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31화 (131/240)

<내 상태창 2개 - 131화>

완전한 S등급 (1)

[살려 주게.]

화면에 뜬 오딘.

무릎을 꿇고 빌고 있는 자세였다.

저런 거 보면 정신은 차린 거 같은데…….

[제발 아스가르드의 멸망만은 면해 주게.]

지금 분위기를 보니, 페널티를 썼다는 걸 왠지 모르는 거 같은데?

오호.

이거 써먹을 만하겠어.

“일단 자초지종을 들어 보겠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후우…….]

깊게 한숨을 쉬는 오딘.

그가 말문을 연다.

[제우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하여 다른 신계의 신들을 모조리 제압했지. 나와 아스가르드만 제외하고.]

“예. 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글쎄. 혼돈의 힘과도 연관이 있다고만 알고 있을 뿐, 정확한 방법은 나도 모르겠네.]

“이것도 그 웃는 얼굴의 악마가 사주한 건가?”

“클클. 글쎄요…….”

하데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은 모른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자식이, 정보는 안 주고 옆에서 들으려고 하고 있네.

“야. 옆에서 듣기만 할 거면 그냥 가라.”

“클클, 여기 제 영역입니다만. 오늘은 유쾌한 장면을 보여 주셨으니 특별히 그 부탁 들어드리지요.”

그러더니 나에게 고개를 푹 숙여 인사하는 하데스.

“나중에 사업상 서로 윈-윈이 될 만한 제안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뵙지요.”

그러며 그가 사라지자 오딘이 말을 이었다.

[제우스는 나에게 꽤 관대한 제안을 했어.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의 동맹 계약.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계약을 하고, 한쪽이 창조주가 되면 다른 한쪽도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것으로 말이야.]

“제우스가 오히려 그렇게 제안을 한 건가요?”

[그가 운을 띄우고, 로키가 협상했지. 로키와 헤르메스가 치열하게 협상하다가, 제우스가 그냥 아스가르드 제안을 다 들어주라고 해서 이런 동맹이 체결된 거야.]

의외다.

제우스는 아스가르드를 떼 놓기 위해서 SP거래소 페널티를 받도록 유도하지 않았던가.

이게 다 자신의 발목을 잡는 아스가르드와의 동맹 맹약 때문일텐데…….

그때 당시에는 제우스가 오히려 그런 제안을 했군.

[제우스는 시간이 급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런 조건으로 동맹 조약을 체결한 것 같습니다.]

[그런가. 어쨌든 거기서 그의 제안을 듣지 않았다면, 우리 아스가르드도 봉인되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그의 제안을 수락했네. 일단 그의 무한회귀 계획을 따르면서 활로를 찾기로 한 거지.]

“흐음…….”

[처음에는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 했지만, 제우스는 그저 SP를 모으는 데 열중했네. 나도 우리 아스가르드가 지구를 장악할 때 최대한 SP를 짜냈지.]

“지구인들 버프도 제대로 안 주고, 아주 SP 짜내는 데만 열중하셨죠.”

[어차피 회귀할 세상, 뭐 하러 버프를 주겠는가? 거기에 제우스를 이기려면 SP를 허투루 낭비해서는 안 됐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어……. 제우스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았지. 나는 SP를 모으기 위해 전력으로 움직였고.]

그래서 제우스와의 격차가 좀 줄어든 줄 알았다는 오딘.

한데 그건 큰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김지호. 그대가 나타난 후 제우스가 나에게 연락했네.]

“제가 나온 이후에요?”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그대를 천사화 하려다가 실패한 이후, 제우스가 나에게 연락했지. 영혼 각성자에 대해 할 말이 있으니 직접 만나자고. 칼바인 행성에서 만났어.]

제우스의 강함을 짐작하고 있었기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다는 오딘.

근데 그래 봤자 그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 강했다. 제우스는. 이미 그 때 EX등급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죠?”

[순식간에 제압을 당한 후, 그 이후로는 기억이 끊겼지. 나는 그때부터 꼭두각시였어…… 후. 그가 SP 거래소에서 대출을 싹 다 끌어 쓴 후 내게 보낼 줄은 몰랐지…….]

깊게 한숨을 쉬는 오딘.

덩치 큰 오딘이 어깨를 바싹 움츠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불쌍해 보인다.

외관도 노인이라 좀 더 불쌍함이 배가되는 느낌.

하지만 그래도 받을 건 받아야지.

“뭐, 꼭두각시인 건 그렇다 칩시다. 근데 원금과 이자를 갚으셔야죠.”

[으음. 너무 과도한 빚일세.]

“에헤이. SP 거래소에서 갚을 수 있으니까 빌려주는 겁니다. 저희가 무슨 사채업자도 아니고, 시스템 공인의 제1 금융권이구만. 설마 무릎 한 번 꿇고 떼먹을 생각은 아니죠?”

[그건 아니네만…… 이제 신들도 풀려서 SP 수입이 줄고 있어. 거기에 5조의 이자를 내는 건 너무 과도하네.]

아니 이 양반, 어이가 없구먼.

이자 깎아 달라는 거야?

