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34화 (134/240)

<내 상태창 2개 - 134화>

올림푸스와의 첫 교전 (2)

은빛의 강철 갑옷을 입은 남자.

투구만은 황금빛이라 언밸런스하다.

전신을 완전히 감싸는 갑옷을 입고, 양손에는 장창과 단창을 각기 들고 있다.

뭔가 올림푸스의 신이라기보다는, 중세 시대의 기사 같은데.

말만 타면 딱이네.

[아레스…….]

등 뒤에서 안타까움이 담긴 헤라클레스의 음성이 들린다.

올림푸스와 제우스에게 증오를 나타냈던 그였지만, 지금의 목소리는 의외였다.

“오랜만이군. 헤라클레스.”

[오랜만입니다. 아레스.]

“후후…… 자네와는 영원히 보지 않기를 바랐건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안타까워하는 두 남자.

뭐야?

분위기가 이상한데?

“처음 뵙겠소. 영혼신이여. 나, 전쟁을 담당하는 신. 아레스요.”

그가 자신의 투구를 만지자 투구가 스르르 사라진다.

그리고 드러나는 얼굴.

찬란하게 아름다운 얼굴이다.

지금까지 본 남신 중에서는 가장 미남이라고 해도 좋을 외모.

반곱슬의 금발.

강인한 의지가 담긴 푸른 눈.

그 두 눈을 슬쩍 가리는 안경.

차갑고, 조각 같은 이목구비.

잘생긴 남신을 보면 그냥 짜증이 났는데, 이 자식은 짜증조차 나지 않고 그저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아니, 전쟁의 신이 아니라 이 정도면 미의 남신인데……?

안경 써도 이 정돈데, 벗으면? 와…….

아프로디테 애인인 이유가 있구나.

“전신의 가호.”

어? 저 스킬…….

예전에 내가 써먹었던 스킬이다.

모든 투척 무기를 빗나가게 하는 버프.

전신이 직접 전신의 가호를 쓰네.

긴장된 눈으로 바라보자니, 갑자기 위험감지가 발동한다.

나에게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궤적.

궤적은 머리를 향한다.

대번에 몸을 옆으로 피한다.

휭.

내가 서 있는 곳에 아레스의 단창이 날아왔다.

아니, 날아왔다기보다는 그냥 거기에 있었다.

움직임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시퍼런 예기를 내뿜는 단창.

그 끝이 나를 잠시 향하더니, 아레스에게로 돌아간다.

“역시…… 하급신 수준이 아니구려.”

그가 안경을 매만지며 나를 바라본다.

냉철한 눈빛.

나를 속속들이 살펴보는 느낌이다.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은 수준급. 거기에 공격 궤적을 정확히 읽었고…… 그런 거에 비하면 힘겹게 피했지. 약간의 미래시가 있는 건가?”

나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며 말을 내뱉는다.

그러며 내 표정 변화를 살피는 듯한 아레스.

이거 참, 눈빛이 아주 불편한데…….

근데 아레스가 이렇게 상대를 살폈나?

“아레스가 왜 이렇게 지적인 거 같냐?”

내가 뒤를 돌아 헤라클레스에게 물어보자 그가 반문했다.

[전투도 아니고, 전쟁의 신이다. 당연히 지성의 총체지.]

“그건 아테나 몫 아니야? 똑똑한 전쟁의 신.”

“그건 아테네 때문이오.”

창을 휘휘 돌리며 아레스가 말했다.

“폴리스 아테네가 자신들의 신 아테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그런 이미지가 생겼을 뿐이오. 내가 전쟁의 광기만을 담당하는 건 아니지.”

그러며 계속 나를 주시하는 아레스.

“내가 사랑하는 민족, 로마인의 정신도 나에게 깃들어 있다오. 신과 피조물의 관계는 우리 대까지만 해도 상호 보완적인 관계였지.”

[아레스는 로마에서 마르스로 숭배받았다. 그때의 그는 제우스 다음으로 SP 수입이 많았지.]

