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상태창 2개-125화 (125/240)

<내 상태창 2개 - 125화>

“소울 배리어.”

아수라에게 다가가 소울 배리어를 사용한다.

내 몸에서부터 시작한 소울 배리어가 점차 커지며 아수라를 감싼다.

그러자 아수라의 몸에 붙었던 새하얀 불꽃이 점차 사라진다.

“후우, 후우…… 살 것 같군.”

불꽃이 사라지자 서서히 재생하던 아수라의 몸.

그을린 몸의 재생이 끝나자 아수라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삼두육비의 거인.

목은 하난데 머리 세 개가 달라붙어 있고, 근육질의 여섯 팔은 나보다도 훨씬 크다.

길게 나 있는 송곳니, 매섭게 일그러져 있는 얼굴은 요괴와 흡사한 모습.

상체는 완전히 헐벗은 상태지만 다행히 하체는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고맙네. 그대가 영혼신 김지호인가?”

여섯 팔 중 하나가 나에게 쭉 내려온다.

고무처럼 늘어나는 팔.

악수를 청하는 건가?

내 몸만 한 손에 손을 마주하자 가볍게 흔드는 아수라.

“그대 덕에 살아날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내 물음에 아수라는 위에 있는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 녀석, 생각보다 너무 강해서 말이지. 소울 배리어를 뚫을 수가 없었다. 내가 힘을 제대로 회복했으면 모를까…….”

“아니, 뭐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시더니…….”

“크흠. 아까 자네와 폴룩스가 싸운 것과 비슷한 양상이었어.”

여섯 팔을 허우적거리면서 설명에 나서는 아수라.

이 양반, 얼굴은 세상에 다시없을 괴물 얼굴인데 행동은 뭔가 순박하다.

“내가 말이야, 그 녀석의 공격은 대부분 다 피하고 치명타를 얼마나 입혔는데. 근데 그 망할 소울 배리어 때문에 다 차단되었다고.”

아까 폴룩스가 날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배리어 빨로 버틴 거 말하는 건가?

여기선 입장이 반대였나 보군.

“여하튼 뭔 올림푸스 하급신도 소울 배리어에 영기 발출을 쓰고 다니는지 원……. 그래도 나도 꽤 피해를 입혀서 자네가 쉽게 제압한 거야. 안 그러면 SP 소모가 엄청났을걸?”

딱히 그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그의 말에 SP 소모가 얼마나 되었는지 급 궁금해졌다.

상태창을 열어 보니 어지러이 널려 있는 SP 소모 기록들.

뭐, 일격 일격이 부딪칠 때마다 수치가 변하니 기록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그냥 최종적인 결과만 보니 남은 SP가 1억.

4.75억으로 왔는데 3.75억을 쓴 거야?

어마어마하게 썼네.

등줄기가 섬뜩해졌다.

이거 정말, 아수라가 힘을 안 빼 줬으면 SP 다 썼을지도 모르겠네?

거기에 이 1억은 영검으로 다시 환혼된 SP가 포함된 것이라 원래 남은 SP는 더 적을 뻔했다.

와…… 이건 좀 큰일 날 뻔했네.

[비슷한 격의 상대를 소멸시켰습니다. 영검이 소폭 강화합니다.]

[현재 영검은 S등급입니다.]

같은 S등급 신을 죽여서 그런지 영검의 등급은 오르지 않았다.

뭐, 신 하나 죽일 때마다 오르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SP를 보니까 확실히 위험할 뻔했네요.”

“그치? 그치? 내가 큰 역할을 했다니깐.”

“뭐, 발치에 쓰러진 아수라님을 공격하지 않기 위해 손해 본 것도 많긴 하지만요.”

“크흠…… 그건 미안하구만.”

“폴룩스 녀석, 죽기 전에 아수라님을 어떻게든 죽이려고 하던데, 왜 그런 거죠?”

그러자 아수라도 위의 팔로 머리를 긁적이며 의문을 나타냈다.

“나도 깜짝 놀랐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난 소멸했겠지.”

“근데 죽일 거면 아수라님을 제압했을 때 죽이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급신인 그가 대신인 나를 죽이려면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지. 그가 나를 죽이려 들었으면 그의 SP도 상당히 깎여 나갔을 거야. 날 죽여도 그 자신도 봉인되었겠지.”

흠, 그런가?

나는 스쿨드를 벨 때 딱히 그런 페널티는 없었는데…….

뭐, SSS급에 달한 대신은 다를지도 모르지.

나도 대신 벨 일이 있으면 주의해야겠네.

“자네의 움직임을 보니 아직 완전히 하급신이 된 거 같지는 않은데.”

“그래요? S등급에 오르긴 했습니다만.”

“그러면 S등급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나 보군. 신체의 능력을 아직 완전히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

네 개의 팔로 자신의 턱을 쓰다듬는 아수라.

이럴 땐 꽤 진지한데?

