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26화 (126/240)

<내 상태창 2개 - 126화>

126 혼란에 빠진 세계

신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다들 황급하게 자신의 신계로 도망가는 상황.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군. 나중에 힘을 회복하면 오늘의 은혜, 꼭 갚으마.”

아수라가 나에게 악수를 또다시 청해 왔다.

이 아저씨, 그래도 목숨 살려 준 은혜는 아네.

“스킬 기대하지요.”

“하하하, 기대해도 좋을 거야. 그럼 다음에 보자고.”

나에게 손을 흔들더니 휙 사라지는 아수라.

흉신악살의 얼굴이랑 성격이 참 안 맞는단 말이야.

“봉인에서 해제해 준 은혜, 꼭 갚도록 하겠소.”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천계에 오시오. 우리가 꼭 보답을 해 드릴 터이니.”

여러 신들이 다가와 나에게 인사를 하고는 하나둘 씩 사라졌다.

인사도 안 하고 먼저 사라진 신들도 많았는데, 그래도 이들은 최소한의 예의라도 있구만.

힌두교, 불교, 도교 쪽 느낌이던데…….

여유 생기면 꼭 찾아가야겠네.

아버지의 육체에서 현신한 미카엘도 사라지고, 나머지 신들도 대부분 자신의 신계로 돌아간 상황.

봉인지를 잠시 둘러봤지만 딱히 올림푸스 쪽이 쳐들어오거나 이러진 않았다.

하도 대신들 표정이 심각하게 변해서 함정인가 싶었는데 적이 쳐들어오거나 하지는 않네.

“헤임달의 귀환.”

헤임달의 귀환을 써서 집으로 돌아왔다.

케브리안으로 피신해 있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대신들이 봉인에서 풀려난 만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싶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TV를 켜니 속보가 뜨고 있었다.

[잊혔던 신, 사라졌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기독교 신자들, 교회에 안치된 오딘의 신상을 부수기 시작해]

[발키리에게 항의하는 교인들]

[세계 헌터 협회,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혀]

헤드라인만 봐도 장난이 아닌데?

뉴스가 시작되자 앵커와 아나운서의 표정이 심각하기 이를 데 없었다.

[현재 세상은 아주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아스가르드의 신만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기억이 뒤바뀌고 있습니다.]

[예, 기억이 되돌아온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겠는데요. 지금 세계 각지의 성지에서는 오딘 등 아스가르드의 성상을 파괴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동에서는 헌터 협회마저 관련이 있는 거 아니냐며 테러가 일어날 정도인데요.]

[헌터 협회에서는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일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아스가르드의 발키리 측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채널을 여기저기 돌려보니 오딘과 토르, 로키 등의 동상을 부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잡혔다.

하긴, 절에 토르 동상이 있고 교회에 오딘 동상이 있는 게 영 이상했지…….

-아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아스가르드가 헌터들을 각성시켜 주는 거 아니었어? 지구를 지켜 주는 줄 알았는데…….

-저거 신상 부수게 놔두면 신벌 내리는 거 아니야? 아스가르드 신들은 헌터로 각성시켜 줬지만 솔직히 다른 신들은 우리에게 뭐 해 준 거 있냐?

-와, 시발 뭘 믿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나는 원래 무교였다가 오딘 믿은 거였는데, 엄마는 교회 다니셔서 지금 울고불고 난리 나셨네…….

-근데 이러다가 발키리 철수하면 우리 저번 세계처럼 망하는 거 아니야? 성상 파괴는 강제로 금하게 해야 할 거 같은데.

인터넷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었다.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지 장난스런 반응은 거의 없고 진지한 글이 넘쳐 났다.

아스가르드가 수상하다는 의견.

던전 포탈이 열리는데 아스가르드와 발키리가 없으면 이겨나갈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갈리고 있었다.

한데 인터넷을 쭉 둘러보니 생각보다 아스가르드 옹호 의견이 많았다.

아니, 여론이 옹호 의견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야, 씨. 다른 신들이 무슨 소용이냐? 우리를 지켜 주는 아스가르드 신들이 짱이지.

-그래, 타 종교가 우릴 위해 직접적으로 뭘 도와준 게 있기는 하냐? 힘을 줬어, 각성을 시켜 줬어? 멸망에 처하려고 하자 세계를 과거로 돌려준 아스가르드야. 이들이 진짜 신이지 웬 잡신들을 믿고 있어?