뒤에서 보충 설명을 하는 헤라클레스.

로마 최초의 왕인 로물루스가 아레스…… 로마식으로는 마르스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많이 숭배를 받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믿으면, 신의 성격도 변하는 건가?

흠…… 뭐가 어찌 됐던, 멍청한 돌격 대장은 아니라는 거잖아.

방심하지 않는 강적, 이런 건 싫은데.

푹.

나를 한참 분석하던 아레스.

갑자기 장창을 땅에 꽂았다.

“군신의 깃발.”

창이 꽂히자 창끝이 깃발로 변한다.

황금빛의 깃발.

칼과 방패가 교차된 문양이 눈에 띈다.

번쩍.

깃발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대지를 향해 뻗어 나가는 빛.

황금색으로 물든 대지에 강대한 마력이 느껴진다.

그 위에서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하는 인영.

“군신께 충성을.”

“자주 좀 불러 주십시오, 군단장님.”

“이번 적은 누굽니까?”

왁자지껄 떠들면서 등장하는 병사들.

군기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으나, 하나하나가 강자다.

“상대는 영혼신. SS급 정도의 경지다. 절대 방심하지 말고, 천천히 포위하며 시간을 끌어라. 나는 헤라클레스를 상대하겠다.”

단창을 휙 들더니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는 아레스.

그러자 그의 발걸음에 맞추어 군단이 전진해 온다.

[김지호. 상대는 군신 아레스다. 절대 방심하지 말고, 조심해라. 무조건 살아라.]

“그래야지…… 엇!?”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오는 아레스.

단창이 눈앞에서 수백 개로 보인다.

이 자식…… 헤라클레스를 상대할 것처럼 하더니!?

페이크냐?

“소울 배리어!”

쾅!

그대로 튕겨 나가는 몸.

다행히 소울 배리어는 멀쩡하다.

내가 멀리 허공으로 날아가자 그대로 따라오는 아레스.

“영혼신의 소울 배리어. 강하구려.”

아레스가 손을 뻗자, 모든 방위를 창이 점한다.

전신이 따가워지며 위험을 알린다.

손만 뻗어도 수백, 수천 번의 창격을 펼치는구나.

이런 게 전신인가?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합!”

소울 배리어 안에서 영검을 뻗는다.

그러자 검과 자신의 창을 부딪치는 아레스.

휙!

단순히 한 번 휘둘렀을 뿐.

한데 그 일격과 검이 마주치자, 몸이 날아갈 것 같았다.

엄청난 완력이다.

“꽤 괜찮은 자질.”

쾅!

세 번의 창격이 뱀처럼 꼬여 온다.

이를 맞받아치려고 하니, 손이 금방 어지러워 온다.

“하지만 아직 미숙하오.”

쾅! 쾅!

소울 배리어가 금방 파인다.

전신 아레스는 창만 다루지 않는다.

그의 사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머리까지 전부 다 무기다.

펑!

나에게 접근해 와서 대번에 연속으로 권격을 날린다.

허공에 떠 있는 창은 자유로이 움직이며 나를 압박한다.

아레스의 손에 들려 있던 게, 잠깐이라도 눈을 떼면 내 뒤통수를 날리려는 등 아주 혼자 난리다.

일단은 막는데 정신이 없다.

소울 배리어만 믿기에는 큰코다칠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배리어에 영검으로 공격을 한 번 더 틀어막아야, 불의의 일격을 안 당할 거 같아.

챙. 챙. 챙.

영검과 단창이 수없이 오간다.

몇 번은 검을 스쳐 지나갔으나, 다행히 배리어에서 막히는 창과 주먹.

“소울 배리어가 아주 강력하구려. 경지는 낮은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니. 정말 우리 올림푸스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겠소…… 전투 센스도 있고.”

아레스가 나에게 주먹을 날리며 주절주절 중얼거린다.

그의 안경은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자기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서도, 분석이냐!?

SP는 순식간에 1억을 사용했다.