폴룩스랑 싸울 때 생각해 보면 좀 그런 거 같긴 했다.

요즘 하도 능력이 팍팍 올라가서 적응할 틈이 없었지.

거기에 엇비슷한 강적과는 싸운 적도 없어서 전력을 다해 보지도 못했으니…….

“목숨도 빚진 만큼 봉인지 해방을 하고 나면 내가 도와주지.”

“오, 감사합니다.”

“스킬도 주고 싶은데 지금은 SP가 없는 수준이라…… 회복하면 보답으로 주겠네.”

오호, 스킬까지.

폴룩스한테는 깨졌지만 그래도 나름 전투를 담당하는 대신이니 도움이 되겠지.

아수라는

“그럼 봉인지를 해방하러 가세.”

하면서 등을 돌렸다.

그와 같이 앞으로 걸어가니 압도적으로 거대한 보라색 문이 보였다.

“이게 봉인지입니까?”

“그래, 지구의 수많은 신들이 갇혀 있지.”

“열 방법은 있나요?”

그러자 나를 쳐다보는 물끄러미 아수라.

뭐야, 왜 날 쳐다봐.

“난 SP가 없어.”

“저도 1억밖에 없는데요.”

“1억? 1억이면 충분하지!”

1억 있다는 이야기에 흥분한 아수라.

여러 손을 일제히 뻗어서 보랏빛의 문을 가리킨다.

“어차피 다 부술 필요는 없어. 틈만 열어 두면 나올 수 있을 거야.”

“하아……. SP 너무 많이 쓰는데…….”

“나중에 다 우리가 갚아 주겠네. 우리들이 누군가, 지구를 주름잡던 대신 아닌가?”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아수라.

허풍이 깃든 그 과장스런 동작에 오히려 믿음이 안 간다.

내가 생각했던 아수라의 이미지랑은 너무 딴판이야…….

과묵한 전투의 신인 줄 알았는데.

어쨌든 부수긴 부숴야 하는데.

꼭 SP 써서 부술 필요 있나?

“불사조야, 불 한 번 쏴봐.”

[일반 공격으로 될까, 저게?]

“시도나 해 보자. 나도 공격해 볼게.”

회의적인 불사조에게 공격을 시키고, 나도 뇌신을 갈겨보았다.

그와 동시에 오랜만에 여의도 꺼내서 검기를 부여하고 휙휙 베어 본다.

하지만 우리의 공격은 모두 보랏빛의 문을 그대로 통과하여 사라졌다.

“신을 봉인한 문인데 겨우 마력 가지고 풀리겠느냐?”

“끄떡도 안 하네요, 쩝.”

어쩔 수 없지.

이거 원, 싸움이 신급으로 올라서니까 여의도 별 쓸모가 없어지네…….

불사조를 역소환하고 여의도 집어넣는다.

대신 영검을 꺼내고 문에 다가선다.

“영기 발출.”

영검에 영기를 부여하자 피어오르는 새하얀 불꽃.

문 근처로 다가가자 이거는 문이 아니라 그냥 보랏빛 세상을 베는 거나 다름없었다.

사선으로 내 앞의 공간을 쭉 베자 여의로 베었을 때와는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신들의 봉인지’를 벱니다.]

[SP가 500만 소모됩니다.]

영검의 궤적을 따라 보랏빛 대기가 새하얗게 변한다.

하나 잠시 뒤 다시 보라색으로 물드는 세상.

“같은 궤적으로 연속해서 베도록 하게.”

뒤에서 아수라가 충고했다.

새하얗게 변한 곳을 계속 베라 이거지?

좋아…….

한 번 벨 때 SP가 500만 소모되었으니 이제는 19번 남았다.

일단은 5번 연속으로 베어 보자.

휙. 휙. 휙. 휙. 휙.

똑같은 궤적에 그대로 검을 벤다.

그러자 보랏빛 기운이 베어진 공간을 침투하지 못한다.

오히려 새하얗게 변한 공간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아수라 이 양반, 지 SP가 아니라고 참……

그래도 벌써 6번 베서 3천만을 날렸다.

쓴 게 아까우니 조금만 더 베자.

5천만까지 투자하기로 하고 네 번을 더 베자 흰색 공간이 빠르게 확장하기 시작한다.

“오. 열린다……!”

사선으로 이루어져 있던 흰색 공간.

어느덧 크게 확장해 나가더니 아수라도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아직은 보랏빛 기운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나올 수 있는 틈이 생긴 셈.

흠, 이제는 그만 베도 되겠지.

영검을 끄고 뒤로 물러선다.

“이 정도면 되겠죠?”

“그래, 이제 곧 신들이 나올 거다.”

아수라의 말대로였다.

“다행히 계획대로 되었구나.”

내가 벌린 틈을 타서 먼저 나온 사람은 미카엘의 아바타인 아버지.

아버지의 등 뒤에는 빛의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아버지.”

