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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 2개-128화 (128/240)

<내 상태창 2개 - 128화>

128 제우스의 의도

[아스가르드 신계의 주신 ‘지배받는 자’ 오딘이 영혼 각성자 김지호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입혀 봉인을 시도했습니다.]

[‘영혼 약탈자’ A등급입니다. 신위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신위에 이르지 못한 영혼 각성자를 해하려 했으므로 시스템의 가호가 발동합니다.]

[‘영혼 중개자’ S등급입니다. 신위에 이르렀음이 인정되어, 페널티의 효과가 감소합니다.]

여러 메시지 중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지배받는 자, 오딘이었다.

역시…….

제우스에게 지배받는 거 같아.

거기에 영혼 약탈자 A등급으로 페널티가 가해진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중립 진영은 S등급이 안 돼서 다행이군.

상태창을 살펴보니 신살을 비롯한 다른 조건은 모두 충족되었지만, 신위의 자격 획득만 클리어가 되지 않았다.

이거, 질서 진영 때는 클리어 된 조건이었는데…….

중립 진영용은 또 따로 구해야 하나 보군.

어쨌든 이 조건이 클리어되지 않아서, 페널티를 먹일 수 있게 됐어.

[페널티를 가하시겠습니까?]

여기서 페널티를 가하면 내가 봤던 풍경처럼 되는 건가?

불타오르는 아스가르드와 오딘의 모습처럼.

오딘에게 일방적으로 소환당해서 묶인 걸 생각하면 예를 눌러도 이상할 게 없지만…….

[김지호. 아스가르드를 살려야 한다. 안 그러면 제우스에게 놀아나는 꼴……!]

로키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린다.

여기서 아스가르드에 페널티를 가하면, 제우스만 이득이겠지?

근데 아예 페널티를 가하지 않기에는 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오딘이 계속 제우스의 주구로 남아 있으면, 지금 정리해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거의 지금 행동하는 거 보면 올림푸스 2중대 수준인데…….

“보류는 안 되나?”

[페널티를 보류하시겠습니까?]

내 혼잣말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오오.

보류도 되는구나.

일단 예를 눌러 보류를 했다.

[김지호 님? 아바타 교환을 사용하신 건가요?]

땅굴 안에서 엘프리안의 음성이 들렸다.

“예.”

그러자 땅굴 안에서 스르르 올라오는 흙.

덩어리를 이루어, 사람의 형체를 이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엘프리안으로 변하는 흙덩이.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아바타 교환을 사용할 정도라니……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나 봐요.”

“예. 오딘이 강제 연행하는 바람에, 봉인될 뻔했네요.”

영체화를 해 본다.

투명한 몸은 완전치 않았다.

오딘의 밧줄 마법에 손상된 건 몸뿐만이 아니었다.

피해 입었던 몸 그대로, 영체도 손상되어 있었다.

“영체의 손상이 상당히 크세요. 까딱하면 위험하실 뻔했네요.”

“예. 조금만 늦었어도 그냥 봉인당할 뻔했습니다.”

“마침 잘 되었네요. 사령대제가 김지호 님과 연락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하데스가요?”

그 놈은 또 왜…….

SP 거래소 때문인가?

녀석의 대출 시장을 효과적으로 잠식하고 있으니 말이야.

내 표정을 읽은 것인지, 엘프리안이 옅게 미소지었다.

“SP 거래소 때문에 연락하고 싶다는 제의는 제 선에서 계속 끊었어요. 다만 이번에는 제우스랑 연관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김지호 님에게 물어보려고 했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제우스에 관해서?

그럼 안 들을 수 없지.

“제우스…… 그럼 들어야겠네요.”

“네. 그럼 제가 회의장으로 하데스를 소환할게요. 김지호 님도 저와 같이 가시죠.”

엘프리안이 손짓하자 땅굴에서 푸른 포탈이 열렸다.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가자, 공간이 변화했다.

좁았던 땅굴에서, 탁 트인 숲 속의 정원으로.

커다란 나무 원탁이 가운데 있고, 사방에는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올라 있었다.

녹음이 우거져 공기도 상쾌했다.

언제 이런 공간은 마련했대?

원탁의 건너편에는 하데스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꽃밭을 구경하고 있었다.

“킬킬. 생명력이 넘치는 공간이군요.”

“칭찬 감사해요.”

“참으로 더럽히고 싶은 공간이에요…… 중요한 안건이 아니었으면 저도 충동에 빠졌을지도…….”

꽃을 집어삼킬 듯이 바라보는 하데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원탁의 의자에 앉았다.

“오랜만이군요, 김지호 님.”

“그래.”