그건 그쪽 사정이지.

“그럼 물건 팔아서 원금을 갚아 나가세요. 아니면 굳이 채무추심단이 출동해야 하나요? 헤르메스가 아스가르드 불태우면 SP 5조 이상 나올 거라던데.”

내 돈, 아니 SP 떼먹는 꼴은 못 본다.

페널티를 이미 써 버렸다는 건 모르니까 강하게 나가야지.

내 말에 오딘이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힘없이 말한다.

[으…… 음. 알겠네, 알겠어. 갚겠네…….]

[김지호. 이자라도 좀 깎아 주면 안 되나? 10%를 다 내면 아스가르드는 파산 위기에 놓일 거야.]

옆에서 로키가 애절한 표정으로 부탁했다.

이런 게 채권자의 느낌인가?

아스가르드가 파산하게 두는 건 좋지 않지만, 공짜로 해 줄 수는 없다.

“공짜로? 공짜는 안 된다.”

[물론 공짜는 아니지. 우리가 호위를 제공해 줄게.]

“무슨 호위?”

[제우스가 너를 보고 이를 가는 거 보면 모르겠어? 올림푸스 신들이 떼거리로 습격하면 어떻게 할 건데?]

“신들은 원래 함부로 강림하지 못하는 거 아니었나? 혼돈 녀석들이 쳐들어오니까.”

[그건 지구에 EX등급이 나타나기 전이지. 제일 등급이 높은 신을 기준으로 하는 거라, 하급신, 중급신까지는 이제 강림이 가능할 거다.]

[거기에 EX등급이 나오고 무한회귀가 멈춘 이상, 혼돈이 침공할 명분도 사라졌네. 몬스터가 더 이상 안 나올 수도 있지.]

더 이상 던전이 안 생길 수도 있다고?

하데스나 헤라클레스에게 나중에 물어봐야겠군.

흠. 만약 던전이 생기지 않고, 신들이 강림하는 지상 세계면…….

그렇게 된다면 좀 위험하지.

폴룩스 잡았을 때를 생각해보면, SP를 상당히 소모했었지.

하급신이 하나만 더 있었으면 내가 죽었을지도 몰라.

호위가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하다.

“근데 너희 대출 받아서 SP 다 털린 거 아니야? 그럼 싸울 SP도 없을 텐데.”

[아직 녀석들과 우리는 동맹 관계야. 맹약으로 인해 서로 치명적인 공격은 할 수 없어. 우리가 널 호위하다가 몸으로 막아 줄게.]

“뭐, 총알받이냐?”

[비슷하지. 이런 거 잘하는 놈이 있어. 토르라고.]

“그래. 그럼 1% 깎아 주마.”

[좀만 더 써라.]

“0.5로 가?”

[아오, 젠장…….]

오딘을 노려보던 로키.

깊게 한숨을 쉰다.

[그래. 일단 1프로로 감지덕지해야지. 야. 여자는 안 필요하냐? 내가 기똥찬 미녀 주선해 줄게.]

“됐다. 너 변신해서 올까 두렵다.”

[아니야. 미의 여신 프레이야야. 아프로디테에 필적…… 아니 더 예쁜 여신이라고.]

“유부녀는 됐습니다.”

[아이고, 불멸의 삶을 사는 신한테 그런 건 의미가 없다니까? 실제로 봐. 눈부신 미모라고. 그리고 걔도 너에게 상당히 관심이 있다고.]

“됐다. ”

[야, 야. 그러면 발키리. 발키리 군단은 어때? 발키리는 다들 미혼이라고.]

“아. 됐다니까. 이자나 갚으세요.”

[어휴. 거시기 뒀다 뭐 하냐?]

투덜거리던 로키.

일단은 알겠다고 했다.

[토르를 곧 파견할게. 그는 아스가르드의 군단을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널 보호해 줄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럼 다음엔 더 좋은 제안을 들고 오마. 이자 좀 더 깎아 줘.]

그러고 끊어지는 통신.

아무래도 아스가르드가 불타오르는 장면을 봐서 그런지, 한없이 저자세군.

괜찮은데?

“후우.”

오늘 하루, 정신이 없었다.

오딘에게 잡혀갔다가 아바타 교환으로 살고, 제우스가 EX등급이 되고, 세상을 자기 뜻대로 바꾸려고 하다가 페널티 먹고 실패하고…….

흠. 정리해보자.

적은 결국 제우스와 올림푸스 한 세력만 남았고, 그를 막으려는 세력은 아스가르드를 포함한 남은 신계 모두다.

물론 아스가르드는 올림푸스와 허울뿐인 동맹 관계를 그래도 유지하려고 하는 거 같다.

제우스의 짐덩이로 남기 위해서.

어떻게 계약을 맺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사이가 벌어졌는데도 동맹을 계속 유지한다는 게 신기하긴 하다.

이건 그쪽 사정이고…….

이렇게 되면 풀려난 신들이 회복할 시간만 벌면 될 거 같은데.

EX등급 제우스가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SP 수입 감소로 힘을 맘대로 못 쓴다지만, 그래도 규격 외의 신이니 뭔 짓거리를 할지 예상이 안 돼.

