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30화 (130/240)

<내 상태창 2개 - 130화>

제우스, 제약받다.

전기 마크.

아파트가 뽑힌 흔적에 꽂힌 번개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원래 진짜 번개는 번쩍이면 땅에 뚝 떨어지고 끝 아닌가.

하지만 저 황금빛 전류는 형상을 무너뜨리지 않은 채, 미세하게 꼬인 상태로 번쩍이고 있었다.

“아스트라페…….

하데스가 그 번개를 보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엘프리안이 하데스의 말을 받았다.

“제우스의 신기. SSS등급 무기, 아스트라페군요."

"번개는 예로부터 신왕의 상징이었죠. 아스트라페는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절대 신기입니다."

"저거로 뭐 하려는 걸까요?"

"글쎄요…….“

형상화된 황금빛의 번개.

처음에는 그다지 크지 않았으나, 사방으로 전류를 퍼뜨리기 시작하더니 점차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커지는 아스트라페에 따라 화면이 줌 아웃된다.

사고 현장으로 출동한 구급차와 경찰차가 어느덧 작아 보일 정도로 커진 아스트라페.

이미 옆 아파트와 비슷한 크기가 되었다

[인간이여.]

화면을 통해 흘러나오는 위엄찬 음성.

제우스의 목소리다.

전혀 생소한 언어를 말하는데, 저절로 이해가 되는 언어.

신이 격이 낮은 피조물에게 전하는 신언이었다.

[이제부터 지구상의 신은 나, 제우스가 유일하다.]

광오한 외침.

하나 지금의 제우스에겐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EX등급이니까.

[너희들에게 남겨져 있는 다른 신의 잔재를 모조리 씻어 주겠다. 영혼 하나하나까지 모두 나에게 복종하도록 하라.]

제우스의 선언이 끝나자, 아스트라페가 폭발한다.

아니, 그것은 폭발하듯 커진 것에 아스트라페가 계속 확장한 것이다.

아파트 크기였던 번개는 순식간에 퍼져 나가더니, 사방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 규모에 따라 하데스도 똑같이 화면을 쭉 축소시키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화면을 조금씩 줌 아웃 하는데, 아스트라페의 뇌전은 이보다 더 빠르게 커졌다.

계속해서 뻗어 나가는 신의 뇌전.

“아니…… 범위가…….”

“저거, 어디까지 확장하는 거죠?”

줌 아웃이 계속되기 시작하자 아차 싶었다.

이거 범위가 금방 퍼질 텐데, 내 사도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포함될 거란 말이지.

사도의 정원에 넣어야겠어

사도 창을 열어 보니 디아나, 드라키나, 이진성은 지구에 없었다.

디아나는 사도의 정원 안에 있고, 드라키나는 드라키아와 케브리안에서 활동 중.

이진성은 에슈타르에서 사냥 중이었다한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지구에 있었다.

이들이라도 살려 보기 위해 역소환을 했는데…….

[사도 소환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메시지만 떴다.

아무리 눌러 봐도 계속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만 올라왔다.

이런 젠장…….

강시아와 길드 사람들, 이렇게 다 죽는 건가?

화면의 축소는 계속되었다.

서울까지 축소되던 화면은 어느덧 한반도까지 보여 주고 있었다한반도는 샛노란 색으로 변해 있었다.

단 하나의 빈틈도 없이.

하.

저러면 우리나라가 다 뒤엎이는 건데?

“제우스…… 저 정도 힘이면 전 지구를 다 뒤엎을 겁니다. 인간을 다 죽일 생각인가요?”

“자기 손으로요? 대체 왜…….”

[부정한 영혼을 씻어 주겠노라. 새로 태어나라!]

지구가 아스트라페로 뒤덮인다.

땅과 바다 할 것 없이, 전역을 휩쓸어 버린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하는 아스트라페.

테이프를 되감듯, 지구를 보여 주던 화면이 서서히 확대되었다.

지구를 잠식하던 번개는 다시 한반도로 모이기 시작했다.

금방 작아지기 시작하는 번개 폭풍.

화면은 계속 줌 인되어, 처음 이 난리가 시작된 지점을 비췄다.

내 집이 있었던 지역.

이상하게도, 그 강렬한 전격이 휩쓸고 지나갔는데도 건물은 멀쩡했다.

차도 그대로고, 폭발한 흔적도 없었다.

단지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추락으로 인해 출동한 소방대원도, 경찰관들도 없다.

구경하러 온 사람들, 자원 봉사자들, 기자, 앵커 등…… 모두 없다.

사람의 흔적은 아예 비치지 않는다.

“생명의 흔적이 느껴지지가 않네요.”

“클클…… 사람만 죽였군요. 대체 왜?”

화면이 여기저기를 비추지만 사람만이 없다.

멍멍거리면서 지나가는 개.

아스팔트를 걸어 다니는 비둘기.

어슬렁어슬렁 주차된 차 아래로 움직이는 고양이.

