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33화 (133/240)

<내 상태창 2개 - 133화>

올림푸스와의 첫 교전 (1)

“크윽…….”

거대한 뇌전 결계 안에, 또다시 번개가 내리친다.

헤라클레스의 머리와 양팔을 감싸고 있는 노란빛 번개.

이를 벗어나려고 움직여 봤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헤라클레스를 둘러싸고 있는 전사 무리.

총 스무 명이다.

예전에 보았던 그리스 군인과 비슷한 무장이나, 보다 복식에 자유로운 모습이다.

저들도 하나하나 S등급인가……?

“누구냐!”

“저자, 특급 척살 대상이다.”

“영혼신이군.”

“넷은 저놈을 상대하라.”

내 등장에도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 전사들.

오히려 일행을 나눠 나에게 다가온다.

창과 검, 활이 나에게 겨눠진다.

“제우스께서 무조건 죽이라고 하셨다. 그 목, 가져가마.”

“저 녀석, 하급신이라고 들었어. 후딱 해치우자.”

한가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전사.

폴룩스보다도 강한 느낌이다.

하나, 그때와는 달리 위험 감지는 발동하지 않았다.

휙!

총알처럼 날아오는 한 전사.

폴룩스보다 빠르나, 이젠 움직임이 훤히 보인다.

“자, 일등 공신은 나…….”

느리고, 허점이 많다.

이 정도면…….

푹!

“컥……!”

영검으로 그의 목을 가볍게 뚫었다.

전사는 그 상태로 목을 부여잡고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소울 배리어는 가볍게 찢겨 있었다.

새하얗게 불타오르며 사라지는 전사.

단번에 소멸하는 모습에 적이 주춤한다.

“아스클레오스가 단번에 소멸하다니…….”

“저자, 하급신 맞나? 그러기엔 너무 강하다.”

“제우스께 통신을. 저자도 묶어야 한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적.

열 명은 헤라클레스를 계속 포위하고, 9명이 방어 태세를 한 채 나를 맞이했다.

한가락하는 전사들이라 그런가?

더 이상 방심하지 않고, 태세 전환이 빠르네.

“김지호…… 도망쳐라! 이 녀석들은 아레스의 부하들. 곧 전신, 아레스가 강림할 거다.”

헤라클레스가 자유로운 두 발로 적들과 맞서 싸우며 나에게 소리친다.

아레스면 전쟁의 신이잖아.

아테나한테 털리는 역할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신은 대신.

대신한테는 아직 힘들 거 같은데.

“그럼 전력을 다해 보고…….”

영력을 아낌없이 사용한다.

영체를 강화하고, 영검을 확장한다.

길게 뻗어 나가는 영검.

불사조도 소환한다.

아예 몸이 새하얗게 변한 불사조가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주인, 벌써 중급신이 되었는가? 엄청난 힘이다.]

“뭐 비슷한 게 있었어. 전력을 다해 저들을 돌파하자.”

[알겠다.]

새하얀 불꽃으로 화해 먼저 적에게 돌진하는 불사조.

그 뒤를 따라 돌진한다.

“막아라.”

아홉 명의 전사가 창을 던지고, 활을 쏜다.

무기는 통일되어 있지 않고, 타이밍도 각자 다르다.

하지만 공격 하나하나가 장인의 경지.

창은 분명 하나를 던졌는데 수백 개가 되어 날아오고, 화살은 중간에 허공에서 퍼져 푸른 보호막을 만든다.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한다는 건가?

하나 움직임은 전부 내 눈에 보였으며, 위험 감지는 여전히 발동하지 않았다.

화르르르.

불사조의 몸을 뚫지도 못하고 타올라 떨어지는 창.

보호막은 종잇장처럼 가볍게 찢겨 나간다.

“소울 배리어.”

전열에 검과 방패를 든 전사 셋이 선다.

그들이 방패에 소울 배리어를 사용하자, 커다랗게 변하는 하얀 방패.

마치 벽과 같다.

이에 돌진이 잠시 막히는 불사조.

[꽤 단단한 방패…… 뚫기 힘들겠는데…….]

“잠깐 비켜 봐.”

불사조가 내준 공간을 통해 검을 뻗는다.

푹.

그대로 뚫리는 방패.

한 곳이 뚫리자 방패 전체에 금이 가더니 스르르 깨져나가기 시작한다.

“이런 미친……!”

“산개해서 발목을 잡아! 시간만 끌면 된다!”

방패가 뚫리자마자 죄다 몸을 휙 빼는 전사들.

하지만 내 몸이 더 빠르다.

가장 앞에 있던 전사의 몸을 그대로 검으로 긋는다.

미처 피하지 못한 채, 영체가 반으로 갈라지는 전사.

“크으윽…… 소…… 소멸한다…… 불멸의 몸이…… 으아아!”