“고맙다, 지호야. 덕분에 봉인지의 봉인을 풀 수 있었구나.”

그와 동시에 아버지의 등 뒤로 신들이 우르르 나오기 시작한다.

기독교의 대신을 맡고 있는 천사들, 그리고 불교의 대신들이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그 뒤를 따라 계속해서 나오기 시작하는 신들.

인도나 도교, 일본 쪽의 신들도 나오고 봐도 잘 모르겠는 신들도 계속해서 나온다.

처음에는 숫자를 세볼까 하다가 백이 넘어가고 2백을 돌파하자 그냥 세는 걸 포기했다.

이거 숫자가 너무 많잖아?

“와…… 자유다!”

“봉인지에 있을 땐 끝인 줄 알았건만…….”

“이제 다시 우리의 신자들을 되찾아야지요. 그리고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에 복수해야 합니다.”

“봉인지에서 나오니 다시 SP가 들어오고 있어요. 신자들의 신앙을 왜곡한 게 정상으로 되돌아오고 있군요.”

SP는 없는 상태지만 다들 기운찬 상태의 대신들.

SP가 회복하고 있다면서 다들 좋아하는 기색이다.

나오자마자 신앙을 되찾은 건가?

그럼 다행이네.

그런 신들을 둘러본 아버지가 나에게 다가왔다.

해방된 기쁨과는 맞지 않게 상당히 심각한 표정이었다.

“흠…… 아무래도 수상쩍다.”

“왜죠?”

“봉인지에 나오자마자 신앙을 완전히 수복할 줄은 몰랐어. 그랬다면 봉인지의 방비를 더 두텁게 했을 텐데, 겨우 하급신 하나만 세워 놓다니…… 이상하지 않나?”

“흠…… 그건 그렇죠.”

“올림푸스-아스가르드가 무한회귀를 하는 동력은 우리의 신앙을 강탈한 것에서 나올 거다. 세계를 과거로 되돌리는 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 일이야. 우리에게서 얻는 SP가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하지. 근데 이렇게 허술한 방비로 놔두다니…….”

무한회귀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봉인지의 봉인된 신들.

사실 그 중요성만 생각해 보면 대신급이 계속 방비를 해도 모자랄 지경이지.

폴룩스가 강하긴 했지만 그래도 하급신이다.

그 하나에게만 맡기기에는 중요도가 너무 높은 지역이야.

“우리는 일단 뿔뿔이 흩어지기로 했다.”

“어디로 흩어져요? 지구로?”

“지구에 이 대신들이 모두 강림했다가는 세계가 어그러질 거다. 신들에게는 다들 각자의 신계가 있지. 여기서 힘을 조금만 회복하면 귀환할 정도의 힘은 남을 거다.”

“올림푸스에서 또 쳐들어오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가 신앙을 되찾고 SP를 다시 얻으면 금방 저력을 회복할 수 있어.”

“그렇군요. 근데 저들한테 좀 걸리는 점이 있어요.”

헤라클레스의 영기 발출과 SP 배리어.

그걸 하급신인 폴룩스가 사용했다고 이야기하자 아버지의 표정이 더욱 찌푸려졌다.

“하급신조차도 헤라클레스의 권능을 사용했단 말이냐? 흠…… 이건 좀 골치가 아프군. 아수라, 당신이 보기에 두 스킬의 위력이 어때 보였나?”

“아주 골치 아파. 하급신 주제에 중급신 상위에 필적하는 힘을 내더군. 그래서 그 녀석에게 형편없이 깨졌는데, 네 아들놈이 날 살려 주었지.”

“두 스킬이 있으면 한 등급 위의 저력이라고 보면 되나…….”

그럼 S급이 SS급의 힘을 내고, SS급은 SSS급의 힘을 내는 건가.

대신들도 이 두 스킬을 사용하면 일반 대신들은 쪽도 못 쓰고 당하는 거 아니야?

이거야 원…….

“하급신이 중급신 정도의 힘을 낸다면…….”

“골치가 아프군요.”

시장바닥같이 시끄럽던 봉인지가 어느덧 조용해졌다.

다들 나와 아버지, 아수라의 이야기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한 눈치.

“거기에 폴룩스는 아수라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아수라를 죽이려고……?”

“예.”

“왜지? 다시 봉인시키고 신앙을 강탈하면 될 것을…… 설마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건가?”

그러더니 갑자기 아버지의 눈에서 빛이 났다.

미카엘이 현신한 건가?

“일단 모두 자신의 신계로 피합시다. 아수라를 죽이려고 하는 게 수상합니다.”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소.”

갑자기 대신들이 하나둘씩 휙휙 사라지기 시작한다.

SP를 어느 정도 회복해서 각자의 신계로 되돌아가는 건가?

빠르군…….

“영혼신 김지호, 나도 가 보겠다. 나중에 연락하지. 그대도 빨리 몸을 피하는 게 좋겠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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