흔히 보던 동물들은 멀쩡한데, 사람만이 보이지 않았다.

[1%라…… 아직 영혼이 완전히 정화가 되지 않았구나. 다시 시작하도록 하지.

1%라고?

영문 모를 소리를 하던 제우스가 다시 시작한다고 이야기하자, 세상이 새하얗게 빛

“흠……?”

화면을 지켜보던 하데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화면을 이리저리 조정한다.

그러자 어두워지는 화면.

뭐, 밝기라도 조절한 건가?

근데 아무리 어두워져도 세상엔 빛밖에 없었다.

이게 뭔가 싶어서 지켜보니, 갑자기 빛이 멎었다.

그리고 나타난 광경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났군요.”

“시간대를 되돌렸습니다. 근데, 조금 전보다 더 과거 같군요.”

그렇다.

내 집이 뽑혀 나가기 전의 광경이었다.

오딘에게 소환당하기 전으로.

[오딘이여. 계약은 이행되었다. 창조주의 권한으로 시간을 되돌렸으나, 빚은 그대로구나. 하하하! EX등급의 시간 역전이라도 시스템을 이길 수는 없구나. 부채와 함께 소멸하도록 하라사람들이 하늘에서 들린 음성에 놀라 위를 쳐다본다.

이거 전 지구에 다 들리는 건가.

진짜 절대신의 느낌이다

그건 그렇고, 이 자식…….

시간을 돌리면 빚 탕감이라도 되나 실험한 건가?

다행히 시간을 돌려도 빚과 이자는 그대로인가 보다.

시스템…….

정체는 모르겠는데, 이럴 땐 참 고맙군.

[그럼 다시 정화를 시작하도록 하지. 으…… 음!?

하늘에서 위엄찬 포효를 내던 제우스가 깜짝 놀라고 있었다.

[이놈…… 김지호……! 하찮은 짓을!]

응?

난 왜 갑자기?

하데스와 엘프리안도 의아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뭐 하셨어요?”

“킬킬…… 저놈한테 무슨 엿을 먹인 겁니까?

뭘 하다니.

내가 한 거라고는 페널티를 넘겨준 거 밖에 더 있나?

시스템 창에 메시지가 뭐 있나 보았더니 내용이 추가되어 있었다.

[페널티의 대상 ‘불완전한 창조주’ 제우스가 부채 탕감을 의도로 시간을 되돌렸습니다. 페널티를 강화합니다.]

[SP 획득량이 급격하게 감소합니다.]

“킬킬. 대체 뭐 한 겁니까?”

“제우스의 SP 획득량 감소 페널티를 먹였을 뿐인데 말이지.

그러며 이번에 시간을 되돌리면서 ‘부채 탕감’을 의도로 되돌렸다고 페널티가 강화되었다 하니 하데스가 배를 잡고 폭소했다.

“카카카카카카! 그게 정말입니까? 제우스 자식, 그렇게 잘난 듯이 나대더니. 꼴 좋군요!”

“흠. 겨우 SP 획득량 감손데? 원래는 아스가르드를 불태울 정도의 페널티였다고.”

“킬킬킬. 신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SP가 필요합니다. EX등급인 제우스는 더욱 많은 SP가 필요하지요. 저희로선 상상도 못할 정도겠지요."

“그건 그렇지.”

하데스는 한 화면을 또 띄웠다.

지구가 제우스의 번개, 아스트라페에 완전히 삼켜지던 장면.

그는 이 화면을 가리켰다

“이 어마어마한 이적…… SP가 얼마나 들 것 같습니까?”

“엄청 들겠지.”

“그렇습니다. 이 공격, 처음엔 무슨 의도인지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만…… 이제 알겠군요. SP를 공급하는 인간을 향해 정밀 타격하면서 인간의 영혼을 개조하려고 하는 겁니다."

"영혼 개조?"

"다른 신을 인지하고 섬기는 인간을 모조리 자신의 종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죠."

"근데 왜 다 죽이고 있어?"

"인간의 영혼에서 다른 신의 색을 빼고 제우스로 채우는 과정이죠. 1%라 했죠? 99번 더 하면 모든 인간이 제우스의 종이 되겠군요.

저 번개 지지기를 백 번 당하면 다들 제우스의 종이 된다

"백 번 당하기 전에 많이들 종이 될 거 같은데, 딱 봐도 전기 고문인데 백 번이나 버티나?"

"단지 의지를 꺾고 순종시키려면 개인차가 다들 있겠죠. 근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제가 보기엔 아예 종을 바꾸려는 거 같아요. 흠, 예를 들어 번개의 정령처럼요."

"킬킬. 제우스라면 죄다 정령으로 만들겠군요. 종을 바꾼다! 그럴듯합니다."

"그럼 계속 전기 고문을 하면 될 것 같은데…… 시간은 왜 돌린 거야?"

