 보호해 주다

“토르……!”

얼굴을 잔뜩 찌푸린 아레스.

부서진 산 위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사내를 바라본다.

사람의 두 배 정도는 될 정도로 커다란 몸.

기나긴 금발이 흩날리고 금색 수염이 코와 턱을 완전히 덮은 사내.

누런 뇌전이 번쩍거리는 황금 갑옷을 입고, 커다란 망치를 손에 쥔다.

그러자 그의 몸 크기에 맞게 스르르 작아지는 망치.

이게 뇌신, 토르인가?

딱 봐도 엄청 강하게 생겼군.

“뭐 하는 짓이오?”

“어…… 그냥 내려오려고 했는데 망치가 빗나가 버렸네?”

콰르르릉.

갑자기 그의 신형이 번개로 변하더니 내 앞에 떨어진다.

위풍당당한 토르의 신형이 내 앞을 막아 준다.

“네놈들 덕분에 빚을 하도 져서, 채권자를 보호하게 되었거든.”

지지지직.

땅이 전류에 물들더니, 그 안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토르와 비슷한 크기의 거인들.

다들 망치를 든 채, 위풍당당하게 나를 빙 둘러쌌다.

“우리 아직 동맹인 거 알지?”

팔짱을 끼며 아레스를 바라보는 토르.

호쾌하게 생긴 아저씨군.

수염 깎아 놓으면 이 아저씨도 신 클래스 미남이겠지만, 덩치가 워낙 커서 인간답다는 느낌은 잘 안 들었다.

“아레스 님!”

“후. 아스가르드. 잔꾀를…… 일단 물러서라.”

그러자 대오를 맞춰 뒤로 물러서는 아레스의 부하들.

조금 전에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아레스의 군단.

토르의 군단.

둘이 대치하면서 서로를 지켜본다.

“이미 승패는 끝났소. 아스가르드는 그냥 올림푸스의 완전한 승리를 지켜보고 있으면 될 텐데…… 굳이 척을 지려는가?”

“5조 빚을 넘긴 자식들이 과연 우리를 배려하겠냐? 제우스가 이기지 못하게 어떻게든 방해를 해야지.”

“그 5조 빚. SP 거래소의 주인은 김지호요. 그가 죽으면 그 빚이 사라지지 않겠소?”

“로키가 이미 알아보았다. 김지호가 죽어도 SP 거래소는 사라지지 않아. 시스템으로 귀속될 뿐. 피도 눈물도 없는 시스템의 것이 되느니, 이자가 가지고 있는 게 낫지.”

이 자식들.

어디서 알아본 거야?

만약 내가 죽어서 SP 거래소가 사라진다고 하면, 딱 죽일 기세였구먼.

어쨌든 지금은 든든한 보호 아래 있으니 좋다.

“벌써 많이도 알아봤군.”

토르의 대답에 다시 안경을 쓴 아레스.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아스가르드를 멸망시켜야 했건만…… 김지호, 저자의 행동이 두고두고 아쉽구려.”

“하하하. 그 덕에 우리에게도 희망이 생긴 거지.”

자신이 땅에 꽂은 긴 창을 뽑아낸 아레스.

그대로 우리에게서 등을 돌렸다.

“오늘은 물러난다.”

“알겠습니다.”

“헤라클레스를 붙잡고 있어서,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영혼 약탈자 스킬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되었어.”

처음에 제우스의 번개에 묶여 있을 때를 말하는 건가.

쩝…….

그래도 완전히 잡히는 것보다는 낫겠지.

“아버지의 힘이 좀 더 회복된다면, 조약을 파기해도 될 터…….”

서서히 몸이 투명하게 변해 가는 아레스.

소환된 부하들도 모두 사라지고 있었다.

“그때 제가 친히 죽여 드리도록 하지요. 토르.”

“나야말로. 묠니르로 군신의 머리통을 깨뜨려 주지.”

“훗. 기대하겠소.”

깨끗이 사라지는 아레스.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의 동맹 계약 페널티가 그렇게 큰 거였나?

완전히 전의를 불태우던 아레스가 그대로 후퇴하는군.

어쨌든 한숨 돌렸다.

“채권자. 이 정도면 이자 감면, 가능하겠지?”

뒤돌아서서 내 어깨를 펑펑 두들기는 토르.

솥뚜껑 같은 손이 쾅쾅 내리치는데 어깨가 떨어져 나갈 거 같다.

“겨우 한 번인데요. 제가 마음속으로 하나 카운트해 놓겠습니다.”

“하하하! 이 친구, 눈동자 돌아가는 게 로키 같아. 절대 안 줄 거 같은데?”

어깨를 두들기는 손이 강해진다.

어우 진짜 아픈데, 이젠?

“구원에 감사드립니다.”

가슴에 검이 꽂힌 채 나타난 헤라클레스.

토르에게 고개를 깊게 숙여 감사를 표한다.

“하하하. 역시 헤라클레스. 무인답게 고마움을 바로바로 표하는구먼. 자네도 대신이니, 상대할 만했겠지.”