“SP 거래소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일단 중요 안건부터 해결해야겠군요.”

나를 구석구석 훑어보던 하데스.

그 눈에 이채를 띈다.

“영체가 많이 상하셨군요.”

“오딘이 묶어 버리는 바람에.”

“후…… 오딘이? 명분 없이 그런 짓을 했단 말입니까?”

“봉인지의 신들을 풀어 줬다고 나를 소환하던데.”

“클클, 그 정도 가지고 영혼신을 강제 소환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오딘답지 않군요. 신중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가 페널티 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듯이 이러다니…….”

“신중은 무슨, 막나가던데. 근데 안건이 뭐야?”

너무 내 쪽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 하데스에게 반문했다.

그러자 그가 웃음기를 싹 빼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딘과 제우스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무슨 일인데?”

“SP 상점에 제우스가 물건을 올렸습니다.”

“무슨 물건을?”

“별 의미 없는 물건이죠. 궁니르의 파편이라는.”

“궁니르라면 오딘의 무기 아닌가요?”

옆에서 엘프리안이 물어보자, 하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SS급 무기로 나름 유명한 무깁니다. 어째서 파편화가 되었는지, 그걸 왜 제우스가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제우스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SP상점에 올린 물건은 그게 처음이죠.”

“음…… 최초라니. 신기하네.”

“지금까지는 올림푸스에서 올리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신계 차원에서 SP 상점과 거래하면 수수료 이득이 좀 있거든요.”

개인이 파는 거랑, 신계에서 대량으로 취급하는 거랑 수수료 차이가 있나 보네.

“그가 궁니르의 파편을 얼마에 올렸는지 아십니까?”

“아니.”

“5조 SP입니다.”

5조……?

그 액수를 듣자마자 엘프리안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5조라니. 장난이 너무 심한데요? SP 상점에서 그걸 올리는 걸 허가했나요?”

“원래 이런 거래는 저희 측에서 취소시킵니다만…… SP 상점 매니저에게 강하게 어필했다고 하더군요. 거래 가능하다고. 그래서 수수료 5%를 측정한 것도 모자라 안 팔려도 걷을 거라고 엄포를 놨는데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하더군요.”

“하. 5조라니…….”

액수가 가늠이 안 된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엘프리안.

하나 하데스는 진지한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5조 SP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갑자기 튀어나올 액수가 아니지요. 평소대로라면 말입니다…… SP 거래소가 없던, 평소대로라면.”

“아!”

하데스의 말에 엘프리안이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김지호 님. SP 거래소의 주인인 당신이라면 아시는 게 있을 것 같습니다만…….”

5조 SP.

SP 거래소에서 대출 가능했던 SP는 10조였다.

그 중 아스가르드의 오딘이 대신들의 명의를 죄다 끌어다 어마어마하게 대출을 썼지.

아……!

“오딘이다.”

“오딘요?”

“오딘이 SP 거래소에 어마어마하게 대출을 썼어. 아스가르드의 타 대신들의 명의까지 총동원해서. 궁니르의 파편, 오딘이 구매할 거야.”

“오딘이 왜 그런 미친 짓을 하죠? 5조면 궁니르 생산 공장을 만들어도 될 텐데.”

“그 녀석이 지금 미쳐 있으니까 그렇지. 제우스한테 지배받고 있는 거 같아.”

나는 이번에 있었던 일에 대해 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오딘이 아스가르드의 대신 명의를 이용해서 풀 대출을 받은 일.

로키를 제압하고, 나를 강제 소환해서 봉인시키려고 했던 일.

그리고 세 번째 예언을 들었음에도, 미래를 보는 스쿨드를 처형하려고 했던 일까지.

그러자 하데스가 탄식했다.

“하. 제우스…… 진짜 잔머리 잘 굴러가. 오딘을 어떻게 지배했는지 모르지만, 한 번 지배하니 진짜 끝까지 뽑아 먹는군요.”

그 말이 딱이다.

진짜 오딘 한 번 잘 지배해서 뽕을 뽑는구나.

그는 손해 보는 게 없다.

SP 상점을 이용하여 ‘궁니르의 파편’을 팔아서 5조를 일단 챙긴다.

“그렇게 5조만 챙겨도 되겠지만, 그는 역시 일석이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요.”

“스쿨드의 예언을 듣고는 이를 제대로 이용해 먹으려고 했군요. 그 예언이 그대로 이루어지도록.”

“제우스 입장에서, 5조 SP를 얻으면 신격의 상승은 확정적일 겁니다. SSS등급에서 승격하여, 창조주로 올라설 수 있죠. 그럼 동맹 관계로 챙겨 줘야 할 아스가르드는 걸리적거릴 뿐입니다.”