-오딘 동상을 파괴하게 둬서는 안 돼. 이건 아스가르드 신들이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는 것일지도 몰라.

-위에 뭐냐. 협회 직원이냐?

-협회 직원은 무슨. 우릴 지켜 주는 게 누군데?

이러한 여론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더니 치열하게 다투는 상황.

거기에 시간이 좀 더 지나니 국가에서 경찰과 군인이 나서서 교회와 절에 있는 아스가르드의 신상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엇, 행동이 엄청 빠른데?

치킨을 배달시키면서 TV와 인터넷 뉴스를 지켜보았다.

배달된 치킨을 뜯으며 여론의 향배를 지켜보자 점차로 옹호파가 우위인 상황.

뭔가 수상쩍긴 하지만 당장 우리를 지켜 주는 건 아스가르드다, 라는 여론이 주류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좀 더 시간이 지나자 속보가 나왔다.

UN과 세계 헌터협회에서 공동으로 ‘아스가르드에 대해 억측은 삼가 주시길 부탁드리며, 아스가르드의 신상 파괴는 자제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허…… 여론이 뜻밖이네.”

신의 힘을 직접 보여 준 아스가르드와 신의 권능을 딱히 보여 주지 못한 타 신들과의 차이인가?

정부와 헌터협회에서 여론 조작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인터넷에선 이제 아스가르드 옹호파의 목소리가 주류였다.

그렇게 3일이 흘렀다.

“음, 걱정했던 올림푸스는 조용하네.”

신들이 풀려난 지 삼일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는 별일이 없었다.

세계는 정부와 헌터협회의 강력한 통제 아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었고……

아버지에게 연락해 보니 타 신계도 별 혼란 없이 조용하다고 했다.

“올림푸스에서 쳐들어오거나 하지는 않은 거죠?”

[그래, 타 신계도 별일은 없어. 지금도 경계 태세는 유지 중이지만 일단 모두 힘을 회복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흠…….

하급신 폴룩스가 영기발출과 소울 배리어를 사용할 수 있고, 그거로 마지막에 아수라를 죽이려 했다.

이 사실 때문에 너무 경계를 크게 했던 건가?

상황이 이렇게 변했는데 딱히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말이야.

그쪽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있을지도 모르지.

이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요즘 여론을 보니 아스가르드 옹호파들이 상당히 많던데, SP 수입이 줄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영혼 중개 과정에서 보니 봉인된 신들 중개수입이 꽤 줄어들어 있었다.

[음, 꽤 줄어들긴 했다. 아무래도 가볍게 믿던 신도들은 아스가르드에 많이 귀의한 것 같구나. 우리처럼 지분이 클수록 타격이 커.]

아버지가 표정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긴 기독교야 워낙 세계에 널리 퍼져 있었으니…….

세력이 큰 종교일수록 뺏긴 것도 많겠지.

[여기에 문제는 추세가 더 악화하고 있다는 거다.]

“한 번 멸망을 겪어서 그런지 각국의 정부는 아스가르드 옹호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 같아요. 거기에 사람들은 예전 세계도 아스가르드가 운영했다고 알고 있거든요. 다들 아스가르드 덕분에 또다시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서…….”

원래는 올림푸스였지만 세계가 변하면서 기억도 변했지. 이 기억은 봉인지를 개방해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멸망을 앞둔 세계를 과거로 돌려준 아스가르드.

현재 세계에서도 헌터들을 각성시키고 힘을 부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이에 반해 타 신들은 그냥 예전부터 신으로 믿어 왔을 뿐 딱히 권능이나 능력을 부여하진 않았잖아.

내가 만약 아무것도 모르는 무교였으면 아스가르드 믿겠다.

진짜 신의 능력을 보여 주는데.

[그래, 아스가르드에 비해 우리는 추상적인 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우리를 비롯한 여러 신계에서는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뭐 해결할 방안이 있나요?”

[아직은. 권능을 사용하려고 해도 힘이 없다.]

하나 SP가 회복하고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달라질 거라는 아버지.

“권능을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우리도 적극적으로 세상에 개입해야지.]

개입한다고?

“개입이라니…… 뭐 어떻게 하시게요?”

[아직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저들처럼 해야지.]

“각성자 만드시게요?”

[그래,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그러면서 한숨을 푹 쉬는 아버지.

[원래 각 신계끼리는 지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지.]

“그래요?”