“아닙니다. 제우스의 번개에 큰 타격을 입어서, 아레스와 싸웠으면 솔직히 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헤라클레스.

그는 나를 보고도 고개를 숙인다.

“고맙다, 김지호. 그 상황에서 날 구출하려 들다니…….”

“멘토에게 빚을 갚은 거지.”

“보답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네 SP 거래소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하지.”

“지분 살 수 있는 권리?”

지분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

내가 안 팔면 그만이긴 하지만, 그래도 성장할 SP 거래소를 생각하면 꽤 아까울 텐데.

헤라클레스는 미련 없이 권리를 포기했다.

“어. 제우스가 나를 제압했을 때 느껴졌어. 지분 구매권을 찾으려고 하는 것을.”

“지분 구매권을 찾는다고 해도, 내가 안 팔면 그만이잖아?”

“네가 죽으면, 시스템을 통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

오호…….

시스템은 나처럼 제우스에 대한 원한이 없으니…… 그냥 기계적으로 대하면 팔 수도 있겠네.

“나의 스킬보다도 지분 구매권을 어떻게 약탈할 수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더군.”

“그런 권리도 빼앗는 게 가능한가?”

“SSS급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그는 EX등급에 오른 신이니……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 네가 시의적절하게 와서 권리는 빼앗기지 않았다.”

[헤라클레스가 ‘SP 거래소의 지분 구매권’을 포기합니다. 승낙하시겠습니까?]

갑자기 등장한 시스템 메시지.

예를 누르자 그의 구매 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자 홀가분한 표정의 헤라클레스.

“이러면 잡혀도 제우스가 더 득을 보지는 않겠지.”

이렇게 지분 정리를 마치자 토르가 푹 주저앉았다.

그래도 나랑 키가 비슷한 거대한 덩치.

그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참 주저앉았는데도 나랑 똑같으니 압박감이 장난 아니네.

“영혼신. 이자 좀 깎아 줘.”

“일단 호위해 주시면 1%는 깎아 드리죠.”

“그거야 당연하지. 추가로도 좀 보너스를 줘야 되지 않겠어?”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나를 지긋이 쳐다보는 토르.

이거 완전 삥 뜯는 포즈네?

하지만 채권자는 나.

강하게 나간다.

“오늘 일은 고맙지만, 벌써 보너스를 드릴 수는 없죠. 저도 그때마다 이자 깎으면 파산합니다. 다음에도 도와주시면 깎아 드릴게요.”

“쩝…… 인간 맞냐? 원래 이렇게 지긋이 노려보면 다 요구를 받아 주던데.”

눈빛이 좀 매섭긴 하던데, 뭐 이 정도 가지고…….

헤라클레스가 옆에서 소용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 녀석, 제우스한테도 개기던 놈입니다.”

“아아. 그렇군. 이 정도론 씨알도 안 먹혔겠어.”

다시 벌떡 일어난 토르.

그는 나에게 물었다.

“그럼 다음에 또 살려 주면 대가를 기대하지. 근데 너, 지구도 갈 생각이지?”

“예. 그렇습니다만.”

“지구엔 대신인 내가 계속 강림해 있기가 그래. 차라리 내가 너에게 징표를 붙이도록 하지.”

“징표요?”

“그래. 내 축복이지.”

토르가 손가락으로 내 왼쪽 어깨를 가리켰다.

그러자 콰르르 하면서 튀어나오는 번개.

왼쪽 어깨가 잠시 타들어 가는 듯 아팠지만, 금방 통증이 사라졌다.

“거기에 내 마크를 새겨 뒀어. 위험해지면 마크에 손을 대고 나보고 와 달라고 해. 바로 출동할 테니.”

왼쪽 어깨에는 노란색의 번개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이게 토르의 마크구나.

[토르의 축복이 새겨집니다.]

[당신은 독립적인 신입니다. 그의 가호를 얻을 수 없습니다.]

[전격의 속성에 대해 친숙해집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차례 되면 이자 깎는 거다?”

“예. 예.”

내가 건성으로 대답하자 한숨을 푹 쉬는 토르.

“오딘 진짜…… 그때 양자로 들어가는 게 아니었어. 제우스 놈한테 당해서 날 이 꼴로 만들다니.”

“진짜 아버지 아닙니까?”

“아니야. 원래는 오딘과 아스가르드의 최고 주신 자리를 경쟁하고 있었지. 결국 오딘에게 넘겨주고 양자로 들어가긴 했지만…… 머리가 잘 돌아가서 믿었는데, 이따위로 일을 망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진짜 아들은 아닌 건가?

오딘 욕을 한 바가지로 하던 토르.

“망할 오딘. 나 간다.”

나에게 손을 흔들더니 한 줄기 번개로 사라진다.

“김지호. 그래도 든든한 호위를 얻었군.”

“어.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의 조약이 깨지기 전까지는 쓸 만하겠어.”

“그에게 대가 지급을 약속한 이상, 약속은 지켜야 할 거야. 토르는 수틀리면 앞뒤 판단 안 하고 망치를 휘두르기로 유명하거든.”