그래서 스쿨드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록 의도했구나.

세 번째 예언을 봤냐고 자꾸 물어본 건, 내가 그 예언을 보고 혹시 내가 생각을 바꿀까 염려되어서 그런 거겠군.

불타오르는 아스가르드.

그리고 오딘.

이 결과를 의도했구나.

5조 SP를 얻고, 이제는 챙겨 줘야 할 아스가르드를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지운다.

완전 일석이조네?

“5조 거래를 취소할 수는 없어?”

“불가능합니다. SP 상점주는 제가 아니에요. 제우스의 거래를 주관하는 매니저는 ‘웃는 얼굴의 악마’죠. 이 자식도 이제 보니 제우스랑 결탁한 거 같군요. 사사건건 옹호하더니…….”

으드드득.

이를 가는 하데스.

그의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낭패감이 서려 있었다.

“오딘 이 멍청한 놈. 대체 뭘 해서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거지? 병신이 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기라도 하지, 대체 제우스 놈이랑 무슨 짓을 해서 상황을 이따위로 만드냔 말이다. 애꾸 새끼는 똑똑한 척은 다 하더니, 제우스한테 그냥 농락당했구먼!”

그러면서 욕을 퍼붓기 시작하는 하데스.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극도로 노한 모습이었다.

제우스를 처단하기 위해 혼돈에 몸을 의탁한 하데스이니만큼, 평정을 잃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렇게 온갖 새끼를 붙여 가며 쌍욕을 퍼붓던 하데스.

별안간 욕을 뚝 멈추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클클…… 망했군요.”

“뭐야. 설마?”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제우스는 궁니르의 파편 따위를 팔아서 5조 SP를 챙겨 갔습니다. 아니, 5% 수수료를 제했으니, 4조 7500억을 가져간 셈이군요. 클클클. SP 상점도 2500억이나 챙겼군요. 킬킬. 아이고, 좋아라. 시발…… 씨발!”

화르르르.

하데스가 앉고 있던 의자가 검은 불꽃으로 단번에 타올랐다.

원탁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불꽃이 번뜩이더니, 단번에 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하는 원탁.

“하데스님!”

“키킥, 제우스가 창조주라니. 일단 저부터 소멸하겠군요. 키키킥…… 죽기 전에 꽃밭이나 불태워 버려야겠습니다. 킬킬킬!”

하데스 이 새끼, 이미 눈이 돌아갔다.

쿠르르르.

꽃밭에서 갑자기 해골과 좀비들이 튀어나온다.

그러더니 정원을 파헤치고 어지럽히기 시작하는 언데드들.

뭐…… 뭐 하냐?

“생각해 보니 불태우기만 하면 심심하군요. 죽기 전에 죄다 망가뜨리고 가렵니다. 킬킬킬. 킬킬킬킬킬! 페르세포네, 미안하다. 내가 역부족이었다……!”

계속 광소를 터뜨리면서 언데드를 마구잡이로 소환하는 하데스.

정원 주인인 엘프리안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그냥 놔두세요.’ 하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하.

제우스가 창조주 되면 뭐 어떻게 되는 거지?

이제 지구는 여자만 남는 건가?

원래의 지구로 되돌리기 위해 발버둥을 쳤는데, 이렇게 끝인가……?

허탈한 마음에 힘이 쭉 빠져 하데스의 언데드 쇼를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꽃을 씹어 먹는 좀비.

정원에서 헤엄치는 스켈레톤.

그럼에도 엘프리안은 묵묵히 뽑히고 짓눌린 꽃들을 재생시켰다.

이에 경쟁이라도 하듯 더욱 더 발광하는 언데드들.

이게 뭔 꼬라지냐…….

언데드의 생 쇼를 지켜본 지 얼마나 흘렀을까.

계속해서 킬킬거리고 페르세포네를 연발하면서 눈물 콧물 질질 흘리던 하데스가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킬킬, 킬킬…… 음. 근데 아직 저 멀쩡하네요?”

“그러게. 제우스한테 형제애가 있었나?”

“그 새끼가 그럴 리가. 창조주 되면 저부터 죽인다고 했는데요. 킬킬. 이거 이상하다?”

하데스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몸뚱이를 쳐다본다.

“왜 안 죽지? 왜죠?”

나한테 물어보면 알겠냐?

어이없다는 듯, 하데스를 쳐다보니 갑자기 메시지가 떴다.

[사기의 신 로키가 통신 연결을 요청했습니다.]

어? 로키 녀석, 살았나……?

한데 뒤따라오는 메시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통신 연결을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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