아레스와 맞부딪친 지 5분도 되지 않았는데, 어마어마한 소모량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오래 버티지 못할 게 자명했다.

“불사조!”

아레스를 견제하기 위해 불사조를 소환한다.

그러자 잠시 불사조를 흥미롭게 쳐다보던 아레스.

금방 눈빛이 흥미를 잃는다.

“주인이 강해졌다 한들 아직 반쪽짜리일 뿐…… 이런 하찮은 미물은 우리의 싸움에 부르지 마시오. 낭비요.”

그의 손이 불사조의 머리를 붙잡는다.

그러더니 단번에 펑 하고 터진다.

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사라진 불사조.

죽지는 않고 역소환되었음을 알지만, 어쨌든 뭐 하나 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 초월적 강함엔 질렸다.

단순한 권격.

단순한 창격.

하나 그 공격은 무엇보다도 효율적이고 빠르다.

내 모든 방위를 점한다.

배리어가 없었으면 이미 나는 곤죽이 되었을 터.

전신 아레스에게 근접전을 허용했기 때문일까?

위험감지는 하도 울려 대서 이미 시야는 그냥 붉은 상태다.

콰콰콰쾅!

순식간에 데미지를 입는 배리어.

하나 아레스의 표정도 좋지만은 않았다.

“원조의 소울 배리어는 다르구려. 이 무슨 효율이란 말인가…… 이렇게 많이 몰아쳤는데도, 끄떡없다니.”

휙!

영검으로 그때그때 반격하지만, 가볍게 회피하는 아레스.

그러면서 볼멘소리를 하니 아주 얄밉다.

이 녀석이랑 근접전을 하는 건, 자살행위야.

거리를 어떻게든 벌리려고 할 때…….

[꺼져라!]

쿵!

바닷가에서 거대한 포효가 들린다.

그러자 일제히 튕겨 나가는 아레스의 전사들.

“하. 시발. 저건 너무 세네.”

“한때는 같은 급이었는데, 저놈은 왜 저리 세졌냐?”

“아레스 님의 시종을 자처하던 놈이 뭐 저런 괴물이 됐어?”

튕겨 나간 채 투덜거리는 아레스의 군사들.

하나하나가 신으로 이루어진 아레스의 군단.

극심한 부상자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아레스한테 고전한 것처럼, 아레스의 부하들도 헤라클레스에게 고전하지만…….

서로 유효타를 못 입힌 건 똑같았다.

튕겨 나온 병사를 잠시 지켜보던 아레스.

그가 병사들에게 외친다.

“상대를 바꾼다. 영혼신은 강하나 미숙하다. 너희들로도 충분할 터.”

“알겠습니다!”

“저 괴물 새끼보단 낫겠죠.”

삽시간에 나를 포위해 오는 아레스의 병사들.

그들 사이에서 검과 방패, 독수리 모양의 깃발이 휘날린다.

이거 진짜 군단이네.

에휴. 그래.

니들이 아레스보다는 낫겠지.

“영혼신은 아직 전투에 익숙지 않다. 백전노장인 너희들을 믿겠다.”

“알겠습니다. 대장님!”

군단을 자애로운 눈빛으로 둘러보던 아레스.

갑자기 안경을 휙 던져 버린다.

그러자 환호하는 병사들.

“유후!”

“대장님이 안경을 벗으셨다!”

“헤라클레스 이놈! 죽었다고 복창해라!”

안경을 벗자 나타난 눈은 잔뜩 붉어져 있었다.

안경을 쓸 때보다 격정적인 느낌.

하나 그 눈, 광기에 젖지는 않았다.

그저 전투에 몸을 좀 더 맡겼을 뿐이다.

나를 향해 덤벼 오던 군단이 다들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마치 아이돌 팬처럼 아레스를 선망하는 군단.

그 모습이 어이가 없었지만, 대체 뭘 하기에 저러는지 궁금해서 나도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아레스가 오른발로 대지를 밟는다.