"오딘과 뭔 이야기를 한 거 같은데, 이유가 있을 겁니다. 킬킬, 그놈이 쓸데없이 낭비하지는 않죠."

엘프리안과 하데스가 옆에서 설명을 보충했다.

수많은 신을 믿고 있는 인간들을 자기 종으로 죄다 바꾸는 작업을 하는 거야?

"굳이 그러느니, 그냥 인간으로 복종시키는 게 낫지 않나?"

"킬킬, 제우스는 인간을 믿지 않아요. 혼자서 신왕으로 군림하다가 로마 시대 때 야훼에게 다 털렸거든요. 그 자식은 독점욕이 강해서, 인간이라는 종 자체를 싫어하죠."

"아니 뭐 그렇다고 종을 바꾸냐? 미친놈 아니야?"

"예. 맞아요. 미친 놈, 그런 놈입니다. 킬킬…… 그의 계획대로 70억 인구가 번개의 정령이든, 나체녀든. 그의 종으로 변하면 전 우주에서도 아주 강력한 존재가 될 겁니다. 근데 당신의 페널티가 빅 엿을 먹였네요. 킬킬!"

좋아 죽는 하데스.

일단 뭐…….

제우스가 원하는 대로는 되지 않았군전혀 의도한 건 아닌데 말이지.

페널티가 너무 약했나 싶었는데.

[영혼 약탈이…… 크으으!]

하늘에서 잔뜩 노한 제우스의 음성이 들린다.

아하.

헤라클레스에게 영혼 약탈까지 빼앗은 거야?

그럼 지지면서 SP 좀 회수했다가, 시간 돌려서 다시 살리고.

또 지지면서 SP 회수했다가 다시 살리고.

이거 반복하려고 한 건가?

"클클. 야훼에게 신도를 다 빼앗긴 덕에 올림푸스 재정이 궁핍해진 적이 있었죠. 제우스 저놈, 그때 이후로 아주 구두쇠가 되었죠. 그는 아주 타이트하게 SP 수급 계획을 짰을 겁니다. 그게 망하니 기분이 좋군요. 킬킬킬!"

지지지지직.

시간이 돌아가 복구된 아파트 천장에 아스트라페가 꽂혔다가……

[김지호, 네 놈…… 지옥을 보여 주겠다…….]

점차 잦아드는 목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역소환된 아스트라페.

그러자 아예 바닥을 데굴데굴 뒹구는 하데스.

정말 기뻐 죽겠다는 몸짓이다.

"킬킬킬. 킬킬킬킬킬. 패배한 개처럼 구는 꼴이라니! 아아. 즐거워. 이 얼마만의 희열이란 말인가! 김지호 당신! 제가 오늘 일은 꼭 보답하도록 하지요. 클클클…… 카카카카카!"

"야. 그럼 제우스 봉인된 거야?"

이렇게 자멸로 끝?

저 자식 오조 들고 날면서 위엄 있게 등장하더니 벌써 봉인이니?

하지만 그 질문에 하데스가 벌떡 일어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클클. 그렇진 않을 겁니다. SP 수입이 줄어들어서 저 짓거리를 연속으로 못할 뿐, 강력한 건 여전하지요. 다만 SP가 아까워서라도 함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대신?"

"쫄다구들을 동원할 수는 있겠군요. 그치들은 제우스의 SP를 쓰지는 않으니까요."

EX등급이 된 제우스가 SP때문에 가만히 있다손 쳐도, 올림푸스 애들도 한가닥 하니까.

특히 헤라클레스 스킬을 장착한 신들은 워낙 강하니…….

최악의 문제만 뜻밖으로 해결되었을 뿐, 올림푸스는 여전했다.

"올림푸스가 뭘 할까? 날 죽이러 올까?"

"그럴 수도 있고, 타 신계를 노릴 수도 있지요. 클클. 풀어 줬던 대신들을 소멸시키려 들지도 몰라요. 제우스라면 이를 가는 타 신계의 신들이니. 힘 모이기 전에 제압하려 들겠죠.

뭐가 되었든 제우스가 물먹은 게 다행이라고 말하던 하데스.

그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나에게 말했다.

"김지호. 당신은 아스가르드에 연락을 해 보시죠."

"그놈들은 왜?"

"채권자의 권리도 주장하고, 오딘 상태도 파악해야죠. 그리고 오딘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제우스에게 원한이 깊을 겁니다. 둘을 이간질해서 떼 놔야지요. 클클……."

그러네.

로키는 오딘이 정상으로 되돌아왔다고 했지.

어디 정말 그런지 연락해 봐야겠어.

통신을 연결하자 바로 받는 로키.

그는 만면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김지호! 네가 한 거지?]

"뭐. 그렇게 됐어."

[캬. 역시 빽이 좋아야 해. 에휴, 내 빽은 왜 이 모양인지!]

그러더니 옆으로 눈을 흘기는 로키.

통신 화면이 옆으로 돌아간다.

[오딘 님이 할 말이 있다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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