“목숨을 구해 주면 뭐, 이자 조금씩이라도 깎아 주지.”

“하하. 그래. 좋은 생각이다. 기브 앤 테이크가 있어야 토르도 힘을 내서 도와줄 거야.”

그러더니 나에게 손을 흔드는 헤라클레스.

“나도 일단은 에슈타르에서 빠져야겠어. 올림푸스에서 또 쳐들어온다면 장담하지 못해.”

“제우스의 번개…… 그렇게 강했나?”

“어. 물론 이 영체 상태라서 그렇지만…… 거신 상태에서도 쉽지 않았을 거야. 그의 힘이 완전히 회복되었다면 난 이미 올림푸스에 끌려갔겠지.”

헤라클레스의 몸도 투명하게 변한다.

그와 동시에 바닷가에 있는 거신도 스르르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단 혼돈의 군주 간에도 내부 단속이 필요할 거 같아. 특별한 소식이 있으면 통신으로 전해 주지.”

“오케이. 알겠어. 흠…… 근데 너도 이렇게 빠지는데, 내가 지구로 가도 될까? 제우스가 번개 쏠까 염려되는데.”

“차라리 거기가 나을 거다. 지금 수많은 지구의 신들이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으니까. 힘 빠진 제우스가 함부로 개입하기 힘들지. 이 땅은 애초에 신이 적어. 오딘이 벌인 일 때문에 프레이야도 아스가르드로 가 버렸고…….”

부서진 세계의 시스템 자체가 궤멸 중이라는 헤라클레스.

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에슈타르의 마법도시 쪽을 돌아본다.

“그래도 SP를 쉽게 벌었는데…… 아쉽게 됐어.”

“아. 잠깐. 근데 질문이 두 개 있는데 말이야.”

“뭔데?”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혼돈에선 지구에 던전을 계속 소환할 거야?”

“아직은 그럴 거야. 하지만 공세가 좀 약해지기는 하겠지. 본부에서도 계속 침공할지 판단을 할 테고…… 또 뭐?”

“나 혼돈으로 각성 안 되냐?”

그러자 날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헤라클레스.

“혼돈으로? 왜 이제 와서?”

영혼 융합자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 주니,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헤라클레스.

“융합……? 약탈, 중개에 이어 융합이라…… 별게 다 있구나.”

“어. 예전에 하데스도 날 혼돈으로 각성시키려고 했거든. 너도 되지 않나 싶어서.”

“그때는 인간 상태였지? 아마 너를 자신의 권속으로 넣으면서 각성을 시키려고 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신이잖아. 그렇겐 안 되지.”

“그래?”

“응. 내가 혼돈의 권역으로 돌아가서 좀 알아보도록 하지. 나중에 통신하마.”

“알겠어.”

그렇게 사라지던 헤라클레스.

그가 상반신만 남았을 때, 아! 하면서 날 불러 세운다.

“김지호. 너. 왜 그렇게 싸우냐?”

“왜. 뭐 이상해?”

“왜 영기발출만 써? 스킬에 담지 않고.”

“스킬에 담아 봤자 원거리라 효율만 떨어지던데. 근접전이 효율이 제일 좋잖아.”

“근접전 스킬에다가 섞을 수 있잖아? S급 이상의 전투 스킬 없어?”

S급 이상의 전투 스킬?

죄다 도주기만 있고…….

뇌신도 A급이잖아?

“S급은 안 떠오르네.”

“S급은 되어야 신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거든. 거기에 섞어 써야 효과가 좋지. S급 이상 전투 스킬을 구해서 영기발출을 섞어 써 봐. 아까 아레스가 자신의 기술에 소울 배리어를 섞은 것처럼.”

아니, 그런 응용 방법이 있었어?

효과가 강화된다니, 전혀 그런 설명은 없었는데…….

“그럼 아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싸우게 될 거다. 그럼 진짜 간다.”

나에게 손을 흔들더니 사라지는 헤라클레스.

자식.

진작 가르쳐 주지…….

사라진 헤라클레스.

나도 더 이상 여기에 있을 필요는 없다.

차라리 지구가 안전하다고 하니, 일단 원래의 내 집으로 귀환해야겠군.

“헤임달의 귀환.”

귀환을 사용하여 집으로 돌아온다.

제우스가 시간을 돌려서 그런가?

아파트째로 뽑혔던 우리 집은 멀쩡한 채였다.

돌아오자마자 TV를 켰다.

내가 없던 한 달 새에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화면에서는 광고가 나왔다.

아직 뉴스 시간이 아닌가보군.

맥주나 마시면서 시청하자.

집에 비축된 맥주 한 캔을 까며 멍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화면을 봤다.

그리고 다음 광고로 넘어가자…….

“풉!”

먹던 맥주를 뿜었다.

광고 화면에는 아수라가 나와 있었다.

그냥 아수라를 상징하는 모습이 아니라, 내가 구해 줬던 ‘진짜’ 아수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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