그러자 푹 파이는 땅.

그리고는 나직이 외쳤다.

“파산破山.”

쿠르르르르…….

땅이 진동한다.

짧지만, 강렬한 진동.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니, 내가 매일같이 헤라클레스와 만나던 산이 둥둥 떠 있었다.

그래…….

산 전체가.

너무나 초현실적인 광경.

거기에 아레스는 하늘로 손을 뻗었다.

“염천炎天.”

하늘이 타오른다.

새하얗던 구름이 불꽃이 된다.

헤라클레스의 머리가 있던 하늘이 삽시간에 불바다로 변한다.

그리고 그를 향해 날아가는 산.

그래.

산이다.

산이 통째로 날아간다.

휘이이익!

“캬! 역시 아레스 님!”

“기간토마키아 이후 얼마 만에 보는 거야?”

“아레스 님을 따라가면 지루하지가 않다니까!”

다들 열광하며 지켜보는 이적.

산을 날리고, 하늘을 불태운다.

그래. 단지 산을 날리는 거라면…… 뭐, 나도 피할 수 있다.

영체화하면 그만일 테니까.

하지만 저 산은 다르다.

그 하나가 이미 거대한 영력의 집합체.

영기발출로 발한 번개처럼, 적을 멸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압도적인 이적이다.

[하. 기간토마키아를 제압한 파산염천…… 영광입니다. 아레스!]

“나야말로. 그대와 싸워서 좋구나.”

안경을 벗은 채 웃는 아레스.

강적과의 전투가 정말 즐겁다는 얼굴이다.

안 그래도 잘난 얼굴, 더 미친 마성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주변의 남정네들은 그저 아레스를 쳐다보기에 바쁘다.

“대장님…….”

“역시 따라오길 잘했어.”

“영원불멸, 영생을 걸고라도 따라갈 가치가 있는 분이다.”

이 미친놈들…… 아이돌 팬이냐?

고추가 고추에게 열광하다니,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는 광경이다.

특히 몸을 비비 꼬는 아레스의 부하들은 왜 저러는지 등골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단천斷天.]

헤라클레스의 손이 움직이자, 불타는 하늘이 갈라진다.

파산염천 중, 염천은 사라진다.

하지만 날아오는 산은 그대로.

내가 헤라클레스에게 당한 단천은 모든 세상이 세로로 뚝 갈라지는 신의 기예였으나, 지금은 하늘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너의 기술, 도움이 되었다.”

[소울 배리어가 파산염천에도 깃들다니……!]

아니.

소울 배리어도 저런 기예에 혼합할 수 있는 거였어?

헤라클레스가 산에 거대한 손을 뻗는다.

그래.

그의 손은 크다.

하늘과 땅을 향해 완전히 뻗은 그의 육신에 걸맞을 정도로.

하지만 산은 더 크다.

그 어마어마한 흙덩이가 그대로 날아오는데, 단지 두 손으로 막는 거다.

[크으으……!]

산을 지탱하는 헤라클레스의 몸.

한 발, 두 발 뒤로 물러선다.

그러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아레스가 달려 나간다.

단창 하나만을 한 손에 쥔 채.

유성처럼 날아가는 아레스.

악마같이 거대한 헤라클레스와 비교해, 정의의 용사 같다.

그가 영웅적인 일격을 날리려고 하기 전…….

쿠르르르!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들린다.

여기에 제우스까지 개입하는 건가?

그러기 전에 빠르게 아레스 군단을 제압해야……!

쾅!

번개가 날아가는 산을 직격한다.

그러자 순식간에 갈라지기 시작하는 산.

그 안에 담긴 막대한 영력이 단번에 흩어져, 허공으로 사라진다.

산이 허물어진다.

“아레스. 네가 한 건 산을 부순 게 아니잖아? 그냥 던진 거지.”

산을 부순 건 커다란 망치.

거신 헤라클레스의 손에 걸맞을 정도로 커다란 망치다.

“산을 부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