불타오르는 자신의 상반신을 보며 절규하다가 사라지는 전사.

그를 없애면서 SP를 확인했다.

효율이 늘어서일까?

천만 정도 소모된 SP.

폴룩스와 싸울 때는 3억 넘게 사라졌는데, SP 소모가 엄청나게 줄었군.

이 정도면 스무 명 다 없애도 되겠어.

“일격에……!”

“상대하면 안 돼. 빠져!”

헤라클레스에게 가는 길을 막지 않고 아예 옆으로 빠지는 적들.

바로 상대가 안 된다는 걸 파악하고 멀리서 견제만 하려고 한다.

시간이 급하지 않으면 당장 추격할 테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

“불사조. 저놈들 부탁한다.”

[알겠다. 이 정도 힘이면 충분히 가능해.]

불사조가 옆으로 빠진 적들을 견제한다.

그 사이에 난 헤라클레스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양팔이 번개에 묶인 채 발로만 싸우던 헤라클레스.

펑!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창과 화살을 그대로 발로 차 버린다.

적이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양발만으로 모조리 공격을 막아 내는 헤라클레스.

오히려 적의 무기를 튕겨 내면서 날카로운 반격도 가하고 있었다.

초고속으로 열 명이 넘는 적의 공격을 쳐 내는데, 신기할 정도다.

저 녀석이 제우스한테 묶여 있지만 않았어도, 여기 있는 신들은 단번에 머리가 깨졌으리라.

“큭…… 역시 헤라클레스.”

“영혼신도 온다.”

“일단 빠져라!”

내가 다가서자 썰물처럼 도망치는 전사들.

신위에 오른 전사라 필사의 각오로 지킬 줄 알았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튄다.

“크…… 역시 아레스 패거리들. 군인이라기보다는 깡패구나.”

줄행랑을 치는 전사들을 피식 비웃던 헤라클레스.

나를 보더니 눈으로 다급하게 번개를 가리킨다.

“제우스의 번개, 끊을 수 있겠어? EX등급의 번개라 그런지 아주 골치 아프군.”

“일단 해 볼게.”

“나도 최대한 튕겨 내 보마.”

먼저 헤라클레스의 오른팔을 묶고 있던 제우스의 번개를 벤다.

지지지지직.

영검이 닿자 처음으로 검격이 막혔다.

강철과 맞닿은 듯, 꿈쩍도 하지 않는 영검.

아까 뇌전 결계와는 차원이 다른 단단함이다.

“집중강화. 영기발출.”

SP가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집중강화를 써서 벤다.

그러자 조금씩 검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너 왜…… 영기발출만 쓰냐?”

“응? 뭔 소리야. 이게 제일 위력이 센데?”

“음……? 뭐지……? 흠, 아니다. 일단 베어 봐.”

날 의아하게 쳐다보던 헤라클레스.

자신의 오른팔에 힘을 잔뜩 불어넣어, 그대로 아래로 당긴다.

툭.

끊어지기 시작하던 제우스의 번개.

이에 헤라클레스의 완력이 합쳐지자, 번개의 줄이 그대로 떨어져 나간다.

연결이 끊기자 스르르 사라지는 제우스의 번개.

“좋아. 왼쪽도 하자!”

“오케이.”

왼팔도 똑같은 과정으로 속박을 끊는다.

“방해해!”

[내가 막겠다.]

도망쳤던 적이 멀리서 화살과 창을 던졌지만, 불사조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그 공격을 막아주고 있었다.

몸을 넓게 퍼뜨린 불사조는 불꽃 그 자체가 되어 든든한 벽 역할을 해 주었다.

그 사이에서 빠르게 왼쪽 번개도 빠르게 썰어 버리자, 남은 건 머리 쪽 하나였다.

헤라클레스의 정수리에 꽂혀 있는 황금빛 번개.

양팔을 묶은 것에 비해 더 두껍고 튼튼해 보인다.

저런 게 박혀 있는데 멀쩡하다니, 이 녀석도 대단하긴 하네.

“합!”

집중강화 상태로 베어 보지만, 꿈쩍도 안 한다.

양팔에 묶여 있던 건 검이 들어가는 느낌이라도 났는데, 이건 흠집도 나지 않는 느낌.

쾅. 쾅.

한 번, 두 번 세게 베어도 마찬가지다.

머리 쪽에 박힌 게 핵심이었나?

“크으윽……!”

조급했는지, 헤라클레스가 힘을 쓴다.

양손으로 머리에 꽂힌 번개를 잡아, 좌우로 바짝 당긴다.

그의 근육이 미친 듯이 팽창하며, 온몸에서 살벌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이 위를 좀!”

조금 더 위, 허공으로 올라가서 번개를 나무 패듯이 베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수십 번을 가격해도 미동도 없던 번개.