[지구는 상당히 안정화된 SP 공급처다. 신들이 개입해 봤자 자기들의 SP만 소모될 뿐 안정이 깨져서 수입은 불안정해지지.]

“SP는 어디서나 나오는군요.”

[불멸자의 근간을 이루는 에너지니까.]

“근데 아버지나 불교 쪽처럼 잘나가는 신계면 모를까, 좀 쇠퇴하는 신계들은 영향력 강화를 위해 개입할 만하지 않나요?”

[그러지 않기 위해 신들끼리 협약을 맺었지.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가 그 협약을 어떻게 깼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아버지 말에 따르면 지구는 아주 안정된 상황이었다고 한다.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신앙의 위력은 쇠퇴하고 있었지만 일단 인구가 많아서 절대적인 수로 커버되었다고.

거기에 세상이 안정적이라 수입에 비해 소모되는 SP는 적어서, 다른 행성의 신들이 지구 신들을 부러워했다고 했다.

[쇠퇴하는 신계라고 해도 다들 무리는 하지 않았지. 아무리 쇠퇴해도 자신을 유지하고 업그레이드하기에는 충분한 SP가 들어왔다. 참 좋은 시절이었다고 미카엘님께서는 종종 회상하셨지.]

“거 참……. 근데 왜 갑자기 세상이 이렇게 개판이 된 거랍니까?”

[네 말을 들어 보니 제우스의 주도인 것 같은데…… 그는 질투가 매우 많고 권력욕이 심하다고 했다.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고 하셨지.]

제우스.

다른 신들은 꽤 많이 봤는데 막상 제우스는 얼굴을 보지 못했군.

세계의 무한회귀를 주도하고 혼돈의 문을 열게 만들어 버린 장본인.

어떻게 보면 이놈이 최종적인 흑막인 건가?

“제우스의 의도를 견제하면서 회복도 하고, 원래 지구에서의 존재감도 되찾아야 하고…… 할 일이 많으시군요.”

[너만 하겠느냐. SP 거래소가 네 거지? 봉인지에서 풀려난 이후 미카엘님을 비롯해서 다른 신들도 여기의 대출을 이용하고 싶어 하셨지.]

“고객은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근데 이미 다 찼더라. 하나도 못 빌렸어.]

“어, 그래요? 저번엔 꽉 안 찼다 그러더니…….”

대출한도가 10조 SP인데 그게 벌써 다 찼다고?

신기하네, 그렇게 인기가 많은가?

[딱 봐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더라. 관리 잘하거라.]

“옙, 알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다음에 또 연락하자. 힘을 본격적으로 회복해야겠으니.]

“네, 들어가세요.”

아버지와의 통신이 종료되었다.

SP거래소 대출이 벌써 꽉 차다니.

이거 좋은 소식인데?

“하암, 통신 끝났냐?”

“어 씨, 깜짝이야.”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

어오, 뭐야.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로키가 모락모락 김이 나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뭐야, 인기척도 없었는데.

“아니, 언제 들어왔어?”

“쯧쯧, 넌 주의가 부족하다니까. 내가 암살자였으면 어쩔 뻔했냐.”

“아니, 너 지상에서는 대신의 힘 발휘 못하는 거 아니었어?”

“어, 이 육체는 A에서 B급 사이 정도야. 근데도 정신 팔려가지곤 파악도 못하고…… 쯧쯧. 내 은신 스킬이 아무리 뛰어나다지만 S급에 올랐는데 이 정도는 파악해야지.”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면서 쯧쯧거리는 로키.

아오, 얄밉긴 한데 틀린 말은 아니라서 할 말이 없다.

“왜 왔냐?”

“소울 배리어 좀 쳐 봐.”

소울 배리어를 집에 치니 주위를 잠시 둘러보던 로키.

그는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너, SP 거래소 대출 현황 파악하고 있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누가 너한테 SP 얼마 빌렸는지 파악하고 있냐고.”

“그건 매니저한테 맡기고 있지. 그걸 어떻게 일일이 다 파악하냐?”

“파악해 봐.”

진지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로키.

그 표정이 심상찮다.

“왜?”

“내가 오딘의 뒤를 캐 보겠다고 했지?”

“어.”

“각 잡고 조사하고 있는데 이상한 자료가 보이더라고.”

“뭔데?”

“오딘이 네 SP 거래소에서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하고 있어. 오딘의 이름으로만 빌리는 게 아니라, 온갖 아스가르드의 신 명의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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