“참 걱정이네요. 제우스가 또 무슨 짓을 할지…….”

엘프리안도 이런 내 생각에 동감했다.

“그의 세력이 고립되었다지만, 영혼 약탈자의 스킬을 공유하고 있어서 가장 강력하죠. 그가 힘을 집중해서 각개 격파를 시도하면 당해 낼 신계가 없을 거예요. 케브리안도 지금까지는 혼돈과의 거래 때문에 신들이 강림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르죠. 올림푸스에서 작정하고 쳐들어오면, 아무리 하데스라도 후퇴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렇군요.”

“드라키아에도 연락해서 이 사실을 알리고, 일단 최대한 힘을 모아 봐야겠어요. 김지호 님, 오늘 하루 피곤하셨을 텐데 이 은신처에서 쉬도록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엘프리안이 마련해 준 은신처로 돌아가 내 상태창을 점검했다.

남은 SP는 상당히 처참한 상황.

오딘에게 당해서 그런지 백만도 남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될 거 같아.

영혼 약탈자를 A등급으로 유지한 덕분에 제우스에게 한 방 먹인 건 좋았지만, 계속 A로 둘 수는 없어.

하급신 폴룩스 하나한테도 쩔쩔맸으니…….

영혼 약탈자도 S등급으로 올리고 계속 성장을 해야 앞으로 올림푸스의 신들과 대적할 수 있을 거다.

음,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페널티가 취소될까 하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시스템 페널티는 등급이 오르더라도 유지가 됩니다.]

정말 내 생각을 읽는 거 같은데.

그럼 A등급 유지 시 적에게 페널티는 계속 주어지는 건가?

그러자 바로 대답해 오는 시스템.

[한 신계당 하나의 페널티만 적용됩니다.]

이러니 빨리 등급 업 하라고 등 떠미는 거 같다.

좋아.

언제까지고 영혼 약탈자 A등급에 머무를 수도 없는 노릇.

올리자.

상태창을 열고 등급 업 조건을 살펴본다.

모두 클리어 되어 있는 조건.

한데 신위의 자격 획득만이 제외되어 있었다.

이건 대체 어떻게 얻는 거지?

저번에는 퀘스트 깨다가 얻었는데, 이번엔 딱히 퀘스트도 없고.

로키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그러면 페널티에 대해 뭔가 눈치를 챌까 싶어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신위의 자격 말이냐?]

“네. 뭐 아시는 거 있으세요?”

[이미 신위에 올랐는데도 그게 필요한 거니? 그럼 우리가 줄 수 있어.]

“아. 그래요?”

[응. 대신 여럿이 인정하면 신위의 자격을 부여할 수 있지. 봉인지의 신들에게 부탁해 보마. 너에게 봉인이 풀린 신들이니만큼, 흔쾌히 도와줄 거다.]

좋아. 이 조건은 쉽게 클리어 됐네.

[그건 그렇고, 제우스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그가 엄청난 이적을 보이더구나. ]

“아, 그건 말이죠…….”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고 말하니 아버지의 눈 색이 백색으로 빛난다.

뭐야. 미카엘인가?

[제우스…… 그 권능을 보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EX등급에 오르다니.]

“미카엘 님입니까?”

[그렇다. 다만 그대의 페널티 때문에 제우스가 함부로 경거망동은 못하겠구나. 그래도 힘이 모이면 그 이적, 다시 발휘할 수도 있어. 그 번개 이후, 우리의 SP 수입이 1%씩 줄었거든.]

“번개 친 지 얼마나 됐다고 아세요?”

[우리들 사정이 워낙 궁핍한지라…… 다른 신계도 그렇고, 초 단위로 수입을 체크하는 실정이다.]

와…… 빈곤의 극치구나.

제우스의 계획이 효과가 없는 게 아니네.

1%씩 강탈하다니, 한 번에서 멈춘 게 천운이구나.

[남은 1%는 제우스에게 갔을 거라 짐작된다. 이렇게 계속 그가 권능을 발휘하면, 우리가 설 자리가 사라지지. 올림푸스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아스가르드와는 연수를 해야겠구나.]

“예. 신위의 자격도 부탁드립니다. 저들과 대적하려면 필요해서요.”

[알겠다. 내 하루빨리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

그러더니 휙 사라지는 미카엘의 눈빛.

아버지로 되돌아온 건가.

“아버지. 그럼 상황을 지켜보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주시죠.”

[그래. 알겠다.]

“근데 이제 미카엘 님도 풀렸는데, 아바타로 계속 있을 필요 없지 않나요?”

[이게 아직 효율이 좋다고 하시는구나. 거기에 이곳은 말 그대로 천국.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충만함을 느낀단다.]

그러면서 기도를 하는 아버지.

거참 적응 안 되는 모습이야.

지구로 모시고 싶은데 지금 상황에서는 너무 위험하니, 지금 당장은 천국에 있는 게 나은 거 같다.

“예. 그럼 준비가 되면 알려 주세요.”

[알겠다. 금방 될 거야.]

그렇게 3일이 지난 후.

난 신위의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