“크아아아!”

헤라클레스가 큰 고함을 치며 본격적으로 힘을 쓰자 그제야 영검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살짝 파인 부위를 집중적으로 타격한다.

수백 번을 가격했을까.

쿠르르르르.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날 무렵,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번개가 끊겼다.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바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와! 본체로 간다!”

그가 달리는 곳은 산 너머의 바닷가.

그의 본체, ‘홀로 서는 거신’이 있는 곳이다.

말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저 멀리 점처럼 사라지는 헤라클레스.

엄청나게 빠르네.

나도 녀석을 뒤따른다.

“저 녀석들…….”

“추격하지 마라. 어차피 가 봤자 우린 죽어.”

“이제 곧 아레스 님이 오실 거다.”

“차라리 잘됐어. 영혼신까지 척살하면 아레스 님이 1등 공적을 세우는 거니까.”

“두 녀석의 소멸은 아깝지만…….”

열심히 달리니 뒤에서 적 전사들의 잡담 소리가 들린다.

우리를 놓쳤음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눈치.

아레스가 오면 확실히 우리를 제압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저 자식들이 여유를 부리니까 불안한데.

어쨌든 적들의 방관 아래, 우리는 바닷가까지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바닷가 쪽으로 오니, 몸이 사라지는 헤라클레스.

쏴아아아아.

대지가 흔들리며, 맹렬한 파도가 친다.

그러더니 바다 너머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거대한 인영.

온몸이 시커먼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인, ‘홀로 서는 거신’이었다.

발은 바다에 닿고, 머리는 하늘에 위치해 있는 비현실적으로 거대한 거신.

적이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압도적인 모습에 공포를 느꼈는데, 아군일 때는 든든하다.

[이 몸이라면, 그깟 번개에 당하지 않는다. 나와라, 제우스!]

거대하게 포효하는 헤라클레스.

그 포효 속에 막대한 영력이 느껴졌다.

나를 타겟으로 하지는 않아 별 위협은 느끼지 못했지만, 강대하기 이를 데 없는 외침.

내가 적이었으면 그 소리만으로도 땅바닥을 뒹굴었겠지.

“크으으윽!”

그래. 저 뒤에 있는 놈들처럼 말이야.

“단지 고함만으로 이렇게 강하다니……!”

멀리서 거리를 유지한 채 다가오던 18인의 전사 하급신.

그들이 귀를 틀어막으며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귀에서는 피가 흐르고, 손발은 부들부들 떨린다.

SSS와 S, 두 등급 차이가 정말 하늘과 땅 차이구나.

저들이 뒹구는 걸 보고 있자니, 갑자기 통신이 왔다.

로키다.

[김지호. 너 어디야?]

“나 지금 에슈타르. 헤라클레스를 잡으러 올림푸스 패거리가 쳐들어와서, 싸우고 있었어.”

[뭐? 헤라클레스를? 그 자식들…… 영혼 약탈자 스킬 때문에 그런 건가? 알겠어. 그럼 좀만 버텨 봐. 구원 보낼게.]

그러더니 통신을 툭 끊는 로키.

뭐야?

구원이라니…….

이미 상황 얼추 정리된 것 같은데.

쿠르르르르.

하늘이 또다시 울린다.

그와 함께 붉게 변하는 시야.

온몸이 따갑다 못해 쓰리기 시작한다.

위험감지다.

천둥소리와 함께 위험감지면……!

“소울 배리어.”

배리어를 킨 채 일단 바다로 달린다.

콰지지직.

커다란 번개가 내가 서 있던 자리를 스쳐 지나간다.

행동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배리어를 켜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말려들 뻔했다.

빗나갔는데도 이 정도 위력이라니……

황급히 상태창을 보니 이 공격 한 방 막는데 SP 1억이 날아갔다.

EX등급 신의 공격인데, 이 정도면 싸게 먹힌 건가?

콰르르르.

다시 한 방 내리찍으려고 하자, 헤라클레스가 포효한다.

[어딜!]

광풍이 불며, 거대한 그림자가 하늘을 가로막는다.

위를 쳐다보니 검은 금속의 손이 번개를 그대로 받아 내고 있었다.

거신 헤라클레스의 손이었다.

그러자 하늘이 울린다.

[쥐새끼 같은 놈…… 한층 더 강해졌구나. 아레스. 헤라클레스의 데이터는 수집했다. 영혼신부터 잡아라.]

헤라클레스의 손으로 가려진 하늘.

그곳에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내리쬔다.

헤라클레스의 신음성과 함께.

[크윽……!]

쿵!

작게 난 구멍.

헤라클레스의 손 일부분이 그대로 사라지고, 그 공간을 통해 누군가가 떨어진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이제부터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